서론
당뇨병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 질병 및 사망의 원인이며 그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중 16.7%가 당뇨병, 44.3%가 당뇨병전단계에 해당하는데[1], 당뇨병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인 식사, 신체활동 및 체중 조절을 목표로 하는 개입은 당뇨병 위험을 약 60%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2-5]. 따라서 체중 감량과 인슐린감수성 개선을 목표로 하는 건강한 식사가 당뇨병환자에게 권장되며, 충분한 단백질을 포함한 식사는 그 중 대표적이다. 다량영양소 중의 하나인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기본 단위로 이루어져 근육, 장기, 피부, 효소, 호르몬 등 다양한 생체 구성 요소의 주된 성분으로, 신체의 성장과 회복, 그리고 대사 과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특히 에너지를 공급하고 조직을 유지 및 재생하는 데 중요한 영양소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하루 총 에너지 대비 단백질 섭취 비율은 평균 13∼15%이며, 비당뇨병 성인보다 당뇨병 유병자에서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1]. 고단백질식사는 체중 감량 및 유지에 권장되며 이는 당뇨병 위험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단백질과 아미노산 섭취가 인슐린감수성 및 당뇨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아 연구마다 다르게 나타나며, 특히 급원 식품의 종류에 따라서도 그 결과는 상이하다. 이에 본 고에서는 식이 단백질의 섭취가 급원에 따라 당뇨병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당뇨병예방 및 관리에 효과적인 단백질 섭취 방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본론
2020년 한국인 영양소섭취기준에서는 성인의 하루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0.91 g/kg, 단백질 에너지 적정 비율은 7∼20%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6]. 과거에는 단백질 섭취기준 설정 시 영양결핍 예방을 위한 섭취량에 집중하였으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단백질 평균섭취량은 필요량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지속 증가되었다. 이에 만성질환 예방 및 관리에 있어 고단백질식사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상반된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상한섭취수준을 설정하기에는 근거가 많지 않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발간한 2023년 당뇨병 진료지침 의학영양요법 권고안[7]에서는 단백질을 포함한 다량영양소의 이상적인 섭취 비율은 없으며, 개인의 지질 수치, 신장질환 등의 상태와 음식에 대한 기호를 고려한 개별적인 접근을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표준체중 1 kg당 0.8 g 미만으로 단백질 섭취를 제한할 시 혈당조절에 이득이 있는지에 대한 근거는 부족하며 오히려 단백질을 포함한 여러 영양소 결핍의 위험이 있으므로 당뇨병신장질환 환자를 포함한 당뇨병환자에서 단백질 섭취 제한은 필요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반면 지나친 고단백질식사는 고지방식사를 동반하며 그로 인한 포화지방산의 과다 섭취는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함께 고려하면, 당뇨병환자의 단백질 섭취는 총 에너지의 15∼20% (1.0∼1.5 g/kg) 수준이 일반적으로 권장되며 이는 환자의 혈당조절 목표 등에 따라 개별화를 해야 한다[8]. 단백질 섭취는 인슐린분비를 촉진하여 식후혈당 반응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포만감을 증가시켜 총 에너지섭취를 줄이고 체중감소에 기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혈당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9].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단백질의 섭취량과 그 급원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1. 단백질 섭취량
2형당뇨병을 가진 12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교차 무작위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에서는 고단백질식사(단백질 30%)와 일반적인 단백질이 포함된 대조군 식사(단백질 15%)를 각각 5주간 섭취함에 따른 결과를 비교했을 때, 24시간 혈당 반응과 당화혈색소, 공복 중성지방 수치가 고단백질식사에서 유의미하게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10]. 또 다른 장기간 임상 연구는 2형당뇨병을 가진 비만 환자 66명을 고단백질식사 또는 대조군 식사 그룹에 무작위 배정 후 12주간 체중 감량 프로그램에 이어 1년간 추적한 결과, 고단백질식사는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으나 당화혈색소 등 혈당조절 측면에서는 대조군과 유의한 차이가 없음을 보고하였다[11]. 한 체계적문헌연구 및 메타분석에서는 고단백질식사의 섭취가 대조군 식사와 비교하여 혈당 변화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체중감소와 공복 인슐린 수치 개선 등에 더 효과적이었음을 보고하며, 고단백질식사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심혈관질환 위험 요소를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12]. 특히 체중은 인슐린저항성 및 포도당항상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인데, 단백질은 탄수화물, 지방과 비교하여 섭취 시 더 높은 식이성 열을 발생시키고, 포만감도 더 많이 유발하므로 충분한 단백질 섭취는 체중 감량 및 유지와 함께 혈당 관리에 기여할 수 있다[13]. 이에 따라 2013년 미국에서 열린 두 번째 단백질 정상 회의(Protein Summit 2.0) [14]에서는 체중관리를 위한 식사로 최적의 단백질 함량을 1.2∼1.6 g 범위로 하며, 매 끼니마다(조식, 중식, 석식) 20∼30 g의 단백질을 섭취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고단백질식사가 다른 다량영양소 구성의 식사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므로 2022년 대한비만학회 비만 진료지침에서는 체중 감량 및 대사 지표 개선을 위해 개인의 건강 상태와 식습관, 음식에 대한 선호도 등에 따라 영양적으로 적절하고 에너지섭취를 줄일 수 있는 식사를 선택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고단백질식사는 그 중 하나의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15].
한편, 최근 다양한 연구에서 높은 단백질 섭취가 2형당뇨병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8개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코호트연구에서는 총 단백질 섭취량이 많을수록 2형당뇨병 발생 위험이 증가하였으며, 특히 총 단백질 섭취량이 10 g 증가할 때마다 그 위험은 6%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6]. 또 다른 전향연구에서도 12년간 1,709건의 당뇨병 발생 사례를 추적한 결과, 단백질을 가장 적게 섭취한 사람들에 비해 가장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에서 당뇨병 발생 위험이 27% 높았으며, 단백질 섭취 비율이 5% 증가할 때마다 그 위험은 20%씩 증가함을 보여주었다[17]. 이러한 경향은 단백질 급원에 따른 하위 분석 결과 동물성 단백질 섭취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식물성 단백질 섭취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는데, 이는 단백질 섭취와 당뇨병 위험 간 양의 상관관계는 주로 동물성 단백질 식품의 과잉 섭취로 인한 것임을 시사한다[16].
2. 동물성 단백질 대 식물성 단백질
단백질 급원 식품이 당뇨병에 미치는 영향은 다수의 연구에서 주목 받아 왔다. 총 8개의 체계적문헌연구 및 메타분석 결과를 종합한 우산 리뷰(umbrella review)에서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이 높을수록 당뇨병 발병 위험이 13∼19% 증가하는 반면 식물성 단백질 섭취에서는 그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음을 보고했다[18]. Tian 등[19]의 연구에서는 단백질 급원별 당뇨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메타분석한 결과, 붉은 육류와 가공육 섭취는 당뇨병 발병 위험을 각각 22%, 39% 증가시킨 한편, 생선 섭취는 확실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으며, 계란의 섭취는 98세까지의 고령 인구를 포함한 일부 연구에서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다른 연구들을 포함해 메타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련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일반적으로 특별한 식사 개입이 없는 상태에서 동물성 단백질의 높은 섭취가 에너지 및 포화지방산의 섭취 증가와 섬유소 및 비타민 섭취 감소, 신체활동 수준의 감소, 체질량지수 증가 등 당뇨병의 주요 위험 요인과 동반되는 것에 기인한다[20]. 실제로 총 단백질 및 동물성 단백질 섭취와 당뇨병 위험 간 양의 상관관계는 위와 같은 요인들의 효과를 보정하였을 때, 통계적 유의성은 유지되었으나 다소 완화되는 것으로 보였다[12,16]. 또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동물성 단백질에 많이 함유된 가지사슬아미노산(branched-chain amino acid, BCAA)의 높은 혈중 수치는 당뇨병 위험을 예측하고, 그 수치의 감소는 인슐린저항성 개선과 관련이 있음을 보고한다[21-23]. 그러나 BCAA 수치 증가는 음식 섭취 외에도 장내 미생물 상태 및 대사 과정의 변화 등 다양한 원인에 기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BCAA, 인슐린저항성, 당뇨병 간의 관계는 상호 간의 영향을 주고받는 양방향적 특성을 보인다[24]. 즉, 당뇨병과 인슐린저항성 상태 자체가 BCAA 수치를 높이기도 하므로 질병 상태의 한 지표가 될 수는 있으나, 동물성 단백질의 과잉 섭취가 반드시 BCAA 수치 증가와 관련되어 당뇨병의 위험을 높인다고 확정 짓기는 어렵다.
당뇨병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동물성 단백질을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할 경우 평균 8주간의 관찰기간 동안 당화혈색소, 공복혈당 및 공복 인슐린 수치가 개선되었음이 나타났다[25]. 단백질 급원별 메타분석 결과에서도 총 식물성 단백질 섭취는 8%, 콩 섭취는 26%만큼의 당뇨병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비교적 일관된 결과를 보고했다[19]. 식물성 단백질 섭취의 증가는 그 식품의 영양소 조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섬유소, 지방, 미량영양소, 에너지 등 다른 영양소 및 식이 요인의 변화를 유도하여 복합적으로 당뇨병 위험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2023년 당뇨병 진료지침에서는 특정 급원 식품에 대한 권장 섭취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혈당 개선과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를 위해 포화지방산이 많은 식품의 섭취를 줄일 것을 권고한다[7]. 따라서 당뇨병환자와 고위험군에서는 단백질 섭취를 조절할 때 붉은 육류와 가공육 등 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동물성 단백질의 비중을 줄이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생선과 콩, 두부, 견과류 등 식물성 단백질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당뇨병의 예방 및 관리에 유리할 수 있다.
3. 단백질 보충제의 섭취
최근 고단백질 섭취가 노인에서는 근육 손실을 예방하고 저항운동 시 근육단백질의 합성을 증가시킨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가 주목됨에 따라, 건강 상태와 근육량 개선을 목적으로 단백질 및 아미노산 보충제의 이용이 확산되고 있다[26-28]. 유청 단백질(whey protein, WP)은 인슐린분비를 촉진하고 위 배출 속도를 지연시켜 식후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9]. 예를 들어, 15명의 2형당뇨병 환자가 하루 50 g의 WP를 아침 식사 전에 섭취한 경우 식후혈당은 감소하고 인슐린분비가 증가되었으며 이는 낮은 용량의 WP를 섭취한 다른 연구에 비해 더 뚜렷한 효과로 나타났다[30,31]. 최근 13개의 체계적문헌연구 및 메타분석을 포함한 우산 리뷰에서는 WP가 과체중ㆍ비만 또는 대사증후군 위험이 있는 사람의 혈당, 중성지방 및 혈압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하였으나, 분석에 포함된 RCT들의 연구기간과 WP 섭취 용량이 서로 상이하였으며 부작용 여부 보고와 대상자의 인종에 관한 정보가 없었음을 연구의 한계점으로 지적했다[32]. 대두 단백질(soy protein, SP)은 식물성 단백질로, L-아르기닌과 같은 특정 아미노산이 풍부해 인슐린감수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33]. 한 메타분석 결과, 6개월 이상의 SP 보충은 공복혈당, 저밀도지단백질콜레스테롤, C반응단백질 수치를 유의하게 감소시켰음을 보고하였으나, 분석에 포함된 연구들 간 이질성이 크게 나타났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잘 설계된 연구를 포함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34]. 또 다른 연구에서는 WP와 SP가 혈당에 미치는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건강한 15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두 가지 종류의 단백질(WP 대 SP)과 두 가지 단백질 섭취 비율(총 에너지섭취량에서 단백질이 차지하는 비율 15% 대 30%)로 분류된 4가지 음료형 식사를 제공했을 때, 30% WP 식사에서 30% SP 식사보다 더 높은 인슐린반응을 보였으나, 혈당의 차이는 없었으며 15% WP 식사와 15% SP 식사 간에서는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지표가 없었다[35].
결론
당뇨병환자에서 적절한 단백질 섭취는 혈당조절과 대사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건강한 단백질 식품 섭취 전략이 요구되며, 이는 단백질 급원에 따라 혈당조절에 미치는 영향이 상이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단백질을 포함한 다량영양소 섭취 비율은 개인의 식습관과 건강 상태에 따라 개별화하되, 일반적인 당뇨병환자에게는 체중 1 kg당 1.0∼1.5 g, 당뇨병신장질환 환자에게는 0.8 g/kg 수준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포화지방산이 많은 동물성 단백질은 과도한 섭취 시 당뇨병 및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생선과 식물성 단백질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백질 보충제는 근육 유지와 혈당 및 대사 지표 개선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음이 일부 연구들을 통해 알려졌으나, 대부분 소규모로 단기간 시행한 연구의 결과로 장기적인 효과와 생리적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다각도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과도한 단백질 섭취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단백질 보충제의 사용은 지속적인 단백질 결핍이 예상되거나, 근육 증가를 목적으로 운동량을 늘리는 등 적합한 목적이 있을 때 고려하도록 해야 하며 장기적인 섭취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향후 연구에서는 개별 환자의 대사 상태와 건강 목표에 맞춘 맞춤형 단백질 섭취 전략을 개발하고, 장기적인 건강 결과를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