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청소년기는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인지발달의 성장이 급격히 이루어지는 시기이다(Choi & Kim, 2021). 청소년기의 사고는 구체적 조작에서 형식적 조작으로 전환되는 시기로, 추상적 사고가 특히 발달되면서 불완전한 현실을 비관하거나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대학교 입학, 취업, 결혼 등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함으로써 과도한 불안을 나타내기도 한다(Kim et al., 2013). 최근 들어 청소년의 사춘기 시작이 빨라지고 있으며, 이 시기에는 신체적인 변화로서 2차 성징을 겪고 과도한 예민반응과 같이 청소년기 반항의 행동적 문제가 두드러지기도 한다(Kang, 2020). 이렇듯 청소년기는 사고의 전환과 함께 신체적, 정서적인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는 자녀의 사회화와 더불어 자녀의 성장에 있어 여러 발달적 측면에서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Lim & Park, 2011), 부모가 양육태도를 어떤 방식으로 취하는지에 따라 그 영향이 청소년기 자녀의 학교 및 교우관계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Lee & Kwon, 2021). 특히 부모와 청소년기 자녀 간의 관계가 부정적으로 형성될 경우, 청소년기 자녀는 정서적으로 쉽게 불안해지고 여러 심리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Lee et al., 2023),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 중 직업을 가진 이들은 가정과 직장에서 맡은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는데(Park & Moon, 2015) 특히, 취업 여성의 경우 자녀에 대한 양육과 더불어 직장에서의 역할로 어머니로서의 역할 수행이 더욱 가중되는 경향이 있다(Park et al., 2014). 이렇듯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취업 여성은 가사노동의 상당부분까지 담당함으로 인해 삼중고의 어려움이 있으며, 양육 부담이 취업 장애 요인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Lee et al., 2015). 취업여성에게 있어 직장업무와 자녀양육을 병행해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보여진다.
취업여성에 해당하는 간호사는 직접적인 환자 간호 제공과 의료현장에서 응급성과 불규칙성, 여러 부서와의 업무 협력, 그리고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 해결 등의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경험할 수 있다(Choi & Cho, 2018). 간호사는 이러한 업무 환경과 함께 가정에서도 자녀의 양육에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책감으로 내적, 외적 갈등을 겪게 되며 높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한다(Kim & Kim, 2016). 이러한 간호사의 저하된 건강상태는 결국 간호업무 수행에 신속, 정확, 효율성에 영향을 미쳐 환자 안전문제와 간호의 질을 감소시킬 수 있다(Ratner & Sawatzky, 2009). 따라서 자녀를 양육하는 간호사들이 가정과 직장에서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간호사는 도움이 필요한 환자를 보살펴주는 직업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직장이 아닌 가정에서도 자녀를 양육하는 일을 직장 업무와 동일한 맥락으로 보고 일의 연장선이라 느껴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게 보고된다(Park & Moon, 2015). 또한 간호사는 다른 직종의 취업모에 비해 양육스트레스가 높고, 교대 근무에 따른 야간 근무를 필수로 수행해야 하므로 자녀 양육에서 시간 부족으로 인한 갈등을 겪는다(Lee et al., 2015). 특히, 일반 병원보다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경우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 등, 규칙적이지 않은 근무 시간으로 자녀 양육의 어려움은 더욱 두드러진다(Ku & Lee, 2017). 이로 인해 간호사는 3교대를 못하고 이직을 하거나 퇴직을 결정하는 갈등을 겪기도 한다(Kim & Kim, 2016).
간호사의 자녀양육 관련 양적연구를 살펴보면, 양육 스트레스와 일-가정양립 갈등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Choi & Cho, 2018)와 양육 죄책감(Park et al., 2014), 양육 행동(Lee, 2021), 양육 태도(Oh et al., 2013), 사춘기자녀 양육 경험에 나타난 부모의 성인학습 분석(Kim, 2018) 등 다수의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대부분 아동기를 비롯하여 학령기 이전까지의 자녀를 둔 간호사 대상이었으며, 기존의 연구로는 간호사의 심층적인 양육 체험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자녀양육 경험을 확인한 질적연구를 살펴보면, 영유아, 아동,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간호사(Lee et al., 2015), 학령기(Kim & Tak, 2019; Ku & Lee, 2017)로 주로 연령층이 낮은 아동을 양육하는 간호사를 중심으로 수행되었다. 청소년기 자녀를 둔 어머니의 양육에 대한 연구(Choi & Kim, 2021; Kang, 2020)가 수행되었지만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대체로 미비하여,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 간호사가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과 양육에 대한 고충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하였다.
이에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간호사들의 경험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상황적 구조진술을 통하여 개개인의 특성을 언급한 Giorgi 현상학적 분석방법을 적용하여 간호사들의 청소년기 자녀 양육에 대한 심층적인 경험 의미를 이해하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략적인 방안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 연구의 목적은 간호사의 청소년기 자녀 양육 경험을 탐색하여 그들의 관점에서 자녀 양육 경험의 의미와 구조를 기술하는 것이다. 이에 이 연구 문제는 ‘간호사의 청소년기 자녀 양육 경험은 무엇인가’이다.
대상 및 방법
2. 연구 참여자
이 연구의 대상자는 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이거나 근무했던 당시 청소년기 자녀를 둔 간호사이다. 대상자 선정은 청소년기 자녀 양육에 대한 경험을 풍부하게 제공해 줄 수 있는 참여자를 목적적 표본추출 방법과 눈덩이 표집법에 따라 선정하였다. 구체적인 선정 기준으로 2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로, 청소년기 자녀가 한 명 이상이고, 연구의 목적과 방법을 이해하고 연구 참여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자이다. 양육 경험의 차이를 배제하고자 선천성 질환이 있는 자녀를 둔 간호사는 제외하였다.
3. 자료 수집
이 연구의 자료수집은 2023년 12월 22일부터 2024년 4월 8일까지 이루어졌다. 자료수집 방법은 개인별 심층 면담으로 이루어졌으며, 면담은 연구자 1인과 참여자 1인으로 1:1 면담을 하였다. 6명의 참여자는 2회, 1명의 참여자는 1회의 면담을 거쳐 총 13회 면담이 진행되었다. 자료수집을 위한 심층 면담은 대부분 대상자의 집 근처 카페에서 이루어 졌으며, 조용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졌고, 참여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실시하였다. 면담 시작 전에 연구 목적을 설명하고, 면담하는 동안 녹음이 이뤄짐을 설명하고 녹음하였다. 연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연구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으며, 소정의 감사물품을 제공할 것임을 미리 알렸다. 면담 후 필사한 내용 중 의미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부분은 2차 인터뷰에서 추가 면담하였으며, 면담에서 연구 주제와 관련된 진술 내용이 반복되어 더 이상 새로운 진술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이루어졌다. 면담시간은 최소 50분에 최대 1시간 42분으로 평균 75분 정도였다.
면담 질문은 “간호사로서 청소년기 자녀 양육 경험은 어떠하였습니까?” 였으며, 개방적이고 비구조화된 질문을 사용하여 참여자의 생생한 경험을 있는 그대로 진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부가적 질문은 “간호사로서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입니까?”, “간호사로서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할 때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입니까?”, “간호사로서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은 무엇입니까?” 등 이었다. 참여자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면담하는 동안 연구자의 반응을 최소화하였으며, 최대한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또한 선이해와 가정을 괄호치기하여 참여자가 이야기하는 흐름에 집중하고자 하였으며 종결 단계에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확인하였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을 중심으로 진술하였으며, 녹음된 면담 내용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연구자가 직접 필사하였다. 면담에서 참여자의 표정, 어조, 어투, 특징이 될 만한 사항 등 자료 분석 시 참고할 만한 사항을 기록하였다.
4. 자료 분석
자료 분석은 자료수집과 동시에 순환적으로 이루어졌으며, Giorgi의 현상학적 분석 방법(Giorgi et al., 1985)에 따라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
첫째, 연구자는 청소년기 자녀 양육 경험에 대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하여 자료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하여 읽어 자료의 전체적인 상황을 대략적으로 파악하였다. 둘째, 연구 현상에 초점을 맞춰 자료 전체를 처음으로 되돌아가 꼼꼼하게 읽어가면서 청소년기 양육 경험의 본질을 나타내는데 의미 있는 문장이나 구에 밑줄을 그어 의미 단위들을 추출하였다. 셋째, 의미를 조합한 후, 참여자의 언어로 표현된 의미 단위들을 학술적 용어로 변형하고 조직화하였다. 이때 의미 단위가 훼손되지 않도록 여러 차례 심사숙고하면서 참여자의 청소년기 양육 경험의 본질에서 간호학적으로 적절한 표현이 생성될 때까지 변형을 반복하였다. 넷째, 분석과정을 통해 전환된 의미단위들을 종합하여 현상의 본질구조를 파악하며 보다 추상적인 언어로 기술하여 하부 구성요소를 도출하였다. 이렇게 도출된 참여자별 상황적 구조를 표로 기술하였다. 마지막으로 구성요소를 가장 잘 드러내는 진술사례들을 선별하여 재정리한 후 통합하여 간호사의 청소년기 자녀 양육 경험에 대한 일반적 구조를 기술하였다.
5. 연구의 엄밀성 확보
이 연구의 질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자는 질적 연구의 심층면담 및 자료 분석에 대한 훈련으로 대학원에서 질적 연구관련 2개 교과목을 이수하였고, 질적 연구 학술대회 및 질적 연구 학회에 참석하여 꾸준히 연구 역량을 함양하는 등의 준비를 하였다. 이 연구의 질과 엄격성을 위하여 Lincoln과 Guba (1985)가 제시한 진실성(truth value), 일관성(consistency), 적합성(applicability), 중립성(neutrality)의 기준에 따라 평가하였다. 진실성 확보를 위해 사실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청소년기 자녀 양육 경험을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참여자 선정을 위해 노력하였으며, 연구자의 자유연상법(imaginative variation)을 사용하여 끊임없이 창조적 사고와 질문을 통해 연구의 사실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였다. 자료 분석을 수행하고 결과에 대한 왜곡이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가졌으며, 참여자들이 진술한 경험을 사실대로 기술하였는지 점검받는 참여자 확인 과정을 거쳤다. 일관성 확보를 위해 Giorgi 분석 방법에 따라 연구하였으며, 연구 현상을 최대한 풍부하게 기술하고, 연구에 대한 진술이 포화 상태가 될 때까지 자료를 수집하여 적합성을 확보하였다. 마지막으로 중립성 확보를 위해 연구자의 선 이해와 선입견에 대한 괄호 치기(bracketing) 작업을 끊임없이 하면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했으며, 참여자의 경험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참여자의 경험을 판단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다.
6. 윤리적 고려
이 연구는 고신대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KU IRB 2023-0028)을 받은 후 진행되었다. 연구 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방법, 면담 내용 녹음 등 연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후 연구 참여 동의서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경우 면담을 진행하였다. 연구 참여자가 원치 않는 경우 언제라도 철회가 가능함을 안내하였으며, 면담자료는 익명으로 처리되며 연구 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음을 설명하였다. 또한 수집된 모든 자료는 3년간 보관할 것이며, 이후 녹음파일과 컴퓨터 저장 파일은 복원이 불가능한 방법으로 영구삭제하고 서면으로 된 자료는 파쇄할 것임을 연구 참여자에게 설명하였다. 면담 후 연구참여자에게 감사의 표시로 소정의 사례를 지급하였다.
결 과
이 연구의 참여자는 종합병원에서 현재 근무 중이거나 근무 경험이 있는 간호사 7명이었다. 참여자의 연령대는 50대 1명, 40대 5명, 30대 1명으로 평균 연령은 44.7세였으며, 2명의 청소년기 자녀를 둔 참여자가 6명, 1명의 청소년기 자녀를 둔 참여자가 1명이었다. 총 근무 기간은 최소 4년에서 최대 25년이었다(Table 1).
Table 1.
No. | Sex | Age (yr) | Length of work (yr) | No. of adolescent children |
---|---|---|---|---|
1 | Female | 48 | 20 | 2 |
2 | Female | 35 | 6 | 1 |
3 | Female | 40 | 4 | 2 |
4 | Female | 52 | 25 | 2 |
5 | Female | 46 | 20 | 2 |
6 | Female | 45 | 4 | 2 |
7 | Female | 47 | 24 | 2 |
1. 간호사의 청소년기 자녀 양육 경험의 구성 요소
간호사의 청소년기 자녀 양육 경험의 본질은 5개의 구성요소와 16개 하위 구성 요소이다. 5개의 구성 요소는 ‘일과 가정 양립에서의 고충’, ‘힘이 되어주는 가족’, ‘간호사로서의 자부심’, ‘내 자식 같지 않은 사춘기 자녀’, ‘변화되는 양육태도’였다(Table 2).
Table 2.
1) 일과 가정 양립에서의 고충
참여자들은 병원이라는 특수한 근무지에 종사하면서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양립해가는 과정 가운데 나름의 고충을 겪고 있었다. 간호사는 교대근무를 통해 정해진 시간 내에 완수해야 할 업무량이 있고, 이를 수행함에 있어 상당한 업무강도가 뒤따를 뿐만 아니라 상당한 신체적 · 정신적 스트레스를 업무 중 경험한다. 업무로 인해 녹초가 되어버린 참여자는 퇴근 이후 자녀를 신경 써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업무 동안에 억눌려 있던 감정을 가정에서 자녀에게 투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참여자들은 자녀에게 엄마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특히 자신이 간호사임에도 불구하고 내 자녀가 아플 때 돌볼 수 없는 현실에 회의감을 느꼈다. 참여자들은 자녀를 위해 때때로 자신의 업무적인 부분에서 포기할 부분도 있음을 받아들이고 가족과 함께 하기를 원했다. 이와 관련된 하위 구성 요소는 ‘신경 써주지 못한 미안함’, ‘밀려오는 회의감’, ‘자녀에게 투사된 직장 스트레스’, ‘선택과 희생’이었다.
신경 써주지 못한 미안함
참여자들은 자신의 바쁜 업무로 인해 자녀를 보다 세심하게 신경 써주지 못하는 현실에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참여자들은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신체적, 정서적으로 소진이 된 상태로 퇴근을 하면 극심한 피로감을 겪었고, 이로 인해 자녀에게 관심을 갖기보다는 자신의 휴식에 집중하였다.
밀려오는 회의감
참여자들은 자신이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인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자녀가 아플 때는 바쁜 업무로 인해 자녀의 연락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간호사라는 직업이 아픈 이들을 돌보는 소중한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자녀가 아플 때는 자신이 간호사로서 아이들을 돌보지 못한다는 점에서 직업적인 회의감을 느꼈다. 간호사의 경우 계획표 상의 교대근무로 스케쥴이 운영되고, 대체 근무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갑작스런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쉽지 않아 자녀를 양육하는 간호사의 고충은 적지 않다.
자녀에게 투사된 직장 스트레스
참여자들은 병원에서 다양한 직종을 비롯한 환자와 보호자와 접촉함으로 인해 신체적, 정서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소진된 감정을 해소하지 못한 채 퇴근을 함으로써, 가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아이들에게 표출하기도 하였다.
선택과 희생
참여자는 청소년기 자녀 양육을 위해 교대근무를 포기하고 상근직으로 전환하거나, 보다 자녀 양육에 용이한 근무환경을 갖춘 병원으로의 이직을 결정하기도 하였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경력과 인사고과 등을 고려하였을 때,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음에도 자녀가 우선이 되는 선택을 하고자 노력하였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하는 위치더라고요. 이번달까지 근무하고 OO지역에 가기로 했어요. 결국 아이들이랑 같이 지내기로 한거죠. 저도 그렇게 되면 애들한테 항상 신경 못 써줘서 미안하고 했던 것들은 조금은 덜 미안하지 않을까 싶은데. 솔직히 큰애는 중학교 시절을 같이 못 있어줬으니까 생각해보면 계속 미안은 할 것 같아요(참여자 3).”
“솔직히 종병에서 근무를 계속하고 싶었는데 아이들한테 정말 시간이 더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서 3교대를 그만 둔거죠. 아이들한테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어디 있겠어요. 제가 놓친 시간만큼 지금도 너무 중요한 시기인거죠(참여자 5).”
2) 힘이 되어주는 가족
참여자들은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자녀를 양육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을 비롯해서 양가 부모님 등 가족들의 도움이 가장 컸다고 표현하였다. 그리고 간호사로 근무하는 동안 아이들이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나가는 모습들을 볼 때마다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움도 느꼈다. 이와 관련된 하위 구성 요소는 ‘스스로 해결함이 익숙한 자녀’, ‘가족의 도움 필요’였다.
스스로 해결함이 익숙한 자녀
참여자들은 자신의 교대근무로 인해 발생하는 불규칙한 근무스케줄과 생활패턴으로 인해 자녀들도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점차적으로 자녀들도 엄마의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자녀들 스스로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였으며, 그러한 생활이 익숙해지고 있었다.
“딸이 (몸이 아파서)두 달에 한 번은 입원을 했던 것 같거든요. 증상을 보면 본인이 느끼잖아요. 그럼 이제 학교 스스로 조퇴하고 와서 병원 잠시 들렀다가 집에 가서 짐 다 챙겨서 입원을 해요. 엄마는 일을 해야 되니까. 나중에 근무 마치고(엄마인)나는 가서 싸인만 하면 됐거든요. 딸이 다 알아서 하게 됐어요(참여자 1).”
“애가 (학원)스케쥴 조절하거나 이런 거는 선생님이랑 직접 소통하면서 변경하고 다니고 하는 거 보면서 아 이젠 알아서 하는구나 생각이 많이 들었죠. 왜냐하면 간호사들은 전화 못 받잖아요. 그러니까 그거에 너무 애들이 너무 익숙해져서 그냥 알아서 하는 거 같아요. 거기에 대해서는 저는 좀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대견하다 생각도 들어요(참여자 7).”
3) 간호사로의 자부심
참여자는 간호사로서 근무하면서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것을 뿌듯해하였고, 자녀들이 간호사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참여자 스스로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만족하고 직업적 자부심을 갖고 있었으며, 간호사라는 직업을 자녀들의 진로 선택에 있어 기준점으로 제시해 주기도 하였다. 이와 관련된 하위 구성요소는 ‘자녀의 요구를 채워줄 수 있는 경제력’, ‘자녀로부터 인정받는 엄마’, ‘직업에 대한 자긍심’, ‘자녀의 진로 선택의 기준이 됨’이었다.
자녀의 요구를 채워줄 수 있는 경제력
참여자는 자신의 경제적인 활동을 통해 자녀에게 물질적인 지원을 해 줄 수 있음을 뿌듯해하였다. 청소년기 자녀들 또한 자신의 엄마가 또래 엄마들과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을 경제적인 능력을 갖춘 것에 만족해하는 것 같다고 참여자들은 생각하였다.
“3교대하면서 알바란 알바는 다 다니고 진짜 나이트 오픈데도 불구하고, 구급차 알바 다 나가고. CPR 알바 나가고, 진짜 돈에 미친 거죠. 그냥 진짜 제 몸을 갈아 넣었어요. 중학교 들어가는데 그래도 최소한의 그런 건 있어야지 라고해서 조금 브랜드 있는 패딩이나 이름있는 옷들을 사줬는데 매일 그것만 입고 다니는거에요. 역시 클수록 돈이구나!(참여자 2).”
“사실 엄마가 일하면 돈으로 때우려고 하는 게 있잖아요. 필요하다 하면 항상 그냥 빨리빨리 돈을 주고 결제해주고 그렇게 해와서 이제 그런 걸 아이들이 좋아하더라고요(참여자 7).”
4) 내 자식 같지 않은 사춘기 자녀
참여자의 청소년기 자녀들은 가족보다는 친구를 우선순위에 두었으며, 자신만의 개인적인 공간을 원해 집에 오면 방문을 닫기 일쑤였다. 중학교 입학 이후 점차 자녀가 변화하기 시작하였고 대화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때때로 청소년기 자녀들은 일탈 행동을 일삼기도 하였으며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배신감과 같은 충격을 경험하였다. 이와 관련된 하위 구성요소는 ‘친구가 우선인 자녀’, ‘달라진 자녀를 느낌’, ‘자녀의 일탈로 인한 충격’이었다.
달라진 자녀를 느낌
참여자의 자녀들은 중학교에 입학한 후 방문을 꾹 닫고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또한 자녀들은 일상생활에서 짜증을 내기도 하며 자신이 필요하다 생각되지 않으면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았다. 참여자는 자녀에게 조언을 하여도 귀담아듣지 않는 것 같아 마치 벽에 막힌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으며, 자녀가 엄마와의 관계를 밀어내는 순간에 실연당한 기분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큰애가 짜증을 좀 내기 시작할 때가 중학교였던 것 같아요. 말문을 아예 닫아버린다는 느낌이 그냥 이름을 불러도 대답을 안한다든지, 정말 자기가 필요해야지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참여자 3).”
“딸이 그냥 일상 대화에서도 짜증을 많이 내고 문을 닫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죠. 중학교 올라가면서부터 뭔가 말을 해도 잘 흡수가 안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참여자 4).”
“사춘기가 오다 보니깐 아이들이 차단을 그냥 해버려요. 문 닫고 들어가 버려요. 엄마랑 관계를 밀어낸다고 해야 되나? 첫사랑한테 실연당한 그런 기분이었어요. 솔직히 이야기 안 통하고 그럴 때는 벽에 막힌 기분이라서 저 많이 울었거든요. 문을 닫는 거부터 시작해서 대답을 안할 때도 그렇고요(참여자 5).”
5) 변화되는 양육 태도
참여자들은 청소년기 자녀와의 충돌로 인해 자신도 덩달아 격해지는 감정을 경험하였다. 그러나 이내 곧 부모인 자신이 참고 인내하는 것이 청소년기 자녀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녀와의 관계에서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다가가는 노력을 하였다. 이와 관련된 하위 구성 요소는 ‘격해지는 감정’, ‘인내’, ‘자녀를 위한 노력’이었다.
격해지는 감정
참여자들은 휘몰아치는 청소년기 자녀들의 감정에 자신도 견디지 못하고 같이 폭발하며 격해지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자녀의 감정에 동요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 하면서도 참여자들은 예상치 못한 자녀의 반항에 직면하면 본인의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애들이 커가니까 자기 생각이 좀 굳어지잖아요. 그러면 이제 엄마랑 생각이랑 안 맞으니까. 그럴 때는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고 굉장히 내세우고 하니까 서로 의견 충돌이 왔을 때는 저도 소리 지르게 되고 격해질 수 밖에 없더라고요. 그때는 차라리 뛰쳐나가고 싶다 생각도 들고 정말 힘들었죠(참여자 4).”
“또 게임을 하면서 난리 발광을 떨더라고요. 조용히 하라고 이러니까는 눈알이 확 바뀌면서 덤비는 거에요. 계속 눈을 막 부라리면서 그냥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요. 그래가지고 저도 진짜 때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눈 돌아가는 거 보니까 저도 눈이 돌아가지고 그냥 뺨 때리고 안경 날아가고(참여자 7).”
자녀를 위한 노력
참여자는 마음을 닫는 자녀를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에 자녀와의 관계에서 넘지 않아야 될 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선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야기하는 것도 일부러 시간을 내고 인식을 해서 노력을 한다고 해야 할까요? 가족들끼리도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노력이 필요하구나 그런 것들을 좀 많이 느끼고 애를 키우면서 알게 된 것 같아요(참여자 1).”
“자식이라도 적당한 선은 필요한 것 같아요. 그건 아이들도 똑같지 않을까요? 내가 모든 걸 다 알려고 하고 같이 함께 할려고 하면 피곤해할 거 같아요(참여자 3).”
“아이한테 정말 ‘왜 그러니’ 그런 말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자꾸 부딪치게 되더라고요. 같이 하고 싶은 것뿐인데 애를 탓 하는 게 돼버리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말을 안 하려고 노력을 했어요. 이게 연습이 되게 필요하더라고요(참여자 5).”
2. 연구 참여자의 청소년기 자녀 양육 경험의 일반적 구조
이 연구에서 도출된 5개의 구성 요소를 중심으로 참여자의 청소년기 자녀 양육 경험의 일반적 구조를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참여자들은 간호사 업무와 가정생활을 해 나감에 있어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해내고자 노력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가운데 고충을 겪고 있었다. 간호사 업무의 특성 상 고강도의 업무로 인해 신체적 ·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고,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해 참여자들은 청소년기 자녀에게 세심하게 신경 써주지 못함으로써 항상 미안해하였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 업무가 간호사로서 아픈 환자를 돌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자녀가 아플 때는 기존에 계획된 근무 스케줄도 변경할 수 없고 대체 근무자도 구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회의감을 느꼈다. 또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그대로 품고 가정으로 돌아와 자신의 감정을 자녀에게 표출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참여자들은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하기 위해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되는 교대근무를 포기하기도 하고, 더 좋은 양육환경을 위해 과감하게 이직을 결심하기도 하는 등 간호사로서의 자신의 목표를 포기하는 상황을 감내하였다.
참여자들은 가족들의 지지를 받아 일과 가정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다. 간호사의 근무 특성상 불규칙한 근무 스케줄임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이 항상 엄마의 업무환경을 이해하고 오히려 엄마의 빈자리를 메꿔가며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또한 참여자들의 일과 가정생활에 있어 남편을 비롯하여 친정, 시댁 식구들이 든든하게 자리매김해주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직업이 전문직종인 간호사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자신의 직장생활을 통해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직업에 충분히 만족하였다. 또한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충분히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하였다. 이렇듯 참여자의 강한 자신감을 비롯하여 일터에서 즐겁게 일하는 엄마를 옆에서 보고 자란 자녀는 자연스럽게 자신도 간호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고, 간호사로서의 미래를 꿈꾸기도 하였다.
한편 참여자들은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자녀가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친구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가족들보다 친구들과 더 오랜 시간을 함께 있기를 원하였다. 집에 돌아온 자녀들은 자신의 방문부터 닫아버리기 일쑤였고, 자녀에게 대화를 시도해보았지만 마음의 문을 걸어잠근 자녀와 대화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자녀의 변화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폭력적이거나 이해하기 힘든 일탈행동을 보란 듯이 하는 자녀를 보며 당황스럽기도 하였고, 믿었던 자녀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참여자들은 청소년기 자녀 양육을 통해 점차 자신의 양육태도를 변화시켜 나갔다. 참여자들은 자녀의 휘몰아치는 감정에 맞서 자신의 감정 또한 격해져 자녀에게 맞대응하기도 하였으나, 이내 자녀에게 성장의 시간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자녀와의 관계에서 적절한 선을 지켜내는 것이 필요하며, 자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일부러 할애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고 찰
이 연구는 간호사의 청소년기 자녀 양육 경험의 본질을 탐색하기 위해 현상학적 접근을 하였다. 도출된 구성 요소는 ‘일과 가정 양립에서의 고충’, ‘힘이 되어주는 가족’, ‘간호사로서의 자부심’, ‘내 자식 같지 않은 사춘기 자녀’, ‘변화되는 양육 태도’였다.
첫 번째 구성 요소인 ‘일과 가정 양립에서의 고충’은 ‘신경 써주지 못한 미안함’, ‘밀려오는 회의감’, ‘자녀에게 투사된 직장 스트레스’, ‘선택과 희생’이라는 4가지 하위 구성요소로부터 도출되었다. 이렇듯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간호사는 업무를 완수해야 하는 책임감과 가정 내에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것으로 인해 나름의 고충을 겪고 있었고 이러한 고충은 영유아기와 학령기 자녀를 양육하는 간호사(Kim & Tak, 2019)의 ‘일과 양육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등 상황’과 유사하였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이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자녀에게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결과는 어린 자녀를 둔 3교대 간호사의 양육 경험을 다룬 연구에서(Kim et al., 2018) 양육 갈등을 ‘아이들에게 짜증낸 후 후회함’으로 표현한 것과 일부 유사하였다. 이 연구의 참여자들은 청소년기로 접어든 자녀가 엄마의 직업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자아가 형성된 것으로 여겨 자신의 상황과 스트레스를 때때로 토로하였다. 그리고 이 연구의 결과는 3교대 간호사 대상의 자녀 양육 체험을 보고한 선행연구에서(Lee et al., 2015)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함’으로 양육의 어려움을 나타낸 결과와 유사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청소년기 시기에 접어드는 자녀를 위해 교대근무를 상근직으로 바꾸거나 근무지를 자녀 양육에 더 용이한 곳으로 이직하는 등 자신의 경력보다는 자녀를 위해 희생을 감수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 결과를 통하여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간호사의 일과 가정 양립에서의 고충을 이해하고, 고충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근로자가 직장과 가정 내 역할 갈등을 높게 인지할수록 이직의도 또한 높게 보고된 점을 감안할 때(Choi et al., 2015), 간호사가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 갈등을 겪지 않고 이직을 방지할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병원 및 간호조직 차원에서 병원간호사를 대상으로 직장-가정 내 역할에 의한 소진을 방지하기 위한 직무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 도입과 가정에서 청소년기 자녀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유대감 증진 프로그램으로 일-가정 양립에 대한 고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구성 요소인 ‘힘이 되어주는 가족’은 ‘스스로 해결함이 익숙한 자녀’, ‘가족의 도움 필요’라는 2가지 하위 구성 요소로부터 도출되었다. 이는 간호사 엄마를 둔 청소년기 자녀가 스스로 단련되어 가는 과정과 자녀 양육에서 남편과 가족, 지인의 도움이 필요한 경험을 나타내고 있다. 간호사는 교대근무라는 근무 특성으로 인해 스트레스와 피로도가 높고(Lee et al., 2015), 야간 근무 등 불규칙한 근무 일정 등으로 인해 양육에서 가족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는 간호사의 양육 경험을 보고한 선행연구 중, 가족확대기 간호사 대상의 Kim과 Kim (2016)의 연구에서 ‘가족의 협조와 배려’와, 유 · 아동과 학령기 자녀를 양육하는 간호사 대상의 Kim과 Tak (2019)의 연구에서 ‘가족들의 협조와 지지’의 맥락과 유사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가족과 지인의 도움에 대한 필요성은 ‘짐을 같이 들어주어 고마움’의 Lee 등(2015)의 연구와 ‘돕는 손길의 고마움’의 Kim 등(2018)의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있었다. 기존의 선행연구 대부분이 유아기, 학령기 자녀를 키우는 간호사가 주 대상이었던 반면, 이 연구는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간호사가 주 참여자로, 연구 대상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육과정에서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은 여전히 필요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기혼간호사의 자녀 양육에 도움을 주기 위해 보다 폭 넓은 양육 서비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시행되는 양육지원 정책은 영유아 및 초등학교 저학년 중심으로 제한되어 있는 실정으로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에게도 이를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하여 간호사가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가족친화 인사정책의 일환으로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탄력적 일일 또는 주간 근무 시간을 허용함으로써 시간적인 갈등을 완화해 나가고 있고 질병에 걸린 자녀를 위해 법적 규정을 초과하는 휴가를 허용하기도 한다(Nam, 2023). 향후 우리나라도 자녀 양육지원의 범위를 영 · 유아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기까지 폭 넓게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세 번째 구성 요인 ‘간호사로서의 자부심’은 ‘자녀의 요구를 채워줄 수 있는 경제력’, ‘자녀로부터 인정받는 엄마’, ‘직업에 대한 자긍심’, ‘자녀의 진로 선택의 기준이 됨’이라는 4가지 하위 구성 요소로부터 도출되었다. 이는 의료인으로서 전문성을 갖고 있는 간호사의 직업에 대한 자신감과 자신이 직업활동을 함으로써 경제적으로 자녀의 요구를 무리 없이 들어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엄마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녀에게 엄마의 직업이 진로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치는 경험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Kim과 Tak (2019)의 연구에서 ‘간호사 직업에 대한 자부심 찾기’와 ‘아이에게 경제적 · 심리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내 자신 찾기’의 결과와 일맥상통하며, 어머니의 직업이 자녀의 진로 의사결정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고한 Seon과 Kim (2008)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이 청소년기 자녀로부터 간호사라는 직업의 가치를 인정받고, 그로 인해 자신의 직업을 자녀의 진로 선택의 기준점으로 여기기도 하였다. 따라서 자녀를 양육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가정-일 생활 양립을 위한 병원 차원의 전문인력의 복지제도 등을 보완함으로써 이들의 긍정적인 간호전문직관의 확립을 위해 노력해나갈 필요가 있다.
네 번째 구성 요소인 ‘내 자식 같지 않은 사춘기 자녀’는 ‘친구가 우선인 자녀’, ‘달라진 자녀를 느낌’, ‘자녀의 일탈로 인한 충격’이라는 3가지 하위 구성 요소로부터 도출되었다. 이는 자녀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신체적·정서적 발달이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그들의 삶에서 친구가 우선이 되며, 호르몬 변화로 인한 휘몰아치는 감정변화와 사춘기적 일탈에 대한 경험을 나타내고 있다.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부족하여 비교하기에 어려움이 있으나 사춘기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경험을 보고한 Kang (2020)의 연구에서 ‘혼자 있기를 원하는 아이’, ‘말수가 줄어드는 아이’와 유사한 결과를 볼 수 있었으며, 한부모 가정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Kang과 Cheon (2014)의 연구에서 ‘자녀의 사춘기로 인해 양육 스트레스가 가중됨’의 맥락과 같았다. 사춘기 청소년은 2차 성징이라는 신체적 변화를 겪고 심리적으로도 부모와 독립하려고 하며, 정서적 혼란과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Kang, 2020). 이로 인해 사춘기 시기의 자녀들은 일상생활에서 잦은 짜증을 내고 때때로 일탈을 일삼고 폭력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며, 부모는 예전과는 다른 자녀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Kang & Cheon, 2014).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는 이전과는 다른 행동적, 반응적 양상을 나타내므로 부모는 이에 따른 변화를 이해해야 할 것이며, 사춘기 자녀의 무모함과 공격성을 부모로서 어떻게 다루고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부모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청소년기 자녀 대상의 부모 교육에 부모됨을 재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부모 교육의 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다섯 번째 구성 요인 ‘변화되는 양육 태도’는 ‘격해지는 감정’, ‘인내’, ‘자녀를 위한 노력’이라는 3가지 하위 구성 요소로부터 도출되었다. 이는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면서 자녀의 감정 변화에 따라 때로는 참여자들조차 주체할 수 없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였으나 변화무쌍한 자녀의 감정표현을 수용하고 자녀와 적절한 선을 유지하면서 노력하게 되는 경험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경험을 보고한 Choi와 Kim (2021)의 연구에서 ‘시행착오 받아들이기’, ‘조율’과 유사하였으며, 사춘기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경험을 보고한 Kang (2020)의 연구에서 ‘내려놓기’와 동일한 맥락이었다.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들은 자녀의 성장 발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마치 파도를 타는 것과 같이 자녀와의 관계를 때로는 대담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조율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Choi & Kim, 2021), 때로는 자녀의 변화된 감정과 행동이 잦아들 수 있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Kim, 2018). 특히 이 연구에서는 간호사가 자녀와의 관계에서 인내의 시간도 필요 하지만 더 나아가 청소년기 자녀와의 적절한 선을 유지하고, 자녀를 인격체로 존중해 주며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춘기 시기의 자녀는 성인기로 접어드는 과도기에 해당하며, 이 시기에 부모의 바람직한 양육 태도는 자녀의 건강한 성장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에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양육태도에 대한 질적 연구가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자녀의 변화된 행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인지된 행동에 대한 대처 전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총괄적으로 자녀 양육에 대한 연구 중 직업 여성의 청소년기 자녀 양육에 대한 연구(Kang, 2020)에서는 자신을 돌아보고 자녀와의 갈등을 인식 후 극복하는 반면, 이 연구에서는 간호사라는 전문직으로 자녀가 대상자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직업적 특성으로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또한, 기존 어머니와 직업 여성의 청소년기 자녀 양육에 대한 연구(Choi & Kim, 2021; Kim, 2017)에서는 청소년기 자녀와 시간을 보내고 신체적, 정서적 표현으로 자녀에게 다가가지만, 이 연구에서는 대상자가 간호 업무로 지친 일상을 보내면서 피곤함으로 청소년기 자녀를 신경 쓸 수 없음에 자녀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을 가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이렇듯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데 어머니의 직업, 가정내 환경 등이 영향이 있을 것으로 사료되며, 다양한 직종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청소년기 자녀의 양육 경험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연구의 대상은 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이거나 근무 당시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간호사였으며, 현재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간호사로 대상자를 제한하기에는 대상자 모집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양육 경험에 대한 심층적인 의미를 탐구하였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추후 간호사 자녀의 성장주기에 따라 양육 경험을 비교하는 연구와 일반 취업모와 간호사를 비교분석하는 연구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결 론
이 연구는 Giorgi의 현상학적 방법을 적용하여 간호사의 청소년기 자녀 양육 경험의 본질과 의미 구조를 탐색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간호사로서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면서 자녀들의 신체적·정서적 변화에 따른 고충도 있었지만 자녀가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도출된 연구 결과는 ‘일과 가정 양립에서의 고충’, ‘힘이 되어주는 가족’, ‘간호사로서의 자부심’, ‘내 자식 같지 않은 사춘기 자녀’, ‘변화되는 양육태도’이다.
이 연구는 간호사의 청소년기 자녀 양육 경험을 통해 간호사의 일-가정 양립 어려움과 청소년기의 사춘기적 특성에 따른 양육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이에 관한 이해와 고찰을 바탕으로 전문직인 간호사로서 자녀 양육에 필요한 가치와 의미를 찾으며 청소년기 자녀 양육에 대처 전략 개발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상의 결과로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간호사를 위해 소진을 방지하기 위한 스트레스 완화프로그램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간호사들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추후 연구는 남자 간호사를 대상으로 청소년기 자녀 양육 경험을 확인하는 질적 연구가 수행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통합적으로 청소년기 자녀양육의 부모교육에 대한 프로그램 개발 연구를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