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우리 나라에서는 메르스 유행이 발생해 186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36명이 사망한 일이 있었고[1] 우리나라 감염병 대응은 메르스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진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이때를 기점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2014년과 2015년에 거쳐 서아프리카의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를 중심으로 에볼라 대유행이 있었고 당시 약 28,00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11,000여 명이 사망하는 결과[2]가 초래되어 공중보건 위기사태가 선포된 바 있었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는 에볼라 대유행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에볼라 대응과 관련하여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난 바 있다. 물론 전술한 바와 같이 메르스 유행으로 방역체계가 보완되기 전의 일이고 코로나19 유행을 통해 대응체계가 강화된 현 시점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경과된 현 시점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점들이 있어 고찰하고자 한다.
먼저 문제가 된 사례는 50대 남성으로 아프리카 가나에서 6개월간 업무를 하고 2014년 9월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입국 당시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입국 1주일 후부터 몸에 이상 증상을 느끼고 고열이 발생하면서 쓰러져서 119를 통해 거주지인 부산의 의료기관으로 이송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가족들이 환자가 아프리카에서 근무하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119 대응요원에게 설명했고 이를 들은 대응요원은 당시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에 환자 이송에 대해 상의하게 되었다. 당시 에볼라는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어서 질병관리본부는 서아프리카 위험지역을 다녀온 사람들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었고 해당 환자는 관리대상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본인이 의식이 없고 가족들은 정확한 근무지역을 알지 못하고 있어서 에볼라를 완전히 배재할 수 없었다. 이에 소방당국은 지역 인근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으로 이송을 준비하였으나 공교롭게도 인근의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이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고 해당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들도 에볼라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은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아서 신속한 이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대상환자가 에볼라 유행지역 방문자가 아니라는 판단 하에 일반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시행하도록 권고했고 결국 환자는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이 아닌 일반 3차의료기관에 내원해서 진료를 시행 받았고 열대열 말라리아로 판정받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환자는 열대열 말라리아로 진단받았지만 3일 후 사망했고 이 과정에서 열대열 말라리아 치료제가 부산지역에는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바로 투여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부분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게 되었다.
이 사례는 치명적인 신종 감염병 대응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만약 당시가 전 세계적으로 에볼라가 유행하던 시기가 아니라면 119 대응요원이 대상자가 아프리카를 다녀온 적이 있다는 가족의 말만 듣고 에볼라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며 결과적으로만 본다면 대응요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했다. 이런 고민은 감염병 대응에 있어 항상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누가 봐도 명백한 경우는 지침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현장에서는 항상 회색지대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2015년 우리나라 메르스 최초 확진사례가 발생했을 때도 메르스의 감염재생산 지수가 약 1로 전파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최초 사례가 발생한 병실과 그 옆 병실을 방역 차단선으로 삼고 대응을 했지만 이후 같은 층에 입원해 있던 복수의 환자들을 통해 2차 전파가 발생하면서 전국적인 대규모 유행이 촉발되었던 바가 있다. 부산에서 발생한 열대열 말라리아 환자의 아프리카 방문력을 고려해 에볼라 의심환자에 준해 대응을 한 119 대응요원과 메르스의 제한적인 전염력을 고려해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격리조치를 일정 수준 이상의 밀접접촉이 있었던 대상자에게만 적용한 당시 보건당국의 결정 모두 최선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만 메르스 초기에 방역 차단선 외 입원환자들에게 메르스 지표환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던 점 등 몇 가지 점들은 현 시점에서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중증 열대열 말라리아 치료제가 과거에는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약제부에서만 공급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신속한 치료제 투여가 생존율 향상에 중요한 열대열 말라리아의 특성으로 인해 지방에서 환자가 발생할 경우 적시에 치료제가 제공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있어서 현재는 지역별로 열대열 말라리아 치료제 비축기관을 선정해 약제를 공급하고 있다. 더불어 과거에는 의료기관 직원이 병원장 직인이 날인된 신청서를 지참해야 약 불출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서 신속한 약 공급에 제한이 초래되었으나 현재는 직원이 내원해야 하는 규정도 폐지되었고 야간이나 휴일에는 현실적으로 시행이 어려운 병원장 직인 날인 대신 통상적인 의료기관 제증명 서류와 같이 담당의사의 서명이나 날인으로 신청서 발행이 가능하도록 개선되었다.
에볼라는 지금까지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발생해 왔고 역학적 특성이나 임상 양상을 고려할 때 열대열 말라리아와 감별이 필수적이다. 한 연구에서는 에볼라로 치료받은 254명 중 21%에서 말라리아도 양성을 보인 바 있다[3]. 우리나라도 물론이거나와 모든 에볼라 대응 지침에는 말라리아 감별이 필요하다고 제시되어 있으며 질병관리본부에서 2014년 8월에 발행한 에볼라바이러스병 대응지침에도 ‘말라리아는 에볼라바이러스병 발생국가 방문력을 가진 사람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발열성 질환이므로 초기 진단에서 반드시 다루어져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그렇지만 말라리아 검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검사를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부산에서 사망한 환자가 에볼라 감염일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병원 문턱을 넘기가 어려웠던 것처럼 에볼라로 의심되는 환자에서는 말라리아 검사를 위해 필요한 혈액 채취 및 관련 검사 시행 자체가 기피되는 현상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에볼라가 포함된 질병관리청의 ‘제1급 감염병바이러스성출혈열 대응지침(2024)’을 보면 ‘신고의무자는 에볼라 의심상황을 인지한 경우 즉시 감염병발생신고서를 질병관리청장에게 정보시스템을 이용하여 제출하거나 감염병환자 또는 신고인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보건소장에게 정보시스템을 이용 또는 팩스를 통하여 제출’하도록 되어 있으나 ‘제1급감염병의 경우 신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관할 보건소장 또는 질병관리청장에게 구두, 전화 등의 방법으로 알려야 함’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현장에 있는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여행력 등을 확인해서 신고대상자를 인지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은데 심지어 신고하기 전에 보건당국에 사전에 알려야 신고를 할 수 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신고 자체는 최대한 그 장벽을 낮추고 신고를 접수한 후 평가를 통해 신고 취하나 반려 등의 방식으로 사후 처리하는 것이 신고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과거 유수 대학병원에서 아프리카 여행력이 있다는 이유로 발열이 지속되는 환자에 대해서 말라리아 등 필요한 추가검사를 진행하지 않고 필자가 근무하는 기관의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으로의 전원을 요청받은 경험이 있다. 현재 의심사례가 인지되면 시/도 단위에서 역학조사 및 격리병상 배정을 시행하고 권역별 질병대응 센터에서 이 과정을 지원하도록 되어 있는데 필연적으로 인지/사전협의/신고/역학조사/판정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Fig. 1A). 역학적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질병의 발생 빈도를 고려하면 부산 사례를 포함해 에볼라 의심환자에서 에볼라 양성이 나올 확률보다는 말라리아 양성이 나올 확률이 훨씬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지침에서는 에볼라에 대한 역학적 판단이 모두 종료된 뒤 다음 단계로 말라리아 등 감별진단을 시행하는 것처럼 기술되어 있는데 미국 CDC홈페이지 중 ‘Clinical Guidance for Ebola Disease’에 제시된 5개의 KEY POINTS 중 첫번째로 언급되는 것이 ‘에볼라 평가 과정에서 더 가능성이 높은 질환에 대한 검사를 늦추지 말라’는 내용이며 이는 ‘보건 당국 통보’나 ‘적절한 개인보호구 착용 필요’보다 오히려 우선적으로 기술되어 있다[4]. 이런 높은 순위로 제시되는 근거로 발열 환자가 에볼라 유행지역에서 왔더라도 말라리아 등 다른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적시에 다른 질환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는 적이 적절한 진료를 제공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이라는 것을 적시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에볼라 대응과 관련하여 의료기관을 4개의 단계로 구분하여 2017년 기준으로 각각 Frontline healthcare facilities (4,845개소), Ebola assessment hospitals (217개소), Ebola treatment centers (63개소) Regional Ebola and other special pathogen treatment centers (10개소)를 지정해 역할 구분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적극적인 감별진단을 권고하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제반 지원을 제공하는 원칙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술하였듯이 우리나라는 1급 감염병에 대한 신고와 평가에 대한 과정을 매우 보수적이고 엄격하게 운용하고 있으므로 말라리아 등 더 가능성이 높은 질환에 대한 감별진단과정에 대해 지금처럼 역학적 평가 후 시행하도록 권고하면 앞으로도 부산 사례처럼 감별진단 및 치료가 지연되면서 적시에 적절한 치료가 제공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신고 및 평가 절차와 무관하게 적절한 개인보호구를 착용하는 것을 전제로 말라리아 등에 대한 감별진단을 적시에 시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고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1급감염병 바이러스성출혈열 대응지침 외에 ‘에볼라바이러스병 실무대응 지침’이 있어 병원 내 에볼라 환자 대응에 있어 도움을 주고 있지만 해당 지침은 제한된 수의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서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생성된 것이므로 에볼라 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초기 대응 및 평가에 활용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다른 문제는 질병관리청의 대응지침이 문서 위주로만 되어 있어서 접근성과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점인데 이는 에볼라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규정과 원칙적인 부분은 문서로 관리되어야 하겠지만 기본적인 대응원칙과 진단 및 격리, 개인보호구 같은 내용은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컨텐츠로 게시되어야 필요할 때 적시에 활용할 수 있는데 현재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만으로는 실제 상황 대응에 도움을 받기 어렵고 ‘제1급 감염병 바이러스성출혈열 대응지침’은 그야말로 관리지침의 성격으로 되어 있어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실용성이 떨어진다.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에서는 응급실에서 에볼라 의심환자가 인지될 경우 신고, 격리, 개인보호구 착용 등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흐름도로 제시한 바 있어 우리나라 현황에 최적화된 이럼 흐름도가 제시될 필요가 있다(Fig. 1B).
메르스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방역체계가 그전보다 훨씬 고도화되고 체계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에볼라는 그 특성상 전파력이 제한적이고 우리나라와 지리적이나 문화적으로 관련성이 낮은 중앙아프리카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유행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유입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에볼라는 2014/2015대유행 이후에도 2020년 콩고민주공화국, 2023년 우간다 등에서 산발적으로 유행이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유행에서도 높은 사망률과 함께 상당수의 의료진이 이환되고 사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역사적 상징성이나 현실적인 중요성을 고려할 때 에볼라에 대한 대응은 신종 감염병 대응에 있어 시금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에볼라에 대한 적절한 의료기관 감염관리와 직원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이것이 현장에서 적시에 작동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