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미생물학의 황금기(The golden age of microbiology)에는 다양한 감염병의 원인이 확인되었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탐구로 질병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시기였다. 이러한 시기를 맞이하기 전에는 작은 미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도구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16세기에 렌즈가 개발되었고, 1675년 Antonie van Leeuwenhoek은 작은 것을 더 잘 보고자 하는 호기심으로 렌즈를 갈고닦아, 빗물에서 박테리아를 최초로 관찰하였다. 그는 구균, 간균, 스피로헤타를 식별하였으며, 끓인 물에서 박테리아가 사멸하는 것까지 관찰하였다[1]. 이후 미생물학의 실험 도구로써 현미경의 기술 수준과 배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었지만, 염색 없이는 미생물의 윤곽(outline)만 식별할 수 있었고, 습식 표본에서는 미세 입자들의 불규칙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관찰이 제한되었다.

1857년 Louis Pasteur가 알코올이 잘 생성되지 않는 술통에서 간균을 관찰함을 시작으로 현미경을 이용한 세균의 관찰과 이와 연관된 미생물의 작용에 대한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Robert Koch는 설사 환자의 장에서 콜레라균을 관찰하고, 탄저에 걸린 양의 피를 쥐에 접종한 후 쥐의 사체에서 탄저균을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코흐의 가설(Koch’s postulates)에 대한 기반을 마련했다[2]. 이 과정에서 미생물의 배양과 분리를 위하여 한천이 이용되었고, 현대적인 배양 접시의 원형도 개발되었다. 1877년 Koch는 박테리아 샘플을 건조하여, 메틸렌블루로 염색시키고, 알코올로 고정한 후 coverslip을 씌운 표본을 제작하여 최초의 박테리아 현미경 사진(Fig. 1A)을 촬영하였다[3].

1882년 Koch는 또 다른 중요한 발견을 하는데, 결핵으로 사망한 환자의 폐 조직에 열을 가하여 왁스가 입혀진 용지에 고정시켜 최초로 결핵균을 확인하였다. Paul Ehrlich는 그의 연구를 듣고 결핵균 염색을 개선하기 위해 methyl violet 과 alcoholic fuchsin을 사용할 것을 권유하였다. 1908년 노벨상 수상자이자 매독 치료제 살바르산(Salvarsan)을 발견한 Paul Ehrlich는 그의 일생을 거쳐 조직의 염색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메틸렌블루 염색과 알코올을 이용한 고정법도 그가 개발한 염색법이다. 독일의 백신 및 의약품 담당 기관인 Paul-Ehrlich-Institute는 그의 업적을 기린 기관명을 갖고 있다. Koch와 Ehrlich는 이후에도 교류와 협력을 지속하였다. 1883년 Freidrich Neelsen은 Franz Ziehl의 결핵균 염색법을 개선하여 Ziehl-Neelsen 염색을 개발하였다(Fig. 1B). 이후 형광염색과 분자진단이 개발되었지만 여전히 검사실에서 결핵균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연달아 다음 해인 1884년 덴마크 의사 Hans Christian Joachim Gram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폐조직에서 폐렴 구균을 차별적으로 염색하기 위한 시도를 하였다. 그는 crystal violet을 이용하여 보라색으로 염색되는 구균과 탈색되어 간균으로 관찰되는 세균을 관찰할 수 있었다(Fig. 1C) [4]. 그의 이름을 딴 그람염색(Gram stain)은 단지 미생물을 좀 더 잘 관찰하기 위한 염색법에 그치지 않고 탐색하고자 하는 미생물의 절반을 식별할 수 있는 진단법으로 자리 잡았다.

미생물 염색은 미생물의 동정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검사실에서는 미생물 염색을 통해 미생물 유무를 확인하고 다음 단계의 검사법을 선택한다. 이러한 미생물의 염색법들이 100년도 더 지난 과거에 개발되어 현재까지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임상강사로 근무하던 시기에 진균 배양 슬라이드 판독 중 Coccidioides immitis가 의심되어 등줄기에 땀이 흘렀던 경험이 있다. 미국을 여행한 후 상처가 생긴 환자에서 배양된 균주였다. 병원성이 높은 이 진균은 배양 양상을 사전에 확인하여 검사실 내에서 슬라이드 배양은 하지 말아야 한다. 환자의 여행력과 같은 임상정보에서 위험한 진균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사전에 감염관리실 및 검사실과 연락하여 2차 노출을 예방해야 한다. 이 균주는 이후 염기서열 분석법을 통하여 Coccidioides immitis가 확인되었다. 당시의 슬라이드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100년도 전에 Koch가 찍은 사진을 보며 비슷한 형태의 염색 상이 떠오르며(Fig. 1D), 과거의 연구자들의 위험을 무릎 쓴 노력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