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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의 요청에 따른 제왕절개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제왕절개율의 변화 및 고찰

Abstract

Traditionally, cesarean delivery on maternal request (CDMR) has been defined as a cesarean section performed at the request of the pregnant woman rather than for medical necessity. It was thought to provide minimal benefits to both the pregnant woman and the fetus and was seen as an inefficient use of healthcare resources. However, the recent rise in the choice and use of cesarean sections is influenced not only by obstetrical factors but also by psychological and socio-cultural factors of the mother, the desire among medical providers to avoid uncertainty, and the pursuit of time and economic convenience, among other complex factors. In particular, there is a growing trend among medical professionals who prefer cesarean sections to avoid costly medical lawsuits. However, if a pregnant woman opts for an elective cesarean section due to the convenience of medical professionals or fear of litigation, even if she prefers a vaginal delivery, it would be considered an unnecessary cesarean section. When a pregnant woman desires CDMR, medical professionals should thoroughly explain the advantages and disadvantages of both attempting vaginal delivery and CDMR so that she can make an informed decision. Nevertheless, if a pregnant woman still chooses a cesarean section after being fully informed, her autonomy should be respected. In such cases, it is recommended that medical practitioners use a minimally invasive surgical method, along with appropriate preoperative and postoperative care, to reduce the morbidity of both the mother and infant and to support a rapid recovery.

서 론

1. 제왕절개의 역사와 추이

제왕절개는 분만의 한 형태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모든 지역에서 제왕절개의 증가 추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 정상 출산의 94.5%를 차지하는 154개국의 최신 데이터(2010-2018)에 따르면 산모 중 21.1%가 제왕절개를 통해 출산하였고, 2030년까지 전 세계 여성 중 28.5%가 제왕절개를 통해 출산할 것으로 예상된다(Betran et al., 2021). 이러한 추세는 한국 또한 예외가 아니며, 한국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여성정책연구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의 분만 건수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감소하는 반면, 제왕절개 분만율은 상당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4년에는 38.7%였던 제왕절개 분만율이 2019년에는 50.6%로 상승했고, 2022년에는 61.2%까지 증가했다.
제왕절개술은 가장 오래된 수술 방법의 하나로 원래 정상적인 분만을 위한 수술이 아니라 사망했거나, 죽어가는 산모로부터 살아있거나, 혹은 사망한 태아를 배출하기 위한 기술로 시도되었다. 그런데 19세기 이후 마취와 수술 기술이 발전되면서, 제왕절개술은 난산으로 고통받는 산모와 태아를 구하는 최후의 수단으로써, 산모와 영아 모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기술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즉 제왕절개술이 정상적인 분만을 위한 안전한 수술로 인식되면서, 현대에는 의학적 필요뿐만 아니라, 산모의 선택에 의해서도 시행되게 되었다(Dhakal-Rai et al., 2021). 제왕절개율은 국가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Betran et al., 2021), 대체로 전체 분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15%내외를 유지해왔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제왕절개율은 둔화될 조짐 없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원래 취지와 달리 정상적인 분만의 방법으로 널리 활용되어온 제왕절개술은 태아나 산모, 그리고 양쪽 모두의 생명을 보호하는 중요한 응급조치이지만, 산모나 신생아의 사망률이나 이환율이 감소한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제왕절개율의 급격한 증가는 제왕절개술의 오남용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Gregory et al., 2012). 이에 이 연구에서는 명확한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산모의 요청에 따른 제왕절개율이 늘어나는 원인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2. 제왕절개의 유행(the cesarean section epidemic)

2018년도에 발표된 Th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Gynecology and Obstetrics (FIGO)의 성명에서도, 늘어나고 있는 제왕절개율 추이를 유행(epidemic)이라 부르며, 불필요한 제왕절개술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이는 앞서 제시한 평균적인 제왕절개율 10%-15%를 초과하더라도, 그것이 출산 결과나 산모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Visser et al., 2018; “World Health Organization Human Reproduction Programme,” 2015). 이는 전 세계적인 제왕절개율 증가가 증거기반의 의학과는 무관하다는 의미이며, 다른 차원의 원인이 작용했을 가능이 크다는 걸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대개의 제왕절개의 주요 적응증으로 진통 난산, 안심할 수 없는 태아 심박 수 추이, 이상태위를 생각할 수 있고, 이는 타당한 의학적 사유로 인정되고 있다. 일차(primary) 제왕절개 분만율을 안전하게 낮추려면 이러한 적응증에는 각각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대 진통은 역사적으로 밝혀진 것보다 상당히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진통 난산의 정의를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2016년 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ACOG) 가이드라인은 “상전벽해(sea change)”이라는 비유가 어울릴 만큼 바뀌었는데, Zhang 등(2010)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6 cm의 법칙”이 도입된 것이다. Zhang 등(2010)에 의해 수정된 분만 곡선은 과거의 프리드만 곡선과 비교할 때 분만의 진행 속도가 훨씬 더 느리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따르면, 분만에서 활성기에 도달하는 단계는 실제 자궁경부 개대가 기존 프리드만 곡선에서 알려진 4 cm가 아니라 6 cm에 도달했을 때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자궁경부 개대가 6 cm 미만인 상태에서 오랜 시간 진행 정체가 있다하더라도, 이를 정상적인 상태로 볼 수 있고, 즉각적인 의료중재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6 cm까지는 느리더라도 지켜보는 것이 제왕절개를 줄일 수 있다고 제안되었고, 현대의 분만의 활성기는 6 cm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2016년 개정된 joint consensus의 기반이 되었다(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 logists (College) et al., 2014).
그러나 이러한 의학적 연구와 기준에도 불구하고, 제왕절개율을 줄이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는 선택적 제왕절개(elective cesarean)에 있다. 특히 선택적 제왕절개를 시행하는 주된 이유가 산모의 요청에 따른 제왕절개(cesarean section on maternal request, CDMR)의 증가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산모나 태아에 관한 특별한 의학적인 필요성이 없이 단태 임신 중 만삭 산모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지는 제왕절개술로 정의될 수 있다. 이것의 발생률과 제왕절개율의 전반적인 증가에 대한 기여도는 정의가 다르고 보고가 부족하여 정확한 데이터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CDMR은 전례 없는 제왕절개율 증가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Begum et al., 2021; Ecker, 2013;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2006). CDMR의 비율 또한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CDMR은 전체 분만의 5.0% 미만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Ecker, 2013). 해외 학술 논의와 정책을 고찰해볼 때, CDMR을 포함한 제왕절개술의 증가는 단순히 의학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보건의료체계에 부담을 줄 우려가 크기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가이드라인들이 마련되고 있다. 예컨대 2023년 FIGO에서 발표한 CDMR 에 대한 모범 사례 권장 사항에서도 제왕절개에 대한 증거 기반의 임상 적응증이 없는 경우에는 질식분만을 권장하여 CDMR 의 비율을 줄일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제왕절개를 요청하는 산모와 그 배우자에 대한 상담은 CDMR 관리의 기본이며, 제왕절개 수술율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Ramasauskaite et al., 2023). 또한 2015년에 발표된 World Health Organization 성명에서도 제왕절개는 산모와 유아의 생명을 구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인구 수준에서 10%를 초과하는 제왕절개율은 산모 및 신생아 사망률 감소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World Health Organization Human Reproduction Programme,” 2015).
제왕절개율을 줄이라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산부인과 의사들의 제왕절개 선호도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산부인과 전문의의 14.3%가 CDMR을 선호하며, 이 비율은 지난 20년 동안 증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산부인과 전문의의 25.2%가 CDMR을 시행한 적이 있으며, 조사에 응답한 산부인과 전문의의 67%가 가족에게 제왕절개를 권장한다고 답했다. 이는 조산사의 2% 이하가 CDMR을 경험했거나 권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이다(Rana et al., 2023). 산부인과 전문의는 자신이나 가까운 가족을 위해 CDMR을 선호하는 이유는 주로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요실금, 변실금, 골반 손상, 회음부 손상과 같은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과 태아의 안전에 대한 우려와 관련 있었다. 다만 CDMR과 진통의 시도(trial of labor)를 비교한 무작위 대조 시험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따라서 CDMR이 산부인과 전문의에 의해 선호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어떤 선택이 올바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과학적인 근거가 제시된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CDMR이 제왕절개율의 급격한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며, 이 연구에서는 CDMR이 늘어나고 있는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해보고자 한다.

본 론

1. CDMR의 증가에 초점

1) CDMR 가이드라인

무분별한 CDMR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19년 ACOG 위원회의 견해가 제정되었다. 산모가 CDMR을 원하는 경우, 의료진은 산모의 연령, 체질량지수, 추정 재태 연령의 정확성, 생식 계획, 개인적 가치, 문화적 맥락 등 특정 위험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산모가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주요 동기가 출산 시 통증에 대한 두려움인 경우, 산부인과 전문의 및 기타 산부인과 진료 제공자는 환자에게 분만 시 진통제, 산전 출산 교육 및 분만 시 정서적 지원에 대해 논의하고 제공해야 한다. 산모나 태아에게 제왕절개가 필요한 의학적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 자연분만을 계획하는 것이 안전하고 적절하며 권장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자연분만 대비 CDMR의 의학적 효용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산모가 원한다고 이를 시행하는 것은 결코 권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ACOG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산모가 CDMR을 원하는 이유를 파악하고,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CDMR을 원할 경우에도 임신 39주 이전에 제왕절개를 시행해서는 안된다고 권장하고 있다. 이는 임신 39-40주 이전에 분만한 신생아를 살펴봤을 때, 호흡기질환을 포함한 조산과 관련된 잠재적 합병증의 발생률이 질식분만에 비해 CDMR에서 더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한 번 제왕절개를 하면 이후 분만에서 제왕절개가 반복되는데 그 과정에서 전치 태반, 유착 태반 스펙트럼, 임신 자궁 적출술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을 환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되어 있다(Committee on Obstetric Practice, 2019).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2023년의 합계출산율이 0.72로 다수의 여성이 한 명의 아이만 출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복 제왕절개의 위험성을 얼마나 고려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따른다.

2) CMDR은 왜 계속 늘어나는가

순수하게 의학적 요인만 고려했을 때, 제왕절개율의 세계적인 증가 현상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세계적으로 제왕절개율 증가에 대한 이유를 밝히고자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이러한 연구들은 여성의 나이, 기저 질환, 임신 및 분만 중 발생하는 합병증과 같은 의학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분만과 관련된 다양한 요인들을 규명하려 하였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정리될 수 있다.

(1) 산모측 요인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산모들이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대표적인 비의학적 사유로 안전과 불안과 같은 심리적 요인을 꼽고 있다. 분만 진통, 골반저근육, 요실금, 질 · 항문 손상, 태아 사망이나 손상 등에 대한 두려움, 내진, 본인의 통제를 잃는 것, 의료진에게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할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 제왕절개를 선택했다고 보고되었다(Jenabi et al., 2020). 다음으로는 사회문화적인 변화를 들 수 있다. 과거에는 여성이 주로 가사 및 돌봄 노동을 담당하고 남성이 주요 소득을 가져오는 생계부양자 모델이 주류였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공동 생계부양자 모델이 주류가 되었고, 여성들은 커리어를 고려하여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고 조정하게 되었다. 이러한 계획임신과 출산의 수단으로써 제왕절개를 선택함으로써, 분만 일정을 조정하고 동료집단으로부터의 기대나 압력을 고려할 수 있으며, 사회적 편의를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Cho & Kim, 2020). 또 다른 사유로 인구학적인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임신부의 나이가 많거나 산과력이 높은 경우 제왕절개 분만의 비율이 높아지며, 모성 교육 수준, 직업, 결혼 상태, 종교, 소득 수준, 거주 지역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교육과 소득 수준이 높은 여성들이 시설분만과 제왕절개 분만을 더 많이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Chung et al., 2014).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이러한 경향이 사라지고, 이후에는 정보 부족 등의 이유로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여성들에게서 제왕절개 분만의 비율이 높아졌다(Kim et al., 2019). 개인 간 요인과 문화 요인도 분만 방법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가족, 친구, 인터넷, 미디어 등을 통해 얻는 정보와 의견 교류가 출산 방법 선택에 영향을 주는데, 일부 문화권에서는 특정 날짜에 출산을 원하는 미신적인 믿음이나 개인의 신념도 출산 방법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Suwanrath et al., 2021), 이는 제왕절개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2) 의료제공자 요인

기존 연구에 따르면, 의료 제공자들이 비의학적 동기로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이유를, 불확실성을 동반하는 분만 과정에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택하는 것, 환자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전문가적 개입을 하지 않는 것, 경제적 이득을 얻거나 시간과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선택하는 것 등으로 밝히고 있다(Penna & Arulkumaran, 2003). 제도적 요인도 의료 제공자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 미국에서는 의료 사고로 인한 소송 경험이 더 많은 병원에서 제왕절개 분만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감이 높은 의사들이 제왕절개 분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가 출판되었다(Localio et al., 1993; Vimercati et al., 2000). 유럽 8개 국가에서 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모성 건강 의료기관에서 CDMR을 수용할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의료 소송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의사들의 수용율이 높았으며, 국가에 따라 제왕절개 분만 요청 수용율에 큰 편차가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Habiba et al., 2006). 이러한 차이는 소송에 대한 각 국가의 법적 환경, 즉 소송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연구들이 의료 소송 및 사고 책임으로 인한 의사들의 압박감이 제왕절개율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Chung et al., 2014; Kim et al., 2019).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분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기관과 해당 지역의 인력 수준은 제왕절개율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탈리아의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한 반 실험 연구에서, 모성 병동에서 업무 강도가 높을수록 제왕절개 분만율이 증가한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는 업무 강도를 줄이고 시간과 자원에 대한 통제를 시도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Facchini, 2022). 프랑스의 인구 기반의 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 산부인과 의사와 조산사가 10% 증가할 때 자연분만 시도 후 제왕절개 분만율이 감소한다는 것을 밝혀냈다(Zbiri et al., 2018). 일본의 국가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산부인과 인력 및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제왕절개 분만율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Maeda et al., 2018). 이러한 결과들은 선택적 제왕절개 분만이 의료 자원의 제약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제왕절개 분만이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공공병원에서보다는 민간병원에서, 비영리병원에서보다는 영리병원에서의 제왕절개율이 높았다(Hoxha et al., 2017; Mossialos et al., 2005). 이는 재정적 인센티브와 의료인력의 편의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건의료영역에 대한 예산 삭감은 제왕절개율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스페인에서의 보건의료 예산 삭감 후 산부인과 전문의 수의 감소, 산부인과가 사용할 수 있는 병상 수 및 인력의 감소로 인해 제왕절개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Bertoli et al., 2020).

(3) 한국의 특수성

한국은 세계적으로 높은 제왕절개율을 보이고 있는 동시에 산부인과 의사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의료인력의 수의 절대적 감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산부인과와 같은 필수 의료 분야를 지원하는 의과대학생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의과대학생들이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인 산부인과를 지원하지 않으려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최근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필수 의료 및 의료 현안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낮은 의료수가’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의 근본적 원인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그 다음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부재’가 뒤를 이었다. 의과대학생들은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의료수가 인상’과 ‘의료사고로 발생하는 민형사적 처벌 부담 완화’를 적절한 대안으로 제시하였으며, 이는 실제 의료현장에 있는 의사 대상 조사와도 일치하는 결과였다(Kim et al., 2023). 이를 보완하는 국가적 정책이 실현되지 않는 상황에서 향후 우리나라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 감소는 더욱 심화되어 산부인과 전문의 수의 절대적 부족현상이 예상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의료의 양적, 질적 저하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분만 병원이 없는 의료 소외지를 증가시키게 되어, 불평등한 의료서비스 접근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에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251개 지역, 56개의 병원 서비스 지역을 기준으로 지역차이를 분석한 결과,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환경, 낮은 산부인과 의사 밀도, 낮은 병상 밀도가 제왕절개 비율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은 앞서 언급한 이유로 산부인과 의사 수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며, 전체 지역의 4분의 1에는 출산 시설이 없는 상황에, 이는 취약한 지역의 산모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Kim et al., 2019).

3) 과연 CDMR이 문제인가?

아직까지 CDMR과 자연 분만의 시도(planned vaginal deliver)의 산모와 신생아 예후를 비교한 무작위 대조실험 논문은 많지 않고 후향적 코호트 연구의 결과도 다양하여 논란이 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중국에서 66,266명의 두정위인 단태아를 가진 만삭의 미분만부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 질식분만을 시도한 여성과 CDMR을 받은 여성을 비교한 결과, CDMR을 받은 여성의 신생아는 분만 손상, 신생아감염, 저산소성허혈성 뇌병증, 태변흡인증후군의 발병률이 낮았지만, 호흡곤란증후군의 발병률은 높았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산모의 중환자실 입원률, 중증 산후출혈, 산모감염, 장기 손상, 혈전색전증을 비교하였을 때, 유사한 단기 모성 결과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질식분만을 선택한 초산모와 비교하여, CDMR을 받은 여성은 신생아에게 약간의 이점이 있었으며, 동시에 유사한 단기 모성 결과를 보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Liu et al., 2015).
1999년부터 2015년까지 Healthcare Cost and Utilization Project-Nationwide Inpatient Sample의 데이터를 사용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CDMR은 1에서 1.62%로 증가되었으며, 35세 이상, 상위 25% 고소득층, 사설보험을 가진 집단에서 더 자주 시행되었다. CDMR은 non-CDMR (진통, 조기양막파수, 유도분만, 기구분만)과 비교하여 일부 부정적인 모성 결과와 관련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낮은 위험을 가지고 있다. 정맥혈전증(odds ratio [OR], 1.9; 95% confidence interval [CI], 1.8-2.0), 심근경색(OR, 6.3; 95% CI, 3.8-10.4), 패혈증(OR, 5.6; 95% CI, 4.7-6.6), 파종성 혈관 내 응고(OR, 2.9; 95% CI, 2.3-3.7), 사망(OR, 14.5; 95% CI, 11.4-18.6), 입원 기간의 증가(OR, 4.9; 95% CI, 4.8-5.1)와 관련이 있었고, 오히려 산후출혈의 위험이 낮았다(OR, 0.7; 95% CI, 0.7-0.7). 따라서 여전히 CDMR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이를 국가 차원에서 모니터링하여 인구적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Trahan et al., 2022).
2012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의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저위험 임신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통해 CDMR 의 추세, 결정요인 및 결과를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온타리오에서의 CDMR은 증가하지 않았으며, CDMR과 관련된 요인으로는 늦은 모성 연령, 더 높은 교육 수준, 체외수정으로 임신, 불안, 초산, 백인, 더 높은 수준의 모성 관리를 제공하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산전 관리하는 병원에서의 분만이 포함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진통과 분만과 관련된 부정적인 사건을 평가하는 요소로서 10가지가 사용되었는데, 이 중 6가지는 산모에 관련된 요소이고, 4가지는 태아 및 신생아에 관련된 요소였다. 산모 요소는 산모 사망, 자궁파열, 산모의 중환자실 입원, 예상치 못한 수술과정, 수혈, 3도 혹은 4도의 회음부 열상을 포함했다. 태아 및 신생아 요소는 선천성 이상이 없는 출생 체중 2,500 g 이상의 태아 혹은 신생아 사망, 출생 체중 2,000 g 이상에서 분만 손상, 2,500 g 이상 영아에서 2일 이상의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 혹은 출생 24시간 내 신생아 중환자실로의 이송, 그리고 7점 미만의 5분 Apgar score였다. 이 연구에서는 부정적인 결과를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부정적인 지표(adverse outcome index, AOI)"를 사용했다. AOI는 전체 분만 횟수 중에서 적어도 한 가지 부정적 사건을 겪은 환자의 비율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으로, CDMR을 계획한 여성은 질식분만을 계획한 여성보다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았다(adjusted relative risk, 0.42; 95% CI, 0.33-0.53). 그러나 AOI는 주된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Weighted Adverse Outcomes Score (WAOS)"와 "Severity Index (SI)"도 함께 측정되었다. WAOS 는 사건의 빈도와 심각성의 결합을 반영하며, SI는 부정적인 사건을 겪은 임신에서의 부정적인 사건의 심각성을 평가하는 항목이다. WAOS에서는 각 AOI 구성 요소에 가중 점수를 할당하고, 이를 모든 점수 이벤트의 합계를 전체 분만 횟수로 나눈 값으로 표현했다. 또한, SI는 WAOS를 부정적인 사건을 겪은 분만 횟수로 나누어 계산했다. 결과적으로, WAOS는 계획된 질식분만보다 CDMR에서 더 낮았으며(mean difference [MD], −1.28; 95% CI, −2.02 to −0.55), 이는 주로 신생아 WAOS 점수(MD, −1.35; 95% CI, −2.00 to −0.69)가 낮았기 때문이었다. SI는 그룹 간 통계적으로 다르지 않았다(MD, 3.6; 95% CI, −7.4 to 14.5). 이 연구의 결론은 CDMR 그룹과 질식분만 그룹 간에는 산모 이환율의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지만, CDMR이 신생아에게 이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분만 손상, 감염, 태변흡인증후군 및 신생아집중치료실(neonatal intensive care unit) 입원과 같은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CDMR과 계획된 질식분만을 비교했을 때, 단기적인 부정적인 결과의 위험이 감소함이 확인되었으며 이는 앞서 중국에서 연구한 자료와 유사한 결과였다(Guo et al., 2021).
과거에는 CDMR을 포함한 선택적 제왕절개가 해로운 것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CDMR과 계획된 자연분만 시도 중 어느 것이 더 나은지 명확하지 않다.

4) 의료진이 나아가야 할 방향

(1) 산모의 이득과 위험

진통 시작 전 제왕절개술 혹은 선택적 제왕절개술은 응급 제왕절개술이나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제왕절개술을 받은 경우와 비교하여 이점이 있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산후 출혈 발생률이 낮고 수술 합병증이 적다. 평생 요실금 위험과 골반 장기 탈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분만 방식에 상관없이, 다음 임신에서의 이 보호 효과는 줄어든다. 계획된 선택적 제왕절개분만에서는 항문실금의 위험이 감소한다는 약한 증거가 있지만, 계획된 제왕절개와 자발적인 질분만 사이의 차이에 대한 증거는 일관되지 않다. 이에 반해, 제왕절개술은 산모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술 및 마취와 관련된 합병증, 입원 기간의 연장, 더 많은 통증 등이 포함된다. 장기적으로는, 제왕절개로 인한 전치 태반, 유착 태반과 같은 비정상적인 태반 착상, 태반 조기 박리의 발생이 다음 임신에서 증가한다. 제왕절개의 횟수가 증가할 수록 전치 태반과 유착 태반의 빈도가 증가한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태반은 조산, 분만 과정에서의 합병증, 자궁적출술, 또는 심지어 죽음과 같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유착이 발생할 경우 다음 제왕절개나 복강 수술을 어렵게 할 수 있거나 인접장기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제왕절개술과 난임, 자궁외 임신, 유산, 사산과 관련이 있을 수 있으며, 다음 임신에서, 특히 진통을 겪을 시 자궁 파열의 위험도 증가할 수 있다.

(2) 태아의 이득과 위험

제왕절개분만을 통해 영구 상완 신경총 손상을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어려우나, 실제로 1건을 예방하려면, 5,000-10,000회의 제왕절개분만을 수행해야 한다(Hankins et al., 2006). 단태 둔부 임신의 경우 계획된 제왕절개술이 질식분만에 비해, 주산기 사망률, 신생아 사망률 및 심각한 신생아 이환율이 낮았다(relative risk, 0.33; 95% CI, 0.19-0.56; p<0.0001) (Hannah et al., 2000). 그러나 쌍둥이 임신에서, 첫 번째 쌍둥이가 두위인 경우에는 분만 방식이 신생아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Barrett et al., 2013). 반면, 제왕절개술은 질식분만과 비교할 때 성인기에 염증성 장질환 발병 확률이 감소한 것과 관련이 있었다(OR, 0.73; 95% CI, 0.69-0.79) (Keag et al., 2018).
한편, 임신 39주 이전에 선택적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는 신생아 호흡기 이환율의 증가와 관련이 있어서, CDMR은 임신 39주 이전에 시행해서는 안된다. 선택적 제왕절개술은 초기 및 6개월 이후의 모유수유 감소와 관련이 있는데, 전반적인 모유수유는 선택적 제왕절개 후에 크게 감소하지만, 모유수유를 시작한 쌍에서 6개월 이후 모유수유율에는 차이가 없었다(Prior et al., 2012). 또한, 모유수유와 산모의 태아 유대감은 산후우울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산후우울증은 제왕절개 분만 후 환자에서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Xie et al., 2011). 선택적 또는 응급 제왕절개 후 신생아는 질식분만으로 태어난 신생아보다 천식(OR, 1.22; 95% CI, 1.11-1.33), 전신 결합 조직 장애, 청소년 관절염, 면역결핍 및 백혈병 발생률이 더 높다(Cho & Norman, 2013; Huang et al., 2015; Sevelsted et al., 2015). 또한, 제왕절개분만과 자녀 비만 간에는 연관성이 있으며(OR, 1.59; 95% CI, 1.33-1.90), 이러한 연관성은 성인기까지 지속된다.

(3) CDMR의 정서적 영향

CDMR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산모의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전체 임산부의 약 20%가 경험하는 현상으로, 그 중 6%-10%는 심각한 출산 두려움을 경험한다. 이러한 여성들은 제왕절개를 요청할 가능성이 더 높을 뿐만 아니라 CDMR을 받을 가능성도 더 높다. 출산 공포가 있는 여성의 CDMR이 산모의 불안과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체계적 고찰 연구에서, CDMR은 질식분만 산모에 비해 산전 불안과 우울이 더 심한 경향을 보였으나, 출산 후에는 그 차이가 없었다. CDMR을 원하였으나 질식분만을 한 산모는 다른 질식분만을 한 산모에 비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가 많이 발생했다. 위 연구 결과는 CDMR이 임신 중 불안과 우울을 치료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더불어, CDMR을 받지 못하고 질식분만을 한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적 완전성(physical integrity)을 위협받을 수 있으며,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여성들의 요청에 적절히 반응하여 트라우마를 피하는 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Garthus-Niegel et al., 2014; Olieman et al., 2017).

(4) 의료의 원칙

임산부가 CDMR을 원한다면, 의사 결정의 자율성이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하지만 선행, 악행 금지 및 정의(공정)과 같은 다른 의료 윤리들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의료인은 선행과 악행 금지의 원칙을 모두 준수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전자간증이나 당뇨, 비만 혹은 거대 근종과 같은 다수의 고위험 임신 요소가 동반된 고령 산모가 자궁 경부 숙화되지 않은 상태로 유도 분만을 원할 경우, 유도 분만의 높은 실패 가능성과 CDMR이라는 대안이 있음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은 선행에 해당한다. 한편 이전 임신을 자연 분만한 산모가 막연한 두려움 만으로 CDMR을 원한다면 경산부에서의 자연 분만의 장점을 충분히 설명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악행 금지에 해당한다 할 수 있다.
정의의 원칙은 모든 임산부에게 동일한 윤리적 기준으로 접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료의 접근성과 정보가 부족할 수 있는 분만 취약지에 위치한 다문화 가정의 임산부라 하여 CDMR이 권유되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부분은 특히 분만 인프라의 지역 차이가 큰 우리나라에서 발생 할 수 있는 문제점 가운데 하나이다.
결국 의학적 적응증이 없는 CDMR을 시행하기에 앞서 이에 따른 위험과 이득에 대해서 임산부와의 충분하고 적절한 상담이 필요하다. 분만 방법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산모와 보호자가 함께 임신 초기부터 분만 방법을 상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임산부의 통증, 분만 및 출산에 대한 두려움 등에 대해 충분한 상담과 정서적 지지가 선행되어야 하며, 특히 질식분만을 시도했을 때와 CDMR의 위험 및 이득과 비교하여 임산부에게 설명해 줄 수 있도록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환자가 명확한 상담과 질식분만에 대한 권고를 받은 후에도 제왕절개분만을 선택하는 경우, 산부인과 의사는 환자가 충분히 내용을 이해했다고 가정하고, 임신 39주가 지난 후에 제왕절개술을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판단될 때는 다른 의사로부터 의견을 듣도록 요청하고 환자와 함께 논의한 내용을 차트에 자세하게 기록해야 한다(Committee on Obstetric Practice, 2019).
제왕절개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대응하여, 우리는 단순히 제왕절개술의 빈도를 억제하려고만 할 게 아니라 오히려 그로 인한 합병증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수술 중 정확하고 올바른 기법을 사용하여 출혈과 수술 시간을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 그리고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빠른 회복을 위한 수술 후 회복강화(enhanced recovery approach after surgery, ERAS)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ERAS의 주요 목표는 환자 치료 최적화를 통해 수술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을 둔화시키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수술 전후 기간 동안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 개별 ERAS 프로그램은 다르지만 대부분은 수술 전 금식의 제한, 개별화된 수액 관리, 마약을 적게 사용하는 진통제(opioid sparing analgesia), 최소 침습 수술, 수술 후 조기 보행 및 수유 통해서 환자의 수술 후 빠른 회복을 돕는다. ERAS 프로그램을 적용한 그룹은 마약성 진통제 사용의 감소, 입원 기간의 감소, 직접비용의 감소, 30일 이후 재입원율의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HERMES 연구는 다기관 전향적 코호트 연구로, 2020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6개의 센터에서 진행되었다. 이 연구에는 선택 및 응급제왕절개술을 시행한 산모 총 448명이 포함되었다. 수술 후 조기에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제공한 이 ERAS 프로토콜은 조기 퇴원과 빠른 장 기능 회복을 가능하게 했다. 선택 및 응급 제왕절개술을 받은 산모 모두에게서 ERAS 프로토콜의 구현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Mullman et al., 2020; Uyaniklar et al., 2023).

결 론

세계적으로 제왕절개율의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CDMR 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론된다. 그러나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코드의 부족과 CDMR 적응증 문서화의 불일치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정확한 CDMR의 빈도를 추적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불필요한 CDMR을 줄이기 위해, 우리나라에서의 시행 빈도를 조사할 필요가 있고, 왜 원하는지, 그리고 의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며, 분만 방법 선택과 관련해 산모와의 충분한 상담과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
그 동안 명확한 의학적 필요 없이 비의학적 혹은 임의적인 요인에 의해 실시된 제왕절개술은 억제되어야 마땅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제왕절개술 선택 및 시행과 관련하여 산부인과학적 요인 이외에 산모의 정서적, 심리적인 이득, 그리고 태아에 대한 이득과 같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되며, 특히 의료소송 및 분쟁에 대한 회피목적으로 의료진이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동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추정된다.
따라서 무조건 제왕절개를 줄이려고 하기보다는 모든 저위험 산모에게 질식분만과 CDMR의 장단점이 충분히 설명되어야 한다. 분만은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손상을 동반하므로 그 선택을 산모가 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산모입장에서 분만 방식별 장단점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가 의료진에게 있으며, 의학적 요인만 강조할 게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들을 함께 고려하여 CDMR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Notes

저자들은 이 논문과 관련하여 이해관계의 충돌이 없음을 명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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