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례: 77세 여자가 한 달 전부터 시작된 설사와 복통을 주소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환자는 복부 팽만감을 호소하였고 특히 양측 하복부에 통증을 느낀다고 하였다. 상기 증세로 인해 환자는 타 병원에서 약 2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이 없고 생체 징후의 불안정을 보여 본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환자는 기저 질환으로 알츠하이머병이 있어 도네페질(donepezil)을 복용하고 있었다. 보호자를 통해 환자가 과거 한약을 복용한 적이 있는 것은 확인되었으나,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환자에게는 병력 청취가 제대로 되지 않아 복용 기간과 양에 대해선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음주력과 흡연력은 없었고, 소화기 질환과 연관된 가족력은 없었다. 응급실 내원 당시 환자의 생체 징후는 혈압 70/40 mmHg, 맥박 103회/분, 호흡수 16회/분, 산소포화도 98%였다. 신체 검진에서 하복부 촉진 시 압통이 있었지만, 반발 압통은 보이지 않았다. 말초 혈액 검사에서는 백혈구 8,730/μL (segmental neutrophil 94.1%), 혈소판 153,000/μL, 혈색소 6.5 g/dL, 아스파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 53 U/L, 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 15 U/L,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 111 U/L, 알부민 1.60 g/dL, 크레아티닌 0.60 mg/dL, C-반응단백질 14.08 mg/dL로 확인되었다. 복부 X-ray 검사에서는 전 대장을 따라 함께 주행하는 나뭇가지 모양의 구불구불한 석회화가 관찰되었으며, 이는 대장 장축에 대해 수직 방향이었고, 대장 주변의 혈관 경로와 일치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Fig. 1). 복부 조영증강 전산화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을 시행하였을 때 장간막 정맥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석회화가 관찰되었고 전 결장 및 직장에 벽 비후와 함께 허혈과 다발성 궤양이 의심되는 소견이 관찰되었다(Fig. 2). 반면 CT 검사상 소장 부위에 명확한 염증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S상결장경 검사에서는 직장, S상결장, 하행결장 전체에 걸쳐 암적색의 점막 소견과 점막 부종이 관찰되었고 다양한 크기의 깊은 궤양들도 관찰되었다(Fig. 3). 상부위장관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였을 때 식도, 위, 십이지장에서는 특이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다른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시행한 말초 혈액 검사에서는 항핵항체 음성, 항호중구세포질항체 음성, 류마티스 인자 7.0 IU/mL, 한랭글로불린 음성, HLA-B51 음성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대변 검체를 이용한 다중 중합효소연쇄반응(multiplex polymerase chain reaction) 검사에서는 박테리아, 바이러스에 대해 모두 음성으로 확인되어 감염성 원인이 배제되었다. 상기의 소견들을 종합하였을 때, 진단은 정맥경화성 대장염으로 판단되었다. 응급실 내원 당시 환자가 혈압 저하를 보여 수액 요법과 승압제 치료를 시행하였고 혈압은 입원 2일 차부터 승압제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이후 금식을 유지하며 3일간 보존적인 치료를 하였으나, 환자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복통이 악화되고 복부 X-ray 검사상 장폐색의 소견이 관찰되어 외과에 수술을 의뢰하였다. 수술 당시에는 육안적으로 전 결장 및 직장에 걸쳐 허혈성 변화가 관찰되었고 그 중 S상결장이 그 정도가 가장 심했다. 이에 전직장결장절제술 및 회장루 조성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검체에 대한 병리 검사에서는 다수의 염증 세포 침윤 소견과 함께 괴사에 합당한 소견이 관찰되었고, 특히 정맥과 세정맥에서 경화, 유리질화, 석회화가 나타났다. 또한 특정 부위에서는 국소적으로 유리질화와 석회화가 동반된 정맥 내강의 거의 완전한 폐색이 관찰되었다(Fig. 4). 한편, 병리 검사에서 거대세포바이러스 감염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수술 이후 환자는 특별한 합병증 없이 수술 후 10일째에 퇴원하였다. 환자는 현재까지 특이 증상 없이 지내고 있는 상태이다.
진단: 정맥경화성 대장염
허혈성 대장염은 대장에 대한 혈액의 관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며, 주로 고령에서 호발하고 약 80%가 좌측 대장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3 허혈성 대장염을 유발하는 조건으로는 장간막 혈전색전증과 같은 폐쇄성 혈관 질환, 동맥경화증, 울혈성 심부전으로 인한 저관류 상태, 저혈량증, 패혈증으로 인한 쇼크, 수술 전후의 저혈압 등이 있다. 그리고 드물게 종양, 염전, 탈장과 같은 기계적인 원인도 허혈성 대장염을 유발할 수 있다.4
정맥경화성 대장염은 허혈성 대장염의 일종으로, 장간막 정맥의 석회화를 특징으로 한다. 정확한 발병 기전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장간막 정맥의 석회화에 의해 발생하는 대장 정맥의 울혈이 원인일 것으로 생각되며, 당뇨병, 고지혈증, 문맥압항진이 동반된 간질환, 혈관염, 투석 등이 이와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5,6 증상으로는 설사, 복통, 혈변, 오심,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장폐색, 천공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까지 생길 수 있다.5 영상학적 검사에서는 복부 단순촬영의 경우 침범된 영역의 대장 벽을 따라 실 모양 석회화를 관찰할 수 있고, 전산화단층촬영의 경우 장간막 정맥의 석회화와 함께 장벽의 부종성 비후를 관찰할 수 있다. 또한, 내시경 검사에서는 침범된 부위에 어두운 암청색, 암적색 혹은 보라색의 점막이 보이며 점막의 부종, 염증, 궤양, 반월주름 소실 등의 소견이 나타난다.7 좌측 대장을 주로 침범하는 일반적인 허혈성 대장염과는 달리 정맥경화성 대장염은 우측 대장을 주로 침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부에서는 직장, 말단 회장까지 침범하거나 전 대장을 침범하는 경우들도 보고되었다.5 본 증례의 환자에서는 결장 및 직장 전체가 광범위하게 침범되었고 이는 정맥경화성 대장염 중에서도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Fang 등에 의하면 정맥경화성 대장염의 보고 사례들을 분석하였을 때, 직장까지 침범하는 경우는 전체의 3.2%에 불과하였다.8
한편 정맥경화성 대장염은 대부분 아시아인에서 발병하고, 서양인에서 발병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한약은 아시아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일부 사례에서 한약의 복용과 연관된 정맥경화성 대장염의 발병 사례가 보고되기도 하였다.8 본 증례의 경우 보호자를 통해 환자가 한약을 복용한 적이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으나, 환자의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병력 청취가 원활히 되지 않아 한약 복용 기간과 양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 환자에서 한약의 사용이 병의 발병과 연관이 있었을지는 확실히 단정할 수 없었다.
정맥경화성 대장염의 조직학적 특징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정맥벽의 섬유화, 석회화, 유리질화와 함께 점막하층의 섬유화, 장벽의 비후가 관찰된다.9 치료는 중증도에 따라 달라진다. 증상이 경한 경우에는 보존적인 치료가 가능하지만 장폐색증, 괴사 및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 등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을 시행하면 예후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8,9
본 증례는 결장 및 직장 전체를 침범하는 광범위한 정맥경화성 대장염으로, 처음에는 보존적 치료를 시도하였으나 복부 X-ray 상 장폐색 소견이 나타나고 환자가 견디기 힘들 정도의 복통이 지속되어 수술로 치료한 증례이다. 정맥경화성 대장염의 특징적인 소견과, 임상 양상, 그리고 보존적 또는 수술적 치료의 적응증을 잘 숙지하여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환자의 예후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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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Kim T, Lee J, Na JE, Park YE, Park J, Kim TO. 2023; Phlebosclerotic colitis in a healthy young female with long-term herbal medicine use. Korean J Gastroenterol. 82:30–34. DOI: 10.4166/kjg.2023.058. PMID: 37489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