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International Diabetes Federation의 당뇨병 백서인 Diabetes Atlas 2021에 의하면, 전 세계 인구 중 당뇨병환자가 2000년 1억 5,100만 명(4.6%)이었으며 적절히 당뇨병예방을 하지 않을 경우 2045년 7억 8,300만 명(10.5%)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뇨병 의료비 또한 2007년 2,320억 달러에서 2021년 9,660억 달러로 급격히 증가되어 사회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1]. 국내에서도 2020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 중 약 570만 명(16.7%)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으며, 당뇨병전단계 인구 약 1,497만 명(30세 이상 성인 중 44.3%, 65세 이상 성인 중 50.4%)을 포함하면 약 2,0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당뇨병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목표혈당 수치인 당화혈색소 6.5% 미만으로 관리가 되는 당뇨병환자는 24.5% (당뇨병환자의 4명 중 1명)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치료와 혈당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다[2].
심각한 고혈당과 함께 고혈당으로 인한 다음, 다뇨,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인슐린치료 시행이 권고된다[3]. 또한 조기에 인슐린치료를 시작한 환자의 경우 혈당조절에 긍정적이며 당뇨병합병증 위험도 낮아진다[4]. 하지만 조기 인슐린치료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슐린치료에 대한 거부감과 부정적 감정으로 인슐린치료 시기가 지연되며, 목표혈당 달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5-7].
본 원고에서는 심리적 인슐린저항성 개념을 살펴보고, 환자의 심리적 인슐린저항성 극복을 돕기 위한 상담 접근인 동기면담(motivational interviewing)을 당뇨병교육자들이 당뇨병교육·상담 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심리적 인슐린저항성
심리적 인슐린저항성(psychological insulin resistance, PIR)은 ‘인슐린치료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며, 인슐린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자가주사에 대한 낮은 자신감 등 인지적 차원과 대상자를 둘러싼 다양한 지지적 차원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심리적 상태’이다. 한국형 심리적 인슐린저항성 척도(K-PIR)에는 심리적 인슐린저항성을 탐색적 요인분석을 통해 인지심리적 요인(psycho-cognitive factor)과 지지적 요인(supportive factor)으로 분류하였다. 인지심리적 요인 문항에는 부정적 감정, 낮은 인식, 인슐린 자가주사에 대한 낮은 자신감, 의존적인 삶, 당혹스러움이 포함되었으며, 지지적 요인 문항에는 경제적 부담, 가족과 같은 지지자에 대한 감정이 포함되었다. 많은 당뇨병환자가 인슐린치료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하고 있으며, 인슐린치료를 거부하거나 최대한 나중에 인슐린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심리적 인슐린저항성을 경험한다(Fig. 1) [8].
보건의료전문가와 환자 간 의사소통의 중요성
보건의료전문가와 당뇨병환자 간 의사소통에 대한 체계적문헌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당뇨병환자가 보건의료전문가와의 의사소통을 좋게 인식할수록 질병 자기관리, 치료 순응도가 향상되었으며, 당뇨병 디스트레스를 덜 경험하며 웰빙, 개인의 통제감, 자기효능감을 크게 인식한다고 보고하였다[9]. 심리적 인슐린저항성 극복을 위해 당뇨병교육자와 같은 보건의료전문가의 교육·상담이 매우 중요하며, 인슐린치료와 혈당관리에 대해 보건의료전문가가 적극적인 교육·상담을 실시한 집단에서 12개월 뒤 69.5%의 환자가 인슐린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통제집단에서 21.7%의 환자가 인슐린치료를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보건의료전문가의 교육·상담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10]. 보건의료전문가가 인슐린치료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의 심리적 저항감을 잘 다루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보건의료전문가가 어떻게 상담을 하는지에 따라 환자의 인슐린치료 시작 시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기면담 소개
동기면담은 알코올 중독 환자의 행동변화를 돕기 위해 1983년 처음 소개된 이후 건강행동변화에 효과성이 입증되면서 보건의료, 정신건강, 중독, 코칭 등과 같은 영역에 근거중심실천(evidence-based practice)으로 수용되고 있다. 당뇨병교육자가 동기면담을 활용하여 교육·상담을 할 경우 환자의 자기관리(self-care)가 향상되고 임상결과(outcome)가 개선되면서 활용이 권고되고 있다[11]. 동기면담은 2형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치료를 시작하게 될 때 겪게 되는 심리적 어려움을 잘 다루면서 인슐린치료 과정을 도울 수 있다[12].
심리적 인슐린저항성 극복을 위한 동기면담 활용 방법
인슐린치료의 시작과 순응도가 좋은 환자의 경우 정확한 정보제공과 인슐린투여 과정에 대한 교육을 위주로 개입을 하면 되지만, 인슐린치료에 대한 거부감과 양가감정을 경험하는 환자에게는 정보전달 위주의 교육보다는 심리적 거부감과 양가감정을 다루는 상담 접근이 중요할 수 있다. 심리적 인슐린저항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슐린치료를 권고 받은 당뇨병환자의 양가감정(ambivalence)과 당뇨병교육자의 문제를 바로잡아주고 해결해주고 싶어 하는 교정반사(fixing reflex)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슐린치료 시작에 양가감정이 있고 거부감이 있는 환자에게 당뇨병교육자는 일반적으로 인슐린치료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슐린치료를 시작해야 혈당조절이 되고 합병증 예방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게 된다. 하지만 환자는 당뇨병관리를 위해 인슐린치료의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인슐린치료에 대한 거부감으로 선뜻 치료 결정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며 인슐린치료 시작 시기가 지연되기도 한다. 심리적 인슐린저항성을 극복하기 위해 보건의료 현장에서 당뇨병교육자가 동기면담을 활용하는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인슐린치료 시작에 대한 환자의 생각, 감정을 탐색하는 열린 질문
“인슐린치료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환자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혈당관리를 위해 인슐린치료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 드렸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슐린치료에 대한 환자의 생각과 감정을 탐색하는 것은 중요하다. 위와 같은 열린 질문을 통해 환자가 경험하는 거부감, 양가감정으로 진술하게 하는 것은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환자의 진술 속에는 100% 거부감만 있지는 않으며, 인슐린치료를 하기 싫은 마음과 해야 한다는 마음이 동시에 진술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 정상화를 통한 지지
“인슐린치료는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시작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환자분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인슐린치료의 시작에 대해 심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가 스스로 자신이 문제라고 인식을 하거나 의료진의 권고를 따르지 않는 환자로 느끼지 않도록 정상화를 통한 지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3. 환자의 결정과 노력에 대한 인정
“혈당조절에 많은 신경을 쓰고 노력하고 계시군요.”
“쉽지 않으셨을 텐데 어떻게 인슐린치료를 결정하시게 되었나요?”
환자 스스로 본인이 당뇨병관리를 잘하기 위한 결정과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을 해주면 질병관리에 대한 자기효능감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당뇨병교육자가 의도성을 가지고 환자가 어려운 결정을 한 부분과 노력하는 부분을 알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인슐린치료 시작을 결정했을 때 위와 같이 어떻게 인슐린치료를 결정하게 되었는지를 묻게 되면 인슐린치료의 장점(긍정적 측면)을 환자 스스로 진술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4. 환자의 선택권과 자율성을 지지하는 진술
“(비난하거나 냉소적이지 않는 중립적인 태도로) 인슐린치료를 시작할지 말지는 환자분의 결정입니다.”
환자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침해 받게 되면 환자는 저항하기 쉽다. 당뇨병교육자가 인슐린치료를 강하게 권고하면 할수록 인슐린치료에 양가적인 환자는 인슐린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과 이유를 진술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래서 환자 스스로 인슐린치료를 고민해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5. 반영을 통한 공감 표현
“당뇨병관리를 잘 못해서 인슐린치료까지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시니 많이 속상하시군요.”
“생각처럼 혈당조절이 되지 않아 답답하셨군요.”
반영(내용반영, 감정반영)은 이해를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고 공감을 표현하는 상담기술이다. 혈당조절이 잘되지 않아 환자가 인슐린치료를 권고 받으면 심리적으로 충격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지지적 표현으로 반영을 활용해서 위와 같이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환자에게 정보제공과 설득보다는 공감 표현을 우선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6. 인슐린치료에 대한 양가감정을 양면반영
“인슐린치료가 어렵다고 생각하시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슐린치료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시고 계시군요.”
인슐린치료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지만 거부감도 동시에 느끼는 환자에게 위와 같이 양쪽 측면을 반영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양면반영을 할 때는 앞부분에는 변화하지 못하는 부분을, 뒷부분에는 변화에 대한 부분을 반영하는 것이 좋다. 뒷부분의 내용을 환자가 이어서 진술하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7. 정보제공 전 허락 구하기
“인슐린치료를 고민하시는 환자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가 있는데 말씀 드려도 괜찮을까요?”
“환자분이 아셨으면 하는 내용이 있는데 말씀 드려도 괜찮을까요?”
환자가 질문한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 정보를 제공해주어도 되지만 인슐린치료와 당뇨병관리에 있어서 환자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나 알아야 되는 내용이 있을 경우 위와 같이 허락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당뇨병교육자가 허락을 구하면 환자는 존중 받고 있다고 느끼며, 자신이 듣겠다는 자기결정이 포함이 되어 당뇨병교육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8. 협동을 구하는 열린 질문
“환자분이 혈당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데 제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제가 어떤 부분을 설명 드리는 것이 환자분에게 도움이 될까요?”
위와 같이 당뇨병교육자가 진술을 하게 되면 환자는 전문가가 나에게 도움이 되도록 교육·상담을 진행하려 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일방적으로 전문가가 교육·상담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9. 변화에 대한 진술을 이끌어내는 열린 질문
“혈당조절을 잘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슐린치료가 하기는 싫지만 고려를 해봐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환자의 진술 속에는 변화해야 한다는 진술이 들어 있다. 변화하지 못한다는 진술보다는 위와 같이 환자가 변화해야 한다는 진술을 하게 될 때 그 내용을 상세하게 진술할 수 있도록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스스로 변화에 대한 진술을 많이 하면 할수록 실제 변화할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10. 인슐린치료를 거부하는 환자에 대한 반영, 열린 질문
“인슐린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인슐린치료를 강력하게 거부하는 환자가 있을 수 있다. 환자가 강하게 거부할 경우 인슐린치료를 해야 된다고 설득하기보다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탐색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이유를 탐색하다 보면 변화의 중요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슐린치료의 시작에 양가감정을 경험하는 당뇨병환자에게 동기면담을 위와 같이 활용해 볼 수 있다. 중요한 부분은 일방적으로 인슐린치료 시작을 강요하거나 설득하려고 하는 시도(전문가의 교정반사)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양가감정을 잘 다루면서 심리적 인슐린저항성에 대한 교육ㆍ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인슐린치료 시작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결론
혈당조절이 되지 않는 당뇨병환자가 시의적절하게 인슐린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혈당조절과 합병증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당뇨병교육자가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활용해서 인슐린치료에 대한 교육·상담을 진행할 경우 인슐린치료 시작을 보다 조기에 할 수 있기 때문에, 당뇨병환자 교육ㆍ상담 시 동기면담을 활용해 인슐린치료에 대한 거부감과 양가감정을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인슐린치료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자의 역할과 인슐린치료에 대한 심리적 인슐린저항성을 잘 다루는 상담자의 역할이 당뇨병교육자에게 요구된다. 인슐린치료의 시작과 유지에 당뇨병환자의 양가감정을 잘 다룰 수 있는 동기면담 접근에 당뇨병교육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건의료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