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고령화, 경제발전, 식이 습관의 변화와 신체활동의 감소 등으로 인해 당뇨병이 증가하고 있으며, 선행연구에서는 저소득, 저학력 등 사회경제적지위(social economic status)가 낮을수록 2형당뇨병의 유병률, 합병증 발생률, 사망률 등이 더 높다는 근거가 제시되고 있다[1,2]. 당뇨병은 일상에서 꾸준한 관리가 요구되는 만성질환이다. 당뇨병자기관리(diabetes self-management)의 목적은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을 줄이고,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영위함으로써 삶의 질을 증진하는 것이다. 매일 혈당검사와 모니터링, 약 복용, 식이, 운동을 하는 것은 성공적인 당뇨병관리에 결정적이지만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 정서적 어려움도 가져온다.
이와 같이 일상의 삶에서 도전이 되는 당뇨병자기관리는 취약계층에게는 더 어렵다. 이들은 헬스케어 접근의 어려움, 빈곤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장벽, 사회지지의 부족 등으로 인해 당뇨병자기관리에 있어서 상당한 부담을 갖는다[3]. 의사, 간호사, 영양사,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보건복지 전문가들은 임상 현장에서 당뇨병을 가진 저소득 1인 가구, 장애인, 알코올중독자, 결혼 이주 여성, 외국인 근로자, 노숙자 등 다양한 취약계층을 만난다. 하지만 이제까지 취약계층 당뇨병환자의 심리사회적 어려움과 특성, 욕구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기반한 개입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였다. 본 소고에서는 복합적인 어려움을 갖는 대표적인 취약계층인 저소득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이들의 특성과 당뇨병자기관리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본론
1. 취약계층의 개념과 특성: 저소득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취약성(vulnerability)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소득, 경제적 조건에 의해서만 구분되지 않으며 의료적, 사회적, 경제적 영역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의미이다. 즉, 취약계층은 의료적, 사회적, 경제적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의료적 취약계층이란 암환자, 희귀난치성질환자, 심장질환자, 화상환자, 감염성질환자, 정신질환자, 말기질환자, 기타 만성질환자를, 사회적 취약계층이란 독거노인 등 1인 가구, 노숙자, 폭력피해자,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미혼모, 위기청소년, 자살시도자 등이 해당되며, 경제적 취약계층으로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긴급복지 의료지원대상자, 재난적 의료비지원대상자, 건강보험말소자 등을 말한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1인 가구는 전형적인 취약계층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2000년 15.5%에서 2020년 31.7%로 2배 이상 증가하였는데[4], 특히 장년층은 다른 세대에 비해 건강, 주거, 경제, 사회적 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년층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음주, 흡연, 우울, 자살사고 등 정신건강의 위험을 나타내며,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도 다수 갖고 있다[5,6]. 이들은 사회적 관계망에서도 취약하여, 한국 장년층의 사회적 관계망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가입국 중 최하위로[7], 고독사 고위험군이기도 하다. 한편, 청년층 1인 가구는 취업 문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의 특성을 갖는다. 취업이 장기간 되지 않으면서 대인관계가 무너지고 사회적 고립으로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한다. 청년층 1인 가구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다인 가구의 청년에 비해 55∽60%에 불과하여 사회적 관계망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건강, 금전 등의 문제가 생겨도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비율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년층 1인 가구의 경우는 높은 보건 의료비 지출, 돌봄으로부터의 방치, 사회적 고립 위험 등을 나타내는데, 상당수 독거노인은 경제적 빈곤 상태이며이는 노인의 우울과 외로움을 심화시키고 있다[8].
2. 취약계층 당뇨병환자의 음주 문제
대부분의 취약계층은 한 가지 영역이 아닌 의료적, 사회적, 경제적 영역의 어려움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이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제공되지 않으면 위기가구로 발전할 수 있다. 사례를 들어보면, 당뇨병과 관절염 등 만성질환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의료적 취약계층) 저소득(경제적 취약계층) 독거 노인(사회적 취약계층)인 A 어르신의 경우 치료약물의 꾸준한 복용과 혈당관리가 쉽지 않고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병원 방문은 엄두를 내지 못하며, 스스로 취사도 어려워 균형 잡힌 영양식 대신 자주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형편이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다세대 연립주택의 좁은 주거공간 및 열악한 동네 환경으로 인해 마땅히 운동할 곳을 찾기도 어렵다. 자녀가 있지만 젊어서 이혼 후 가족과 단절된 채 오랫동안 독거 생활을 하였으며, 이로 인한 고립감과 외로움은 우울,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 울적해서 잠이 안 와서 한 잔 두 잔 마시다가 식사도 거르고 마시게 되는 술은 유일한 인생의 낙으로 이제 술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다.
실제로 1인 가구의 음주 문제는 다인 가구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다[9]. 2013∽2014년 기준 당뇨병환자 중 고위험 음주자는 21.9% (남자 29.6%, 여자 5.5%)였고, 2016∽2018년에는 23.1% (남자 30.7%, 여자 6.8%)로 증가하였다[10]. 척도 및 표본 등이 상이하여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11] 결과를 살펴볼 때, 알코올사용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11.6% (남자 17.6%, 여자 5.4%)로 당뇨병환자의 음주 문제가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추측할 수 있다. 인슐린이나 인슐린분비촉진제를 사용 중인 당뇨병환자의 경우 적정량의 음주는 괜찮지만, 과도한 음주는 저혈당, 지연성 저혈당, 체중증가 등을 가져온다[10]. 알코올은 자체로도 칼로리가 있으므로 고열량섭취로 인해 식이요법에도 방해가 되며, 합병증 초래, 당뇨병 치료약물과의 부정적 상호작용으로 저혈당과도 관련된다[12].
음주 문제를 가진 당뇨병환자는 교육과 치료의 순응에서도 어려움이 있다. 수도권 4개 종합병원에 입원한 중년기 남성 당뇨병환자 88명을 조사한 연구를 보면[13], 53.4%가 음주 문제자였고(AUDIT [Alcohol Use Disorders Identifi-cation Test] ≥ 8), 음주 문제가 있는 환자의 당뇨병자기관리 수준이 사회적 음주를 하는 당뇨병환자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P < 0.001). 이 연구에서는 환자의 의무기록을 조사하여 당뇨병환자의 음주 문제에 대한 주치의의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67.5%에서 인지하고 있었다. 의무기록에는 환자의 음주 행동에 대한 자세한 사정(assessment)이 이루어지기보다 음주량이나 음주빈도 정도가 표기되어 있었고, 음주 문제의 수준, 당뇨병에의 영향 등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당뇨병을 가진 1인 가구에 대한 개입에서는 음주 행동에 대한 자세한 정보수집 및 이에 기반한 사정이 필수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
3. 취약계층의 당뇨병자기관리를 위한 개입
1) 당뇨병교육
당뇨병환자는 개별화되고 실용적인 교육을 선호하지만, 대상의 특성 및 욕구에 대한 고려없이 일반적인 수준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3]. 저학력 및 저소득층, 소수민족 및 이민자 집단, 노인과 같은 취약계층은 건강정보이해력(health literacy)이 낮은 집단이지만[14], 현재 당뇨병자기관리에 관한 정보는 어려운 의학용어를 포함하고 있는 등 교육자료의 70% 이상이 부적합이라는 평가가 있어[15], 교육자료의 개선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저소득 1인 가구와 같은 취약계층에게는 당뇨병교육에의 접근성 부족도 문제이다. 당뇨병은 일상생활에서 꾸준한 자기관리가 요구되지만, 주로 병원 세팅에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당뇨병교육이 이루어지므로 퇴원한 당뇨병환자들의 참여가 쉽지 않다. 접근성이 좋은 주거지 인근의 복지관 등 지역사회에서 당뇨병교육이 제공될 수 있다면 교육과 함께 취약계층의 심리사회적 욕구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도 이용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규칙적인 식사가 어려운 저소득 남성 장년층 1인 가구는 공간과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복지관에서 당뇨병교육 후 식단에 따른 요리법을 배울 수 있고, 운동 강좌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 개인 상담
취약계층 당뇨병환자가 당뇨병자기관리에 대한 무력감을 느낀다면, 개별 상담에서 이를 다루어야 한다. 즉 당뇨병자기관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걱정, 불안, 우울 등 부정적 정서를 다루고,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한 상담이 필요하다. 개인 상담에서는 회복탄력성(resilience) 증진에 초점을 두는 것이 효과적인데, 당뇨병환자를 대상으로 한 회복탄력성 증진에 관한 메타분석 연구를 보면[16]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을 비교한 6개의 논문에서 당화혈색소의 개선이 보고되었고, 4개 논문에서 단일집단 사전 추후 조사에서 개선이 있었다. 회복탄력성 증진은 취약계층 당뇨병환자가 의료적 처방을 잘 따르고 목표 행동을 달성하여 건강 지표를 개선하도록 돕는다고 제시된 바 있다[16].
동기강화상담(motivational interviewing)은 음주 문제가 있는 당뇨병환자가 자신의 음주행동을 이해하도록 함으로써 단주(금주) 변화동기를 갖도록 하며, 당뇨병자기관리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동기강화상담이란 동기화면접, 동기증진치료 등 다양하게 번역되고 있는데, 환자의 양가감정을 탐색하고 해결함으로써 변화에 대한 내적 동기를 증진하도록 돕는 모델이다[17]. 동기강화상담에서는 지지적인 공감을 통해 통해 환자 자신이 이해받고 있음을 느끼도록 하여 변화에 대한 저항을 줄이고 당뇨병자기관리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다.
3) 사회지지
사회지지는 당뇨병자기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사회지지를 많이 인식할수록 더 나은 혈당조절, 더 나은 삶의 질과 관련이 있고, 반면 사회지지의 부족은 당뇨병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18]. 가족은 사회지지의 주요 원천이므로 가족이 있는 경우 당뇨병환자의 자기관리를 지원하는 핵심역할을 할 수 있지만[19], 지나친 가족의 관여는 당뇨병자기관리를 저해할 수도 있다. 의사-환자 관계 역시 사회지지의 중요한 원천으로서, 의사-환자 관계는 당뇨병자기관리에 대한 환자의 순응도에 영향을 미친다. 당뇨병환자는 의사로부터 더 많이 이해받고 공감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짧은 진료 시간으로 인해 충분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내원한 환자에게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의사는 환자에게 사회지지원이 될 수 있으며, 사회적 네트워크를 평가할 수 있다. “당뇨병관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주변에 누가 있나요?”, “당뇨병에 대한 정보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식사, 운동, 약을 먹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진료시간에 이와 같은 질문을 하고 기록해 두는 것은 취약계층 환자의 삶에 당뇨병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필요한 대응을 하도록 돕는다[19].
결론
당뇨병은 혈당조절을 위해 약물치료는 물론 식이,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인 자기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당뇨병은 사회경제적 지위는 물론이고, 문화적, 환경적 조건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데, 취약계층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당뇨병유병률, 합병증 사망률이 더 높고, 당뇨병자기관리에 있어서도 더 많은 어려움을 직면하게 된다[1,20,21]. 취약계층 당뇨병환자의 성공적인 자기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당뇨병교육자들은 저소득 1인 가구 등 취약계층의 심리사회적 어려움과 욕구에 관심을 가지고, 교육 및 상담, 사회지지의 제공, 다양한 사회복지서비스 연계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