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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오디세이: 진균 용어의 어원
사람에게 침습성 감염을 일으키는 미생물 중 하나인 진균은 한글로 곰팡이라고 부르기도하고 영어로는 fungus (복수형으로 fungi)라고 하지만 간혹 mushroom (버섯)과 혼용된다. 용어를 구분하면 과거엔 좀 더 큰 fungi를 mushroom이라고 불렀고, 이젠 열매(fruit)를 맺고 우산 모양의 뚜껑이 있는 fungi를 mushroom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진균학(mycology)이라고 부르는 용어에 있는 myco- 역시 fungus를 뜻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myco-는 fungus와 mushroom을 통칭하는 말이다. Fungus의 라틴어 유래는 그리스어 spongos, sphongos (영어로 sponge)에서 왔다고 알려져 있다. 생김새로 어원을 가지고 왔을 것이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합성수지로 만든 물을 잘 흡수하는 주방용품 인조 스펀지가 아니고 바다에 사는 해면(海綿) 동물을 생각하면 된다.
진균은 자연계에 약 20만 종이 있지만, 실제 감염을 일으키는 종은 150여 개이고, 이 중에서 사람에게 침습성 기회감염을 일으키는 종은 약 20-30개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배양 후 관찰되는 집락(colony)의 형태에 따라 효모균(yeast)과 사상진균(filamentous fungi, mold, mould)로 구분하고, 그 외에도 온도에 따라 효모균 또는 사상진균의 두 형태를 보이며 성장하는 이형태(dimorphic) 진균이 있다. 과거 진균에 의한 감염이 병원감염관리 영역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진 않았지만, 최근 중환자에게 catheter 등 침습적인 처치를 하는 경우가 많고, 암이나 이식 등으로 호중구감소증이 있거나, 면역기능저하 상태인 환자들이 많아지고 장기간 생존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침습성 진균감염 또한 증가하고 있다[1].
저자가 근무하는 병원, 특히 혈액질환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하거나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는 병동에서, 가장 흔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진균은 칸디다(Candida)와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lus)이다[2-6]. 본 원고에서는 진균, 특히 칸디다와 아스페르길루스와 관련된 의학용어의 유래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칸디다증은 과거 모닐리아증(moniliasis)라고 불렀다. 속(genus)이 Candida가 아니고 Monilia였다. 배지에서 칸디다를 키운 Fig. 1A을 보면 하얀색 집락이 마치 구슬을 꿰어 놓은 목걸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라틴어로 목걸이를 monile라고 한다. 또 면역저하환자에서 흔히 보는 구강 칸디다증(oral candidiasis)를 과거 oral moniliasis라고도 했고, 아구창(thrush, 鵝口瘡)라고도 부르는데, 칸디다의 흰색 삼출물에 의해 생기는 반점을 개똥지빠귀(thrush)의 목과 가슴에 있는 반점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그 후 Monilia 속의 명칭이 Candida로 변경되었는데, Candida의 어원은 candid (솔직한), candidate (후보자)에서 유래하였다. Candid는 솔직한 이라는 말 이외에 정직한, 진실을 말하는 등의 뜻으로도 사용되는데 순수, 자유, 진실 등을 상징하는 색이 흰색이다. 또한 로마시대 집정관(consul)을 선출할 때 후보자(candidate, 라틴어로 candidatus)가 로마의 전통 의복인 토가(toga)를 입고 연단에 서서 연설을 하곤 하였는데, 토가의 기본 색이 한복에서처럼 흰색이어서 후보자 고유의 뜻은 ‘흰 옷을 입은 사람’이란 뜻이다. Candida 속 중 가장 흔한 albicans 종(species)은 라틴어로 하얗다는 또다른 말이다. Candida albicans를 직역하면 ‘하얗고 하얀’ 뜻이 되겠다. 칸디다 종 중 최근 나라마다 병원마다 유행이 있고, 많은 항진균제에 내성을 보여 문제가 되는 Candida auris가 있는데, auris는 귀라는 뜻이고, 실제 환자의 귀에서 동정되어 세상에 알려졌고, 지금도 귀에서 많이 확인된다[1,5,7].
신부님이 정화하거나 축복하기 위하여 사람이나 건물 또는 사물에 성수(holy water)를 뿌리는 성수 예식(sprinkling)을 하는 모습을 일상 속 혹은 영화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성수를 뿌리는 도구를 성수채(Aspergillum, Aspersorium)라고 하는데, 옛날 성수채는 흔히 히솝풀(Hyssop)이나 월계수, 측백나무 같은 유사한 나무가지를 사용했지만 오늘날 성수채는 금속으로 된 손잡이 속에 구멍이 뚫려 있고, 공 모양의 해면이 달려 있거나 끝에 송송 구멍이 뚫려 있어 성수를 뿌릴 수 있도록 되어있다. Fig. 1B을 보면 아스페르길루스 균사(hyphae)가 길게 자라나와 분생포자(conidia)를 형성하는 모습이 마치 성수채와 닮아있다[8]. Fumigatus의 라틴어 어원은 fumigave인데 ‘연기가 자욱한(smoky)’이란 뜻이다. 즉 연기가 자욱한 청회색 균사체(mycelium, 복수형으로 mycelia)를 형성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Fig. 1C을 보면 마치 연기에 그을린 청회색 빛깔의 균사체가 보인다. Fig. 1D에 배양한 Aspergillus niger가 있는데, niger는 검은색을 뜻하고 실제 균사체가 검게 보인다.
Albicans와 niger가 각각 흰색과 검은색을 나타낸다고 하였으니 색깔을 나타내는 의학용어의 어원을 잠시 살펴보면 노란색은 luteus, kirrhos, 초록색은 viridis, 파란색은 cyano, 구리 녹(copper rust)는 aerugo, 빨간색은 rubrum이다.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의 aeruginosa가 녹슨 구리 색에서 유래된 것임을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대학병원에서 감염내과 전문의로서, 감염관리의사로서 생활을 하면서 해가 갈수록 느끼는 것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는 것이다. 특히 감염학, 감염관리학의 특성 중 하나는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인데,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현미경, 배양, 영상검사 등을 통해서 눈으로 보고 느끼게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이에 덧붙여 미생물의 유래, 어원을 생각하며 이해하는 것이 더 많은 관심과 더 깊은 연구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REFERENCES

1. Lee R, Cho SY, Lee DG. 2020; Fundamentals of mycology for infection control and prevention. Korean J healthc assoc Infect Control Prev. 25:86–99. DOI: 10.14192/kjicp.2020.25.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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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ho SY, Lee HJ, Lee DG. 2018; Infectious complications after hematopoietic stem cell transplantation: current status and future perspectives in Korea. Korean J Intern Med. 33:256–76. DOI: 10.3904/kjim.2018.036. PMID: 29506345. PMCID: PMC58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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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Lee DG. 2013; Common infectious diseases in hematopoietic stem cell transplant recipients. Korean J Med. 84:158–67. DOI: 10.3904/kjm.2013.84.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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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hoi H, Ahn H, Lee R, Cho SY, Lee DG. 2022; Bloodstream infections in patients with hematologic diseases: causative organisms and factors associated with resistance. Infect Chemother. 54:340–52. DOI: 10.3947/ic.2022.0069. PMID: 35794719. PMCID: PMC9259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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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Ahn H, Lee R, Cho SY, Lee DG. 2022; Advances in prophylaxis and treatment of invasive fungal infections: perspectives on hematologic diseases. Blood Res. 57(S1):101–11. DOI: 10.5045/br.2022.2022036. PMID: 35483934. PMCID: PMC9057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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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Lee SO. 2023; Diagnosis and treatment of invasive mold diseases. Infect Chemother. 55:10–21. DOI: 10.3947/ic.2022.0151. PMID: 36603818. PMCID: PMC10079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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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Sanyaolu A, Okorie C, Marinkovic A, Abbasi AF, Prakash S, Mangat J, et al. 2022; Candida auris: an overview of the emerging drug-resistant fungal infection. Infect Chemother. 54:236–46. DOI: 10.3947/ic.2022.0008. PMID: 35794716. PMCID: PMC9259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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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mpson GR 3rd, Young JH. 2021; Aspergillus infections. N Engl J Med. 385:1496–509. DOI: 10.1056/NEJMra2027424. PMID: 34644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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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A) Gross finding of Candida albicans colony. C. albicans cultured at Sabouraud dextrose agar (SDA, BD Difco Laboratories, Detroit, MI, USA) at 37℃ for 2 days, and white or cream-colored smooth colonies were observed. (B) Direct microscopic examination of Aspegillus fumigatus (×400). Conidia, vesicle, conidiophore, and septated hyphae are indicated (arrows). (C) A. fumigatus mycelia on culture media. A. fumigatus cultured at SDA at 30℃ for 3 days. Blue-grey mycelia with clear boundaries are observed. (D) Aspergillus niger mycelia on culture media. A. niger grown in SDA at 30℃ for 3 days. Black woolly mycelia are ob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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