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백혈구부착결핍증(leukocyte adhesion deficiency, LAD)은 드문 일차성 면역결핍 질환이며 상염색체 열성 질환으로 백혈구의 β2 인테그린(integrin) 단백질인 CD18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CD18의 발현 감소 또는 기능 부전으로 인해 백혈구가 혈관벽에 부착하는 과정에 심각한 어려움이 생기며 감염과 염증 부위로 백혈구 이동이 제한되고, 생명을 위협하는 세균 및 진균 감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된다[1-3]. 이 질환은 1979년에 제대 탈락의 지연, 호중구 증가증, 전신적인 세균 감염이 동반된 환자에서 처음 보고되었으며[4], 증상은 보통 신생아 시기 제대 탈락이 지연되는 것부터 시작되며 감염 시 상처 치유가 지연되고 백혈구 수치가 강하게 증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집중적인 항생제 치료에도 어린 나이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고 최선의 치료법은 골수이식으로 알려져 있다[2].
신생아 및 영아의 화농성 관절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는 중증의 감염성 질환이며[5] 어린 영아에서의 진단은 성인의 경우보다 어렵다[6]. 가장 흔한 원인균은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 MRSA)이고 무릎 관절과 고관절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조기 진단 및 적절한 항생제 치료와 관절천자나 수술을 통한 조기 배농이 중요하다[5,7].
본 저자들은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해있던 후기 미숙아 환자에서 원인이 잘 설명되지 않는 패혈증성 고관절 관절염이 갑작스럽게 발병하여 면역결핍 검사를 시행한 결과, LAD가 발견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례
미숙아 및 저체중 출생아로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남자 환아로 생후 12일째 갑작스런 오른쪽 허벅지 종창과 발적이 발생하였다. 재태 주수 34주 1일에 출생 체중 2,158 g으로 본원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로 출생하였고 아프가 점수는 1분 8점, 5분 9점으로 출생 시 분만 손상 없이 상태 양호하였으나 후기 미숙아 및 저체중 출생아로 출생 직후 본원 신생아중환자실로 입원하였다.
환아 출생 시 산모는 27세로 산과력은 만조유생 0-0-0-0로 초산모였으며, 과거력상 특이 병력 및 약물 복용력은 없었으나 짧은 경부 길이(short cervix 1.5 cm) 및 조기 진통으로 임신 31주 1일에 본원 산부인과로 전원 되었다. 입원하여 자궁수축억제제(ritodrine)를 투여하였으나 임신 34주 1일에 양막 파수되어 분만 진행 중 아두골반불균형(cephalopelvic disproportion)이 있어 응급 제왕절개를 시행하였다. 가족력 상 진단된 면역결핍 질환 및 유전 질환력 없었고, 근친 결혼 여부도 없었다.
신생아중환자실 입원 후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미숙아 무호흡 이외에 활력 징후 양호했으며 상기 증상 발생 전까지 기계적 환기요법 및 중심 정맥 혹은 동맥관 시행력 없었다. 말초 정맥관은 구강 수유가 원활하기 전인 출생 6일째까지 유지하였으며 하지 부위 정맥관 삽입력 없었고, 출생 12일째 증상 발생 이전까지 요골동맥을 통한 채혈이 총 5회 있었다. 제대는 생후 2주 내에 탈락하였고, 배꼽염 발생은 없었다.
출생 12일째 증상 발생 당시 활력 징후는 혈압 66/40 mm Hg, 맥박수 154회/분, 호흡 60회/분, 체온 37℃, 산소포화도 99%였으며, 신체 검진 시 오른쪽 허벅지 전체적으로 종창과 발적, 압통, 열감이 관찰되었고 고관절 운동에 제한은 없었다. 증상 발생 다음 날에 오른쪽 허벅지 둘레는 점차 증가하였고 종창은 범위가 더 넓어져 무릎 아래까지 퍼졌으며 발적과 열감이 지속하였다. 이외의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증상 발생 당일 시행한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수 32,270/μL (중성구 80%, 림프구 10%, 단핵구 7%), 혈색소 15.0 g/dL, 혈소판 415,000/μL, C-반응단백 12.90 mg/dL (정상 0.3 미만) 소견을 보였고, 동맥혈 가스분석검사상 pH 7.519, PCO2 22.2 mm Hg, PO2 84 mm Hg, HCO3- 18.1 mmol/L, 염기과잉(base excess) –5 mmol/L로 호흡성 알칼리혈증을 보였다. 뼈 스캔검사에서 연부조직 부종 소견이 보였으나 뼈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다. 증상 발생 이틀째 시행한 초음파에서는 오른쪽 고관절의 관절액 증가와 연부조직 부종, 근육 내 혈종 소견이 관찰되었고, 자세한 평가를 위해 시행한 고관절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에서 고관절 주위 농양 형성(Figure 1)과 동반되어 중간넓은근(vastus intermedius)으로 상당한 양의 근육 내 농양 형성(32×28×19 mm)이 발견되어 고관절 화농성 관절염(septic arthritis of hip) 소견을 보였다(Figure 2).
치료로 허벅지 종창 발생 직후 연조직염(cellulitis) 의심 하에 나프실린(nafcillin)과 세포탁심(cefotaxime)을 정맥 내 투여하였으며, MRI에서 화농성 관절염 소견이 확인된 후 정형외과와 협진하여 증상 발생 3일 째 응급 절개배농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중 오른쪽 허벅지 전방 부위에서 탁한 암녹색의 점성을 보이는 농양을 배농하였고 이는 오른쪽 고관절과 이어진 것으로 보였다. 증상 당일 시행한 말초혈액 배양 검사에서 그람양성구균(gram positive cocci)이 확인되어 증상 3일 째부터 반코마이신(vancomycin)으로 항생제를 변경하여 투여하였으며 말초혈액배양 및 수술 시 배농한 농양배양검사에서 모두 MRSA가 최종 확인되었다.
수술 직후 시행한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수 11,660/μL (중성구 67%), C-반응단백 7.22 mg/dL로 호전 양상 보였으며 이후 반코마이신 항생제 치료를 지속 중, 증상 발생 6일째 시행한 혈액배양검사에서 더 이상 균은 동정 되지 않았다. 수술 12일째까지 수술 부위에서 갈색 양상의 삼출물이 베어 나와 상처 치유 지연이 관찰되었으나 수술 부위 감염의 증거는 없었다. 이후 증상 발생 16일째(수술 14일째) C-반응단백 0.3 mg/dL 미만으로 정상화된 것을 확인하였다.
신생아 시기에 갑작스런 침습적 세균 감염과 화농성 관절염이 발생하였고, 특히 말초 정맥관을 제거한 지 6일 후에 발생한 특징 때문에 면역학적 기능 평가를 위해 검사 진행하였다. 면역글로불린 및 보체 검사(IgG/A/M, IgG subclass C3, C4, CH50), 면역세포검사(NK/B/T cell, CD4/CD8 ratio)에서는 특이 소견 없었고, 중성구 내 호흡폭발검사(respiratory burst of neurophil DHR test) 에서도 정상 소견을 보였다. 이후 전혈을 채취하여 시행한 유세포 분석 백혈구 부착 결핍 검사(LAD test, CD11b/CD18 flow cytometry)에서 CD11b/CD18의 발현이 정상 대조군에 비해 19%로 감소되어 있는 것이 관찰되었고 이는 LAD를 시사하는 소견이었으며 환아는 LAD 중 유형 1 (type 1)의 중등도 표현형(moderate phenotype)에 속하였다.
증상 발생 후 12일째(수술 10일째) 시행한 방사선검사에서 오른쪽 대퇴골두의 변형이 관찰되었고(Figure 3), 증상 16일째 시행한 고관절 초음파에서는 더 이상의 관절액 집적 소견이나 농양 형성 소견은 없었으나 이후 추적 시행한 방사선검사상 오른쪽 대퇴골두의 경화성 변형이 진행되는 소견을 보여 증상 23일째 뼈 스캔검사까지 시행하였다. 뼈 스캔검사에서 오른쪽 대퇴골과 장골에 골수염(osteomyelitis) 소견(Figure 4)이 확인되어 투여 중이던 반코마이신 치료 기간을 총 8주까지 지속하기로 계획하였다.
추적 검사를 위해 증상 30일째(수술 28일째) MRI를 재시행하였고 화농성 관절염 소견은 호전되었으나 대퇴골 골수염이 남아있는 소견 확인되어 항생제 치료를 지속하였다(Figure 5). 이후 방사선 추적 검사상 대퇴골두의 미란성 병변은 계속 심화하였고 이에 대퇴골두전위(femoral head dislocation) 교정을 위하여 파블릭 장구(Pavlik harness)를 적용하여 고관절 외전(abduction) 자세로 고정 치료하였다. 총 8주간의 반코마이신 치료 완료 후 환아의 전신적인 신체 컨디션 및 활력 징후는 양호하며 말초혈액검사상 감염 및 염증 소견 보이지 않아 증상 56일째(수술 54일째) 파블릭 장구를 적용한 상태로 소아청소년과 및 정형외과 외래에서 추적 검사를 시행하기로 하고 퇴원하였다.
고찰
LAD는 신생아기에 제대 탈락의 지연이 있고 이후 심한 감염이 재발하는 환자에서 의심되어야 할 희귀 질환이다. 이 질환은 백혈구의 인테그린에 공유되는 CD18을 암호화하는 염색체 21q22.3에 위치한 유전자의 변이에 기인하게 된다[1,8]. 감염은 일반적으로 출생 이후부터 발생하며 가장 흔히 처음 겪게 되는 감염은 제대 탈락의 지연으로 인한 배꼽염(omphalitis)이다[1,2,9]. 특징적인 임상 양상으로는 감염 시 혈중 호중구 수의 증가, 상처 치유의 지연, 다균 감염이 있는 만성 궤양, 제대 감염, 심각한 치은염 및 재발하는 세균 및 진균 감염을 포함한다[10].
LAD의 유형에는 현재까지 밝혀진 세 가지의 유형(type 1, 2, 3 variant)이 있으며 이 중 type 1이 가장 흔한 형태이고 이 형태에서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β2 인테그린을 암호화하는 21q22.3 에 위치한 β2 인테그린 소단위(integrin β subunit 2, ITGB2)에서 발견된다. 이는 백혈구 표면에서의 β2 인테그린 발현의 결핍 또는 감소를 유도하지만 때로는 비기능성 인테그린의 정상 발현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Type 2와 type 3는 매우 드물며 type 2를 가진 환자는 세포 표면 당단백질의 퓨코실레이션(fucosylation)에 결함이 생긴다. 이에 의해 β2 인테그린 활성화의 한 메커니즘이 부족하게 되어 혈관벽으로의 백혈구 부착이 감소하고 조직으로의 이동이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케모카인 및 T 세포 수용체 경로는 유효하여 type 2의 LAD 환자의 감염은 일반적으로 type 1보다 경하게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type 3 환자들은 β2 인테그린의 발현량은 정상이나 인테그린을 배위자(ligand)에 결합시키는 데에 필요한 “내부-외부” 신호 전달에 결함이 있다고 관찰되었고 이 결함은 최근 11q13.1 에 위치한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밝혀졌다. Type 3 환자는 반복적인 출혈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혈소판의 인테그린 장애 또한 동반되기 때문이다[1,11].
본 증례의 환자는 출생 이후 제대 탈락의 지연 및 배꼽염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출생 12일째 MRSA에 의한 패혈증 및 화농성 관절염이 발생하였고 세포분석 면역검사상 백혈구의 CD18 발현이 감소한 것을 통해 LAD type 1이 진단되었다. 많은 LAD 환자는 집중적인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으나[2] 본 증례의 환자는 조기에 감수성 있는 항생제 치료에 의해 화농성 관절염 및 패혈증은 치료되었고 골수염에 의한 후유증은 남게 되었다.
LAD 환자에서 감염성 합병증의 중증도는 CD18 결핍의 정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D18의 부분적 발현이 있는 환자는 경증 내지 중등도의 표현형을 나타내며, 심각한 감염의 발병이 적고 성인기까지 생존한다. 반면 중증의 LAD에서는 백혈구 세포 표면의 CD18/CD11A, CD11B 및 CD11C 분자의 발현이 부족하게 되고, 조기에 줄기세포 이식 치료를 하지 못하면 출생 첫해 이내에 사망하게 된다[1,2,8,12]. 본 증례의 환자는 정상 백혈구의 19% 정도의 CD18 일부 표면 발현이 있었기에 중등도의 표현형을 가진 것으로 사료되었고 이는 이번 감염으로 사망까지 이르지 않은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본 증례의 경우 고관절 화농성 관절염 이후 대퇴골 골수염이 발생하였다. 어린 영아의 화농성 관절염에서 가장 흔하게 침범되는 관절은 무릎 관절 다음으로 고관절로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원인균은 MRSA이며 선행 요인으로는 저체중 출생아, 미숙아, 빈혈, 이전의 입원 및 침습적인 시술로 보고되고 있다[5,7]. 증례의 환자 또한 가장 흔한 원인균인 MRSA가 말초혈액과 고관절 농양에서 배양되었으며 가지고 있는 위험요인으로 저체중 출생아, 미숙아,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것을 들 수 있었다. 고관절은 자주 관여하는 부위이지만 가장 불량한 예후를 나타낸다고 보고되었으며 대퇴골 골수염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13].
항생제 치료는 화농성 관절염 및 급성 골수염의 최선의 치료이다. 최근에는 합병증이 없는 화농성 관절염에서 경구 항생제를 포함한 2주간의 항균 요법이 추천되고 골수염에는 3주간의 항균 요법이 권장되고 있으며, 합병증이 동반된 화농성 관절염에는 최소 3주, 골수염에서는 4주에서 6주 동안 정맥 내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본 증례의 환자에서는 패혈증성 화농성 관절염과 골수염 합병증이 동반되어 총 8주간의 치료를 계획하였고 신생아에서 사용 가능한 반코마이신 경구제제가 없어 정맥 투여로 치료를 지속하였다. 신생아의 골반 골수염 치료에 정확한 지침은 없으나 최근의 한 증례에서는 4주간의 항생제 정맥 투여 이후 4주간의 경구 투여로 성공적으로 치료된 신생아 골수염의 경우를 보고하였다[14-16].
본 저자들의 문헌 검색에 의하면 LAD를 가진 신생아에서 고관절 화농성 관절염과 골수염이 발생한 증례가 국내에서는 처음 보고되는 것이다. 특히 신생아 시기에 LAD가 진단된 경우는 더욱 흔치 않은 증례이다. 본 증례 환자의 경우 조기 항생제 치료와 수술적 치료를 통해 치명적인 합병증은 예방하였지만, 골수염에 동반된 골변형 후유증은 막지 못하였다. LAD와 같은 일차성 면역결핍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감염에 의한 치사율이 높으므로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신생아 시기부터 감염이 반복되었으며 적절한 항생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임상에서 직면하였을 때 LAD와 같은 면역결핍 질환의 가능성을 항상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