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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List > Korean J Healthc Assoc Infect Control Prev > v.27(2) > 1516080710

기울기에 대한 단상
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ales (CRE)의 발생을 감소시키기 위한 감염관리 중재활동들의 효과들을 분석한 논문에 나와있는 감염발생률 그래프로(Fig. 1), 감염관리 중재활동 전후에 감염의 발생률을 비교하여 감염발생률 추세선의 기울기(slope)와 높이(level)의 변화를 보여준다[1]. 감염관리 중재활동 후에 이 추세선의 기울기가 더 가파르게 감소할수록, 그 높이가 더 낮아질수록 중재활동이 성공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감염관리 중재활동을 하고 그 효과를 분석할 때 이 추세선의 기울기와 높이의 변화에 민감해진다. 이 감염발생률 그래프를 보고 있으니 문득 예전에 병원내 다제내성균 감염발생을 줄이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kjicp-27-2-177-f1.tif
Fig. 1
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ales (CRE) study with change in both slope (ie, trend) and level (ie, immediate change) from pre-intervention to post-interven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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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여년 전에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서는 성인 중환자실에서부터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 carbapenem-resistant Acinetobacter baumannii (CRAB)가 병원 전체에 창궐했었다. 당시에는 전국 대부분의 종합병원에서 CRAB 감염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어서, 감염관리 의료진들에게 심각한 골치거리가 되고 있었는데 우리 병원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MRAB 감염은 당시에 효과적인 치료 항생제를 구하기 어려웠고, 주로 중증 환자들에게 발생해서 많은 환자들이 이로 인해 사망하고 있었다. 당시 우리 병원에서는 수 년 전부터 일반병동에서는 다제내성 보균 환자를 접촉격리 병실과 코호트를 적용하여 접촉격리하였고, 중환자실에서는 입실하는 모든 환자에서 methicillin 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MRSA)와 CRAB의 보균 여부를 스크리닝하여 보균자들을 1인실 격리나 코호트 등을 적용하고 있었다. 이런 노력으로 MRSA는 점차 그 발생률이 감소하여 감염관리 중재활동의 효과를 보았지만, 몇 년 전부터 나타난 CRAB는 발생률이 더 증가하고 있어 골치거리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감염관리실 회의 때마다 다들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을 했지만-이제와 생각해보니 내 정수리 머리털이 그때 많이 줄어들었던 것 같다-,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던 중에 중환자실에서 다제내성균 감염을 줄이기 위한 ‘universal decolonization’에 대한 연구결과가 미국감염학회에 발표되어[2], 몇차례의 감염관리실 회의를 거쳐 이 universal decolonization을 성인 중환자실에 적용하는 것을 시도하기로 했다. Universal decolonization은 universal gowning과 gloving과 chlorhexidine bathing, 그리고 환경청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매일 환자의 전신을 chlorhexidine bathing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렇지만 왜 universal decolonization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더라도, 여러 간호업무로 바쁜 상황에서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는 것을 간호사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 같아 중환자실 간호사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가 고민거리였다. 그래서 회진 돌러 중환자실을 방문할 때마다 수간호사와 얘기를 나누면서 universal decolonization의 개념과 필요성을 간단하게 설명하면서 조금씩 뜸을 들이기 시작했고, 2-3주 후에 수간호사에게 우리 계획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중환자실 간호사들에게 universal decolonization의 적용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미팅을 요청하였다. 감염관리실 회의에서 어떻게 하면 중환자실 간호사들을 잘 설득하여 이른 시일 내에 이를 적용하게 할 수 있을지 논의하던 중, 문득 6.25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중에서 평화로운 강원도의 한 산간 오지마을에 한국군과 인민군이 우연히 같이 지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나오는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에서 인민군 장교가 “고함 한번 지르지 않고 부락민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뭐유?”하고 묻자, 나이 지긋한 산골 촌장이 “뭐를 마이 멕여야지, 뭐.” 하고 답을 주는데, 그야말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답변이었다. 마침 이 장면이 생각나서 중환자실 간호사들과 몇차례의 미팅에서 간식거리로 맛있는 피자와 햄버거를 제공하여 즐거운 분위기에서 미팅을 진행할 수 있었고, 그 덕분인지 몰라도 universal decolonization에 대한 논의가 술술 잘 풀려서 큰 어려움 없이 적용하기로 결정되었다. 마침내 universal decolonization을 시행하게 되어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매일 환자의 전신을 chlorhexidine 소독액을 이용하여 닦아주는데, 먼저 chlorhexidine 원액을 희석하여 일회용 키친타월-당시에는 chlorhexidine wipes가 없어서 대안으로 천처럼 튼튼하고 가격도 저렴한 일회용 키친타월을 사용했다-에 적신 다음, 두 사람의 간호사가 이인일조가 되어 담당하고 있는 환자들을 차례로 몸을 닦았다. 중환자실 환자들은 여러 개의 혈관 IV 라인과 인공호흡기, 모니터링 기구들이 복잡하게 설치되어 있어 이것들이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해서 환자의 머리 끝부터 전신을 닦는다는 것이 고난도(?)의 기술과 정성이 필요하였다. 이런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점차 CRAB 감염 환자 수가 감소하여 2년 정도 지난 후에는 그 발생 건수가 매우 낮게 유지되어 CRAB 청정 중환자실을 유지할 수 있었다[3].
다제내성균 발생을 줄이기 위한 감염관리 중재활동들을 수행하기 위해 의료현장의 모든 구성원들이 얼마나 힘들게 고생하는 지를 생각하면 그 시도만으로도 의미 있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감염관리 중재활동을 통해 감염발생률의 추세선의 기울기를 감소시키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헌신적인 노력을 했을 지 생각하면, 수많은 점들 모여 하나의 선이 이루어졌듯이 그래프에 그려진 짧은 추세선의 모습이 그리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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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1. Tomczyk S, Zanichelli V, Grayson ML, Twyman A, Abbas M, Pires D, et al. 2019; Control of 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Acinetobacter baumannii, and Pseudomonas aeruginosa in healthcare facilities: a systematic review and reanalysis of quasi-experimental studies. Clin Infect Dis. 68:873–84. DOI: 10.1093/cid/ciy752. PMID: 30475989. PMCID: PMC6389314.
2. Huang SS, Septimus E, Kleinman K, Moody J, Hickok J, Avery TR, et al. 2013; Targeted versus universal decolonization to prevent ICU infection. N Engl J Med. 368:2255–65. DOI: 10.1056/NEJMoa1207290. PMID: 23718152.
crossref
3. Cho OH, Bak MH, Baek EH, Park KH, Kim S, Bae IG. 2014; Successful control of carbapenem-resistant Acinetobacter baumannii in a Korean university hospital: a 6-year perspective. Am J Infect Control. 42:976–9. DOI: 10.1016/j.ajic.2014.05.027. PMID: 25179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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