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국제당뇨병연맹(International Diabetes Federation)에 따르면 당뇨병 유병률은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COVID-19 (coronavirus disease 2019) 팬데믹 이후(2020~2021) 전체 당뇨병 환자의 수가 16%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9.3% 증가한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COVID-19의 감염 우려로 외부활동이 어려워지며 운동량이 크게 감소한 것이 당뇨병 환자 증가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1]. 이렇듯 당뇨병 환자는 혈당조절을 위해서 식이, 운동, 약물 또는 주사치료 등 지속적인 자기관리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2]. 특히 취약계층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당뇨병 유병률이 높고, 당뇨병관리에 있어 더 많은 어려움과 직면하게 된다[3].
COVID-19 시대의 취약계층 당뇨병 환자들의 건강관리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취약계층에게 주로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보건소와 지역의 공공병원들이 COVID-19 거점병원으로 지정되며 환자들이 공공의료의 안전망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민간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감이 있어 지속적인 약물복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혼자 사는 고령세대나 복합적인 만성질환이나 장애로 인해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던 환자들은 COVID-19로 인해 방문서비스가 모두 중단되어 약물과 주사치료 등의 당뇨병자기관리에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였다. 또한 서민경제 전반이 위축되면서 취약계층의 생계 곤란이 가속화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미약하게 유지되던 가족이나 경로당, 복지관을 통한 사회지지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며 우울, 불안 등의 심리적 문제도 많아졌다. COVID-19 감염의 우려로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게 되면서 적극적인 운동과 식사 준비 등에 부담감이 있었다. COVID-19로 인한 다양한 어려움이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으며, 건강관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건강’의 상태는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건강은 나이, 성별, 유전적 요인부터 개인의 생활양식, 사회 및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생활 및 근로조건, 사회경제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으로 인해 결정된다[4].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 중 사회적 요인을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이라고 한다[5].
당뇨병자기관리교육은 연령과 문화, 그리고 개인의 요구와 취향을 반영한 환자중심의 개별화된 맞춤형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당뇨병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어야 효과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미국당뇨병협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에서는 2013년에 당뇨병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1) 당뇨병 위험 및 결과와 사회적 결정요인의 연관성, 2) 당뇨병 결과에 대한 사회적 결정요인의 개선을 위한 중재의 영향에 대해 검토하였다[6].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 1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제5차 국민건강증진계획’에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확인하고 개입함으로써, 건강 격차를 완화하고 건강형평성을 제고하겠다는 비전과 목표가 제시되었다[7]. 이에 본 원고에서는 효과적인 당뇨병 환자 건강관리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돕고자 한다.
본론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표준이 되는 사회적 결정요인은 없다.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관점을 적용하는 환경과 사회경제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이 지역사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음은 주요 기관 및 연구에서 제시하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들이다[8].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2010)에서는 첫째, 사회경제적, 정치적 맥락(거버넌스, 거시경제, 사회적 정책, 공공정책, 문화와 사회가치 등), 둘째, 사회경제적 위치(사회적 계층, 성별, 인종, 교육, 직업, 소득 등), 셋째, 사회적 응집성과 사회적 자본, 넷째, 물질적인 환경(예를 들면 주거와 이웃의 질, 건강한 음식을 사거나 따뜻한 옷을 살 수 있는 등의 잠재적 소비력 등), 다섯째, 건강관리에 대한 접근성(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얼마나 접근 가능한지)을 제시하였다[8]. Healthy People 2020에서는 첫째, 경제적 안정성(예를 들면 취업, 식품안정성, 주거불안정성, 가난), 둘째, 교육(유아기 교육과 발달, 고등교육 등록, 고교졸업, 언어와 문해력), 셋째, 사회 그리고 지역사회 맥락(시민적 참여, 차별, 투옥, 사회적 응집성), 넷째, 이웃과 주거환경(건강한 음식을 유지할 수 있는 접근성, 범죄와 폭력, 환경적 상태, 주거의 질)을 말하였다[8]. County Health Rankings Models (2014)에서는 첫째, 경제적 요소(교육, 취업, 소득), 둘째, 사회적 요소(가족과 사회적 지지, 지역사회 안전성), 셋째, 물리적 환경(대기질과 수질, 주거와 교통)으로 나타내었다[8]. Kaiser Family Foundation (2018)에서는 첫째, 경제적 안정성(취업, 소득, 비용, 빚, 의료비용, 지원), 둘째, 교육(문해력, 언어, 유아기 교육, 어휘훈련, 고등교육), 셋째, 지역사회와 사회적 맥락(사회적 통합, 지지체계, 지역사회연계, 차별, 스트레스), 넷째, 이웃과 물리적 환경(예를 들면 주거, 교통, 안전, 공원, 놀이터, 산책로, 지리적 환경), 다섯째, 건강과 체계(건강유지비용, 의료제공자 능력, 의료제공자의 언어나 문화일치성, 돌봄의 질), 여섯째, 식품 환경(배고픔, 건강한 선택사항의 접근성)으로 제시하였다[8].
위의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들 중 당뇨병 환자의 건강관리와 가장 밀접한 영향이 있는 5가지 요인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사회경제적 지위(socioeconomic status)
사회경제적 지위는 교육적, 경제적, 직업적 지위를 포함하는 다차원 구조로[9], 소득, 채무, 의료비, 음식, 주거, 공과금, 교통, 돌봄, 책임 등 거의 모든 사회적 결정요인과 연결되어 있으며,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10]. 현실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은 나쁜 건강상태로 인해 경제적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러한 가능성은 필연적으로 낮은 소득수준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또한 낮은 소득수준은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치료할 기회를 낮추기 때문에 낮은 소득수준이 유병률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11].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당뇨병 유병률을 분석한 연구에서 저소득, 저학력, 빈곤지역에 거주 중인 사람들의 당뇨병 유병률이 높았고, 더 많은 합병증을 경험하며 더 빨리 사망하게 된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12].
2. 물리적 환경(physical environment – housing environment, transportation)
주거 환경은 열악한 위생, 난방 및 냉방과 같은 물리적 조건, 화재나 누수로부터의 안전, 알레르기 유발 물질 또는 해충에 대한 노출, 범죄나 폭력으로부터의 안전성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안정적인 물리적 환경(주거, 교통 등)은 경제적 안정성과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의 핵심지표이다.
당뇨병 환자와 관련한 연구에 따르면 주거불안을 겪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치료를 계획에 따라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거나, 더 많은 의료비를 부담하고 좋지 않은 건강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보다 안정적인 주거상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주거와 관련된 스트레스요인을 제거하면 건강이 개선되거나 입원기간이 단축되는 결과가 나타난다[13].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지역은 대부분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나 자원이 충분하지 않아 규칙적인 야외활동이 곤란하고 다양한 신체활동을 즐길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부족한 실정이다[14]. 최근 수년 사이 주거비가 크게 상승하며 취약계층의 주거지 마련이 더욱 어려워졌으며, 오래된 주택의 지하나 옥탑방,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구도심에 거주하고 있던 취약계층들은 재개발로 인해 도시 외곽으로 이사하게 되어 교통이 불편해지고 의료나 상권의 중심지에서 멀리 이동하여 접근성이 떨어지게 되며 치료와 일상생활에 있어 소외될 수 있다.
3. 식품의 불안정성(food insecurity)
식품의 불안정성이란 “모든 국민, 가족 구성원, 개인이 활기차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충분하고 안전한 양질의 식품을 심리사회적으로 수용가능한 방법으로 항상 확보하고 있지 못한 상태”로 정의된다[14]. 전체 국민의 식품불안정 비율은 높지 않은 수준이지만 최하위 소득수준 가구의 경우 2017년 기준 11.8%가 식품불안정을 경험하였다[15].
당뇨병 환자의 건강한 식사요법을 위해서는 적당한 열량과 단백질, 비타민과 무기질 등을 공급할 수 있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취약계층 당뇨병 환자와 가족은 약물 치료비, 음식 구입비, 수도, 전기, 가스요금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므로 균형 잡힌 식단의 준비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스턴트 음식이나 고열량 음식의 섭취로 영양이 과다해지며 혈당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 있어 식사요법은 매우 중요한 자기관리 항목이나, 부적절한 영양으로 인해 당뇨병을 악화시킬 위험성이 높아지게 된다.
4. 가족과 사회의 지지(family and social support)
당뇨병관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의 하나는 의료진, 가족,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는 사회지지였으며, 이는 당뇨병 환자의 질병관리와 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16]. 성인당뇨병 환자의 사회지지에 관한 연구들에서 사회지지가 순응도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고[17], 사회지지가 건강 신념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환자 역할 이행을 증가시켰다고 하였다[16].
이에 당뇨병교육자는 사회적 지지체계가 취약한 환자에 대해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 및 지속적인 관리를 제공하여 환자의 건강권 확보 및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18].
5. 건강정보 이해능력(health literacy)
건강정보 이해능력은 건강을 유지 및 향상시키기 위해 정보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개인의 능력과 동기를 결정하는 인지적, 사회적 기술을 의미한다[19]. 환자의 건강정보 이해능력이 낮으면 의료인과의 의사소통의 어려움, 약물복용 불이행, 의료비용 증가, 입원율 증가,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20].
당뇨병관리에 있어 당뇨병의 올바른 지식 이해와 자기관리 실천은 매우 중요하며, 이는 당뇨병에 대한 지식, 처방된 투약에 대한 약물이행, 식단과 혈당수치 모니터링, 신체적 운동, 발관리 등을 포함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정보 이해능력이 중요한 사회적 결정요인이다.
결론
당뇨병관리에 있어 사회적 결정요인은 병원 밖에서의 환자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의 사회적 욕구를 다루는 것에서 시작된다. 환자들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우선 스크리닝 과정을 통해 사회적 욕구를 확인하고, 심층평가를 통해 사회적 위험요인을 평가해야 한다[15].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자원을 탐색, 연계, 조정 및 개발하는 데 참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자기관리의 주체가 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속할 수 있도록 함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외국의 경우 환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비의료적인 요인들을 다루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환자의 사회적 욕구와 더불어 그들의 지역사회까지 포함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다루는 다양한 가치 기반의 전략들을 수행하고 있다[8].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해 지식과 관심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당뇨병 환자의 건강관리에 있어 사회적 결정요인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당뇨병교육자들은 당뇨병과 관련된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갖고, 관련된 교육 등을 통해 당뇨병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교육을 시행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