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Diabetes Fact Sheet 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약 7명 중 1명이 당뇨병이 있고 65세 이상 성인에서는 약 10명 중 3명이 당뇨병을 가진다[1]. 당뇨병은 심혈관 사망의 주요 원인이며 여러 합병증 발생 및 이에 따른 사망률 증가, 그리고 삶의 질 저하와 연관된다[2]. 당뇨병의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이에 있으며, 2035년에는 그 유병률이 약 10.1%에 이를 것으로 국제당뇨병연맹(International Diabetes Federation, IDF)은 추산한다[3]. 당뇨병 인구의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당뇨병은 우리사회의 주요한 건강문제로 빠르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현대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고령화 사회로 진행하고 있는 현 우리사회에서 평균수명의 증가는 당뇨병 유병률 증가와 더불어 당뇨병 유병기간의 증가를 수반하여 이는 당뇨병의 만성합병증 증가라는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서구화된 생활습관,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 비만, 그리고 운동 부족 등이 당뇨병 발생의 주요 환경적 요인으로 거론되고[4]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 왔으나 이것만으로 당뇨병 발생의 가파른 증가세를 설명하고 안정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유전체 분석기법의 발전과 함께 최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미생물무리유전체)과 대사질환 간의 연관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체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존재하고 이 미생물 층을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 미생물무리)라 하며, 이들의 유전체를 마이크로바이옴이라 한다. 이 미생물무리의 유전체가 갖는 유전자는 인간에 비해 200배나 많아 “제2의 게놈(second genome)”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5]. 미생물의 90%는 장에 존재하는데, 장내 미생물무리와 마이크로바이옴, 그리고 2형당뇨병 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들이 최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이러한 결과들은 2형당뇨병 예방과 관리의 패러다임에 있어 희망을 보여준다.
본 글에서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gut microbiome)에 초점을 맞추어 2형당뇨병과 그 연관성, 그리고 역할에 관하여 최근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본론
2.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2형당뇨병
Larsen 등[13]은 2010년 2형당뇨병 환자와 대조군 간 장내 미생물무리의 유의한 차이가 있음을 처음 보고하였다. 소규모 연구로 2형당뇨병 환자에서 대조군에 비하여 Firmicutes 문(phylum)과 Clostridia 강(class)의 저하를 확인하였다. Bacteroidetes/Firmicutes 비율이 내당능(glucose tolerance) 저하와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며 당뇨병 예측에 있어 장 마이크로바이옴의 새로운 바이오 표지자로서의 역할을 제시하였다[13]. Qin 등[14]은 2형당뇨병 환자의 metagenome-wide association study (MGWAS)에서 중등도의 장내 불균형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butyrate를 생산하는 Roseburia의 장내 저하를 보고하였다. 반면, Clos-tridium clostridioforme과 Lactobacillus 종이 풍부하였다[14]. Everard 등[15]은 당뇨병 전단계 환자에서 내당능 및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하고 지방조직의 염증 감소와 연관된 Akkermansia muciniphila의 감소를 보고하였다.
3. 2형당뇨병에 대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영향
대표적 기전으로 대사체(metabolite)의 생성, 면역시스템에 대한 영향, 그리고 신경내분비 경로 등을 들 수 있다.
우리가 섭취한 영양소는 장내 미생물에 의해 대사 산물을 생성하는데, acetate, butyrate, 그리고 propionate와 같은 단쇄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 SCFA)은 장내 미생물의 주요 대사 산물이다. 식이섬유와 같이 완전히 소화되지 않는 탄수화물을 장내 미생물이 발효함으로써 만들어지는데, 대표적인 미생물로 Faecailbacterium prausnitzii, Roseburia, Eubacterium, Bifidobacterium 등이 있다. 단쇄지방산은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장 벽의 기능을 강화하여 장 누수(leaky gut)를 예방한다[6]. 당뇨병 환자에서 SCFA가 낮았으며, 최근 952명의 정상혈당을 가진 사람들에서 대변 SCFA 를 분석한 결과, 특히 음식섭취 후 butyrate 생산 증가가 베타세포 기능에 이로운 역할을 나타내었다[16]. 또한 SCFA 는 포만감과 연관된 peptide YY (PYY)와 GLP-1 (gluca-gon-like peptide-1)을 분비시켜 에너지 대사 및 인슐린 분비와 연관된다[6]. 2형당뇨병의 발생기간 동안 가지사슬아미노산(branched-chain amino acid, BCAA)의 이화작용(catabolism) 감소가 관찰되는데, 최근 당뇨병이 없는 덴마크인 27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중 인슐린저항성을 가진 사람들에서 BCAA 합성증가를 보였고 이는 BCAA 합성과 관련된 장내 Prevotella copri와 Bacteroides vulgatus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되었다[17]. 이러한 결과들은 장내 미생물무리의 불균형이 혈장 대사산물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인슐린저항성과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당뇨병은 만성적인 낮은 강도의 염증상태로 장내 미생물무리는 이러한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인슐린저항성,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상, 그리고 대사기관에 대한 지방침착으로 이어지며 2형당뇨병 발생과 연관될 수 있다. 최근 연구들은 그람음성균(gram-negative bacteria)의 세포벽 구성성분인 lipopolysaccharides (LPS)가 염증과 인슐린저항성 발생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하였는데, LPS가 선천적 면역세포(innate immune cell) 표면의 CD14 Toll-like receptor 4 (TLR-4) 복합체에 결합함으로써 염증반응이 시작될 수 있다. CD14는 인슐린민감성뿐 아니라 비만과 2형당뇨병 같은 대사질환 또한 조정한다[18]. LPS에 의한 TLR-4의 자극은 염증반응, 사이토카인 생산, 그리고 염증세포들 군집의 결과를 초래하였다[19]. 당뇨병 환자에서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에 비하여 장 벽의 투과성 증가로 공복 및 식후 LPS 증가를 보였고, 증가된 LPS는 대혈관 및 미세혈관합병증 발생과 연관되었다[20]. 장내 미생물이 전신 염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고려는 “대사성 감염(metabolic infection)”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다.
당뇨병 환자에서 장 투과성 증가가 관찰되고 이에 따른 결과로 장내 미생물무리가 신경내분비경로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2형당뇨병 발생과 연관될 수 있다. 최근에는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는 또 다른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장과 뇌의 양방향 소통을 통해 음식섭취 및 대사균형이 조절된다고 제시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이 이 축의 미주신경 경로와 체액경로(humoral pathway) 모두에 영향을 미쳐 배고픔(agouti-related peptide [AgRP]/neuropeptide Y [NPY])과 포만감(pro-opiomelanocortin [POMC]/co-caine-amphetamine-related transcript [CART])을 조정함으로써 음식섭취를 조절한다고 보고되었다. 또 다른 기전으로는 5-hydroxytryptamine, gamma-aminobutyr-ic acid (GABA), 세로토닌, 그리고 도파민 등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제시되었다[21].
4. 당뇨병 관련 약제와 마이크로바이옴
경구혈당강하제 중 메트포민과 싸이아졸리딘다이온, 그리고 스타틴 제제가 장내 미생물 구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었다. 약제의 반응 및 효과는 개개인마다 다른데, 장내 미생물이 이러한 차이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메트포민의 경우 약 20~40%가 복부 불편감을 호소하기도 하며, 메트포민 투여 후 장내 미생물무리 변화의 결과일 수 있다. 메트포민은 Bifidobacterium adolescentis, Akkermansia muciniphila, Escherichia coli, 그리고, SCFA를 생산하는 세균인 Butyrivibrio, Bifidobacterium bifidum, Megas-phaera와 장 누수 및 염증을 감소하는 butyrate와 taurine 과 같은 대사체를 생산하는 Prevotella를 증가시켰다[22]. 대변 마이크로바이옴 이식(fecal microbiome transplant) 연구에서 이러한 메트포민의 이득적 효과가 뮤신벽을 강화하여 장 누수 및 염증을 감소시키는 미생물무리에 의해 매개됨이 보고되었다[23]. 이러한 결과들은 2형당뇨병 환자들의 각 약제에 따른 개개인의 반응의 차이를 설명하는 새로운 기전으로 제시될 수 있으며, 장내 미생물무리와 마이크로바이옴을 타깃으로 한 조정은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이를 개선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 당뇨병 관리에서 마이크로바이옴
당뇨병을 포함한 여러 대사질환에서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 그리고 신바이오틱스(synbiotics)를 통한 장내 미생물무리의 조정 효과 및 그 이득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프로바이오틱스는 개개인의 장내 미생물무리에 기반하여 정밀한 효과를 나타내므로 그 해석에 주의를 요한다.
장내 미생물무리는 음식섭취, 약제, 그리고 대사적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므로 질환의 예후 예측을 위한 생체적 표지자 및 치료적 타깃으로의 역할, 더 나아가 질환의 예방에 있어서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되며, 당뇨병 또한 예외는 아니다. 장내 미생물무리의 불균형과 이와 연관된 대사체는 장 상피세포의 연결성을 파괴하고, 면역반응에 영향을 주며, 식욕, 그리고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미쳐 비만과 2형당뇨병을 포함한 대사증후군의 발생으로 연결될 수 있다[23].
장내 미생물무리, 나아가 마이크로바이옴과 대사적 건강에 대한 새로운 개념은 2형당뇨병 관리와 예방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다. 대변 마이크로바이옴 이식, 질환 및 약제 반응에 맞춘 개별화된 영양요법, 대사체 전달, 프로바이오틱스의 치료적 구성성분의 확인 및 이용, 미생물무리의 유전적 조작, 그리고 장내 미생물무리 연구영역에서 멀티오믹스(multi-omics) 등 그 가능성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