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신경초종(Schwannoma)은 두경부 영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서서히 성장하는 양성종양으로, 신경의 축삭을 형성하는 슈반세포(schwann cell)에서 발생하여, 뇌와 척수를 제외한 신경이 분포한 어느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1]. 주로 두경부영역에서 발견되며, 8번 뇌신경, 즉 청신경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된다[1,2]. 그러나 전두하 및 비강에서 발생한 신경초종은 극히 드물게 보고되는데, 이는 후각 및 시각 신경에 슈반세포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1,2]. 그 외에 전두하 부위에서 발견되는 종물은 수막종(meningioma), 후신경아세포종(olfactory neuroblastoma), 두개인두종(craniopharyngioma) 등이 있다[3].
저자들은 화농성 비루를 주소로 내원한 74세 남자 환자의 전두하에서 기원하여 비강에서 발견된 신경초종을 수술적 방법으로 치료하였기에 이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74세 남자 환자로 내원 3개월 전부터 발생한 화농성 비루로 내원하였다. 당뇨 및 고혈압의 과거력이 있었고, 가족력상 특이 병력은 없었다. 내원 당시 화농성 비루 외에 비폐색, 후비루, 후각장애, 두통 등의 증상은 없었고 안면 비대칭이나 안구 돌출, 안구 운동장애 등의 소견도 없었다.
비내시경 검사 상 좌측 비강 내 황색의 종괴가 관찰되었고(Fig. 1), 구강 및 인두, 후두는 정상이었다. 부비동 컴퓨터단층 촬영 상 좌측 중비도 및 상악동의 antrum을 확장시키는 약 2×5.5 cm종괴가 관찰되었으며(Fig. 2), 이 종괴는 양측 전두하 부위에서 기시하여 전두동과 안와, 전두개와 및 두개저, 비강을 침범하고 있었다. 자기공명영상에서도 전사골동을 중심으로 전두동, 전두개와, 좌측 중비도로 확장된 비동질성 종괴를 확인할 수 있었다(Fig. 3). 외래에서 시행한 조직검사는 급성 염증을 동반한 괴사조직 소견으로 판독되어,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었다. 영상 검사 상 두개저까지의 침범 소견이 확인되어 뇌척수액 누출 및 뇌 탈출, 출혈 등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추가적인 조직검사는 시행하지 않기로 하였다. 비내시경 소견 및 영상 검사를 바탕으로 후신경아세포종 또는 삼차신경의 상악분지나 전사골신경의 혈관주위 신경총에서 기원한 신경초종으로 추정진단하였다.
병변의 제거 및 병리학적 진단을 위해 수술적 치료를 하기로 하였다. 술 전 신경외과 협진을 통해 경두개 접근법과 비내시경적 접근법을 이용한 제거를 계획하였다. 먼저 신경외과 수술팀이 개두술 및 종양제거술을 시행하였다. 종양은 경막을 침범하여 전두엽과 맞닿아 있었으며, 정상 경막을 포함하여 종양과 뇌실질을 박리한 후 제거하였다. 이비인후과 수술팀이 비내시경적 접근법을 통해 신경외과적 수술과 협력하여 양측 전두동, 사골동, 안와 주변부와 좌측 상악동을 침범한 종양을 정상 점막을 포함하여 박리하며 제거하였다. 비내시경적 소견으로는 종괴에 의한 후비중격의 우측 편위가 관찰되어, 후비중격을 절제하였다. 비중격 피판을 이용한 두개저 재건술 및 비강 내 패킹을 시행한 후 수술을 종결하였다. 수술 중 시행한 조직검사상 피막에 둘러싸인 종양이 확인되었고(Fig. 4A) 방추상 세포가 관찰되었다(Fig. 4B). 면역조직화학염색에서 S-100 단백에 양성 반응을 보여 신경초종에 합당한 소견을 보였다(Fig. 4C).
수술 후 25일째 환자는 전신상태 양호하여 퇴원하였으며, 수술 후 2개월째 외래에서 시행한 비내시경 검사 및 자기공명영상 검사 상 재발이나 잔존 종양 없이 외래 경과 관찰 중이다(Fig. 5).
고 찰
신경초종은 신경주위 섬유모세포종, 신경집종으로도 불리는 신경집의 양성 종양이다[1]. 신경초종은 대부분 단발성으로 서서히 자라고 피막으로 잘 싸여 있으며, 성별에 따른 발병율의 차이는 없고 젊은층에서 비교적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 상피세포 증식에 따른 비만세포의 증가 혹은 신경의 손상, 자극에 의한 발생이 발생기전으로 추측되었으나 아직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2]. 신경초종은 신경초세포총으로 덮여 있는 어느 신경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나 두경부에서 주로 호발한다[1]. 두경부에서 기원하는 신경초종은 대부분 청신경에서 기원하는 청신경종이며, 본 증례처럼 전두하 및 비강에 위치한 신경초종은 매우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2,3].
신경초종으로 인한 임상증상으로는 초기에는 대부분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무통성의 종괴를 보이며, 이후 종괴의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주변의 해부학적 구조를 압박하여 그에 따른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4]. 비강내에서 발생한 신경초종에 의한 증상으로는 장기간 지속되는 편측 비폐색, 재발성 비출혈 및 비루, 후각장애, 비통증, 안면부종, 편측 부비동염 등이 있다[5]. 본 증례에서는 3개월간 지속되는 화농성 비루를 주소로 내원하였으며 다른 증상은 동반되지 않았다.
진단은 병력 및 임상증상, 방사선학적 검사, 조직검사 등을 바탕으로 하며, 특징적인 병리학적 소견으로 확진할 수 있다[1].
육안적 소견 상 신경초종은 다양한 크기를 가지며, 단발성의 구형 종괴로 유연하고 피막에 잘 싸여진 형태를 보인다. 색깔은 회색 내지는 갈색이고, 종괴의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울혈, 중심 괴사소견, 석회화 병변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2,3]. 따라서 육안적 소견만으로는 일반적인 비강 내의 용종이나 흑색종, 혈관성 종물 및 후각 신경모세포종 등과 감별이 쉽지 않다[2,3,5]. 신경초종이 비부비동에서 발견된 경우 교종, 점액류, 비강신경세포종, 유두종, 림프종 및 육종 등과 감별되어야 하며, 비중격에서 발견된 경우 신경섬유종과의 감별이 중요하다[3]. 신경초종은 신경섬유 내 원심성 분포를 보이는 종괴로, 주로 단발성이고 피막에 싸인 채 경계가 명확하며 악성화가 드물고 종종 통증을 동반한다[3]. 반면에 신경섬유종은 다발성이 흔하고 피막형성이 불확실하여 주위 조직으로 침습한 경우가 많으며, 약 12%에서 악성변화를 보인다[3]. 본 증례에서는 비내시경 소견 상 황색의 종괴가 확인되었으며, 출혈, 괴사 등의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전두하 및 비강 내 신경초종의 방사선학적 소견은 비특이적인 경우가 흔하고, 컴퓨터 단층 촬영상 경도의 조영증강을 보일 수 있으며 자기공명영상에서는 T1에서 중등도의 신호강도, T2에서 다양한 신호강도를 보인다[5,6]. 성인에서 전두하에 위치한 비강 내 종물을 발견하였을 때 가장 먼저 의심할 수 있는 것은 수막종으로, 컴퓨터 단층 촬영이나 자기공명영상 등의 방사선학적 검사를 통해 신경초종과 감별해 볼 수 있다[3]. 수막종에서는 과골화(hyperostosis)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신경초종에서는 골미란(bony erosion)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3]. 또한 후신경아세포종은 특징적으로 사상판(cribriform plate)를 중심으로 비강과 두개 내에 아령모양(dumbel-shape)과 골미란을 보이며, 자기공명영상에서 T1에서 낮은 신호강도, T2에서 높은 신호강도를 보인다[7]. 본 증례에서는 컴퓨터 단층 촬영상 균질하지 않은 조영증강을 보이는 종괴로 나타났으며, 두개저 및 안와, 비중격 등의 골미란 소견을 보였다. 자기공명영상에서는 T1, T2에서 중등도의 신호강도를 보였다.
신경초종은 조직학적으로 Antoni type A와 B의 두 가지 소견을 보인다[8]. Antoni type A에서는 밀집된 방추세포(spindle cell)와 슈반세포의 핵들이 울타리처럼 정렬되어 형성된 Verocay body를 관찰할 수 있다[8]. 이와 대조되는 Antoni type B의 특징은 비교적 적은 수의 schwann 세포가 망상 조직 사이에 퍼져 있으며 핵들의 모양이 다양한 형태로 분포한다는 점이다[8]. 대부분의 신경초종에서 두 가지 조직학적 유형이 혼합되어 나타나며, 이러한 조직학적 분류는 종양의 재발이나 악성변화와는 무관하다[8]. 자기공명 T1 강조영상에서는 세포밀집도의 차이로 인해 Antoni type A 구역에서 고밀도 음영을, Antoni type B 구역에서 저밀도 음영이 나타나며 Antoni type B 구역이나 혼합형이 흔하기 때문에 자기공명 T1 영상에서 저밀도 혹은 등밀도 음영이 나타나게 된다[6]. 또한 신경초종의 진단에서 면역 조직학적 염색이 매우 중요하며, S-100 단백, neuron specific enolase (NSE), vimentin, cytokeratin, smooth muscle actin 등이 도움이 된다[7-9]. 면역조직화학염색 중 신경에서 발현되는 S-100 단백은 신경관에 특이적인 표지자로 중추 및 말초 신경계에 풍부하여 신경초종의 면역조직화학염색 상에서 흔히 양성소견을 보이며, Antony type A와 B 등의 조직학적 소견을 보이지 않는 경우에 신경초종의 감별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7,9]. 본 증례에서는 종물의 위치 상 후신경아세포종을 의심해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조직학적으로 특징적인 가성 로제트 형태(Homer Wright pseudorosettes)를 나타내며 면역조직화학염색 상에서 synaptophysin, NSE, CD56, S-100 등에 양성을 보인다[7]. 본 증례에서는 조직검사 상 방추상 세포와 Verocay body가 관찰되었으며, S-100 양성 소견을 보여 신경초종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비강 내에 발생한 신경초종은 기원 신경으로 여러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 시각신경과 후각신경은 신경초세포층이 없어 신경초종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드물게 후각신경에서 기원한 신경초종이 보고되고 있다[10,11]. 더 흔하게는 안신경이나 삼차신경의 상악분지의 뇌막가지, 전사골신경의 혈관주위신경총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0,11].
신경초종은 방사선 치료에 저항성이 있기 때문에 종괴의 완전한 절제가 치료의 원칙으로 고려된다[12,13]. 병변의 크기와 범위에 따라 비내시경 수술, Caldwell-Luc 접근법, 안면중앙부노출술, 외비절개, 감마나이프 등이 적용될 수 있으나 종물이 크기가 과도하게 큰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내시경 수술이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3,13]. 신경초종의 수술적 제거 시 기원한 신경의 일부를 포함한 상태로 피막에 싸인 채 적출해야 하며, 재발은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12,13]. 두경부 영역에서의 재발률은 약 8.6%로 나타났고 악성화 가능성은 극히 낮다[14]. 본 증례에서는 경두개 및 비내시경적 접근을 통한 종괴의 완전한 제거를 시행하였고 이후 재발 및 악성화에 대한 경과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증례에서는 화농성 비루를 주소로 내원한 환자의 비강내 종물의 제거를 위해 신경외과 협진 하 부비동 내시경 수술을 통한 종괴의 절제를 시행하였으며, 조직검사 및 면역조직화학염색검사 상 신경초종에 합당한 소견을 보였다. 전두하 및 비강 내에 위치한 신경초종은 매우 드문 질환이지만, 일측성 비강내 종괴의 진단과정에서 꼭 감별되어야 한다. 종괴의 진단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방사선학적 검사 및 조직 생검, 면역조직화학염색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드물게는 재발 및 악성화 가능성이 있으므로 추적 관찰의 필요성이 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