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내시경하 부비동 수술(endoscopic sinus surgery)은 만성 비부비동염의 표준적인 수술 치료로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수술 후에 안구 관련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합병증 발생 빈도는 문헌마다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다 [1-3]. 경한 합병증(0.44~13.4%)으로는 단순 지판의 손상, 반상 출혈, 피하기종 등이 있고, 중한 합병증(0.25~2.2%)으로 비루관 손상, 안구 후방 혈종, 시신경 손상, 안근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영구적인 시력 저하, 복시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4-7]. 수술 전 안구 증상이 없던 환자에서 수술 직후 안구증상이 발생했다면 수술과 관련된 안구 손상을 의심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감별 및 치료를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본 저자들은 40세 남자 환자에서 내시경 부비동 수술 직후에 발생하는 일시적인 시력장애 및 안근 마비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40세 남자 환자가 수년 전부터 발생한 코막힘과 수개월 전부터 발생한 후각감퇴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폐결핵 완치 받은 적이 있었고 당뇨, 고혈압, 심장 질환 및 신장 질환 등의 특이 병력은 없었으나 Aspirin, NSAID에 알러지 병력이 있었으며 이전에 수술을 받은 경험은 없었다. 계통적 문진상 양측 비폐색, 후각감퇴 이외에는 다른 증상은 없었으며, 눈 주위의 통증, 시력 저하, 시야 결손 등은 호소하지 않았다. 이학적 검사상 비강 내에서 우측으로 편위된 비중격 만곡을 관찰할 수 있었으며, 양측 중비도에서 비용이 관찰되었다. 수술 전에 시행한 전혈구 수치, 면역검사, 화학검사 및 소변검사는 정상이었고, 심전도와 흉부 방사선촬영에서 특이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부비동 전산화 단층 촬영상 양측에서 전부비동 공간에서 연부 조직 음영이 관찰 되었으며, 안와 부위의 특이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1).
수술은 전신 마취 하에 시행되었고, 기관 삽관 후 4% lidocaine과 epinephrine(1:1,000)이 혼합된 용액의 적신 솜으로 양측 상비도, 중비도를 패킹 후 10분 후에 제거하였다. 또, 4% lidocaine과 epinephrine(1:100,000)이 혼합된 용액을 구상돌기, 익돌 구개공 부위에 주사 하였다. 강직형 내시경 관찰 하에 양측 비용절제술, 사골동절제술, 중비도개창술, 전두동 개방술을 시행하였고, 좌측 접형동 절제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중 내직근 및 시신경의 손상은 없었으며 안와 지방이나 지판이 노출되는 등의 특이 소견은 없었으나 좌측 사골동 부위 점막에서 점막 출혈 등이 수술 중 관찰되어 4% lidocaine과 epinephrine(1:1,000)이 혼합된 용액의 적신 솜을 추가로 패킹 후 즉시 제거하였고, 추가로 익돌 구개공 주변으로 2% lidocaine과 epinephrine을 주사하였다. 더 이상의 출혈이 관찰 되지 않아 NasoporeⓇ 및 MerocelⓇ을 삽입한 이후에 수술을 마쳤다.
환자는 수술 후 회복실에서 좌측 시력 장애(decreased visual acuity) 및 좌측 주시시에 복시(diplopia)를 호소하였다. 이학적 검사상 안구 부종이나 결막 출혈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나 좌측 동공이 산대되어 있었으며(mydriasis) 좌측 안구는 측방응시가 되지 않는 소견(lateral rectus paresis)이 관찰되었다(Fig. 2). 즉시 비강 내 패킹을 제거하였으며, 안구 부종은 없어 마사지는 시행하지 않는 상태로 회복실에서 안과 협의 진료를 시행하였다. 당시 시력은 좌측이 50 cm 거리에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며, 우측의 시력은 정상이었고 간이 안압 측정기를 이용한 안압 검사에서 양측 모두 정상이었다. 회복실에서 20여분 뒤에 시력이 호전되었고, 좌측 측방 응시가 서서히 회복되는 양상을 보여 전산화 단층 촬영은 시행하지 않았다. 수 시간 뒤에 측정한 3 m 거리 시력검사에서 시력(visual acuity)은 1.0으로 측정되었고 환자의 주관적 시력도 수술 이전 상태로 회복되었으며, 좌측 측방 응시도 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수술 후 3개월 후 외래 경과 관찰에서 시력 및 안구 운동에 특이 소견은 없었으며, 코막힘 및 후각감퇴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고 찰
내시경하 부비동 수술의 합병증으로는 비강 출혈, 작은 안와 혈종, 피하 기종, 치아 통증 및 천식 악화 등이 있다. 이외에도 뇌척수액 누출, 심각한 생명을 위협하는 비강내 또는 두개내 출혈, 안와 손상, 내직근 손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8]. 부비동 수술 후 발생하는 안구 합병증과 관련된 시력의 저하 및 소실은, 대개는 시신경에 대한 직접적인 손상이나 안구 후부 출혈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신경의 직접적인 손상은 대개 수술 바로 직후에 증상이 나타나며, 출혈에 의한 경우는 술 후 수시간이나 수 일이 경과한 후에 나타난다 [9]. 이러한 경우에는 응급 부비동 전산화 단층 촬영을 통해서 안와 주변의 골 결손과 같은 손상이나, 출혈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고, 실험적 내시경 검사를 통해서 시신경관의 손상이나 골 결손 등을 관찰하여 진단할 수 있다 [10]. 하지만 본 증례에서는 수술 전과 수술 중에 안구에 특별한 이상소견 없이 갑자기 진행한 시력 저하가 발생한 경우로, 안와 내 출혈을 의심할 수 있는 임상증상인 안구 주변의 반상 출혈, 안검 부종, 결막 충혈, 안구 돌출이 없었고, 내측 주시에는 이상이 없어 수술 중 발생한 내직근의 손상도 배제할 수 있었다. 또한 추가치료 없이 수 시간 내에 시력 및 좌측 측방 응시가 저절로 회복되었기 때문에 수술 중 사용한 국소마취제에 의한 일시적인 안구 마비로 생각하였다.
국소 마취의 근육 독성효과는 1950년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모든 국소 마취제 중 프로카인 및 테트라카인이 비교적 독성이 작고, 부피바카인 및 클로로프로카인이 가장 심각한 근육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국소 마취제와 함께 에피네프린을 병용하는 것은 근육 독성을 강화시킬 수 있으며 에피네프린은 저농도에서도 리도카인 유도 골격근 괴사를 유의미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11]. 증례에서는 좌측 부위의 점막 출혈로 epinephrine과 lidocaine이 섞인 거즈를 수 회 패킹 후 제거하였고 추가적으로 lidocaine과 epinephrine 혼합 용액을 주사하였다.
이런 근육 독성 효과는 안과 및 치과 수술에서도 발견된다. Oliveira 등 [12]은 발치에 앞서 치조신경과 큰 구개신경의 마취를 위해 메프로카인과 에피네프린의 혼합액을 사용하였고, 이후 2분 가량의 우측 눈의 복시 증상과 우측 6번 뇌신경 마비 증상이 발생한 증례를 보고하였다. Jehan 등 [13]은 백내장 수술을 위해 안구 후방에 리도카인과 부비파카인을 혼합하여 사용하였고, 수술 1일 후에 환자는 좌측 눈의 복시를 호소하였고, 좌측 측방응시가 잘 되지 않았다. 경구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증상은 서서히 회복되어 수술 후 8일째 완전 회복하였다.
내시경하 부비동 수술, 비중격 성형술, 그리고 치과 국소마취 수술 시에 수술 전 익상편에 국소마취를 하는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14]. 6번 뇌신경은 다리뇌(pons)와 숨뇌(medulla oblongata) 사이의 뇌간에서 기시하고, 전하부 소뇌동맥 뒤쪽을 진행하여 해면 정맥동을 통과하고 상 안와 틈의 내측 끝에서 궤도로 진입하여 외직근의 내면을 관통한다. 6번 뇌신경에 의해 신경 지배를 받는 외직근은 신경의 주행경로가 마취제 등의 영향을 받는 경우, 환자가 눈을 외전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복시가 발생할 수 있다 [6]. 6번 뇌신경의 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기전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로, 부적절한 국소 마취 용액의 침착이 안와하공(infraorbital foramen) 또는 안와하구(infraorbital groove)를 통과하여 뇌신경의 직접적인 마취를 유발할 수 있고, 둘째는 국소마취 용액이 익상편 신경총 또는 그 연접지점을 통해 하안 정맥에 도달하는 경우로, 이 정맥에는 밸브가 없고 안구 구멍을 통해 눈의 외재 근육과 직접 연결이 된다. 세번째는 치조 동맥 내에서 마취 용액의 침착이 상악 동맥과 그 후 중간 뇌막 동맥으로 역류를 일으키는 경우인데, 중간 뇌막 동맥의 궤도 분지와 안동맥의 눈물 분지의 일정한 문합이 존재한다. 이 눈물 분지는 외직근, 눈물샘, 눈꺼풀 바깥쪽 절반을 공급한다. 이런 해부학적 고려가 증상을 설명할 수 있다 [15].
또한, 비강 내 수술 후 일시적인 시력 장애를 일으킨 다른 증례 보고를 확인해보았을 때, Cheney와 Blair [16]는 비강 점막에 사용한 국소 혈관 수축제가 혈관 연축에 의한 중심 망막 동맥 폐쇄(central retinal artery occlusion)를 유발하여 시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Plat과 Asboe [17] 는 국소 마취제의 동맥 내 주입이 안동맥(ophthalmic artery) 분지의 역행성 혈류를 유발하고 시신경으로 향하는 미세혈류의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다른 두 연구에서 보고한 증례에 따르면, 국소마취제가 전후방 사골동맥과 안동맥, 후방 섬모 동맥(posterior ciliary artery)로 이어지는 혈류에 혈관 연축을 일으켜서 시신경에 혈행 공급을 제한한다고 보고하였다 [18,19]. 본 연구에서 환자는 수술 후 동공 산대를 보였는데, 이 또한 시력 저하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술 중 수차례 4% lidocaine과 1:100,000 epinephrine 혼합 용액(BosminⓇ, Jeil Pharm)을 적신 거즈를 사용하여 패킹을 하였는데 용액의 일부가 비루관을 통해 동공확대근(dilator pupillae)에 직접 작용하여 동공 산대를 일으킨 것으로 보이며 에피네프린에 의한 동공 산대는 이전 문헌에서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20,21].
이러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소 마취제를 주사할 때에 많은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먼저 해부학적 고려를 통해 동맥 내 주사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주사 전 흡인을 하여 혈관 내 주사 여부를 확인을 해야 한다. 주사 시에도 강한 압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천천히 놓아야 하며 과한 용량이 주입되어 마취용액이 과하게 침착 되는 일이 없도록 용량을 주시하며 주입해야 한다. 또한, 주사 시 혈압의 변화 등 생체 징후를 확인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본 증례처럼 안구 증세가 수술 직후 발생하였을 때 심각한 안구 합병증일 가능성도 있지만, 국소 마취제도 하나의 원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만약 국소 마취제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경우 주의 깊은 관찰만으로 호전될 수 있으므로 불필요한 검사 등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수술 시에는 국소 마취제를 최소화해서 사용하고, 수술 후에 유의하게 눈 증상을 관찰하고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