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은 5-nitromidazole 유도체로서 혐기세균, 헬리코박터필로리, 질편모충증, 아메바증, 람블편모충증 등과 같은 감염질환의 치료에 널리 이용되는 약제이다[1,2]. 메트로니다졸은 비교적 안전한 약물이지만 고용량으로 또는 장기간 투여하면 말초신경병, 소뇌기능이상, 뇌병증, 발작 등과 같은 신경독성이 발생할 수 있다[2,3]. 메트로니다졸에 의한 뇌병증은 매우 드문 질환이며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 주로 소뇌 치상핵, 뇌량팽대(splenium) 및 뇌간에 좌우 대칭적인 병변이 발생한다[2,3]. 저자들은 초기 MRI에는 뇌량팽대의 미미한 병변만 관찰되다가 3일 후에 증상의 악화와 함께 전형적인 영상소견이 관찰되었던 메트로니다졸에 의한 뇌병증을 경험하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83세 여자가 왼팔의 어둔함과 구음장애로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환자는 오전 7시에 왼팔로 수저질을 하는데 평소와 다르게 잘 되지 않았고 발음도 어둔하였다.
최근에 세균성 척추염으로 진단되어 메트로니다졸을 하루에 1 g씩 총 44일간 복용하고 있었고 고혈압, 당뇨병, 협심증 및 C형 간염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다. 응급실 내원하여 심방세동이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활력징후는 혈압 134/87 mmHg, 맥박 127회/분, 체온 36.5 °C, 호흡 18회/분이었다. 환자는 왼손잡이고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장애는 없었으나 왼쪽 손가락코검사(finger-to-nose test)에서 겨냥이상과 구음장애가 관찰되었다. 하지는 운동실조가 관찰되지 않았다. 안구운동장애와 안진은 없었으며 나머지 신경학적 검사에도 이상소견은 없었다.
MRI의 확산강조영상(diffusion-weighted image, DWI)과 액체감쇠역전회복(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FLAIR) 영상에서 뇌량팽대에 미미한 고신호강도가 관찰되었으나 겉보기확산계수(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ADC)지도에서는 정상이었으며 고령에 의한 백질변성이 광범위하게 관찰되었다(Fig. 1).
응급실에서 환자가 자의로 퇴원하였다가 3일 후 인지기능저하로 다시 내원하였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으나 지남력 저하와 착란을 보였다. 안구운동은 정상이었으며 자발안진도 관찰되지 않았다. 하지만 구음장애는 3일 전보다 악화되었으며 착란으로 운동실조검사와 한국판 간이정신상태검사(Korean mini mental status examination, K-MMSE)는 시행할 수 없었다.
추적 MRI의 DWI와 FLAIR영상에서 처음에 관찰되었던 뇌량팽대부의 신호강도는 현저히 증가되었으며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고신호강도 병변이 소뇌의 치상핵, 섬엽 및 피질하백질에 좌우 대칭으로 관찰되었으며 ADC 지도에서는 저신호강도가 관찰되었다(Fig. 2). 뇌척수액검사에서 단백이 72.25 mg/dL로 증가되어 있었고 뇌파에서는 후두부우세리듬(posterior dominant rhythm)이 느려져 있었다.
환자는 메트로니다졸을 장기간 복용하였고 추적 MRI에서 뇌량팽대부, 소뇌의 치상핵, 섬엽 및 피질하백질에 병변이 관찰되었기 때문에 메트로니다졸에 의한 뇌병증으로 판단되어 메트로니다졸을 중단하고 보존적 치료를 하였다. 메트로니다졸을 중단하고 5일이 지나면서 환자의 착란이 호전되기 시작하였고 왼쪽 상지의 운동실조도 호전되었다. 입원 7일째에는 이름과 나이를 정확하게 대답하고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여 퇴원하였다. 퇴원 16일 후에는 천천히 독립보행이 가능하였고 구음장애도 호전되었으며 K-MMSE는 18점이었다. 퇴원 4개월 후에는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되었다.
고 찰
현재까지의 보고에 의하면 메트로니다졸에 의한 뇌병증은 21-180 g을 복용한 후에 발생하였으며(Table 1)[1-8] 특히 하루 2 g 이상 복용하면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2]. 메트로니다졸 복용기간도 7-90일까지 다양하게 나타났으며 메트로니다졸 중단 후 증상이 회복되기 시작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5-10일 정도이다[2]. 대부분의 환자들은 메트로니다졸을 중단한 후에 회복되었지만 10주 동안 132 g을 정맥 주사한 후에 사망하였다는 보고도[9] 있으므로 메트로니다졸에 의한 뇌병증으로 판단되면 즉시 약물투여를 중단하여야 한다. 본 증례에서는 하루 1 g씩 44일 동안 메트로니다졸을 복용하였고 약물 중단 후 5일째부터 증상이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메트로니다졸에 의한 뇌병증의 발생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메트로니다졸 유도체의 산화반응으로 독성 라디칼이 생성되고 이로 인하여 축삭부종(axonal swelling)이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된다[4,10,11]. 메트로니다졸을 중단하면 5-10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고 MRI의 병변도 사라지는데 이 또한 부종과 같은 가역적인 변화를 시사하는 소견이다[1,3,12]. 따라서 메트로니다졸에 의한 뇌병증으로 진단된 환자에서 추적 MRI를 시행하여 뇌병변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다면 진단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본 증례에서는 보호자가 추적 MRI 촬영을 거부하여 시행하지 못하였다.
메트로니다졸에 의한 뇌병변은 양측 대칭으로 발생하는데 소뇌의 치상핵이 가장 흔히 침범되고 뇌량팽대 및 뇌간에도 병변이 흔히 관찰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2,3,13]. 병변은 종괴효과 없이 T2강조영상, FLAIR 영상 및 DWI에서 고신호강도를 보이며 조영증강은 되지 않는다[2,3,12-14]. ADC지도에서는 다양한 신호강도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지만 증상 발생 후 7일 이내에 촬영하였던 8예 가운데 저신호강도가 7예, 고신호강도가 1예로 저신호강도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2,5,6,13].
메트로니다졸에 의한 뇌병증 환자들 가운데 증상 발현 후 24시간 이내에 촬영하였던 MRI에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뇌량팽대에 병변이 관찰되었고 치상핵과 뇌간에도 병변이 발견되었다(Table 1)[1-8]. 일주일 이내에 촬영하였던 MRI에서는 치상핵, 뇌간, 뇌량팽대의 빈도로 병변이 관찰되었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대뇌백질에도 병변이 발견되었다(Table 1)[1-8]. 본 증례에서도 증상 발생 6시간 후에 촬영한 MRI에서는 뇌량팽대 부위에 미미한 병변만 관찰되었고 3일 후에 촬영한 MRI에서는 소뇌의 치상핵, 섬엽 및 피질하백질에도 병변이 관찰되었다. 증상발현 후 24시간 이내에 MRI를 촬영하면 뇌량팽대에만 병변이 관찰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기진단이 힘든 경우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5]. 그러므로 메트로니다졸을 장기간 복용하고 있는 환자에서 갑작스런 신경계 증상이 발생하면 메트로니다졸에 의한 뇌병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초기에 특징적인 MRI 병변이 관찰되지 않더라도 추적 MRI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환자는 심방세동이 처음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뇌경색을 의심하였지만 MRI에서 환자의 증상과 일치하는 병변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뇌경색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였다. 증상이 악화되어 3일후 촬영한 추적 MRI에서 특징적인 소견이 관찰되어 메트로니다졸에 의한 뇌병증으로 진단하고 메트로니다졸을 중단하였으며 이후에 증상은 서서히 호전되었다.
성인에서 메트로니다졸에 의한 뇌병증과 감별할 질환으로는 베르니케뇌병증, 메틸브로마이드중독, enterovirus 뇌염 등이 있다. 베르니케뇌병증은 만성알코올중독 혹은 영양결핍 환자에서 의식장애, 안구운동장애 및 운동실조가 발생하고 MRI에서 유두체, 시상, 제4뇌실의 바닥 및 뇌수도관주위에서 양측 대칭적인 고신호강도를 보이는 것이 특징적이다[2]. 본 환자에서는 베르니케뇌병증을 일으키는 병력이 없었고 MRI 소견도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베르니케뇌병증은 배제하였고 혈중 티아민농도는 검사하지 않았다. 메틸브로마이드는 훈증소독제나 살충제로 사용되는데 본 환자에서 메틸브로마이드중독을 의심할 만한 과거력은 없었다. 발열이 없었고 응급실에서 시행한 뇌척수액검사에서 이상소견이 없었으므로 enterovirus 뇌염은 배제할 수 있었다.
메트로니다졸을 장기간 복용하면 뇌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초기 MRI에서는 주로 뇌량팽대, 소뇌 치상핵 또는 뇌간에 병변이 관찰된다. 메트로니다졸에 의한 뇌병증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증상과 일치하는 병변이 초기에 발견되지 않으면 추적 MRI를 시행하여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