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통속사람증후군(man-in-the-barrel syndrome, MIBS)은 안면부, 하지 근력은 정상이나 상지에만 국한되어 대칭적인 근력저하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환자가 마치 원통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양 팔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다[1]. 이런 MIBS의 원인은 다양하며, 경추 손상, 신경계 감염, 운동신경원병, 종양 뇌전이, 두부 외상 등이 원인으로 보고 되고 있다[2-7]. 그러나, 앞대뇌동맥(anterior cerebral artery)과 중대뇌동맥(middle cerebral artery) 사이 경계구역(borderzone area)의 저관류에 의한 경우가 가장 흔히 보고 되었다[8]. 경계구역 뇌경색으로 인해 양측 팔과 어깨부위의 운동에 관련된 중심전회 상지 운동피질 영역이 손상 받기 때문이다. 이때 대뇌 저관류 환자의 대부분은 심혈관 질환에 의한 심정지나 심장 수술 후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들이다[8]. Sage와 Van Uitert [8]의 보고에 따르면 50 mmHg 이하의 수축기 혈압이 5분 이상 지속되면 비혼수 상태의 환자에서도 대뇌 저관류에 의한 MIBS가 나타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경부 척수허혈에 의한 MIBS 증례가 보고되었고[9] 그 외 다른 증례들은 초록형식으로 보고되었다. 여기서는 대뇌 저관류와 저산소증에 의한 MIBS 두 증례를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증례 1
신부전이 있는 61세 여자 환자가 첫 혈액 투석을 시행하기 위해 신장내과로 입원하였다. 혈액투석용 영구도관 삽입 시술 도중 서맥 및 산소포화도 감소 후 갑작스런 심정지가 발생하였다. 기관내 삽관과 5분간의 심장마사지 후 자발순환은 회복되었다. 심전도 검사상 ST 분절 상승 보여 곧바로 관상동맥 조영술 시행하였으나 특이소견 관찰되지 않아, 관상동맥 연축에 따른 심정지로 추정하고 중환자실로 전실하였다. 이때 시행한 뇌 컴퓨터 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에서 양측 백질(white matter)의 경미한 허혈성 변화 외에 특이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뇌파검사에서는 전반적 서행의 배경파와 후두부에 국한된 국소성 서파 이외에 발작극파, 극파, 스파이크는 관찰되지 않았다.
심정지로 인한 저산소뇌손상 진단하에 기계호흡 및 내과적 보존치료하였다. 심정지 19일 후 처음 의식이 회복되었고, 당시 하지는 원활하게 움직이나 상지의 움직임이 없는 모습이 관찰되어 신경과로 협진 의뢰되었다. 신경학적 검사상 의식수준은 각성(alert)상태이나 인식 기능(awareness)이 감소되었고 이로 인하여 인지기능 및 고위피질기능검사는 시행할 수 없었다. 뇌신경 검사상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운동 기능 검사에서 양측 하지는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G4 이상으로 관찰되었으나, 양측 상지 근력이 근위부, 원위부 모두 G0로 저하되었다. 상지 심부 건반사는 양측에서 크게 항진되었고, 하지 심부건반사는 양측에서 경도로 증가되었다.
심정지 24일만에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e, MRI)에서 양측 전두엽과 후두엽에 전반적으로 대칭적인 T2 고신호 강도, T1 고신호 강도와 피질 위축 관찰되었으며, 확산강조영상에서도 고신호 강도 보여 경계구역 뇌경색 의심되는 소견 보였다. 고신호 강도 지역에는 양측 중심 전회(precentral gyrus)의 상지 운동피질 영역도 포함되었다. 자기공명혈관촬영(MR angiography, MRA)에서는 좌측 척추동맥 기시부의 경미한 협착 외에 특이소견은 없었다(Fig. 1).
신경전도속도 검사상 양측 상하지 모두에서 전반적인 말초신경병증 소견 관찰되었으나 팔신경얼기병증(brachial plexopathy)을 의심할 만한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상지 체감각유발전위검사(somatosensory evoked potential)에서는 양측 대뇌에서 대칭적인 전위 감소가 보여 피질부 병변이 의심되는 소견을 보였다.
상지근력 약화의 원인이 심정지에 따른 대뇌 저관류에 의한 병변에서 기인한 것으로 여겨 지속적인 보존치료와 함께 재활 치료 시작하였다. 환자 3달 후에는 좌측 상지 근력은 MRC G0 그대로였으나 우측 상지 근력은 G2로 호전된 상태로 요양병원으로 전원되었다.
증례 2
78세 남자 환자가 내원 3일 전부터 시작된 오한감, 객담, 기침, 호흡곤란 주소로 폐렴 진단 하에 호흡기내과에 입원하였다. 환자는 고혈압, 협심증, 심방세동, 전립선 암의 과거력 있어 약 복용 중이었으며, 깊은정맥혈전증으로 혈전제거술, 대장암으로 부분대장절제술 받은 과거력이 있었다. 폐렴에 대해 항생제 및 보존치료 도중 입원 5일째 수십 분간 보호자 부재중에 환자 혼자 쓰러져 의식 없는 상태로 발견되었다. 직후 활력징후는 혈압 100/60 mmHg, 맥박 66/min, 호흡수 30/min, 산소포화도 87%로 측정되었다. 응급 기관내 삽관 후 활력징후는 정상으로 회복되었으나, 의식은 혼수 상태로 간대성근경련 발작(myoclonic seizure)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경련은 주로 상지와 몸통에 국한되어 나타났고, 수초에서 수분간 지속되는 경련이 수분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Ativan 4 mg 근육주사와 midazolam 10 mg 정맥주사 후에도 근경련 증상 지속되어 levetiracetam 1,500 mg과 midazolam 25 mg/hr로 지속주입 요법을 시행하였고 6시간 후에 근경련이 사라졌다. 당일 시행한 확산 강조영상에서 경미한 양측 전두엽, 후두피질의 고신호 강도와 액체감쇠역전회복(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영상에서 양측 전두엽의 경미한 백색질 허혈성 변화 이외 특이소견은 없었다.
다음날 신경과로 전과되었고, 이때 시행한 뇌파검사에서 발작극파, 극파, 스파이크 없이 서파만 관찰되고 더 이상의 간대성 근경련 나타나지 않아 3일에 걸쳐 뇌파 모니터링 하에 midazolam은 서서히 줄여 중단하였다. 의식소실 5일째 환자의 의식은 점차 회복하였고, 양하지는 정상적으로 움직이나 양쪽 상지의 움직임은 전혀 없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의식 수준은 각성상태였으나 인식 능력의 장애로 인지 기능 및 고위피질기능검사는 시행할 수 없었다. 뇌신경 검사상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고, 운동검사상 양측 하지 근력은 G4 이상 관찰되었으나 양측 상지 근력은 근원위부 둘다 G0로 저하되었다. 양측 상지에서 심부 건반사는 항진되었고 양측 하지 심부건반사는 정상이었다.
신경전도속도 검사상 특이 소견 관찰되지 않았다. 의식소실 9일 후 뇌와 경추부 MRI를 시행하였다. 확산강조영상에서 이전 검사에서 경미하게 나타났던 양측 전두엽, 후두피질의 고신호 강도가 더 뚜렷해졌으며, 이전에는 관찰되지 않았던 고신호 강도가 양측 전두회 상지 운동피질에서도 나타났다. 액체감쇠역전회복 영상에서는 양측 전두엽에서 고신호 강도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경추부에서는 C6-7번 디스크 돌출 소견 보였으나 척수를 압박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MRA에서는 양측 경동맥 팽대부와 우측 척추동맥 기시부의 경미한 협착 소견 보였다(Fig. 2). MRI 병변이 저산소증 원인일 가능성 있으나 다발 색전성 뇌경색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아 기존의 사용하던 warfarin에 aspirin 100 mg 추가하여 투약하였다. 환자는 신경과적인 호전이 없는 상태로 폐렴 치료 위해 다시 호흡기 내과로 전과하였다. 전과 1개월 후 간단한 질문에 대답할 정도로 의식은 회복되었으나 인지 기능 저하는 지속되었고 양측 상지 근력은 G2-3 정도로 호전되었다.
고 찰
의식 혼수 환자가 의식이 회복되면서 양측 상지에 국한된 마비가 발견될 경우 다양한 중추 혹은 말초신경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우리 환자들의 경우 초기 CT 및 MRI상 합당한 병변을 발견하지 못해, 혼수 상태 때 의료인도 의식하지 못하고 신경이 견인되거나 압력이 가해져서 발생할 수 있는 팔신경얼기병증(brachial plexopathy)을 의심하였으나 신경근전도 검사상 이를 시사할 만한 소견은 발견하지 못했다. 경과 관찰 중 호전이 전혀 없어서 뇌 MRI를 반복 시행한 이후에야 양측 상지 운동피질부위의 병변이 MIBS의 원인인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양측 상지 마비는 1917년 Dide와 Lhermitte [10]가 처음 보고하였고, 1954년에는 Schneider 등[11]이 하지보다 상지의 근력저하가 더 뚜렷한 급성 척수 손상 증후군을 보고하였다. 1969년에 Mohr [1]가 전반적인 저관류나 경동맥 폐색에 의한 경계구역 경색에 의한 양 상지 마비를 보고하였고, 이러한 경계구역 뇌경색이 지금까지 MIBS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1986년에는 Sage와 Van Uitert [9]가 5분 이상 수축기 혈압이 50 이하로 감소되는 저관류 손상을 받은 34명의 혼수 상태 환자를 조사하여 이들 중 11명에서 양측 상지 마비가 관찰되었고 이때 이들을 표현하기 위해 MIBS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국내에서는 Yoon 등[10]이 42세 남자 환자에서 경부 과신전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부 척수허혈에 의한 MIBS 증례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외에 게재되지는 않았으나 안쪽 연수부와 양측 소뇌 뇌경색, 경부 추간판탈출, 근위축측삭경화증, 진행성 근육위축증에서 MIBS가 관찰되는 증례들이 초록으로 보고되었다.
저산소증 후 MIBS의 경우 세심한 신경학적 관찰을 하지 않으면 놓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심한 저산소증에 따른 혼수 환자의 경우, 초기에는 통증 자극에 전혀 반응하지 않다가 시간이 경과되어 신경학적으로 호전되면서 통증 자극에 대한 반응이 서서히 나타난다. 그러나 초기에는 통증반응이 미약하여 좌우 혹은 상하지 차이가 있어도 잘 구분하지 못할 수 있고, 인지하더라도 자연적 회복의 단계일거라는 생각에 진단적 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MIBS의 진단을 놓칠 수도 있다. 본 환자들의 경우도 초기에 하지의 통증 반응만 매우 미약하게 나타나서 회복 단계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기다 시간이 경과되면서 그 차이가 확연해 지면서 검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따라서 상하지의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 후 관찰기간 동안 차츰 상지근력이 회복되거나 사망하게 되어 진단을 놓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전의 보고도 우리 환자처럼 극단적인 차이보다는 G2-3정도의 근력약화만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MIBS는 주로 증례 형식으로 보고되어 정확한 빈도는 알 수 없으나, 저관류 및 저산소증에 의한 보고가 가장 많다. 이외에 MIBS의 원인으로는 두부 외상에 따른 전두엽 후방의 출혈성 뇌타박상[7], 암의 뇌전이[5] 그리고 중심뇌교수초용해[6] 등이 보고되고 있다. 양측 팔신경얼기의 대칭적인 마비가 보이는 경우 뇌병변 외에도 경추손상[2], 다발신경병증[11], 운동신경원병[4], 경수 감염[3] 등의 말초 병변도 감별하여야 한다.
첫 번째 증례는 전형적인 MIBS의 형태를 띠고 있다. 혈액 투석용 도관 시술 도중 심정지가 발생하였고 심폐소생술 동안 환자는 저혈압과 대뇌의 전반적인 저관류 상태에 노출된 것으로 사료된다. 따라서 관류압이 가장 낮은 앞대뇌동맥과 중대뇌동맥이 공급하는 구역 사이의 분수령이 되는 부위에 경계구역 뇌경색이 발생하였고, 특히 상지의 운동피질부위가 주로 침범하여 양측 상지에만 국한되어 근력이 약화된 것으로 여겨진다.
두 번째 증례의 경우에는 심정지 소견은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았으나, 급작스런 의식 소실과 호흡 장애 후 간대성근경련 발작 지속증 소견 관찰된 것으로 보아 저산소증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간대성근경련발작 지속증은 저산소증에 흔히 동반되고, 동반 시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 환자의 경우 저산소증 노출 시간이 비교적 짧고, 국소적 병변에 의한 상지에만 국한된 경련으로 치료에 잘 반응하여 예후가 좋았다. 대칭적인 MRI병변이 뇌전증 지속증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으나 그 가능성은 떨어진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뇌전증 지속증에서 약물에 잘 반응하여 발작 지속이 짧을 경우, 병변이 사라지거나 줄어들면서 신경학적 호전이 매우 빠른 반면, 우리 환자의 경우 초기 MRI보다 발작 완치 후 9일만에 시행한 MRI상 오히려 병변이 더 뚜렷해졌고 흔히 뇌전증 지속증과 연관된 뇌병변 위치와도 차이가 나고, 신경학적 장애의 호전도 매우 느렸기 때문이다. 또한 드물게 보고되나, MRI 병변은 뇌전증 지속증으로 발현된 색전성 뇌경색일 가능성도 있다[13]. 그러나 동맥경화 없이 양측 대뇌 피질부가 대칭적으로 병변이 나타난 점과 기타 저산소증에 흔히 관찰되는 경계구역 뇌경색이 동반되어 다발성 색전성 뇌경색으로만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MIBS가 나타난 저산소증 환자의 경우가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저혈압에 빠졌던 혼수 환자 34명을 대상으로 한 Sage와 Van Uitert [8] 연구에서, 상지 마비 증상을 보이지 않은 23명의 환자 중 8명이 생존하여 퇴원한 반면, 11명의 MIBS 환자 중 1명만이 무사히 퇴원하였다. 그러나 MIBS의 환자에서 비교적 예후가 좋은 증례들도 보고되고 있다[14,15]. 본 예의 환자들의 경우 혼수 상태에서 호전되어 퇴원하였는데, 이는 두 환자 모두 입원 기간 중에 사건이 발생하였고 곧바로 응급처치를 시행하여서 비교적 저산소증 지속 시간이 짧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중환자실에서 의식 장애 후 나타나는 MIBS의 경우 다양한 질환에 의해서 유발될 수 있지만, 저산소증에 의한 경계부 뇌허혈증으로 인한 MIBS도 흔히 보고 되므로, 반드시 양측 상지 마비가 의심되면 뇌MRI를 시행하는 것이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MIBS환자에서 상하지 마비 정도의 차이가 미약한 경우 임상적으로 놓칠 수 있고, 초기 뇌영상에서 합당한 병변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섬세한 신경학적 관찰과 함께 추적관찰 MRI 검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