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해면정맥동 혈전증은 드물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며 두통, 안구돌출, 결막부종, 안검부종, 안구운동장애 등의 임상증상을 보인다[1,2]. 원인은 크게 감염성과 비감염성으로 나뉜다. 감염성은 주변 안면이나 부비동, 치아에서 전파되는 감염에 의하여 발생하며 비감염성으로는 외상, 수술이나 시술 후, 자가면역 질환, 응고항진 질환, 뇌동맥류 등의 다양한 원인들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다. 특별한 원인이 없이 발생한 해면정맥동 혈전증은 세계적으로 극히 드물다[3,4]. 현재까지 국내에서 특발성 해면정맥동 혈전증은 보고된 바가 없으나 저자들은 편측 외전신경마비와 두통의 임상 양상을 보이고 특별한 원인이 없이 발생한 해면정맥동 혈전증을 경험하였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성공적으로 호전을 보였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46세 남자가 내원 5시간 전 수면 중에 발생한 좌측 안구에서 부터 측두엽까지의 심한 두통 및 오심과 구토 증상으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환자는 내원 한 달 전에 기침과 콧물이 있었으며 좌측 결막에 충혈이 있어 안약 점안 후 며칠 뒤 모두 호전되었으며 이외 특이 병력은 없었다.
내원 2시간 후, 갑자기 좌측 주시 때 악화되는 수평 복시 호소하였다. 신경학적 검사 상 제1안위(primary eye position)에서 좌측 안구는 안쪽으로 편위되어 있었으며 좌측 주시시 좌안의 외전장애가 뚜렷하여 좌측 외전신경마비에 부합하는 소견이었다(Fig. 1-A). 양측 동공 크기, 대광반사 및 안저검사에서 이상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며 시야와 시력도 정상이었고, 다른 뇌신경의 기능이상은 없었다. 내원시 혈압은 183/107 mmHg으로 다소 높았으나 두통이 조절된 후에는 정상으로 회복되었고, 체온은 36.6℃, 심박동수는 분당 65회, 호흡수는 분당 17회였으며 이학적 검사에서 감염 징후나 뇌막 자극 증상은 없었다.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T1 강조영상에서 조영제 주입 후 좌측 해면정맥동에 직경 10.6 mm 가량의 충만 결손(filling defect)을 보여 해면정맥동혈전증이 의심되었다(Fig. 2-A,C). 뇌의 다른 부분이나 자기공명 혈관 영상은 정상 소견을 보였으며 부비동염 등의 감염 의심소견도 보이지 않았다(Fig. 3).
입원 당시 시행한 혈구계수 검사에서 백혈구는 15,780/mm3으로 증가하였으나 다음날에는 정상 수치를 보였고, 혈색소 15.7 g/dL, 혈소판 325,000/mm3이었다. 감염측정지표인 적혈구침강속도 수치, C-반응단백과 응고항진지표인 프로트롬빈시간, D-dimer, 항트롬빈 III, 단백질 C, 단백질 S 및 자가면역질환검사인 루푸스항응고인자, 항카디오리핀항체, 항핵항체, 항중성구세포질항체, 류마티스인자 검사 상 모두 정상 범위 소견이었다.
환자는 헤파린 정주로 항응고요법 및 스테로이드(dexamethasone 5 mg, 하루 4차례) 치료를 시작하였으며 다음날 두통은 모두 호전되었다. 좌안의 외전장애는 입원 5일 째부터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하였으며 10일 후에는 좌측 안구의 중앙까지 외전 가능한 정도로 호전되었다. 입원 중 환자는 감염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았고 그 외 다른 원인도 배제되어 특발성 해면정맥동 혈전증으로 생각하였다.
고 찰
해면정맥동 혈전증의 원인은 크게 감염성과 비감염성으로 나눌 수 있다. 감염성 해면정맥동 혈전증은 주변 안면이나 부비동, 치아 등의 인접한 감염에서 전파되거나 정맥을 통하여 감염된다. 비감염성 해면정맥동 혈전증은 가까운 혈관의 동맥류나 종양에 의해서 정맥동이 눌리거나 막혀서 발생하거나 동정맥루의 색전술 후나 안면부 근처 수술후에 발생한 증례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 그 외에도 외상후 골절, 응고항진상태, 자가면역 질환에 의하여 발생하기도 한다[3,4]. 특별한 원인이 없이 건강한 사람에게서 발생한 해면정맥동 혈전증은 극히 드물다[3,4].
해면정맥동 혈전증은 1821년부터 1960년까지는 사망률 80%였으나 항생제의 발달로 인하여 사망률이 빠르게 줄어 1977년에 사망률 13%, 이환율 23%로 발표되었다[5]. 이는 대부분 감염성 해면정맥동 혈전증이었으며 비감염성 해면정맥동 혈전증의 일반적인 예후는 특별히 언급된 문헌은 없으나 그 원인에 따라서 예후가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까지 감염성 해면정맥동 혈전증의 치료는 항생제, 스테로이드, 항응고요법으로 알려져 있다[6]. 해면정맥동 혈전증이 드문 질환으로 통제 연구할 수 없어 스테로이드의 사용이 좋은 예후를 보인다는 문헌은 없으나 염증반응을 줄이고 뇌신경 부종이나 혈관성 부종을 줄여줄 것으로 생각되어 경험적으로 사용된다[6]. 반면 일반적인 뇌정맥혈전증(cerebral venous thrombosis)에서의 스테로이드 사용에 대한 후향적 연구에서는 스테로이드가 뇌정맥혈전증에서 좋은 예후를 보이는 증거는 없었다[7]. 특발성 뇌정맥혈전증이나 특발성 해면정맥동 혈전증은 더욱 드물어 스테로이드 사용이 어떤 영향을 줄지 알려져 있지 않다.
감염성 해면정맥동 혈전증에서 항응고요법은 혈전의 진행을 억제 하며 혈전 개통을 통해 항생제의 작용을 효과적이게 한다[8]. 항응고요법이 출혈을 일으킬 경우 환자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항응고요법이 소개된 이후, 전향적 연구에서 실제로 심각한 출혈의 부작용은 거의 없었으며 항생제와 같이 사용할 경우 항생제 단독으로 사용한 환자보다 실명, 뇌졸중, 안구운동마비 등의 신경학적 이환율을 의미 있게 낮춰준다는 보고가 있다[9].
본 증례에서 환자는 한달 전 좌측 안구 충혈과 기침, 콧물이 있었으나 수 일만에 증상이 모두 호전되었으며 그 뒤에는 특이 증상이 없는 상태였다. 또한 내원 당일에만 일시적인 백혈구 증가가 관찰되었으나 그 밖의 적혈구침강속도 수치나 C-반응 단백수치 모두 정상이었다. 대부분의 감염성 해면정맥동 혈전증 증례에서 열이 동반되었으며 안구증상으로는 결막충혈보다는 안구부종, 결막부종, 안구돌출을 호소하였다. 이에 한 달 전의 일시적인 상기 증상들은 비특이적 증상으로 생각되었으며 혈액검사 소견들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내원시의 해면정맥동 혈전증의 원인이 감염일 가능성은 낮아 항생제 사용에 대한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 외에 해면정맥동 혈전증을 일으킬 수 있는 자가면역질환 검사 및 혈액응고 검사 모두 정상이라는 점에서 두통을 동반한 뇌신경마비로 발현한 특발성 해면정맥동 혈전증으로 생각하였다.
현재까지 특발성 해면정맥동 혈전증에 대한 보고는 매우 드물고, 감염성 해면정맥동 혈전증과 달리 치료에 대한 연구가 없으며 이에 대한 뚜렷한 진료지침도 없다. 저자들은 본 증례에서 감염징후를 보이지 않아 항생제는 사용하지 않았으며 항응고요법과 스테로이드 치료로 환자는 뇌 영상검사 및 임상 증상의 호전을 보였다. 이는 항응고요법과 스테로이드 치료가 특발성 해면정맥동 혈전증에 효과적임을 시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