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의 건강한 남자 환자(키 176 cm, 몸무게 72 kg)가 안와 내벽의 골절 재건술이 예정되었다. 과거력상 동반 기저질환이나 수술 경험은 없었다. 최근 상기도 감염 병력은 없었으며, 알레르기 질환 병력 및 소인과 관련하여 과거력 및 가족력상 특이사항은 없었다. 수술 전 시행한 혈액 검사 및 심전도, 단순 흉부 촬영상 특이 소견은 없었다.
전투약으로 midazolam 2 mg, glycopyrrolate 0.2 mg을 근주하였고, 수술실 도착 후 환자에게 심전도, 비침습적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를 측정하였다. 당시 혈압은 125/80 mmHg, 심박수는 90회/분, 체온은 36.7°C, 맥박 산소포화도는 98%였고 심전도는 정상 동율동(normal sinus rhythm) 소견을 보였다. 100% O
2 8 L/min으로 전산소화(preoxygenation) 시행 후 마취 유도를 위해 propofol (프레조폴 엠시티 1%주
®, 프레지니우스 카비 코리아, 한국) 120 mg을 정주하였다. 환자의 의식 및 호흡이 소실된 것을 확인한 후 sevoflurane 2 vol%, O
2 8 L/min으로 용수환기를 하면서 rocuronium (Esmeron
®, NV Organon, The Netherlands) 45 mg을 서서히 정주하였다. Rocuronium 정주 완료 직후 혈압은 110/50 mmHg, 심박수는 100–120회/분 정도였으나 2분 후에 갑작스럽게 심박수는 140–150회/분으로 증가하였고 혈압은 70/45 mmHg로 감소하였다. 이 때 환자의 몸통 및 양쪽 팔 부위에 발진을 동반한 두드러기 소견이 관찰되었고 산소포화도는 지속적으로 100%로 유지되었으나 과민 반응에 의한 기관지 수축 우려하여 신속히 기관내삽관을 시도하였다. 삽관은 무리 없이 진행되었고 삽관 후 일회호흡량 550 ml, 호흡수 13회/분으로 기계환기를 시행했을 때 최고흡기압(peak inspiratory pressure)은 22–24 cmH
2O였으며, 100% O
2 3 L/min 유지 하에 산소포화도는 100%였다. 삽관 직후 측정한 심박수는 150회/분으로 높았고 혈압은 오히려 60/30 mmHg로 더욱 감소하여 아나필락시스 의심 하에 sevoflurane 투여를 중단하고 추가적인 정맥로를 확보하여 정질액(plasma solution A, CJ, 한국) 및 교질액(Volulyte
®, 프리제니우스 카비 코리아, 한국)을 급속 주입하였고 혈관 수축제인 phenylephrine (페닐레프린주
®, 하나제약, 한국) 300 μg 및 hydrocortisone (코티소루주
®, 한올바이오파마, 한국) 100 mg, chlorpheniramine maleate (페니라민주
®, 유한양행, 한국) 4 mg을 정주하여 혈압의 상승 및 알레르기 반응(allergic reaction) 억제를 유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약제 투여 후 5분 동안 혈압 및 심박수에 큰 변화가 없어 다시 phenylephrine 300 μg을 재투여하였고 sugammadex가 rocuronium으로 인해 발생한 아나필락시스 치료에 도움이 되었다는 기존 보고들에[
5,
6] 근거하여 rocuronium 투여 15분만에 sugammadex (Bridion
®, NV Organon, Oss, The Netherlands) 200 mg을 정주하였다. Sugammadex 투여 5분 후 혈압 80/50 mmHg, 심박수 125회/분으로, 투여 10분 후 혈압 90/60 mmHg, 심박수 120회/분으로 점차 호전되었으며, 몸통과 양쪽 팔 부위에 나타났던 발적 소견도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로부터 5분 후 혈압 100/65–110/80 mmHg, 심박수 110회/분으로 안정화된 것을 확인 후 환자의 각성을 막기 위해 midazolam 2 mg을 투여와 함께 도뇨관을 삽입하였다(소변량 200 ml 확인됨). 수상 2주가 지난 시점이어서 수술 연기가 수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고, 아나필락시스의 정도가 2단계로 혈압강하 정도가 매우 심하지 않았기에 외과의사 및 환자 보호자와 충분히 상의 후 인지동의서를 받고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후 hydrocortisone 100 mg, chlorpheniramine maleate 4 mg을 전처치한 후 midazolam 2 mg을 재투여하고 50% 흡입산소분율 하에 sevoflurane 1 vol%로 유지한 상태로 수술이 시작되었다. 수술 시작 5분 후 갑작스럽게 환자가 움직였고 과격한 움직임이 지속되어 근이완제의 투여가 필요했으며, sugammadex가 투여되었음을 고려하여 cisatracurium (Nimbex®, GlaxoSmithKline, Italy) 10 mg을 투여하였다. 그러나 cisatracurium 투여 5분 후 다시 혈압이 120/80 mmHg에서 70/50 mmHg로 감소하고 심박수가 100회/분에서 120회/분으로 증가하여 sevoflurane 투여를 0.5 vol%로 줄이고 phenylephrine 200 μg을 정주하였으며, 이후 이러한 혈역학 양상이 더는 악화 없이 서서히 회복되어 cisatracurium 투여 10분 후 혈압 100/60 mmHg, 심박수 110회/분으로 회복하였다. 그 후 근이완제는 더는 사용하지 않았고 sevoflurane 0.5 vol%와 remifentanil 0.02–0.05 μg/kg/min으로 마취를 유지하였으며, 혈압 및 심박수가 안정화된 것을 확인 후 cefotiam (제티암주®, 삼진, 한국) 2 g을 투여하였다. 이후 40분가량 혈역학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수술이 끝난 후 근이완의 길항을 위해 pyridostigmine 10 mg과 glycopyrrolate 0.4 mg을 정주하였고 호흡 및 의식의 회복을 확인한 후 기관내튜브를 발관하고 회복실로 이동하였다. 회복실에 도착 후 1시간 동안 환자의 혈압이 110/60–120/70 mmHg, 심박수는 90–115회/분, 산소포화도는 98–100%로 유지되었으며, 의식, 호흡 양상 및 심전도상 이상 소견 보이지 않았다. 병동으로 전실 후 24시간 동안 주의 깊게 관찰 시행하였으나 특이 사항 없었고 알레르기 내과 자문을 시행한 후 수술 후 5일째 특별한 합병증 없이 퇴원하였다.
퇴원 후 아나필락시스 발생 2주가 지난 시점에 본 환자는 알레르기 내과 외래를 방문하여 serum tryptase, total IgE, specific IgE-w1, specific IgE-w6, D1 mite-pteronyssinus, D2 mite-farinae 측정을 위한 혈액 검사와 아나필락시스의 유발요인으로 의심되는 약물(rocuronium, cisatracurium, cefotiam)에 대한 피부 단자 검사 및 피내 검사(intradermal test)를 시행 받았다. 먼저 serum tryptase 등의 혈액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 소견을 보였다. 의심 약물에 대한 음성 반응은 생리식염수, 양성 반응은 히스타민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먼저 팔의 전박 안쪽 부위에서 시행한 피부 단자 검사에서는 cisatracurium과 수술 중 사용한 항생제인 cefotiam에 대해서는 음성 반응을 보였고, rocuronium에 대해서는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뒤이어 시행한 피내 검사에서는 의심 약물을 각각 0.1 mg/ml, 1 mg/ml, 2 mg/ml의 농도로 희석하여 환자의 등에 피내 주입한 후 그 반응을 기준으로 판정하였다. 그 결과 rocuronium에 의한 팽진 크기(wheal size)는 세 종류의 농도에서 모두 히스타민에 의한 팽진 크기(30 × 29 mm)보다 큰 소견을 보여 강양성(++)으로 판정되었고, cisatracurium에 의한 팽진은 세 종류의 농도에서 모두 히스타민에 의한 팽진(30 × 29 mm)보다는 작으나 생리 식염수에 의한 팽진(7 × 4 mm)보다는 큰 소견을 보여 양성(+)으로 판정되었으며, cefotiam은 세 종류의 농도에서 모두 생리식염수에 의한 팽진보다 작은 소견(5 × 5 mm 이하)를 보여 음성(−)으로 판정되었다(
Table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