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현재 halothane, isoflurane, desflurane 그리고 sevoflurane과 같은 할로겐화 흡입마취제가 전신 마취의 유도나 유지를 위해 흔하게 사용된다. 이중 sevoflurane은 자극적이지 않은 냄새로 흡입마취제만으로도 마취 유도가 가능하고, 혈중 용해도가 낮기에 빠른 마취 유도와 회복이 가능하다. 그리고, sevoflurane은 다른 흡입마취제와 달리 cytochrome P450에 의해 trifluoroacetic acid가 아닌 hexafluoroisopropanol로 대사되어 간 손상으로부터 비교적 안정하다고 알려져 있다[1,2]. 그러나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는 sevoflurane 마취 후 간 손상을 보여주는 보고들이 많다[3-5]. 저자들은 하복부와 하지에 심한 압좌 손상을 받고, aspartate transaminase와 alanine transaminase 같은 효소가 증가되어 있는 환자를 3개월 이내 29회 sevoflurane 마취 후 비교적 간 손상이 적었기에 이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례
기왕력이 없는 몸무게 79 kg, 키 178 cm, 21세 남자환자로 교통사고로 인해 압좌손상을 받아 골반골절, 하지골절, 복강내출혈, 기복증으로 수술실에 내원하였다. 술전 흉부방사선 사진상 양쪽 흉수와 기흉을 보였으며, 심전도에서 정상 소견을 보였다. 혈액생화학검사에서 헤모글로빈 8.7 g/dl, 헤마토크릿수치 24.5%, aspartate transaminase (AST)/alanine transaminase (ALT) 137/65 IU/L, B형 간염 표면항원/항체(−/−), 총빌리루빈 5.0 mg/dl, 직접형빌리루빈 2.8 mg/dl, 프로트롬빈시간 15.6초, 프로트롬빈시간(INR) 1.43, 활성부분트롬보플라스틴시간 36.8 초를 보였다. 마취 전처치는 하지 않았으며, 환자의 수술실 입실 후 혈압은 148/78 mmHg, 맥박수 108회/분이었다.
Propofol 140 mg을 정맥 투여로 의식 소실을 확인한 후, rocuronium 70 mg을 정맥 주사하여 근이완 확인 후 기관내 삽관을 하였다. Sevoflurane 1–2%과 remifentanil 0.05–0.15 ug/kg/min로 마취를 유지하였고, 기계환기는 일회호흡량 600 ml, 분당호흡수 10회, 호기말이산화탄소분압 31–34 mmHg로 유지하였다. 수술 동안 혈압은 100–130/60–80 mmHg, 맥박수 70–100회/분, 맥박산소포화도 99–100%로 유지되었다. 수술 중 동맥혈가스분석에서 pH 7.34, PO2 190.1 mmHg, PCO2 38.2 mmHg, BE 0.5 mEq/L의 소견을 보였으며, 그 후 6회 더 시행한 결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투여된 총수액량은 0.9% 생리식염수 3,500 ml, 하트만솔루션 2,000 ml, 농축 적혈구 1,200 ml, 신선냉동혈장 1,000 ml 투여되었고, 요량은 1,800 ml, 실혈량은 1,500 ml였다. 수술시간 7시간 15분과 마취시간 8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처음 수술 후 5일째 골반내 농양을 제거하기 수술실에 내원하였다. 기관내 삽관하에 sevoflurane 1–2%과 remifentanil 0.05–0.15 ug/kg/min로 수술에 따른 혈압과 심박수를 술전 병실에서 측정한 평균값의 20% 이내로 유지하였다.
그 후에, 하복부와 하지 부위의 광범위한 개방창(open wound)을 처음 몇 차례는 정형외과에서 국소마취로 멸균드레싱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상처 범위가 깊고 광범위하며 환자가 심한 통증을 호소하여 효과적으로 드레싱을 실시하지 못해 마취통증의학과에 감시마취관리(monitored anesthetic care, MAC)나 전신마취를 의뢰하였다. 처음 2회는 propofol-ketamine-fentanyl을 이용한 MAC를 시행하였으나, 의식 소실과 통증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았다. 그래서 sevoflurane을 이용하여 mask마취로 매일 한 번씩 총 26회를 시행하였다(Table 1). Mask마취는 100% 산소 4–6 L/min하에 sevoflurane 2–6%로 마취 유도와 마취 유지를 하였고, 환자의 혈압과 맥박수의 변화와 통증 정도에 따라 fentanyl 50–100 μg을 추가로 정맥 투여하였다. Mask마취시 혈압 100–140/60–90 mmHg, 맥박수 60–100회/분, 맥박산소포화도 99–100%를 유지되었다.
Table 1
19번째 mask마취를 실시한 후, 환자는 병동에서 헛소리와 혼잣말을 하는 등 섬망을 호소하였다. 그 당시 체온 39°C까지 상승하였으며, 혈액생화학검사상 CRP 10.85 mg/dl, AST 149 IU/L, ALT 131 IU/L이었다. 감염내과, 정신과에 문의한 결과 상처부위 또는 중심정맥관의 감염에 따른 섬망으로 진단하였다. 중심정맥관을 제거하고, 배양 검사를 실시하여 항생제 finibox와 vancomycin를 정맥 투여하였고, 항정신용제 risperidone 0.5 mg을 복용하였으며, 5일 뒤에 섬망 증세가 사라지고 체온도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압좌손상으로 첫 수술을 받은 후 2개월째에, 환자가 오른쪽 상복부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였으며, AST/ALT 269/139 IU/L 상승하여 시행한 간담도계 초음파와 컴퓨터단층촬영 상 담석과 담낭염으로 진단되었다. 복강강경 담낭절제술을 받기 위해, 기관내 삽관을 하에 sevoflurane 2.0–2.5%로 마취 유지하였으며, 혈역학적으로 특이 사항이 발생하지 않았다.
환자는 매일 시행한 혈액생화학검사상 AST/ALT 25–269/26–210 IU/L (Fig. 1), 프로트롬빈시간 12.6–16.7초, 프로트롬빈시간(INR) 1.09–1.52, 활성부분트롬보플라스틴시간 26.5–36.7초, 총빌리루빈 0.9–10.5 mg/dl, 직접형빌리루빈 0.4–9.8 mg/dl로 관찰되었다. 담낭절제술 이후 간효소 수치 및 다른 혈액생화화적검사 수치도 정상 수치로 회복되었고, 압좌 손상을 당한 후 6개월째에 퇴원하였다.
고찰
마취와 수술 후 가역적인 간기능 저하가 일어나는 일은 흔하고, 그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수술 중의 조작으로 인한 간으로의 혈류 감소가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그 외에 바이러스 감염, 만성 간 질환의 악화, 알코올 중독에 의한 만성 간 질환, 수혈 후 용혈, 패혈증, 저산소증에 의한 간손상, 심한 화상, 영양 결핍, 다른 약물 복용력 등의 수술 후 간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원인이다[3,4,6].
흡입마취제 사용 후 발생한 간손상에 대한 진단을 위해 위의 원인, 환자의 병력, 간독성 유발 약물의 복용력, 바이러스 혈청검사, 수술 중 저혈압이나 간 독성 약물 사용력, 수혈 등을 배제함으로써 이루어진다[2]. 이로 인한 증상으로는 3–14일간의 고열, 열 발생 1–2일 후 황달, 전신 권태감, 호산구증가증, 혈청 아미노기 전환효소의 상승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할 경우 전격성 간염과 뇌질환 및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2,3].
흡입마취제와 약물에 의한 간 손상은 내인성 기전과 특이성 기전으로 발생할 수 있다[7]. 내인성 기전은 약물의 독성 대사산물이 체내 흡수 증가와 체외 배설의 감소 등으로 인한 내인성 독성에 의해 발생한다. 특이성 기전은 약물 또는 약물 대사 산물과 단백질의 부가 화합물에 의해 나타나는 과민반응이나 알레르기 반응에 의해 발생한다. Halothane, isoflurane, desflurane은 cytochrome P450의 대사과정으로 인해 trifluoroacetic acid로 대사되며, 이 대사물질이 간 단백질에 결합되어 trifluoroacetic hapten (Hoptun theory)을 형성한다. trifluoroacetic acid나 trifluoroacetic hapten에 대해 특이 항체나 T 세포 면역 반응에 의해 면역 병리적 손상을 일어나고 이것이 항원으로 작용하여 면역 방응이 일어나 간 손상을 일으킨다[1,2,7]. 이러한 반응은 흡입마취제의 대사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문헌마다 차이는 있으나 halothane 20–30%, isoflurane 0.2%, desflurane 0.01%의 대사율을 보인다[1,2,8]. 이와 달리 sevoflurane는 cytochrome P450에 의해 trifluoroacetic acid가 아닌 hexafluoroisopropanol로 대사된다. Hexafluoroisopropanol은 trifluoroacetic acid에 비해 단백질 결합력이 적고, phase 2 biotransformation이 빠르게 일어나 hexafluoroisopropanol glucuronide로 되어 체내 축척이 잘 되지 않는다[8]. Hexafluoroisopropanol glucuronide는 마취 후 12시간 이내에 소변으로 거의 다 배설되고 2일 이후에는 관찰 되지 않기에 간 손상을 적을 것으로 생각되어져 왔다[9]. Sevoflurane은 술 후 간 손상이 적을 뿐 아니라 이전 다른 할로겐화 흡입마취제에 의한 간 손상 또는 이전 간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도 이상적이라 보고되고 있다[10,11].
본 증례에서 환자는 알코올성 질환, 바이러스 감염, 만성 간 질환 등 특이한 과거력이나 수술력 등의 위험 인자는 없었다. 복강내 출혈, 골절로 인한 출혈 등으로 간 혈류의 약화, 압좌손상으로 인한 근육의 손상, 양쪽 폐 손상에 의한 저산소증 등의 이유로 간 기능 저하의 원인이 있어 마취 이전부터 AST/ALT 137/65 IU/L로 상승되어 있었다. 그리고 수술 중 다량의 출혈(1,500 ml) 및 수혈로 인한 부작용 등도 간 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고, 장기간 사용한 중심정맥관의 감염 및 수술 후 3세대 tetracycline인 tigecycline (tygacil)의 지속적인 사용 역시 간독성을 일으킬 수 있었다. 흡입 마취제로 인한 간손상은 일반적으로 흡입 마취제 노출 후 3–21일째에 간 효소치의 상승과 함께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다[2]. 본 증례에서 역시 sevoflurane에 노출 후 한 두 차례의 간 효소치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흡입마취제에 의한 간손상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sevoflurane보다는 그 당시 다량의 출혈과 수혈, 근육 손상, 저산소증, 항생제 사용, 중심정맥관의 감염, 담석 및 담낭염 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반복적인 흡입 마취제가 급성 간손상과 만성적인 간염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으나[12], 본 환자에서는 sevoflurane 노출 후 측정한 간 효소치의 변화에서 20 여번의 마취 이후 간 효소치가 정상 수치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다른 원인들의 치료에 의한 것일 수 있으나, sevoflurane이 간 수술시 흔하게 나타는 간의 허혈/재관류 손상에 대한 보호작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13]. 또한, Tanikawa 등의[14] 보고에서도 10세의 소아에게 40일간 5번 sevoflurane을 통한 마취 후 어떠한 간손상도 없었음을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sevoflurane마취 후 간 손상을 주는 여러 보고가[3-5] 있기에 이에 sevoflurane의 간독성에 대해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본 증례에서 환자의 혈압 및 헤모글로빈이 일정하게 유지되기에, 간기능 저하의 가장 흔한 원인인 혈관 손상 및 간 혈류 저하에 대해 조영제를 사용한 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하지 않은 제한이 있다. 그리고 Terajima 등의[15] 보고에서 생체간이식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반복적인 dexmedetomidine을 정주하여 별다른 부작용없이 진정을 시켰는데, 본 증례에서 dexmedetomidine을 비교 사용해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결론적으로 반복적인 마취나 간기능 저하가 있는 사람의 마취 시, 환자의 과거력 및 간독성을 유발하는 약물 복용력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원인에 대해 항상 주의를 기울이며, 간 독성이 적은 sevoflurane을 사용하는 것이 술 후 간 기능에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