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당뇨병,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에서 일반 인구보다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의 위험이 높고, 불량한 예후와 관계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었다 [1,2]. 공중보건의 측면에서 만성질환을 동반한 COVID-19 환자들에 대한 근거 기반의 효과적 치료 방법론이 시급히 정립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 팬데믹 상황에서 단기간에 신뢰성 높은 근거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히 최근 여러 연구 성과가 보고되면서 COVID-19에 대한 우리들의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 이 원고에서는 현재까지 출판된 주요 문헌에 근거하여 당뇨병, 비만 환자에서 COVID-19에 대한 임상적 고려 사항을 요약, 정리하고자 한다.
COVID-19에 대한 당뇨병의 영향
입원, 기계 환기, 사망 등의 임상 경과를 보이는 중증 질환은 모든 연령의 건강한 개인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고령 또는 당뇨병과 같은 기저 질환이 있는 성인에서 그 위험이 두드러진다[3,4]. 당뇨병 환자에서 COVID-19와 관련하여 심한 합병증, 입원 및 중환자실 재원 기간의 증가, 그리고 높은 사망 위험과 밀접한 관련성이 확인되었다.
미국의 후향적 연구 결과, 당뇨병이 없는 COVID-19 환자의 사망률은 6.2%, 당뇨병 환자의 사망률은 14.8%, 혈당 조절이 불량한 당뇨병 환자의 사망률은 28.8%로 보고되었다[5]. 영국의 코호트 연구 결과, 2형당뇨병 환자의 조사망률은 100,000명당 260명인 반면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의 조사망률은 100,000명당 27명(보정 승산비 1.80, 95% 신뢰구간 1.75~1.86)이었다[6]. 중국의 연구에서 COVID-19로 인한 인구집단 전체의 사망률은 2.3%였으나, 당뇨병 환자의 사망률은 7.3%였다[7]. 한국에서 보고된 청구자료 기반의 연구 결과, 당뇨병은 호흡 부전으로 인한 기계 호흡(보정 승산비 1.930, 95% 신뢰구간 1.276~2.915) 및 사망(보정 승산비 2.659, 95% 신뢰구간 1.896~3.729)의 위험을 유의하게 높였다[8].
1형당뇨병 환자의 COVID-19 관련 중증도와 사망 위험에 대한 연구 결과는 많지 않다. 영국의 코호트 연구 결과, COVID-19에 이환된 1형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이 없는 일반 인구에 비해 병원 내 사망 위험도가 유의하게 높았다(보정 승산비 2.86, 95% 신뢰구간 2.58~3.18) [6].
고혈당과 COVID-19
고혈당은 일반적으로 감염의 위험을 높인다고 간주된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의 중증 감염증에 대한 고혈당의 인과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는 많지 않다. COVID-19는 강한 염증 반응을 유발하므로 COVID-19 환자에서 관찰되는 고혈당이 질병의 원인인지 혹은 결과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당뇨병 이외에도 비만, 나이, 동반 질환, 안지오텐신전환효소수용체에 대한 개인별 감수성 등 다양한 요인들이 대상자의 임상 경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1,9].
COVID-19 감염 이전의 혈당 조절 상태가 중증 감염의 위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역시 많지 않다. 영국의 국가 데이터를 이용하여 팬데믹 이전과 이후의 당뇨병 환자들의 사망을 조사한 결과 고혈당과 사망률 증가 사이의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되었다[10]. 2형당뇨병 환자에서 당화혈색소 6.5~7%인 대상자에 비해 7.6~8.9%인 대상자의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고(위험비 1.22, 95% 신뢰구간 1.15~1.30), 당화혈색소가 높을수록 그 위험이 증가했다. 1형당뇨병 환자에서 당화혈색소 6.5~7%인 대상자에 비해 당화혈색소 10% 이상 대상자의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위험비 2.23, 95% 신뢰구간 1.50~3.30). 하지만 프랑스에서 보고된 당뇨병 환자 대상의 다기관 관찰 연구에서 COVID-19로 입원한 사람들의 입원 전 당화혈색소는 기계 환기, 입원 7일 내 사망과 같은 불량한 급성기 예후와 관련되지 않았다[11].
COVID-19 감염에 대한 비만의 영향
비만이 면역계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비만은 당뇨병과 같이 공존 가능한 위험인자와 무관하게 감염에 독립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2,13]. 또한 비만은 염증 친화적(proinflammatory) 상태이고 호흡기 생리에 기계적, 기능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어 입원, 중환자실 입원, 그리고 호흡 부전의 주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14–16].
일부 관찰 연구에서 비만과 COVID-19의 이환율과 사망률 간 관련성이 확인되었다[17–19]. 미국의 COVID-19 입원자 코호트를 기반으로 수행된 연구에서 비만은 65세 미만 성인의 기계 환기 또는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되었다[20]. COVID-19에 감염된 약 7,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에서 체질량지수와 사망 위험 사이에 J자형 연관성이 확인되었다[21]. 체질량지수 40~44 kg/m2 및 45 kg/m2 이상의 고도비만자는 18.5~24 kg/m2인 대상자에 비해 COVID-19 관련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비교위험도 2.68, 95% 신뢰구간 1.43~5.04, 및 4.18, 95% 신뢰구간 2.12~8.26). 한국의 청구자료 기반 연구 결과에서도 체질량지수 정상 범위 대상자에 비해 과체중(조정 승산비 1.13, 95% 신뢰구간 1.03~1.25) 및 비만(조정 승산비 1.26, 95% 신뢰구간 1.15~1.39) 대상자들의 COVID-19 감염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22]. 메타분석 결과에서도 비만한 사람은 COVID-19 양성 위험이 46%, 입원 위험이 113%, 중환자실 입원 위험이 74%, 그리고 사망률이 48% 더 높았다[23].
환자에 대한 임상적 고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 당뇨병과 비만 모두 중증 COVID-19에 대한 독립적인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1,2]. 하지만 각각의 위험은 COVID-19의 임상 경과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위험 요소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의 위험은 COVID-19 관련 사망의 강력한 예측인자인 연령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24]. 하지만 개인의 비만도는 연령과 음의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다[25]. 따라서 대사질환자에서 COVID-19 위험도의 평가와 치료 전략의 수립을 위해 개별화된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 등 생활습관 개선은 체내 만성염증의 개선, 면역기능 향상, 대사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26–28]. 비만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만성 대사질환에 대한 충실한 관리 역시 COVID-19의 예방 및 임상 경과의 안정적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1,2]. 최근 메트포민, DPP4 (dipeptidyl peptidase-4) 억제제 등 일부 당뇨병 치료제, 그리고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의 사용이 COVID-19 환자의 긍정적인 임상 경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시되었다[29–33].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에서 단기 임상 경과의 확인만 가능한 상황이므로 특정 약제의 효과에 대한 확정적 결론을 제시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결론
당뇨병, 비만 등의 만성 대사성 질환은 COVID-19 감염의 위험을 유의하게 증가시키고, 부정적 임상 경과 및 예후와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저 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통해 COVID-19 관련 임상 경과와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 최근 대규모 인구 집단에 대한 백신 접종과 함께 현재의 팬데믹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만성질환을 동반한 COVID-19 환자들의 치료에 대해서도 근거 기반의 연구 결과들이 계속 보고되어 이 질환에 대한 우리들의 이해의 폭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향후 좀 더 높은 수준의 연구 결과들을 통해 만성질환이 동반된 COVID-19 환자에 대한 근거 기반의 효과적 치료가 제공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