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간세포암(hepatocellular carcinoma, HCC)은 간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악성 종양으로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 국내에서는 네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알려져 있다[
1,
2]. 이러한 높은 유병률을 고려하면, 질병 초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간세포암 환자의 생존율에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혈청 알파태아단백(alpha-fetoprotein, AFP) 검사는 영상 검사와 더불어 간세포암의 진단 및 치료, 효과 판정 등에 두루 쓰이는 좋은 지표로 그 중요성이 입증되었으며[
1,
3,
4],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간세포암 조기진단을 위한 선별검사로서 AFP 검사를 사용하고 있고[
5-
7], 일본의 경우 prothrombin induced vitamin K antagonist-II (PIVKA-II) 또는
Lens culinaris agglutinin-reactive fraction of AFP (AFP-L3) 검사와 AFP를 간세포암 선별 시 함께 사용하고 있다[
8,
9]. 한국에서는 간세포암 조기검진을 위한 국가암 검진 사업으로 만 40세 이상 고위험군(간경변증, B형 간염바이러스항원 양성, C형 간염바이러스항체 양성, B형 또는 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질환 환자)에 대하여 6개월 주기로 간 초음파와 AFP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사용 중인 AFP 정성검사 시약에 대해 간암 선별검사 방법으로서의 체계적인 평가가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AFP 검사는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논란이 있음[
10,
11]에도 불구하고 국내 여러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는 실정이다. AFP 검사는 간세포암을 선별하는 데 있어 정확하고 신뢰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하며, 각 검사기관에서는 이에 합당한 검사의 질을 유지해야 한다. 이에 이번 연구를 통하여 한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AFP 정성검사 시약들에 대한 판정기준치(cutoff value) 평가를 시행함과 동시에, 간암 검진기관들의 실태조사도 함께 진행하였다. 이 연구는 2016년과 2018년, 두 해에 걸쳐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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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찰
AFP는 1956년에 처음 보고되었는데[
12], 추가 연구를 통해 1963년에 간세포암과의 연관성이 규명되었다[
13]. AFP는 태아와 산모의 혈액 및 특정 종양성 또는 비종양성 질병을 가진 환자군에서 높은 농도로 발견되는 종양성 단백질로, 주로 난황주머니(yolk sac) 및 태아 간세포에서 생성되기에 태아기에는 높은 농도로 검출되지만, 출생 이후에는 급격히 감소하여 성인에서는 매우 낮은 농도로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건강한 성인에서 혈청 AFP를 측정해 보면 대부분 매우 낮은 농도로 확인되지만, 간세포암 환자에서는 혈중 AFP 농도가 상승된 경우가 많으며, 1980년에는 혈중 AFP 농도 측정이 간세포암종의 조기진단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14].
간세포암의 조기진단을 위한 혈청 AFP 검사는 각 나라의 실정에 맞춰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간세포암 고위험군인 B형 또는 C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 및 간경변 환자들을 대상으로 간 초음파와 혈청 AFP 농도 측정을 6개월 간격으로 검사할 것이 권고된다[
1]. 논란의 여지가 일부 있지만, 혈청 AFP검사가 간세포암 진단의 민감도를 높이고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 시사된 바 있고[
15,
16], 국내의 많은 건강검진센터에서는 간세포암의 고위험군 여부와 무관하게 혈청 AFP 검사를 시행하는 실정이다[
17]. 소규모 검사실에서는 간이검사법을 이용한 AFP 정성검사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적절한 검사성능이 담보되지 못하면 간암의 조기검진이라는 사용목적에 적합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므로, 위양성에의하여 불필요한 의료비용이 추가되거나 또는 위음성으로 인하여추적관찰과 추가 검사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간암의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들에서 혈청AFP를 측정하는 임상적 의의 여부와는 별개로, 국내 많은 건강검진기관에서 정성검사 방법으로 AFP 검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평가가 체계적으로 이뤄진 적은 없었다.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주요 AFP 정성검사 시약의 판정기준치 평가와 더불어, 간암 검진기관에서의 AFP 검사 실태를 포함하였다. 동일한 연구방법으로 2016년과 2018년에 걸쳐 평가함으로써 국내 간암 검진기관의 AFP 검사 현황 추이를 분석하고, AFP 정성검사 시약의 성능 적절성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었다. 판정기준치 평가 결과, 2016년의 경우 위양성률은 0.0-33.3%, 위음성률은 0.0-80.0%에 달했으며, 2018년 평가에서 명확하게 위양성으로 보이는 경우는 없었지만, 위음성률이 33.3- 66.7%에 달했다. 2016년 1차 평가에서 HiSense AFP card 및 Gene-dia AFP Rapid II 시약은 level 1 (9.7±1.0 ng/mL)에 대한 결과가 각각 100% 양성, 100% 음성으로 나타났는데, 두 시약의 판정기준치(10 ng/mL)를 고려할 때 정확도(위양성 및 위음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다만, 2년에 걸친 네 차례의 평가 결과, 다수의 시약에서 위음성을 보이는 경우가 위양성의 경우보다 빈번하게 나타났고, 그 비율이 80%에 달하는 시약도 나타나 선별검사로서의 수행능에 부적합한 결과를 보였다. 위음성의 원인으로는 항원의 과잉효과(prozone effect)나 시약 판매 단계에서 제조번호(lot) 변경 시에 적절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 등이 가능하겠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 제조사별로 시약의 제조번호가 바뀔 때마다 정량값을 알고 있는, 혹은 판정 기준치 근처의 양성검체로 검사하여 결과의 일관성이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단계가 필요하며, 사용 기관에서도 자체적으로 시약 사용 중 정기적으로 정도관리를 통한 성능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AFP 정성검사 키트를 제조하는 여러 체외진단기기 제조사가 있고 각 시약의 판정기준치가 상이하기 때문에 개별 의료기관에서는 내부정도관리 및 외부정도관리를 통해서 시약의 검사 성능이 적절하게 유지되는지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2년간의 변화 추이를 보면, 정성검사 시행 기관은 32기관에서 11기관으로 감소하였지만, AFP 검사를 직접 시행하는 기관도 75기관에서 27기관으로 줄어듦으로써, 정성검사 직접수행기관의 비율은 2016년과 2018년에 각각 42.7%와 40.7%로 비슷하게 유지되었다. 동일 기간 동안 AFP를 직접 검사하지 않고 외부의 전문수탁검사기관에 의뢰하여 시행하는 기관의 비율이 증가(70.8 → 80.6%)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전문수탁검사기관이 진단검사의학재단의 우수검사실 인증을 받거나 전문인력이 존재하여 상대적으로정확한 AFP 검사결과를 내도록 관리하는 게 가능한 이유 등이 있겠다. 개별 기관에서는 암검진기관 교육 등을 받으면서 AFP 검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자체적으로 정성검사를 수행하는 것보다 전문수탁기관에 의뢰하여 정량검사를 시행하는 방법을 선택한 기관이 증가되었다고도 분석할 수 있다. 전문수탁검사기관에는진단검사의학 전문의가 근무하고, 내/외부정도관리가 비교적 잘수행되는 것을 고려하면, 자체검사를 수행하는 게 어려운 경우에는 외부 전문검사기관으로 위탁하여 검사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외부로 위탁하여 AFP를 검사하는 경우에는 검체 채취 및 처리 등의 검사 전단계 과정을 올바르게 관리함으로써위양성/위음성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회신기관 중 정성검사 시약으로 AFP를 검사하는 기관은 2016년 12.5% (32/257기관)에서 2018년 7.9% (11/139기관)로 소폭 감소하였지만, 자체검사기관 중 정성검사 시행비율은 42.7% (2016년)와 40.7% (2018년)로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2년 간격으로 총 네 차례에 걸쳐 시행한 주요 AFP 정성검사 시약 평가 결과,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판정기준치에 합당한 결과를 모두 보이는 시약을 찾기는 어려웠다. 비록 제품에 따라 위음성이나 위양성의 가능성이 있어서 완벽한 분석능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일부 제품은 의료진들이 검사제품의 성격을 잘 알고 주기적인 정도관리를 하면서 이용한다면 도움이 된다. Genedia AFP Rapid II 시약(판정기준치 10 ng/mL)은 2016년 2차 평가에서 평균농도 5.5 ng/mL의 평가용물질에 대해 100% 양성 결과를 보였으나 2018년 1차 평가에선 시험물질에 대해 모두 적절한 결과를 보였기에 간암검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였다. 다만, 2018년에는 혼합혈청이아닌 상품화 정도관리물질로만 AFP 정성검사 시약들의 판정기준치를 평가하였기에, 기질효과로 인하여 검사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이 연구의 제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AFP 정성검사 기관들 중 내부정도관리 시행 빈도는 2016년 신빙도조사에서 59.3% (19/32기관)였는데, 2018년 조사에서 54.5% (6/11기관)로 비슷하였다. 반면 AFP 정량검사 기관들의 내부정도관리 시행 비율은 2016년 93.0% (40/43기관), 2018년 100% (16/16기관)로, 정성검사 기관들의 내부정도관리 참여 비율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한, 간암 검진기관들에 대한 AFP 신빙도조사에서 평가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기관들은 대체로 평소에 외부정도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기관들이 많았다. AFP 정성검사 기관들 중 외부정도관리 프로그램 참여 빈도는 2016년 신빙도조사에서 37.5% (12/32기관)였는데, 2018년 조사에서 0% (0/11기관)로 대폭 감소하였다. 다만, 2018년에 응답한 AFP 정성검사 기관들 중 2곳은 외부정도관리의 대체 방법으로 검사실 간 비교를 수행한다고 하였다. AFP 정량검사 기관들의 외부정도관리 프로그램 참여 비율은 2016년에 88.4% (38/43기관), 2018년에 87.5% (14/16기관)로, 정성검사 기관들의 외부정도관리 프로그램 참여 비율보다 월등히 높았다. AFP 정량검사 시행 기관들의 내/외부정도관리 시행 빈도가 정성검사 시행 기관들보다 높은 이유로는, 전문의와 임상병리사 등 검사 전담인력의 유무, 검사량에 따른 정량/정성 검사의 선택적 시행, 규모가 큰 의료기관에서 주로 정량검사를 시행하면서 정도관리에 대한 높은 이해, 진단검사의학재단의 우수검사실 인증 여부, 각종 관련 교육을 받은 전문인력 등의 요인이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AFP 정량검사 기관들에 비하여 정성검사 기관들의 정도관리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검사건수가 적은 기관일지라도 암 검진의 특성을 고려하여 부적절한 측정값을 산출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일관된 검사결과를 산출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내부정도관리를 수행하고 정확한 측정값을 담보하기 위한 외부정도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이 권장된다.
정도관리물질을 이용한 2016년 AFP 신빙도조사에서, level 2 물질의 정량값(평균±표준편차; 70.9±9.0 ng/mL)과 정성검사 시약의 판정기준치를 고려할 때 11.1% (5/45기관)의 정성검사 시행기관들이 음성으로 보고하여, 부적절한 결과로 판단되었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AFP 정성검사 시약의 판정 기준치가 10 ng/mL 또는 20 ng/mL인 것을 감안하면, level 2 정도관리물질에 대하여 음성 결과를 보인 기관들에서는 임상적으로 수행하는 AFP 검사결과도 위음성률이 높을 것으로 우려된다. Level 3 물질에 대하여 음성으로 보고한 두 기관은 모두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 종양표지자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기관이었으며, 각각 ASAN Easy Test 와 Humasis AFP Card 시약을 사용하여 간암표지자 검사를 시행하고 있었다.
2018년 신빙도 조사에서 level 2와 세 검체에서 모두 음성으로 보고한 한 기관은 ASAN Easy Test 시약으로 AFP를 검사 중이었는데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 종양표지자 프로그램 신빙도조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2016년 AFP 신빙도조사에서 두 기관, 2018년 조사에서 한 기관이 각각 100 ng/mL 이상의 고농도였던 level 3 물질에 대하여 음성으로 보고하였으며, 이 기관들은 모두 외부정도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다양한 임상 환경에서 AFP 농도가 증가할 수 있으며[
18,
19], AFP 농도의 지속적인 관찰이 임상적으로 유용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성검사보다는 정량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추적검사에 바람직할 수 있다[
20]. 하지만, 정량검사를 위한 의료장비가 없거나 외부위탁검사가 어려운 산간도서벽지와 같은 제한적인 환경에서는 여전히 AFP 정성검사가 유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정성검사법으로 AFP를 검사할 때에는 시약의 성능이 적절하게 유지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21].
저자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에서 사용 중인 AFP 정성검사 시약에 대한 판정기준치를 평가하였고, 간암 검진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AFP 검사의 실태를 조사하고 품질관리 현황을 파악하였다. 특히 AFP 정성검사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내부정도관리 및 외부정도관리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시약 성능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간암 검진기관의 검사 질이 개선되고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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