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제1형 당뇨병은 지속적인 적응과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제1형 당뇨병의 관리는 식이의 조절, 운동, 인슐린 주사 및 혈당수준 모니터링을 포함한 복잡하면서 도전이 될 만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1]. 제1형 당뇨병 특성상 질병 관련 자기관리는 매일 이루어져야 하고, 부모도 질병관리에 참여하게 되므로 이는 당사자와 부모의 심리사회적인 디스트레스를 초래한다. 이와 관련하여 제1형 당뇨병 당사자와 부모의 절반 정도가 질병으로 인해 부정적인 심리사회적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2].
심리사회적 디스트레스는 혈당조절을 비롯한 질병관리에도 영향을 주는데, 제1형 당뇨병 환아의 가족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문헌 고찰에서 가족의 스트레스는 환아의 혈당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3]. 이와 같이 질병관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심리사회적 경험에 대한 이해를 위해 본 글에서는 제1형 당뇨병 당사자와 부모가 겪을 수 있는 심리사회적 경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본론
1. 제1형 당뇨병 당사자
제1형 당뇨병 당사자는 당뇨병과 관련하여 스트레스를 경험한다[4]. 제1형 당뇨병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심리사회적 문제 발생 비율은 55.95%로 질병이 없는 아동에 비해 높았고, 세부적으로는 성가심(irritation)이 38.1%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우울(36.9%), 불안(32.1%) 순이었다[5]. 성가심을 느끼는 것은 다양한 수준과 측면이 있겠으나 매일의 삶에서 엄격한 기준으로 생활하면서 느끼는 평안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일상적인 일에 대해서도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생일 파티에 참석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친구나 친척집에서 하룻밤 지내는 것과 같은 일들에 대해 제1형 당뇨병이 있는 경우 신중하게 계획해야 하는데, 이러한 것이 발달과정 중에 있는 아동에게 큰 도전이 될 수 있다[6].
성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번거로움이나 귀찮음(hassle)으로 표현될 수 있는데,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것이나, 그러기 위해 직장에서 휴가를 받아야 하는 것 등 그 번거로움의 종류나 정도의 범위가 다양할 수 있다[7]. 이와 같이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아도 매일 챙겨야 하는 것이 많은 상태, 즉 혈당측정기를 챙긴다거나 저혈당에 대비해서 음식을 챙기는 것 등을 번거롭다고 느끼는 것이다[7].
다음으로 우울과 불안에 대해 살펴보자면, 이 둘은 당뇨병을 가진 아동에게 가장 흔한 정신장애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8]. 우울은 많은 요인과 관련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심각한 저혈당, 합병증으로 인한 입원, 낮은 삶의 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9]. 불안은 공포, 두려움 및 염려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합병증과 같이 장기간의 질병 진행과 관련된 불안뿐만 아니라 당뇨병의 관리, 특히 바늘공포나 인슐린 투약과도 관련성이 있다. 제1형 당뇨병 당사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두려움 중의 하나는 인슐린 주사와 혈당체크와 관련된 두려움이라고 하였듯이[10], 다회 인슐린 요법을 하는 제1형 당뇨병 아동의 경우 32.7%가 바늘공포가 있다고 보고되기도 하였다[11]. 이러한 인슐린 주사에 대한 공포는 심리적인 디스트레스와 치료불이행, 불량한 혈당조절의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12], 불안이나 공포 정도를 확인하여 이를 감소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질병의 자기관리와 관련하여 가질 수 있는 심리사회적 측면에는 죄책감(guilt)이 있다[7]. 이들은 높은 혈당 수치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데, 이는 자신이 한 행동으로 인해 혈당이 높게 나타났다고 여기기 때문이며, 죄책감이나 수치심의 감정으로 표현된다. 예를 들면 단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경우, 초콜릿과 같은 단 음식을 먹게 되면 이로 인해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7]. 이와 관련된 문제로 식이장애가 있을 수 있는데, 실제로 제1형 당뇨병이 있는 경우 식이장애가 발생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13].
또 다른 측면으로, 제1형 당뇨병으로 인한 사회적 낙인(stigma)이 있다. 질병과 관련된 낙인은 HIV/AIDS, 비만과 관련하여 연구되어 왔으나 당뇨병과 관련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14]. 그러나 제1형 당뇨병의 경우에도 사회적 낙인을 경험하는데, 공공장소에서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중이 생각하는 바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드러날지를 의식하면서 결국 해야 할 행동이 아닌 다른 행동을 취하게 된다[7]. 이러한 경향은 특히 아동인 경우에 나타나는데, 사회적 낙인은 결국 질병관리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겠다.
낙인은 성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성인 제1형 당뇨병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에서는 제1형 당뇨병 특유의 낙인과 제2형 당뇨병과 관련된 낙인으로 구분하였으며, 이러한 낙인은 비난, 부정적인 사회적 판단, 고정관념, 배제, 거부 및 차별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고 하였다[14]. 이 중 비난을 살펴보면, 혈당이 낮게 측정되었을 때, 왜 미리 혈당측정을 하지 않았는지, 또는 왜 간식을 미리 챙기지 않았는지, 왜 이것은 하였으며, 왜 저것은 하지 않았는지와 같은 비난을 받는다[14]. 이러한 낙인의 근원으로 볼 수 있는 주체들은 미디어, 가족, 친구, 건강 관련 전문가 및 교사인데, 이는 다양한 환경에서 제1형 당뇨병을 가진 자신의 상태를 공개하는 것을 꺼리게 해서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결국 도움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이와 같이 사회적인 관계성과 정서적 안녕이 질병의 관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이들이 경험하는 상황과 그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2. 제1형 당뇨병 자녀를 둔 부모의 경험
제1형 당뇨병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를 기본적으로 양육하는 것 외에도 질병의 실질적인 관리에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된다. 이렇게 질병관리에 함께 참여하는 제1형 당뇨병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수면의 질이 낮고, 자녀가 겪는 사회적 낙인을 함께 대처해 나가야 하는 등 심리사회적인 문제를 함께 겪는다[15]. 부모의 부정적인 심리사회적 경험은 다양한데 이는 디스트레스, 스트레스, 불안, 우울, 외상 후 장애로 나타나며, 그 발생빈도가 연구에 따라 10%에서 74%의 비율을 보인다[16].
제1형 당뇨병 자녀를 둔 부모는 특히, 자녀가 진단 받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자녀를 돌보는 것에 대한 책임감으로 인해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는다[16]. 자녀로 인해 가족 전체의 생활패턴을 바꾸어야 하고, 음식 선택, 혈당 측정 및 인슐린 주사와 같이 매일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부모는 부담감을 느끼고, 이는 결국 부모의 삶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17].
부모는 또한 정서적으로 고갈되고,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고, 만성적인 슬픔이나 상실감을 느끼는데, 상실의 경우 이는 건강한 자녀의 상실, 통제의 상실, 자유의 상실, 그들의 자녀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능력의 상실로 표현된다[16]. 이와 같은 부정적인 심리사회적 경험은 부모의 대처에 영향을 미치는데, 선행연구에서 부모가 더 우울하거나 불안할수록 감정적인 대처를 하고 회피나 마음의 혼란과 같은 부적응적인 대처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
제1형 당뇨병 당사자와 부모는 모두 취약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이는 부모와의 갈등이나 가족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자녀와 부모와의 관계에서는 양육방식이 자녀의 질병관리에 영향을 미쳤는데, 온화하고 구조화된 특성을 지닌 권위 있는 양육 방식인 경우 자녀의 치료 준수 정도가 높은 반면, 의사소통 기술이 부족하거나 가족 갈등이 높은 경우 자녀의 치료 순응 정도가 낮고 혈당조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18]. 제1형 당뇨병과 같이 만성질환을 가진 자녀가 있는 가족은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이는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 가족구조, 가족응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19]. 특히, 가족 갈등이 높거나[20]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경우, 당뇨병 대상자가 청소년일 경우, 그리고 한부모 가정인 경우 당뇨병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높고, 그에 따라 혈당관리에도 취약하다고 보고되었다[3]. 이와 같이 자녀의 질병상황은 부모를 비롯한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를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