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대한비만학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20세 이상의 성인 건강검진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2019 Obesity Fact Sheet에 의하면 전체 성인 비만 유병률은 2009년 29.7%, 2018년 35.7%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비만 유병률 증가로 인해 당뇨병,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 등과 같은 각종 질환의 발생위험을 높이고 있다[1]. 또한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직접 비용), 생산성 감소(간접비용), 건강과 삶의 질의 저하(무형의 비용)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증가되고 있어 비만 예방과 치료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2]. 임상가가 비만 행동치료에서 환자의 동기 증진을 위해 동기면담(motivational interviewing)을 어떻게 통합시킬 수 있는지를 소개하고자 하며, 본 원고에서는 행동치료에 대한 자세한 소개보다 행동치료를 적용할 때 임상가가 어떻게 환자와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고자 한다.
비만치료지침 검토
1998년 미국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에서 비만치료지침을 제안한 이후 2013년 미국심장협회, 미국심장학회와 미국비만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The Obesity Society)에서 비만치료지침 개정판을 발표하였다. 이 지침은 비만 성인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자가모니터링, 스트레스 관리, 자극조절, 문제해결, 대체행동기법, 인지재구조화, 사회적지지 등의 행동치료 기법을 소개하고 있으며 생활습관 중재를 통해 체중 감소와 유지 관리를 위해 6개월, 1년 이상의 행동치료를 권고하고 있다[3,4]. 대한비만학회에서도 비만치료지침에서 다양한 행동치료 기법을 소개하며 음식섭취 감소, 활동량 증가, 체중감소와 유지를 위해 6개월, 1년 이상의 집중적인 행동치료를 통해 권고하고 있다[2]. 국내외 비만치료지침에서 권고하고 있듯이 비만 환자에게 있어 행동치료는 음식섭취 감소, 활동량 증가, 체중감소와 유지에 핵심적인 치료적 접근이다.
임상가와 환자 간 의사소통 스타일
의사소통 스타일은 ① 지시하기(directing style), ② 안내하기(guiding style), ③ 따라가기(following style)로 구분될 수 있으며, 의료현장에서는 임상가들이 일반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의사소통 스타일은 지시하기다. 환자에게 임상가가 전문지식과 건강증진을 위한 방법에 대한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는 대화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시하기 스타일은 급성기 질환 치료와 행동변화 동기가 높은 환자에게는 효과적인 대화법이지만, 만성질환과 동기가 낮고 행동변화에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는 효과적이지 않다. 만성질환 환자에게 지시하기 스타일로 접근할 경우 오히려 변화 동기가 저하될 수 있으며, 무조건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따라가기 스타일도 바쁜 의료현장에서 효과적이지 않다. 행동변화에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고 변화 동기가 부족한 환자에게는 안내하기 스타일이 효과적이며, 동기면담이 안내하기 스타일을 정교화한 대화법이다. 대부분의 의료현장 임상가들은 환자의 건강이 증진되길 원하며 질병으로 인해 고통을 받지 않길 원한다. 이러한 동기 때문에 의료현장에 입문 한 임상가들이 많다. 이러한 임상가의 동기로 인해 환자의 잘못된 점을 고쳐주고 싶은 충동이 반사적이고 자동적으로 들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교정반사(righting reflex)라고 한다. 교정반사가 있는 임상가는 환자에게 변화를 하라고 이야기를 하게 되며, 변화에 대한 양가감정이 있는 환자는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게 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임상가는 환자를 변화시키고 싶어 이야기를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환자를 오히려 수동적으로 만든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바라는 모습은 환자가 스스로 행동 변화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동기가 높아져 면담을 마치는 것일 것이다[7].
비만 행동치료와 동기면담 통합 전략
비만치료지침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가모니터링, 스트레스 관리, 자극조절, 문제해결, 대체행동기법, 인지재구조화, 사회적지지 등과 같은 행동치료 기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임상가가 간과하기 쉬운 것이 바로 전달방식이다. 행동치료 기법과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환자의 변화단계, 동기 수준을 고려하지 않으면 행동치료의 효과는 반감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임상가가 지시하기 스타일로 환자에게 전달했을 때는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안내하기 스타일인 동기면담을 적용해서 환자의 변화단계, 동기 수준을 고려해 행동치료 기법과 내용을 전달하면 행동치료의 효과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동기면담의 핵심은 환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변화에 대한 이야기(변화대화)를 하도록 돕는 것이다. 임상가가 변화를 해야 한다고 환자에게 말하는 접근이 아니다. 면담 회기 안에서 환자의 변화에 대해 진술의 양이 많아지고 강도가 세졌다고 하면, 실제 행동변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비만 환자에게 행동치료 기법을 제안할 때 임상가는 동기면담 불일치하는 의사소통이 아닌 일치하는 의사소통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임상가의 의사소통 스타일에 따라 비만 환자의 동기가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상가의 동기면담 일치, 불일치 진술은 다음과 같다[8,9].
1. 임상가의 동기면담 일치 진술
■조언이나 정보를 제공하기 전에 환자의 허락 구하기
“○○님과 비슷한 상황에 계신 환자분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가 있는데 말씀드려도 될까요?”
※환자가 직접 물어본 질문에는 바로 정보나 조언 제공이 가능하며, 임상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가 있을 경우 허락을 구하고 제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환자는 자기결정권을 존중 받았다고 느끼며, 자신이 정보를 듣겠다고 마음을 먹고 임상가가 제공하는 정보를 듣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수용도도 높아진다.
■환자의 강점, 능력, 노력을 인정하기
“체중 감량을 위해 마음을 굳게 먹고 운동을 시작하셨군요. 잘하셨습니다.” (노력에 대한 인정)
“쉽지 않으셨을 텐데 어떻게 2 kg을 감량하실 수 있었나요?” (질문을 통한 간접 칭찬, 인정)
“비만에 대한 식이요법, 운동요법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시네요.” (환자의 지식에 대한 인정)
※임상가가 인정하기를 사용하면 환자와 치료적 관계를 강화할 수 있으며, 환자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2. 임상가의 동기면담 불일치 진술
■환자의 허락 없이 조언이나 정보를 제공하기
“환자분 이대로 진행이 되면 수술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식사패턴을 보니 식이요법을 하셔야 하겠네요. (이후 식사요법에 일방적 정보 제공)”
“그렇게 운동하시면 안되고요. 이렇게 하셔야 합니다. (이후 운동요법에 대한 일방적 정보 제공)”
※허락 없이 정보나 조언을 제공하게 될 경우 환자는 자기결정권을 존중 받지 못했다고 느끼며,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정보는 수용도도 떨어진다.
■환자를 직면시키기
“환자분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이야기한 대로 하지 않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식사일지와 운동일지를 지난번에는 작성하지 않으시고, 이번에는 거짓으로 작성하셨네요.”
※임상가가 직면하기를 사용하면 환자와 치료적 관계가 손상되며, 환자를 수동적으로 만들고 저항을 높일 수 있다.
■환자에게 명령, 요구, 강요함으로써 지시하기
“1,800 kcal로 드셔야 합니다.”
“살을 빼시고 싶으시면 이렇게 하셔야 합니다.”
※임상가가 지시하기를 사용하면 환자와 치료적 관계가 손상되며, 환자를 수동적으로 만들고 저항을 높일 수 있다.
임상가는 평상시 자신의 의사소통이 환자의 동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동기면담 불일치 진술을 교정반사를 억누르며 하지 않는 것도 상당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자신의 의사소통 스타일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체득된 방식이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행동변화를 촉진하는 의사소통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사소통 스타일이 어떤 스타일인지 인식하고, 환자의 동기를 증진시키는 스타일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