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임신 중 고혈당이 출생한 자녀에게 장기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에 관해서는 수십 년 전부터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산모의 고혈당이 태아의 고인슐린혈증과 지방 축적을 일으키는 것이 1954년 Pedersen [1]에 의하여 밝혀진 이후 초기 연구들은 고혈당에 의한 태아 기형의 발생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이 후 1986년에 Barker와 Osmond [2]에 의해 태아 프로그래밍(fetal programming)이라는 개념이 제시되면서 산모로부터의 영양공급과 자궁 내 환경이 태아 조직의 기능과 발달에 영향을 주어 출생 후 장기적인 만성질환 발생에 기여한다는 점이 알려졌다.
2008년에 발표된 hyperglycemia and adverse pregnancy outcome (HAPO) 연구는 임신성 당뇨병의 치료가 필요 없는 비교적 정상 혈당 수치를 보이는 산모에서도 혈당 수치의 증가가 임신 및 신생아의 예후에 영향을 주는가에 관한 대규모 연구였다. 연구의 일차 목표였던 신생아 체중, 탯줄의 C-peptide 농도, 신생아 저혈당 및 제왕절개율은 다섯 그룹으로 나눈 산모 혈당 군에서 모두 선형의 비례 관계를 보였다. 또한 연구의 이차 목표였던 신생아 피부 두께(skin-fold thickness), 조산, 전자간증 및 견갑 난산도 산모의 혈당 수치에 비례하여 증가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임신성 당뇨병에 관한 새로운 진단기준이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the Diabetes and Pregnancy Study Groups (IADPSG)에 의해 제안되고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 의해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HAPO 연구에서 임신의 예후를 1.75배 악화시키는 75 g 경구당부하검사 수치를 기준으로 제시하였는데, 하나 이상의 비정상 수치만으로도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하게 되어 기존의 Carpenter–Coustan 기준에 비하여 임신성 당뇨병의 유병률을 2배 이상 증가시켰다. 즉 비교적 경증의 고혈당 산모가 추가로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 받게 된 것이다[3–5]. Carpenter–Coustan 기준에 따라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 받은 산모의 자녀에서 당대사 장애와 비만이 증가하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6,7]. 하지만 IADPSG 기준을 만족하거나 혹은 그보다 낮은 경미한 고혈당이 이러한 합병증을 증가시키는지는 명확치 않다. 최근 HAPO 연구에 포함된 신생아들이 아동기(childhood)에 들어섬에 따라 이들에 관한 추적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었다[8–11]. HAPO 연구에 포함된 산모들은 당부하검사 시 공복 혈장포도당 105 mg/ dL, 당부하 후 2시간 혈장포도당 200 mg/dL를 넘는 경우인 전체의 약 1.8%를 제외하고는 산모와 의료진에게 이중 맹검되어 치료를 시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경미한 고혈당 수치를 보이는 산모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들의 자녀의 예후에 관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3].
본론
1. 임신 중 고혈당과 아동기 자녀의 당대사 장애
2019년 Lowe 등[8]은 HAPO 연구에 참여한 산모들에서 출생한 4,160명의 자녀를 10∼14세에 추적하여 75 g 경구당부하검사를 시행하였다. IADPSG와 WHO 기준으로 임신성 당뇨병을 정의할 경우, 아동기 자녀의 내당능 장애(impaired glucose tolerance, IGT)는 임신성 당뇨병군에서 10.6%로 정상군의 5.0%에 비해 1.96배(95% 신뢰구간, 1.41∼2.73) 높게 나타났다. 이는 당뇨병의 가족력과 산모 및 자녀의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를 모두 보정한 결과이다. 또한 인슐린 감수성(insulin sensitivity)과 베타세포의 기능지표인 oral disposition index (oDI)는 임신성 당뇨병군에서 태어난 자녀에서 더 낮았다. 하지만 공복혈당 장애(impaired fasting glucose, IFG)와 제2형 당뇨병의 발생 빈도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 연구에서는 Carpenter–Coustan 기준에 따라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되는 산모를 제외하고 IADPSG 기준으로만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되는 경증의 고혈당 산모에서 태어난 자녀에 관해서도 추가 분석을 시행하였다. 이들의 수는 통계적인 파워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유의한 IGT 증가와 oDI 감소를 보였다. 이는 IADPSG 기준으로 진단되는 임신성 당뇨병의 유병률이 약 17.8%인 것을 고려할 때 상당수의 자녀가 당대사 장애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임신성 당뇨병 산모에서 출생한 자녀가 더 비만하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당대사 장애의 빈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 연구에서는 자녀의 비만을 보정하더라도 당대사 장애의 통계적 유의성은 약해지지 않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2019년 Scholtens 등[9]은 위와 동일한 HAPO 추적 연구에 포함된 자녀 4,160명에서 10∼14세에 시행한 당부하검사 결과를 산모 당부하검사 결과와 비교 분석하였다. 2008년 HAPO 연구에서는 산모의 혈당을 5단계로 분류하였는데 단계가 증가할수록 자녀의 IFG, IGT 및 당화혈색소(HbA1c)가 증가하고 인슐린 감수성과 oDI는 감소하였다. 또한 산모의 공복혈당(fasting plasma glucose, FPG)은 자녀의 FPG, 당부하 1, 2시간 혈당 및 당화혈색소와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고, 인슐린 민감도와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리고 산모의 당부하 1시간 및 2시간 혈당 수치는 자녀의 IGT, 당화혈색소 및 당부하검사 시의 모든 혈당 수치들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고, 인슐린 감수성 및 oDI와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산모와 자녀의 BMI 및 당뇨병의 가족력을 보정하더라도 유의하였다. 인슐린 감수성의 감소는 IGT의 시작을 의미하고 oDI의 감소는 제2형 당뇨병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산모의 고혈당이 자녀의 당대사 장애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이 연구의 결과는 앞서 Lowe 등[8]의 연구와는 달리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되지 않는 정상 범위의 혈당 수치에서도 산모의 혈당이 자녀의 당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두 개의 HAPO 추적 연구는 자녀의 아동기 혈당 수치, 인슐린 감수성 및 베타세포 기능이 산모의 혈당 수치 증가와 연속적인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주의할 점은 산모의 고혈당이 자녀의 IGT 및 일부에서 IFG와는 연관이 있었지만, 제2형 당뇨병의 발생을 실제로 증가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동기에는 제2형 당뇨병의 유병률이 낮아서 이 연구들로 통계적인 차이를 증명할 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의 Galderisi 등[12]의 연구에 따르면, 평균 연령 12.7세인 청소년기에 IGT로 진단 받은 경우 65%는 평균 2.9년의 추적 기간 중에 정상화 되었지만, 주목할 것은 8%에서는 단기간에 제2형 당뇨병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당대사 장애의 위험이 높은 아동과 청소년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임신 중 산모의 혈당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은 산모의 혈당 수치에 따라 연속적으로 증가하므로 어떠한 혈당 기준치를 정하여 출생한 자녀에게 75 g 경구당부하검사를 시행하고 당대사 장애를 이른 시기에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2. 임신 중 고혈당과 아동기 자녀의 비만
임신성 당뇨병 산모에서 출생한 자녀는 아동기의 비만 발생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임신성 당뇨병 산모는 자신이 비만한 경우가 많으므로 산모의 혈당과 비만 가운데 어느 것이 아동기 비만의 발생과 관련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또한 비교적 정상에 가까운 경미한 고혈당이 독립적으로 아동기 비만과 관련되는지도 확실치 않다. 기존의 HAPO 연구 결과는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되지 않는 수준의 혈당에서도 혈당 수치에 비례하여 신생아 체중이 증가함을 확인하였다[3].
2018년 Lowe 등[10]은 HAPO 추적 연구를 통하여 임신성 당뇨병이 아동기 비만도(childhood adiposity)와 관계가 있다는 또 다른 논문을 발표하였다. 기존의 HAPO 연구에 포함된 산모들에서 임신성 당뇨병은 IADPSG 기준에 따라 후향적으로 정의하였고, 출생한 4,832명의 자녀를 10∼14세에 추적하여 아동기 비만도와의 연관성을 연구하였다. 아동기 비만도는 일차적으로 과체중(overweight) 혹은 비만(obese)으로 정의하였고, 이차적으로 1) 비만(obese) 단독, 2) 체지방도(body fat percentage)와 허리둘레(waist circumference) 및 피부 두께의 합(sum of skinfold)이 85% 이상인 것과의 연관성도 조사하였다. 산모의 BMI를 보정하였을 때 임신성 당뇨병은 아동기 비만도(과체중 혹은 비만)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시키지는 않았다(교차비 1.21, 95% 신뢰구간 1.00∼1.46). 그러나 자녀의 아동기 비만을 단독으로 1.58배(95% 신뢰구간 1.24∼2.01), 체지방도 증가는 1.35배(95% 신뢰구간 1.08∼1.68), 허리둘레 증가는 1.34배(95% 신뢰구간 1.08∼1.67), 피부 두께의 합 증가는 1.57배(95% 신뢰구간 1.27∼1.95)로 나타났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Carpenter–Coustan 기준에 따라 정상 혈당군, IADPSG 임신성 당뇨병군 및 Carpenter–Coustan 임신성 당뇨병군으로 나누어 추가 분석을 시행하였는데, 세 그룹 사이에 아동기 비만 지표들에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IADPSG 진단기준은 원래 신생아 비만도를 포함한 임신의 예후와 관련된 혈당 수치를 기준으로 제시하였는데 이 값들이 아동기 비만도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2019년 Lowe 등[11]은 HAPO 연구에 포함된 산모들의 연속적인 혈당 수치와 자녀의 아동기 비만과의 연관성을 추적한 또 다른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위의 연구와 같은 수의 HAPO 추적 연구 집단을 대상으로 하였고, 아동기 비만도 역시 위 연구와 동일하게 정의하였다. 산모의 FPG, 1시간 혈당, 2시간 혈당 및 당화혈색소가 각각 1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 증가할 경우 아동기 비만도를 1.05∼1.21배 증가시켰다(각각의 교차비: 1.05∼1.16, 1.11∼1.19, 1.09∼1.21, 1.12∼1.21). 이러한 결과는 자녀의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없었고, 혈당 수치에 따른 아동기 비만도와의 선형 비례가 증명되었다. 또한 아동의 성발달 상태(Tanner stage), 산모의 나이, 키, 당뇨병 가족력, 혈압, 분만력 및 BMI를 모두 보정하였을 때, 산모의 공복 혈당과 과체중 혹은 비만 및 허리둘레 증가와의 연관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결론적으로 IADPSG 기준으로 임신성 당뇨병을 진단받지 않는 정상 범위의 혈당에서도 아동기 비만도는 산모의 혈당 수치에 따라 선형 비례를 보인다는 것이 추가로 증명된 것이다.
최근의 몇몇 소규모 연구들 또한 산모의 혈당 수치가 출생한 자녀의 5∼10세 때의 아동기 비만도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고하였다[13,14]. 특히 2009년에 미국의 Eunice Kennedy Shriver National Institute of Child Health Human Development Maternal-Fetal Medicine Units (MFMU) Network에서 경증의 임신성 당뇨병 산모를 치료하여 임신의 예후를 호전시키지 못한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는데, 최근 이 산모들에게 출생한 자녀들의 5∼10세 때의 추적 결과가 발표되었다. 치료가 필요 없는 경증의 임신성 당뇨병군과 정상 혈당군에서 모두 산모의 혈당은 출생 아동의 비만 척도와 관계가 있었다[14,15].
Lowe 등[11]은 산모의 고혈당과 아동기 비만도와의 이러한 연관성이 14세 경의 청소년기까지 확장됨을 증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관성이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 유지되는지에 관해서는 여전히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동기 비만이 성인의 심혈관 질환 및 비만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이미 다른 연구들을 통하여 알려져 있으므로 산모의 고혈당이 자녀의 평생 동안의 비만도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16].
임신성 당뇨병 산모에서 출생한 자녀가 아동기 비만이 증가한다는 것은 10여 년 전부터 몇몇 연구를 통해 알려져 왔다. 그러나 임신성 당뇨병 산모의 경우 비만한 경우가 흔하고 유전, 환경, 가족 생활습관의 영향으로 자녀가 아동기 비만인 경우가 많으므로 이들을 보정할 경우 임신성 당뇨병과 아동기 비만의 직접적 연관성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았다[17,18]. 하지만 Lowe 등[11]의 연구는 산모의 나이, 키, 분만력 및 가족력뿐만 아니라 BMI를 보정하더라도 아동기 비만이 유의하게 증가함을 증명한 것이다. 그러나 아동기 비만을 유발하는 것이 산모의 높은 혈당인지 아니면 고혈당과 동반되는 triacylglycerol, non-esterified fatty acid와 같은 지방 축적을 조절하는 지질(lipid) 때문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19].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산모의 고혈당 및 신생아 예후와 관련되는 영양소는 당, 지방, 아미노산을 모두 포함하는 혼합영양소(mixed nutrient)로 알려졌지만 고혈당이 태아의 성장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20].
결론
HAPO 추적 연구들에 따르면 IADPSG 기준으로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된 산모의 자녀는 10∼14세 아동기에 당대사 장애와 비만도가 증가하였다. 더욱이 그보다 낮은 정상 범위의 산모 혈당 수치에서도 자녀의 당대사 장애 및 비만도가 선형적으로 증가함이 밝혀졌다. 하지만 임신 중 고혈당을 적극적으로 치료함으로써 자녀의 당대사 장애를 줄이거나 비만을 호전시킬 수 있는가에 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는 IADPSG 기준으로 임신성 당뇨병을 치료하는 것이 자녀에게서 이러한 질환의 발생을 줄이는가에 관한 전향적 연구를 의미한다. 또한 자녀의 당대사 장애와 비만을 줄이기 위해 언제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가에 관해서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즉 산모를 치료하는 것과 신생아 혹은 아동기 아니면 청소년기에 적극적인 개입을 하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성인기 질환을 줄이는 데 효율적인가에 관한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자녀의 당대사 장애에 영향을 주는 것이 산모의 혈당 수치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유전, 환경, 식이와 운동 습관, 화학물 노출 및 부계의 영향 등을 모두 고려하여야 한다. 특히 HAPO 추적 연구는 출생 후 생활 환경에 따른 비만도의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아동기에 비만, 당대사 장애 및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할 경우 성공적인 치료가 쉽지 않고 이는 성인기 심혈관 질환, 만성 대사성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따라서 아동기의 당대사 장애와 비만을 예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따라서 자녀의 당대사 장애와 비만의 위험이 증가하는 산모의 75 g 당부하검사 수치를 확인하고 이를 적극 치료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 효과를 사회 경제적인 측면에서 연구하는 것이 앞으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