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Clinical studies published over the past two decades have consistently demonstrated the therapeutic efficacy and safety of anti-craving medications. To use anti-craving agents more effectively in clinical settings, it is important to set clear treatment goals. Because alcoholic patients have lost control of drinking alcohol, it is recommended to set ‘abstinence’ as a goal rather than ‘controlled drinking’. Indeed, the therapeutic effects of anti-craving medication are higher when abstinence is set as the target. On the other hand, if abstinence is the sole criterion, it is difficult to elicit the motivation of a patient who lacks motivation in clinical practice. In the case of patients who have not yet gained insight, the initial goal might be set to gradually reduce the amount of alcohol consumed and prevent at-risk heavy drinking. Even in this case, anti-craving can help clinically. To increase the effectiveness of anti-craving medications, it is best to start at least four to seven days after the patient has stopped drinking. If the patient has alcohol withdrawal symptoms, they should be treated first.
19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날트렉손(naltrexone)과 아캄프로세이트(acamprosate)라는 두 항갈망제들이 개발되면서 갈망감이라는 개념은 임상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12) 특히, 항갈망제의 등장으로 인해 알코올사용장애를 입원이 아닌 외래에서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의학적 모델이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지만, 한편에서는 항갈망제의 치료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들도 제기가 되었다. 특히, 항갈망제에 대한 잘못된 오해들—예를 들어,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처럼 오남용의 위험이 높다, 디설피람(disulfiram)처럼 술과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등—로 인해 항갈망제의 복용을 꺼리는 환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동안 발표된 임상 연구들은 일관되게 항갈망제의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정신의학협회는 2013년 발간한 정신 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에서 〈알코올사용장애〉의 새로운 진단 기준으로 갈망감을 채택하였다.3) 이 글에서는 갈망감의 개념과 신경생물학적 기전을 살펴보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항갈망제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갈망감이라는 개념이 소개되기 이전에는 알코올 중독자들이 술을 끊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를 단순히 술이 주는 즐거움을 뿌리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하였다. 많은 알코올중독자들은 그저 의지가 빈약하고 쾌락을 탐닉하는 충동적인 모습으로만 묘사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40~50대 중독자의 강박적인 음주 행태와는 잘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오히려 이러한 편향된 이해로 인해 중독자들이 “나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은데도 자꾸 마시게 된다.”고 도움을 구해도 임상 현장에서 의사로부터 공감을 받기가 어려웠다. 술을 끊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 술을 끊으면 나타나는 금단증상 때문에 술을 계속 마시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치료 초기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지만, 알코올중독자가 수 개월, 수 년을 끊은 이후에도 왜 자꾸 재발하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처럼 즐거움을 충동적으로 계속 추구하거나, 금단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술을 끊지 못한다는 기존의 주장들은 알코올중독 환자들의 모습을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면 왜 술에 대한 갈망감은 없어지지 않고, 계속 재발의 위험요인이 되는 것일까? 갈망감의 신경생물학적 기전을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 중 하나는 유인-민감화 모델(incentive sensitization model)이다.4) 유인-민감화 모델은 다음과 같은 4개의 주장으로 구성된다 : 1) 중독을 일으키는 약물은 공통적으로 중뇌변연도파민회로(mesolimbic dopamine pathway)를 자극한다. 2) 중뇌변연도파민회로는 유인적 현저성(incentive salience)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3) 중뇌변연도파민회로를 자극하는 약물을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중뇌변연도파민회로에서 신경적응변화가 일어나서 그 약물에 대해 강한 유인적 현저성을 부여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 약물을 갈망하고, 그 약물을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행동이 일어나게 된다. 4) 유인적 현저성에 대해 민감화된 상태는 약물을 끊은 이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이 되며, 민감화된 약물을 더 이상 좋아하지(liking) 않더라도, 계속해서 원하고(wanting) 추구하는 행동이 지속될 수 있다.
유인-민감화 이론에 따르면 같은 약물을 장기간 사용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민감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고, 다양한 유전적, 환경적 요인들이 관여를 한다. 중뇌변연도파민회로는 약물에 대해서만 민감해지는 것이 아니고, 그 약물과 연관된 자극들이나 상황에 대해서도 민감해지는 연합학습(associative learning)이 일어난다. 비가 오는 날에 반복적으로 술을 마신 사람은 비가 오는 소리만 들려도 술 생각이 간절해지는 이유이다. 임상에서 많은 알코올중독자들이 좋은 안주를 볼 때 술 생각이 많이 난다고 보고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알코올사용장애 인지행동치료를 할 때는 갈망감이 강하게 유발되는 고위험상황(high-risk situation)들을 명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인-민감화 이론에서는 약물의 보상(reward)을 두 개의 요소로 구분하고 있다: 1) 쾌락적 가치(hedonic value)—즐거움(subjective pleasure)을 느끼고 좋아함(liking); 2) 유인적 가치(incentive value)—주의(attention)를 사로잡고 원함(wanting). 이 중에서 약물에 대해 민감화가 진행되는 것은 후자인 유인적 가치이며, 약물을 갈망하고 원하는 것(wanting)은 좋아하는 것(liking)과는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민감화가 일어난다. 특이할 만한 것은 유인적 현저성(incentive salience)은 절차기억(procedural memory) 또는 암묵기억(implicit memory)처럼 의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5) 예를 들어, 술에 대해서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지만 주말에 친구들과 등산 약속을 잡는 행동에는 무의식적으로 술을 추구하는 동기(motivation)가 숨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알코올중독자들이 “나는 요즈음 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때는 충분히 공감을 해주되, 갈망감의 비의식적인(non-conscious) 특성에 대해서 설명을 정확하게 해주고 재발의 가능성에 대해서 주의를 주어야 한다.
우리 몸은 체온, 혈중 pH, 혈당 등 내부적으로 복합적인 동적 평형(complex dynamic equilibrium)을 유지하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이런 평형 상태를 유지하려는 현상을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한다. 스트레스(stress)는 이러한 평형 상태를 교란시키는데, 우리 몸은 스트레스에 대해 다양한 생리적인 적응 기전을 통해 평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항상성의 개념을 확장한 것이 알로스테시스(allostasis)이다. 알로스테시스에 따르면 우리 몸은 언제나 고정된 균형점으로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외부의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균형점이 옮겨질 수도 있다.6) 예를 들어, 밤에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우리 몸에서는 아드레날린과 코티졸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혈압이 순간적으로 올라가지만, 무사히 집에 도착하고 나면 혈압은 도로 원래 균형점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계속되는 야근 등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만성적으로 지속될 경우, 혈압은 결국 원래 균형점을 유지하지 못하고, 혈압의 세트 포인트(set point)가 조금씩 올라가면서 동맥 벽이 두꺼워지는 적응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항상성의 관점에서 고혈압은 비정상이지만, 알로스테시스의 관점에서 고혈압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이라고 이해한다.
알로스테시스는 내외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외부적인 요인이 너무 과도하게 지속되어 부하(allostasis load)가 누적되면 우리 몸의 세트 포인트는 원래의 균형점으로부터 점점 일탈하게 되고, 결국 적응을 넘어선 병적인 상태(pathologic state)가 된다.7) 알코올사용장애를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반복되는 과음과 폭음으로 인한 알로스테시스 부하는 우리 뇌의 신경전달물질들의 세트 포인트를 정상 범위로부터 일탈시킴으로써 술을 끊을 수 없는 병적 상태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8)
알로스테시스 모델은 알코올사용장애가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원인을 중뇌변연도파민회로으로 대표되는 보상 시스템과 함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ypothalamus-pituitary-adrenal axis)으로 대표되는 스트레스 시스템의 알로스테시스에서 찾고 있다. 특히, 충동적인(impulsive) 음주가 반복되는 폭음(binge drinking)과 금단(withdrawal)으로 인해 어떻게 강박적인(compulsive) 음주로 변해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9) 알로스테시스 모델에 따르면 반복적인 음주로 인해 보상 시스템의 dopamine계와 opioid계에서 신경적응변화가 일어남으로써 중독자는 과음을 하지 않으면 즐거움을 느끼기 어려운 보상결핍(reward deficit) 상태가 된다. 그리하여 점점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시거나 더 강한 약물을 찾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스트레스 시스템에서도 알로스테시스로 인한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의 스트레스 시스템은 알코올 금단상태에서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방출인자(corticotropin releasing factor)는 증가하고 신경펩타이드 Y가 감소되어 있는데, 장기간 반복적인 음주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의 스트레스 시스템은 점점 알코올 금단과 유사한 병적인 상태로 세트 포인트가 바뀌게 되고 스트레스 조절에 장애가 생긴다. 이러한 병적인 상태는 술을 끊은 이후에도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알코올중독자가 장기간 술을 끊은 이후에도 여전히 재발에 대한 위험성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알코올사용장애 치료에 대해 승인을 받은 약물은 디설피람, 날트렉손, 아캄프로세이트다. 이 중에서 디설피람은 간의 알데히드수소이탈효소(aldehyde dehydrogenase)의 활성도를 억제하여 간에서 알코올의 대사를 방해함으로써 술을 마시면 심한 오심과 구토 등의 혐오반응을 유발하는 혐오치료제이다. 이에 반해,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는 뇌에서 opioid, dopamine, glutamate, gamma-amino butyric acid(GABA) 등의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함으로써 술에 대한 갈망감을 억제하는 항갈망제이다. 이 글에서는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이다.
알코올은 중뇌(midbrain)에 위치하고 있는 복측피개 영역(ventral tegmental area)의 µ-아편계 수용체와 결합하여 중뇌변연도파민회로에서의 dopamine 분비를 증가시킨다. 날트렉손은 아편계 µ-수용체에 작용하는 경쟁적 길항제(competitive antagonist)로서 술을 마실 때 느끼는 주관적인 즐거움을 약화시키고, 민감화된 유인적 현저성으로 인한 갈망감을 약화시킨다. 날트렉손은 특히 알코올에 대한 자극 유발갈망감(cue-induced craving)을 약화시킨다. 알코올사용장애 환자는 술과 연관이 있는 자극(alcohol-related cue)에 노출되면 중뇌변연도파민회로가 활성화되면서 갈망감이 유발된다. 예를 들어, 술과 함께 자주 먹었던 음식을 보면 알코올중독자는 술을 마시고 싶은 갈망감을 강하게 느낀다. 이러한 갈망감은 중뇌변연도파민회로의 연합 학습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술을 갑자기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의식적으로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충동을 억압되면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날트렉손은 이러한 갈망감을 약화시킴으로써 단주를 유지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날트렉손 하루에 한 번 50 mg을 경구 투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초기에 오심증상 때문에 25 mg으로 시작해서 3~7일 후에 50 mg으로 증량하면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날트렉손은 간에서 대사되며, 날트렉손과 활성 대사산물(active metabolite)인 6-β-naltrexol의 반감기는 각각 4시간 및 13시간이다.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3개월 정도 지속하였으며 (96.83±57.96일), 그 이상 복용하는 경우의 효과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10)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100 mg까지 증량할 수 있지만, 50 mg을 초과한 용량에서는 간 세포 손상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11) 날트렉손은 술을 끊고 나서 최소 4~7일이 지난 이후부터 투여를 시작하는 경우에 치료효과가 더 좋다.10)
날트렉손은 간에서 알코올 대사 과정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술과 함께 복용한다고 해도 디설피람처럼 혐오반응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작용으로는 오심, 구토, 두통, 어지럼, 불면, 불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아편류 진통제를 복용 중인 환자, 아편류 의존이 의심되는 환자, 급성 간염이나 중증의 간 질환 환자, 신 질환 환자,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는 투여하지 말 것을 권장한다. 임부 투여 안전성은 C로 분류된다. 아편류 약물을 제외하고는 주의해야 할 약물 상호작용은 아직 밝혀 진 것은 없다. 만약 아편류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약을 끊고 반감기의 5배 되는 기간이 지난 이후부터 복용해야 한다. 알코올사용장애 환자들의 다수는 알코올성 간 질환이 공존하기 때문에 날트렉손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간 기능 검사를 실시해야 하며, 추적 치료 중에도 4주마다 주기적으로 간 기능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1)
아캄프로세이트의 화학명은 calcium acetyl homotaurinate로서, 정확한 약동학적 기전은 명확하지 않다. N-methyl-D-aspartate 수용체 길항제(antagonist)로서 glutamate에 의해 유발되는 신경세포의 과흥분을 억제하거나, GABA 수용체 조절제(modulator)로 작용함으로써 GABA계와 glutamate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알코올은 중추신경 GABA 수용체에 작용하는데, 술을 장기적으로 남용하는 경우에는 GABA 수용체의 신경적응변화가 일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음주를 중단하게 되면 GABA 수용체의 탈감작(desensitization)으로 인해 중추신경계가 과도하게 흥분되는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금단증상들은 대개 4~5일이 경과하면서부터 서서히 완화가 되지만, 알로스테시스 모델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GABA계가 원래 균형점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점점 일탈하면서 금단증상이 약한 강도로 2~6개월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아캄프로세이트는 GABA 수용체에 조절제로 작용함으로써 이러한 만성적인 금단증상을 완화시키고 갈망감을 억제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아캄프로세이트는 알코올 급성 금단증상 치료에는 효과가 없으며, 알코올 급성 금단증상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복용할 경우에는 치료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아캄프로세이트는 칼슘 제형으로 제작되며, 1정당 333 mg이다. 하루에 한 번 복용하는 날트렉손과는 달리 아캄프로세이트는 하루에 세 번 복용한다. 환자의 체중이 60 kg 이상이면, 하루 3회(아침 2정, 점심 2정, 저녁 2정) 총 1998 mg을 경구 투여하기를 권장하고, 체중이 60 kg 미만인 경우, 하루 3회(아침 2정, 점심 1정, 저녁 1정) 총 1332 mg 경구 투여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반감기는 20~33시간이며, 간에서 대사되지않고 24시간 이내에 사구체 여과에 의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날트렉손보다는 더 길게 6개월 정도 지속하였으며(173.37±107.96일), 그 이상 복용하는 경우의 치료효과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10)
아캄프로세이트는 1989년 유럽에서 먼저 승인을 받았지만, 미국에서 진행되었던 초기 임상연구에서는 치료효과를 입증하지 못하였다.10)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승인을 뒤늦게 2004년에 받았다. 이처럼 몇몇 임상연구에서 아캄프로세이트의 치료효과는 유럽과 미국에서 차이를 보였다. 그 이유로는 우선 두 문화권의 음주문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의 알코올사용장애 환자들은 폭음을 하는 음주 형태가 큰 문제인데 상대적으로 과음(heavy drinking)을 줄이는 날트렉손이 단주를 유지시키는 아캄프로세이트보다 효과가 우수하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미국의 임상연구들은 유럽에 비해 항갈망제를 시작하기 전에 단주(abstinence)를 유지했던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는데, 이것이 아캄프로세이트의 효과를 약화시켰을 것이다.12) 우리나라에서 진행되었던 대규모 연구에서도 아캄프로세이트의 치료효과를 입증하지 못하였는데, 이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의 70%가 술을 끊고 2일 이내에 아캄프로세이트 투여를 시작했었고, 이들은 첫 2주내에 재발할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았다.13)
아캄프로세이트는 진정 작용이 없으며, 부작용으로는 드물게 설사, 두통, 복부 팽만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임상적으로 주의를 요하는 약물 상호작용은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18세 미만의 청소년에서는 투여하지 말 것을 권장한다. 임부 투여 안전성은 C로 분류된다. 간 질환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간경변 Child-Pugh Score B까지는 복용이 가능하다. 칼슘 침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신장결석이 있는 환자에게서는 투여를 신중히 해야 하며, 중증 신 질환에게는 금기이다. 아캄프로세이트를 처방하기 전에는 신장 기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알코올사용장애 환자들은 술에 대한 조절능력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조절음주(control drinking)보다는 단주를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원칙이며, 실제로 단주를 목표로 설정했을 때 약물치료의 치료효과가 더 높다.14) 하지만 단주를 유일한 기준으로 고집하는 경우, 실제 임상에서 병식이 부족한 환자의 동기부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아직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심각도가 경한 환자의 경우, 우선적으로 과음(heavy drinking)하는 횟수를 최소화하면서 음주량을 조금씩 줄이는 것을 차선의 목표로 세울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에도 항갈망제는 임상적으로 도움을 줄 수가 있다. 위험한 음주(at-risk drinking) 또는 과음의 기준은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따르면 남자는 하루에 4 표준음주잔(standard drink, alcohol 14 g) 이상, 여자는 하루에 3 표준음주잔 이상 마시는 경우이다.15)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마시는 소주(1병 : 17°, 360 mL, 49 g)로 환산을 한다면 남자는 하루에 약 소주 1.14병 이상, 여자는 하루에 소주 0.86병 이상 마시는 경우가 위험한 음주에 해당된다.
치료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항갈망제의 치료 효과는 차이가 있다. 최근 20년 동안의 항갈망제 연구들을 메타-분석한 결과가 2014년 미국의사협회지(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발표되었다. 이 종설16)에 따르면, 날트렉손은 과음을 줄이는 효과가 특히 우수하였고, 위약에 비해서 “returning to heavy drinking”의 위험성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이에 반해, 아캄프로세이트는 단주를 유지하는 효과가 특히 우수하였고, 위약에 비해서 “returning to any drinking”의 위험성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의 치료효과를 비교한 또 다른 메타분석10)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고하였는데, 날트렉손은 과음을 줄이고 갈망감을 약화시키는 효과 크기(effect size)가 더 큰 반면, 아캄프로세이트는 단주를 유지하는 효과 크기가 더 컸다.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가 알코올사용장애에서 치료효과를 보이는 영역이 조금 다른 이유는 각 약물의 작용 기전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날트렉손은 opioid계와 dopamine계의 활성화를 차단함으로써 갈망감을 약화시키고 음주량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높은 반면, 아캄프로세이트는 알코올사용장애에서 깨져 있는 GABA계와 glutamate계의 균형을 원래대로 회복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주를 유지시키는 효과는 뛰어나지만 일단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치료효과가 떨어진다.10)
1990년대 항갈망제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알코올사용장애의 약물치료는 금단증상을 치료하는 해독(detoxification)을 의미하였다. 알코올중독자가 술을 끊고 6~8시간이 경과한 이후부터 손떨림, 오심, 발한, 빈맥, 불안, 정신운동초조 등 자율신경계 항진증상들이 나타나면서 금단증상들이 시작된다. 12~24시간이 경과하면 경련이 나타날 수 있고, 48~72시간이 경과하면 알코올 금단섬망(delirium tremens)이 나타날 수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충분한 수분과 영양 공급이 중요하며, 금단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lorazepam 등 benzodiazepine계 약물을 사용한다.4) 술을 끊고 일주일이 경과하면 급성 금단증상들은 완화되기 시작하며, 2~3주가 경과하면 상당 부분 호전된다. 하지만, 일부 금단증상들은 2~6개월 동안 만성적으로 지속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항갈망제는 언제부터 복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술을 끊고 바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술을 끊고 어느 정도 단주를 유지한 이후에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의 치료효과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조사한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10) 항갈망제를 복용하기 전에 술을 끊고 단주를 최소 4~7일 이상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며, 금단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이에 대한 해독치료를 먼저 하고 그 다음에 항갈망제를 시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날트렉손 임상연구들의 62.5%에서 단주 기간을 요구하였고, 평균 단주 기간은 3.87±5.05일이었는데 반해, 아캄프로세이트 임상연구들에서는 84.2%에서 단주 기간을 요구하였고, 평균 단주 기간은 6.21±5.49일이었다. 주목할 것은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 모두에서 항갈망제를 시작하기 전에 단주를 유지한 기간이 길수록 치료효과가 증가하였다. 한편, 항갈망제의 효과를 예측하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갈망제를 시작하기 전 단주한 경우(>2주)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일관되게 좋은 예후를 예측하였다.14) 한편, 단주를 유지하는 시간과는 별개로 금단증상에 대한 해독치료를 시행할수록 아캄프로세이트의 치료효과는 증가하였다.10)
날트렉손은 opioid계와 dopamine계가 관여하는 보상을 추구하는 음주(reward drinking)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아캄프로세이트는 glutamate계와 GABA계의 불균형으로 인한 증상을 완화시키는 음주(relief drinking)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두 약물을 함께 사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였다.1718) 그렇지만,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를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와 병용하였을 때를 비교한 초기 연구에 따르면, 날트렉손+아캄프로세이트 병용군은 아캄프로세이트 단독 사용군에 비해서는 더 우수한 효과를 보였지만, 날트렉손 단독 사용군에 비해 더 우수한 효과를 보이지는 않았다.1819) 이후에 진행되었던 대규모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도 단독 사용군에 비해 날트렉손+아캄프로세이트 병용 요법의 우수성은 완전히 입증되지는 못하였다.11)
지난 20년 동안 발표된 임상 연구들은 일관되게 항갈망제의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고 있다. 항갈망제를 임상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치료의 목표를 명료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술을 끊는 단주를 목표로 할 경우에는 아캄프로세이트를, 음주의 횟수와 양을 줄이고 과음을 자제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경우에는 날트렉손을 먼저 고려해볼 만하다. 치료의 목표 외에도 간 질환이나 신 질환의 여부, 약을 복용하는 횟수, 약물 부작용 과거력 등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항갈망제의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술을 끊고 바로 투약을 시작하지 않고, 최소한 4~7일이 지난 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만약 알코올 금단증상이 있다면 이를 선행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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