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List > J Korean Med Assoc > v.62(5) > 1122776

김, 홍, Kim, and Hong: 대량재난과 재난의료

Abstract

The definition of a disaster varies across research institutions, although it is generally regarded as a sudden event that demands more resources than the community can offer. Disaster medicine originates from military medicine. It is a new field of medicine that has much in common with emergency medicine, but focuses more on disaster management, targeting populations. It plays a key role both in the pre-event period by helping with disaster preparedness and in the event of a disaster by providing disaster medical services, including on-scene emergency life-saving interventions, thereby contributing to a decrease in the preventable mortality rate. Triage is a system used to sort mass disaster victims according to severity, enabling resources to be allocated, distributed, and utilized more efficiently. During disasters, a hospital should respond to the surge in patients in accordance with the standards and principles of disaster medicine by activating its emergency operation plan, converting the usual medical system into the emergency system, and putting disaster response teams into operation. Disaster medicine is the key discipline for all aspects of preparedness and response to conventional disasters, and even to chemical, biological, radiological, nuclear, and explosive events.

서론

재난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일반적인 어휘로서의 재난은 많은 희생자나 피해를 초래하는 사건을 의미하지만, 희생자 수가 적더라도 비극적인 사건 역시 재난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재난의학적 정의는 좀 더 엄격하다. Rutherford와 de Boer [1]은 자연 혹은 인위적인 위험요인에 의해, 지역사회에서 제공할 수 있는 자원에 비해 과도한 요구가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혹은 진행하는 사건으로서, 의학·보건학적인 측면에서 제공할 수 있는 의료자원 또는 보건자원에 비해 과도한 요구가 발생하는 사건이라고 정의하였다. 국제기구 United Nations Office for Disaster Risk Reduction에서는 한 공동체 자체의 자원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 광범위한 인명, 물질 또는 환경의 손실을 일으키는 심각한 기능의 손상이라고 정의하며[2], 세계보건기구에서도 비슷한 정의를 인용하여 사용한다[3]. 이런 의미에서 똑같은 사상자 10명의 교통사고라도 보건자원이 부족한 시골 지역에서는 재난상황이 될 수 있지만, 자원이 풍부한 대도시에서는 재난상황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행정적 혹은 법적 측면대량재난과에서는 이러한 개념적 기준이 재난상황이냐 아니냐를 정의하기에 모호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기관에 따라서 명확한 사상자 수를 재난의 기준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국제적 재난역학 연구기관인 Centre for Research on the Epidemiology of Disasters는 재난의 정의를 1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혹은 100명 이상이 어떤 사건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경우 또는 국가적으로 비상상태를 선포하거나 국제원조를 요청한 경우로 정의하고[4], 영국의 국가의료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에서는 1,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건으로 정의하였다[5].
재난을 분류하는 가장 쉬운 기준은 원인에 따라 자연재난과 인적재난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인적재난은 기술적 사고에 의한 비의도적인 재난과 전쟁 또는 분쟁에 의한 의도적 재난으로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자연재난과 인적재난이 합쳐져 있는 복합재난이 많이 발생하는데, 예를 들어 태풍에 의한 자연재난이 발생하여 제방이 붕괴되는 기술적 재난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이다.
자연재난에는 지진, 태풍, 가뭄, 홍수, 쓰나미, 화산 폭발, 산불 등이 포함된다. 자연재해는 보건학적 위기를 만들지 않는 경우도 많으나 규모가 큰 자연재난이 발생하여 대규모 이재민이 대피소로 이동하는 경우 보건학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Center for Research on the Epidemiology of Disasters데이터베이스에 의하면 자연재난은 아시아 대륙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며 인적 피해규모도 아시아가 제일 크게 나타난다[6]. 이 중 가장 흔한 것은 홍수이나 피해는 지진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재난은 이차 재난을 유발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나 화산 폭발 혹은 해안지진으로 쓰나미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이차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
인적재난 중 기술적 사고에 의한 재난은 각종 교통사고, 화재, 건물붕괴, 산업사고 등을 포함한다. 이런 종류의 재난의 원인은 사람의 실수 혹은 규정이나 운영의 오류가 대부분인데, 노동자의 과로나 잘못된 건축규정 같은 것이 그러한 예이다. 전쟁이나 테러와 같은 의도적인 재난은 규모에 따라 그 피해가 커질뿐더러 이차적인 피해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규모의 전쟁으로 인한 난민과 그들의 주거, 음식, 위생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재난의학과 응급의학

재난의학의 효시는 역사적으로 군진 의학에서 시작하였다. 미국에서 지난 2세기동안 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군진 의학이 발달하였고, 이런 군진 의학을 토대로 재난대응이 이루어지며 재난의학이 발생하였다[7]. 군진 의학은 전장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대량 사상자를 다룬다는 의미에서 재난대응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으나, 목표대상이 대부분 건강한 젊은 연령 집단이라는 점에서 재난의학과의 차이를 보이며 전장과 다른 다양한 원인을 가지는 재난환경이 발생함에 따라 재난의학은 이후 별도의 새로운 학문분야로 발전하였다.
응급의학은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상황에서의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는 응급환자를 “질병, 분만, 각종 사고 및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그 밖의 위급한 상태로 인하여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응급의료는 “응급환자가 발생한 때부터 생명의 위험에서 회복되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위해가 제거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응급환자를 위하여 하는 상담·구조·이송·응급처치 및 진료 등의 조치”라고 정의하고 있다. 재난상황에서 발생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이런 응급환자의 범주에 들어가며, 이에 대한 의료행위도 응급의료에 대부분 포함이 된다. 그러나 급성기 치료 이후의 심리적 문제나 공중보건 문제 등 장기적인 회복기에 발생하는 의료 문제는 응급의학과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재난의학에서 다루는 의학적 분야는 급성기의 치료 중심의 응급의학의 범위를 벗어나, 재난관리라는 치료 중심이 아닌 계획과 정책, 그리고 중재 중심의 새로운 의학적 영역인 것이다[8]. 의료의 목표대상도 응급의학에서 주로 환자 개인의 치료와 회복에 중점을 둔다면 재난의학은 기본적으로 인구집단과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한정된 자원을 지역사회 인구집단에 효율적으로 사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중증도 분류에 따른 우선 순위의 중요성이 커지고 경미한 의학적 문제는 재난의학에서는 지연되거나 무시될 수 있다.
재난 상황이 아닌 평상시에 재난의학의 역할은 재난대비이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재난상황에서처럼 대량 환자가 발생하지도 재난 특수적인 환자도 발생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병원은 재난 환자만을 위해 운영되지도 않고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재난 때만 한정하여 일하는 의료진도 존재하지 않는다. 재난이 발생하며 일상적으로 운영되는 병원에서는 진료체계를 재난대응 비상진료체계로 전환하게 되며, 그에 따라 의료진들이 중증도 분류를 통한 우선순위에 근거하여 재난의학적 의료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재난의학은 일반적인 의학분야와 다른 점이 있다.
재난은 예측이 불가능하며 발생하는 즉시 그에 대응해야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대부분 응급의료종사자가 재난에 일차적으로 대응하는 인력이 되며, 응급의학에서는 재난의학을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고 있다. 재난의학은 재난의 종류만큼 다양한 분야에 걸친 의학적 지식을 요구하고 여러 유관기관과 협업하여 일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응급의학의 특성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재난에서의 응급의료

재난이 발생하는 경우 3–6시간 이내에 현장에서 응급의료가 제공되어야 하며 72시간 이내에 구조하지 못하면 생존율은 급격히 낮아진다[9]. 따라서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재난준비가 필요하다.
현장 처치는 구조, 환자 분류, 초기 응급처치 및 이송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10]. 재난희생자의 생존 여부는 현장 처치에서 많이 좌우된다[11]. 현장 처치에서 중요한 부분은 손상 정도와 소생 가능성에 따른 중증도 분류이다. 현장에서의 초기 치료는 당장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인명구조술 몇 가지만을 시행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적절한 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해야 한다.
중증도 분류는 다수의 환자를 빠르게 분류해야 하며 이를 위해 비교적 단순한 기준의 분류체계를 많이 사용한다. 다수의 집단 환자를 대상으로 빠른 분류를 위해 널리 쓰이는 중증도 분류법은 SALT (sort-assess-lifesaving interventions-treatment and/or transport)이며[12], 개개인의 환자에 대해서는 START (simple triage and rapid trans-port)가 널리 사용된다[1314]. 사망 상태이거나 응급처치에도 사망이 예상될 경우는 소생술도 시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병원 전 처치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기본적인 인명구조술만을 시행한다. 기본적인 기도 확보, 눈에 보이는 다량의 출혈에 대한 지혈, 긴장성 기흉에 대한 감압술이나 독성물질에 대한 해독제 투여 등이 인명구소술에 포함된다. 만약 지리적인 이유나 인근 병원의 피해 등으로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후송이 어려울 경우에는 이동 의료진을 구성하여 현장진료소를 구성할 필요도 있다. 이럴 경우, 안전이 보장되고 공간이 충분한 장소를 확보하여야 한다.
재난이 발생할 경우 현장 인근 병원에서는 재난환자의 진료를 위한 대응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재난상황을 인지하게 되면 병원은 재난상황임을 병원 내에 선포해야 한다. 병원의 재난 대응계획에 따라 재난지휘체계를 구성하여 각 부서별로 준비된 재난대응을 시작해야 한다. 이 경우 일상적인 진료 및 수술은 가능한 중단하고 재난환자의 진료에 대비하여 물품 및 장소,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병상을 확보하고 수술이 가능한 수술실도 준비가 되어야 한다. 응급실에서는 다수의 환자가 내원할 것에 대비하여 중증도 분류팀을 준비시키고 응급실 이외에도 환자를 수용할 공간을 확보하여야 한다. 평상시의 인력으로 부족할 것이 예상되면 병원 내 다른 부서 인력과 비번인 인력을 가능한 빨리 동원하는 것 필요하다.
재난지휘체계에는 진료시행부서 이외에도 각종 지휘부서와 지원부서가 포함되어야 하며, 여기에는 의약품 및 의료기구, 소모품뿐 아니라 전기·상수도 등의 시설과 음식과 음료, 린넨 등의 의료 이외의 물품들도 상황에 따라 준비해야 한다. 또한 유관기관 및 타 의료기관과의 연락을 담당하고 환자 가족 및 퇴원 가능한 환자들의 지원업무에 대한 도움을 줄 행정 인력도 필수적이다.
재난상황에서의 환자의 치료는 일반적 상황에서 응급실 진료와 같을 수 없다. 부족한 자원으로 인해 검사들을 모두 시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망이나 심각한 장애가 유발될 가능성이 낮다면 검사는 우선 순위가 높은 환자를 위해 생략하거나 미루어야 한다. 재난발생 후 처음으로 도착하는 환자들은 재난현장에서 스스로 빠져나와 병원으로 오는 환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경상자들이며 중증도 분류에 따른 우선순위 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추후 내원할 중상자에 필요한 자원을 소모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중상자는 현장에서 구조되어 응급처치 후 이송되어 시간이 지나서 병원에 도착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이런 환자들을 위한 자원의 효율적 배치와 우선순위 배정을 하여야 한다.
테러나 전쟁의 위험이 증가하고 각종 현대 기술의 사용과 함께 화학, 생물학, 방사능 재난과 같은 특수 재난의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특수 재난에서는 일반적인 다수 환자 진료와 달리 부가적인 지식과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현장과 병원에서의 제염제독 절차가 필요하며 의료진에 대한 적절한 보호장구 구비와 사용도 필수적이다. 일반적인 환자와 다른 치료 방법이나 의약품이 필수적이기도 하다. 병원에서의 재난 대책에는 이러한 특수 재난에 대한 대비도 포함되어야 한다.

결론

재난은 갑작스런 사건으로 보건 및 의료자원에 대한 요구가 제공할 수 있는 수준에 비해 갑작스럽게 높아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재난에는 자연재난 및 인적재난이 있으며 규모가 커질수록 피해가 기하급수로 늘어나며 이차 재난을 유발할 수 있다. 재난의학은 이런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의학의 한 분야로 응급의학과와 그 범위가 겹치지만 재난관리라는 더 넓은 분야를 포함하고 있으며 다양한 직역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재난상황에서는 중증도 분류를 통한 우선순위에 따라 의료자원을 배분하여, 정해진 재난의료체계에 따라 응급의료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는 평상시의 의료 제공과 다르기 때문에 재난의학적 개념과 기준을 가지고 재난준비와 재훈련을 하여야 한다.

Peer Reviewers' Commentary

이 논문은 재난과 재난의료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논문이다. 우리나라의 재난의료대응은 보건복지부와 중앙응급의료센터가 2016년 공동 발표한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을 토대로 하고 있으나 아직 재난과 관련된 법, 제도, 용어, 학문 등에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 이 논문은 재난의 일반적인 의미와 의료적인 측면에서의 정의를 자세히 기술하고, 재난의료와 응급의료의 차이점, 현재 재난의료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중증도 분류법이 소개하고 있으며, 효율적인 재난대응을 위해서는 의료 분야 외의 각종 부서의 협조가 필수적이므로 재난지휘체계 구축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논문은 재난의료에 대한 일반인과 의료인들의 이해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 편집위원회]

Notes

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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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OLS
ORCID iDs

Chu Hyun Kim
https://orcid.org/0000-0002-9466-104X

Eunseog Hong
https://orcid.org/0000-0001-5029-7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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