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List > J Korean Neuropsychiatr Assoc > v.57(4) > 1108284

장, 임, Chang, and Lim: 정신과 의사-환자 간의 성적인 경계위반

Abstract

Recently, the Korean Neuropsychiatric Association expelled one of its members on grounds of multiple ethical violations, which included a sexual boundary violation between doctor-patient relationships. However, the lack of understanding of why this is an ethical issue was found among the general population as well as psychiatric professionals. In this review article, we introduce the basic concepts of psychotherapy and psychiatrist-patient relationships, including therapeutic structure and transference/countertransference, and elaborate the reasons why boundary violations, and especially sexual boundary violations, are unethical and potentially harmful to the patient and to the psychiatric community.

서론

의료윤리원칙의 첫 번째는 “해를 가하지 말라(First, do no harm ; Primum non nocere)”는 것이다. 의료인에게는, 환자를 치료하고 돕고자 하는 선한 의도와는 별개로, 잠재적으로 환자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기술과 힘이 있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메스를 들고 살을 가르지는 않으나, 환자의 온갖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환자의 마음속에 매우 중요한 사람으로 존재하게 된다는 점에서 메스와 다를 바 없는, 정신치료라는 도구를 사용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전 세계 정신건강의학과 학회나 임상심리학회는 다른 직종보다도 더 높은 기준의 윤리원칙을 제정하고 교육한다.
최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환자 간의 성관계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이를 심각한 비윤리적 행위로 보고 해당 회원의 제명을 결정하였으나, 일반 국민들 중에는 성인남녀 간의 합의된 성관계가 왜 문제가 되는지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이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환자 관계의 특수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본 종설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환자 간의 성관계가 어떤 이유로 비윤리적이며, 환자에게 잠재적 위해를 가하는 행동인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더불어, 경계위반의 전형적 사례와 특성을 열거하고 인터넷의 발달이 경계위반의 위험을 높인다는 점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경계위반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였다.

정신치료의 치료적 틀(Therapeutic Frame)

구조와 경계(Structure and boundary)

구조란, 치료의 틀(therapeutic frame)을 형성하는 모든 요소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치료 장소, 치료 간격과 치료 시간, 치료 비용 및 비용을 지불하는 방법 등의 물리적 요인뿐만 아니라, 치료의 방식이나 기법, 치료자와 내담자 간의 약속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경계란, 임상 현장에서 치료자가 취할 수 있는 적절한 행동의 한계 혹은 ‘가장자리(edge)’를 의미한다.1) 흔히 알려진 경계에는, 환자와 신체접촉을 하지 않기, 미리 정해진 일정한 상담 시간, 비밀 유지, 과도한 선물 거절, 환자와(의사-환자 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개인적 관계나 경제적 관계를 갖지 않기, 자기 개방의 상대적 비대칭성(특히 치료자의 개인적 문제를 환자에게 공개하지 않기), 특정한 치료 장소(병원이나 상담소 등)이 있다.2) 또한 경계란, 치료자와 환자 간의 경계를 의미하기도 하고, 치료자 내적으로 전문적인 역할을 하는 자아와 개인적 사생활의 자아의 경계를 의미하기도 한다.3)
구조와 경계는 치료자와 환자 양측을 보호하고, 공동의 치료적 목표를 도달할 수 있게끔 도와주기 위해 존재한다. 경계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치료자가 환자와 물리적,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고 환자를 차갑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이다. 튼튼한 구조와 경계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치료자는 보다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환자에게 공감하고 경청할 수 있다.

전이와 역전이(Transference and counter-transference)

정신치료의 틀은 태생적으로 불균형의 관계이다. 정통적인 정신분석 치료자는 ‘분석적 익명성(analytic anonymity)’에 기대어 환자에게 개인적인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환자는 자신이 예전 중요한 대상(significant object)과 가졌던 관계에서의 감정과 패턴이 치료 관계 속에서 재현되는 “전이(transference)”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치료자는 환자의 말과 행동, 감정과 요구에 반응하지 않음으로써 전이 현상이 충분히 드러나고 무르익고 분명해지도록 조장한 후, 적절한 시점에 이를 해석해 줌으로써 환자가 자신의 패턴에 대해 인식하고 병식을 가질 수 있도록(insight gaining) 돕는다.
최근에는 임상 현장에서 정통적인 정신분석보다는 표현적이거나 지지적인 정신치료 혹은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등의 다양한 치료와 기법들이 더 많이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이며, 이런 치료의 경우, 근본적인 정신분석에 비해 전이 현상의 강도는 약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신분석 치료환경이 아니더라도 전이감정은 여전히 나타난다. 내담자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담자가 비용을 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관계라는 점, 서로에 대한 정보나 상대방의 심리적 의미가 동등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원활한 치료적 동맹을 위해서 환자는 치료자를 신뢰하고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임상 현장에서 역전이 현상은 전이 현상만큼이나 중요하다. 역전이 현상은 치료자가 환자에게 느끼는 전이 감정이다. 치료자도 역사가 있고 일상이 있는 개인인 만큼, 환자에게 자신의 과거 관계를 투사하여 강렬한 감정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역전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역전이가 치료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사례에서 경계위반이 일어나는 이유는 역전이를 제대로 성찰(reflect)하지 못하고 행동화(acting out)하기 때문이다.

경계위반(Boundary Violations)

경계위반 전반

치료자와 환자는 사적인 관계가 아니다. 환자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있어 도움을 받고자 치료자를 찾아온 사람이고, 치료자는 비용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치료자-환자 관계는 전문적인 관계(professional relationship)이다. 치료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개인적 욕구 보다 우선시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그러지 않을 경우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구조와 경계는 치료를 가능케 하는 치료적 틀이므로, 경계를 위반하는 행동은 치료를 위태롭게 하고, 궁극적으로 치료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환자나 치료자에게 해를 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치료자는 환자가 경계를 위반하려고 할 때 이를 감지하고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구조를 지켜야 하며, 자신의 욕구나 역전이 때문에 경계를 위반하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경계위반의 항목이나 강도는 획일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4) 모든 치료자-환자 관계는 특별하며 남다르기 때문에, 그 안에서 협상을 통해 치료적 관계의 양상을 만들어나가게 된다(그러나 협상이 불가한 경계도 있는데, 환자와의 성적 관계나 금전적 관계를 맺는 것이 이에 속한다). 또한 치료 기법에 따라 경계의 위치가 다를 수 있다. 치료자가 환자와 함께 백화점에 가는 것은 정신치료 치료자의 눈에는 명백한 경계위반으로 보일 것이나,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 대해 실제 노출(in vivo exposure)을 시행함으로써 체계적 탈감작화(systematic desensitization) 기법을 사용하려는 행동치료(behavioral therapy) 치료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초연결사회에서, 구조와 경계가 흐려지거나 무너지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5) 환자가 치료자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적지 않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정통적인 ‘분석적 익명성’이나 정보의 비대칭성은 상당 부분 훼손된다. 환자는 치료자에 대해 검색엔진에 검색해 봄으로써 치료자가 이전에 했던 활동이나 말, 인터뷰나 저작 등을 찾아볼 수 있고, 치료자의 SNS를 통해 치료자의 일상이나 가족, 친구 등 사생활까지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환자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치료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치료자는 환자에 대해 검색하거나 환자의 사회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 이하 SNS) 계정을 통해 환자가 치료 현장에서 직접 말하고 보여주는 자료 이외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은 기존의 구조와 경계를 위협하는 것이다.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와 같은 메신저나 SNS 채팅 기능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이메일 등의 기술들은 간결(brevity)하고, 불완전(incompleteness)하고, 일상적(informality)이고, 급하다(haste)는 점에서,6) 분석적 의사소통의 정반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대화는 충분히 숙고하고 성찰한 가운데 주고받는 대화가 아니라, 그 순간의 느낌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반치료적인 역할을 할 소지가 적지 않다. 동시에 이러한 기술들은 비밀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메일이나 문자는 치료 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누군가가 실수로 혹은 의도를 가지고 읽을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전자기기와 인터넷 기술은 우리로 하여금 성찰하고 심사숙고할 기회를 빼앗고, 진정한 자아 개념(authentic sense of self)을 발달시키는 것을 저해한다.
환자는 일상적인 대인관계에서 이러한 매체들을 사용하여 대화하고 연락하는 것이 익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자와도 이런 기술들을 사용해 항상 연락을 주고받는 관계, 항상 연결된 관계를 요구할 수 있다. 면담 약속 시간을 변경하기 위해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으며,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저장하기 위해 SNS 쪽지를 보내놓을 수도 있다. 한밤중에 메신저를 보내고, 스마트폰 화면에서 상대방이 읽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왜 답이 없냐며 자살 충동을 호소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치료적 구조나 경계는 흐려지고, 환자와 치료자 모두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되며, 치료적 작업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술 사용에 대해 원론적이고 획일적인 경계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달라진 환경에 발맞춰 치료 초기 정신치료를 계약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의논하고 경계를 설정해놓는 것이 치료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길일 것이다.

성적인 경계위반(Sexual boundary violation)

성적인 경계위반은 경계위반의 한 종류일 뿐이지만, 가장 극단적이고 심각한 경계위반이라는 점에서 별도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성적인 경계위반의 발생률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으나, 남성 치료자의 1~12%, 여성 치료자의 0~3.1%에서 발생한다는 연구들이 있다.78) Gabbard5)는 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는 치료자들을 경험적으로 다음과 같이 분류하기도 했다 : 1) 정신병적 질환(psychotic disorders), 2) 포식성의 사이코패스(predatory psychopathy)와 변태성욕장애(paraphilias), 3) 사랑병(lovesickness), 그리고 4) 피학적 굴복(masochistic surrender).
환자와의 성관계를 포함한 성적인 경계위반 사안에 대해 대부분의 치료자들은 나와는 무관한 일이며 그런 행동을 저지르는 사람은 극악무도한 사이코패스일 것이라고 단정 짓고 싶어 한다. 실제로 반사회성 인격장애나 극심한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보이는 치료자도 존재한다. 이 범주에 해당하는 치료자들은 환자와의 성관계뿐만 아니라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경계위반 및 불법 행동의 이력을 가지며, 자신을 징계하거나 처벌하려는 기관이나 학회의 조치를 법적으로 다투거나, 위협·협박을 통해 피해 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는 치료자들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이는 치료자는 25% 이하로 알려져 있다. 그 외 많은 사례에서는 매우 복잡한 요인들이 관련되어 있으며, 이러한 요인들은 치료자라면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취약점이다.9)
성적인 경계위반이 일어나는 이유에는 치료자의 자기애적 취약성(narcissistic vulnerability)나 역전이(countertransference)가 관련 있을 수 있다. 사랑병(lovesickness)의 전형적인 사례에서, 치료자는 동료들로부터 고립된 채 종일 환자들과만 상호작용을 하는 와중에 개인적인 위기(이혼, 사별, 가족의 죽음이나 질병, 부부 갈등 등)를 겪게 되면서, 환자를 통해서 정서적 성적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바람이 생길 수 있다. 자기애적 취약성을 가진 치료자는 끊임없이 환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고, 이상화의 대상이 되고, 자신의 자존감을 유지하는 도구로 환자를 사용하려고 할 수 있다. 격정적인 감정에 휩싸인 경우, 현재 행동이 자신과 환자에게 끼칠 위해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력이 마비되는 경우가 많다. 성적인 경계위반을 하는 치료자는 ‘내가 사랑으로 환자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겠다’ 혹은 ‘환자가 이제까지 살면서 경험하지 못한 진정한 사랑을 환자에게 줌으로써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환상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 환자 역시 사랑받고자 하는 비슷한 바람을 표현하거나, 치료자의 환상과 비슷한 환상을 가진 경우가 많다.10) 그러나 치료자가 치료 상황에서 환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느끼는 경우, 이러한 감정은 종종 환자에 대한 공격성, 경멸, 증오 등 부정적 감정을 부인하는 역할을 한다.11) 치료 관계 내에서의 사랑이나 성관계는 궁극적으로 환자를 실망시킬 수밖에 없는데, 이는 어린 시절 받지 못한 사랑을 현재 치료자가 줌으로써 환자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거짓 약속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치료자 역시 자신의 보살핌에도 호전되지 않는 환자를 보며, 환자의 의지나 감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을 갖게 되고 환자를 원망하게 된다.
또 다른 범주인 ‘피학적 굴복’에 해당하는 전형적 치료자는, 다른 치료자들이 기피하는 어려운 환자들의 치료자로서 버텨주면서, 자신의 피학적 만족(masochistic gratification)을 얻는다. 이들은 스스로의 공격성을 다루는 것을 어려워하며, 환자에게 경계를 설정하는 게 잔인하고 가학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모든 분노는 스스로를 향하게 한다. 환자의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치료자는 환자에 대한 원망과 증오를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 방어기제를 통해 방어한다. 이러한 치료자들은 어린 시절 학대를 받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환자들에게 특히 취약하며, 치료자가 불행한 어린 시절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요구에 응하게 된다. ‘피학적 굴복’ 범주의 치료자들은 ‘사랑병’ 범주의 치료자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 부정적인 경험을 환자와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실상은 성적인 경계위반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며, 나와는 무관한 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랑병’ 범주와 ‘피학적 굴복’ 범주는 스펙트럼으로 존재하며, 많은 치료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미끄러운 경사(slippery slope)’ 혹은 ‘많이들 가게 되는 길(road much travelled)’이라고 불리는 일련의 과정을 밟다 보면 어느 치료자라도 그러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12)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의사·임상심리학자 학회에서는 윤리헌장에서 치료자와 환자 간의 성적 관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미국정신과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에서는 “현재 그리고 과거 환자와의 성적인 행동은 비윤리적이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표 1),13)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에서는 치료 종결 후 2년 이전까지는 환자와의 성적 관계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 윤리규정에는 치료적 관계에서 어떤 성적 관계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치료 종결 후 적어도 3년 동안 환자와 성적 친밀성을 가지지 않아야 하며, 치료 종결 3년 이후에라도 가능하면 성적 관계를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표 2).14)
여러 학회에서 치료 종결 후에까지 치료자-환자 간의 성적 관계를 권장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측면이 있다. 치료 종결 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는 이러한 제한 권고가 없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규정이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전 환자에 대해서도 성적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치료 종결 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치료자와 환자가 다시 만나는 경우에 즉각적으로 전이가 재현된다는 연구 결과들을 그 이유로 제시한다.15) 또 다른 금지 이유 중 하나는, 향후 로맨틱한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살아있다면, 서로 상대방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을 것이므로 환자와 치료자 모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기 어려울 것이고, 결과적으로 치료 자체가 오염될 것이기 때문이다. 환자가 자신의 모든 생각과 감정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관계가 오로지 치료적 관계이기만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지 가능한 것이다. 치료 종결 이후에도 성적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금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실제로 적지 않은 수의 환자들이 몇 달, 몇 년 후에 다시 치료적 도움을 받고자 치료자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성적인 경계위반 주제를 다룰 때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성적인 경계위반이 피해자에게 끼치는 영향이다. 이러한 영향에 대해 언급할 때, ‘잠재적 위해(potential harm)’라는 표현이 사용되는데, 이는 경계위반이 장기적으로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계위반이 벌어진 직후에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현재에는 위해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먼 미래에는 성적인 경계위반으로 인한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치료자와의 성적 관계 이후, 양가감정을 느끼게 된다. 순간적으로는 자신이 특별한 환자로 선택받았다는 황홀감도 경험할 수 있으나,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했다는 불안함과 죄책감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증상의 재발이나 악화를 경험하고, 신뢰나 자존감에 손상을 입게 된다.3)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자-환자 간에 일어난 성적 행동에 대해 치료자에게 묻거나 의논하기 어려운 입장이 된다. 환자는 치료자와 치료적 동맹(therapeutic alliance) 관계로, 환자는 기본적으로 의사가 좋은 사람이고 나를 도우려고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치료자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자신과의 성관계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치료적 관계 전부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치료자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옳지 않다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되고, 그 결과 치료자가 좋은 사람이라면 자신이 ‘나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될 수 있다.5) 이러한 심리는 근친성폭력(incest)에서 벌어지는 것과 매우 유사하며, 정신분석학적으로는 의사-환자 간의 성관계가 근친강간과 상징적으로 동일하다고 말하기도 한다.3) 가장 안전해야 하며 무성적(無性的)이어야 하는 관계가 성적인 내용으로 오염되는 것이며, 환자는 자신을 누구보다 보호하고 위해줘야 하는 사람이 자신을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대상으로만 취급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된다.
성적인 경계위반이 발생하면, 애초의 치료 목표의 달성은 극도로 어려워진다. 치료가 갑작스럽게 중단되거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는, 결국 다른 치료자를 찾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도 이전 치료에서의 경계위반 경험은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환자는 굉장한 의구심을 갖고 다른 치료자로부터 치료를 받기 시작하게 되며, 다른 치료자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환자는 새로운 치료자가 자신을 ‘동료 치료자를 업계에서 퇴출시킨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지는 않을지, 내가 이전 치료자를 유혹해서 성적인 경계위반이 발생했다고 나를 비난하지는 않을지 걱정하게 된다. 새로운 치료자는 환자를 보면서 방어적인 마음이 들 수도 있고, 이전 치료자에 대한 극도의 분노와 역겨움을 느낄 수도 있다. 환자와 새로운 치료자 모두에게 이러한 양가감정은 결과적으로 치료 진행을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성적인 경계위반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환자이겠지만, 피해자는 환자 한 명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성적인 경계위반으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자에는, 해당 치료자의 다른 환자들도 포함된다. 해당 치료자는 성적인 경계위반이 알려진 후 징계나 제재 조치를 받게 되며, 결국 그 치료자의 환자들은 갑작스럽게 치료자의 부재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간접적인 피해자는 같은 업계의 종사자들과 잠재적인 환자·내담자들이다. 성적인 경계위반과 같은 비윤리적 행위가 공개되면,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 전체의 신뢰에 타격을 입게 된다. 더불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나 임상심리치료를 고려하던 잠재적 환자·내담자들이 치료를 포기하게 되면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이처럼 경계위반으로 인한 피해는 그 기간이나 규모가 한눈에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고 길다.

결론

윤리교육은 필수이다. 물론, 단기간 주입식 교육만으로 윤리적이 되기는 어렵겠으나, 교육이 매우 중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교육 프로그램에는 경계위반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누구나 경계위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일례로, 환자를 향해 성적인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고 보고한 치료자는 80%를 넘는다는 보고도 있다.16) 이러한 감정들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어야, 경계위반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전이와 역전이 원리도 교육 내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경계위반의 가장 흔한 원인은 전이 감정이나 역전이 감정을 잘못 다루는 것이며, 이 부분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이 경계위반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3) 이를 위해서는 해당 내용이 윤리규정에 명시되어있을 필요가 있다.
경계위반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치료자 혹은 치료자가 되고자 하는 수련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지도감독(supervision)이다. 만약 어떤 치료 관계에 대해 염려되거나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친구에게 털어놓을 것이 아니라 지도감독을 받아야 한다. 만약 지도감독자에게 치료과정에서의 어떤 부분을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바로 그 지점이 경계위반이 일어나고 있는 순간일 수 있고 더더욱 지도감독자에게 털어놓아야 하는 부분이다. 이는 특히 개인적인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치료자에서 더 중요하다. 이혼이나 질병, 가까운 사람의 사망 등을 경험하고 있다면, 스스로의 역전이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시 지도감독을 받는 것이 좋다.
Gabbard와 Peltz17)는 미국정신분석학회 활동의 일환으로 성적인 경계위반과 관련된 연구와 조사를 진행하면서, 얼마나 많은 기관에서 성적인 경계위반 사안에 대한 대처를 지연시키고 묵인하는지 믿을 수 없었다고 기술한 바 있다.18) 특히 경계위반 행동을 했다고 지목된 치료자가 교수나 슈퍼바이저인 경우, 이 사안을 덮고자 하는 강력한 의식적·무의식적 의지가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문제제기를 하는(주로 여성) 환자나 수련생을 오히려 배은망덕한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치료·수련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고, 심지어 ‘망상’ 환자로 치부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안에 대해 기관이나 학회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는 향후 이런 사안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는 지목된 치료자가 교육과 수련을 담당하는 사람인 경우 더욱 그러하다. 성적인 경계위반에 대한 의혹이나 문제제기, 신고나 고발이 있는 경우, 다양한 정신역동이 이 사안을 둘러싸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사안을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Figures and Tables

Table 1

Parts concerned in ‘The principles of Medical Ethics with Annotations Especially Applicable to Psychiatry’

jkna-57-317-i001
Table 2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 윤리규정

jkna-57-317-i002

Adapted from Korean Clinical Psychology Association. Available from: http://www.kcp.or.kr/sub02_2_3.asp?menuCategory=2.14)

Notes

Conflicts of Interest The authors have no financial conflicts of interest.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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