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Medical certificates of death and post-mortem examinations reflect the exclusive competence of medical doctors, according to Article 17 of the Medical Service Act. Although a medical certificate of death is a legal document that requires the certifier's best intellectual effort to complete, the attempts of certifiers do not seem to improve the accuracy of the content. The death certificate plays several important roles. First, it guarantees legal proof of death, which exempts individuals from various rights and duties. Second, official investigations can be performed on the basis of the death certificate to elucidate the nature of any crime that may have been committed. Third, death certificates are the backbone of national death statistics, and therefore play a role in the distribution of national resources for health policy. The determination of cause and manner of death is inherently a laborious task.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has suggested that the medical certificate of death should present the chain of events leading to death in a successive sequence. Medical doctors should have a precise understanding of how to assess the cause and manner of death and must use succinct, clear language to ensure the credibility of death certificates.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가진 의료인이 진료, 검안, 처방, 투약과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질병의 예방 및 치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의료인의 사망진단서(또는 시체검안서)의 작성 역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1]. 이러한 사람의 신체를 검사하여 생명이나 몸과 마음의 건강상태에 관하여 자신의 의견이나 판단을 문서로 작성하는 의사의 업무는 각종 법적 권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렇게 의사가 진찰하거나 검사한 결과를 종합하여 생명이나 건강의 상태를 증명하기 위하여 작성한 의학적인 문서가 진단서이다[2]. 의료법 제17조에 의하면 진단서 등, 즉,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여기서 조산사의 경우 출생·사망 또는 사산증명서만 해당)에 한하여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중 사망을 증명하는 서류는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모두 사망을 증명하기 위해 의료인이 의료행위에 의해 작성하는 의학적인 판단 문서이다. 사망진단서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최종 진료 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사망하였다면 따로 검안을 하지 않더라도 작성이 가능하다)하였고 그 환자가 사망한 원인을 의사가 알고 있거나 추정할 수 있을 때 작성하는 사망 증명서이고, 시체검안서는 의사가 사망자를 진료한 적이 없거나, 진료한 적이 있지만 의사가 다루던 질환이 아닌 다른 사망원인으로 사망하였거나 또는 질병이 아닌 사망원인으로 사망하였을 경우 작성한다.
사망을 증명하는 서류인 사망진단서(또는 시체검안서)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사망진단서는 한 개인의 법률적 사망을 의학적으로 보증하여 사망자 개인의 법률적 의무와 권리를 소멸하게 한다. 사망 신고와 더불어 시신의 처리(매장 또는 화장)를 위한 과정에서 사망진단서가 필요하며, 상속이나 보험 등의 법률적 절차에도 의사의 사망진단서가 필요하다. 둘째, 사망진단서는 개인의 사망에 국가의 개입 즉 수사 등이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법률적 판단의 기초 자료가 된다. 셋째, 사망진단서는 국가 사망 통계의 자료로서 한정된 자원의 배분을 위한 각종 보건정책 수립의 근간이 된다.
한 개인의 사망을 증명하는 사망진단서의 사회적 활용도가 높지만 실제 작성에 있어 많은 오류가 지적되어 왔다. 2000년과 2015년에 15년의 기간을 두고 각각 실시된 연구에서는 사망진단서에서의 사망원인 오류가 50% 이상에서 확인된 것이 보고되었다[345]. 사망진단서에서 중요한 사항은 의학적 인과관계에 따른 합리성이며, 이를 담보하기 위한 작성 원칙은 다양한 형태로 제시되어 왔다[67]. 그러나 실제 중환자 의료(intensive care 또는 critical care)와 최신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의료현장에서 사망진단서의 작성에 있어 의학적 인과관계에 대한 혼동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며, 이로 인해 부적절하게 작성된 사망진단서가 사망자 본인 또는 가족뿐만 아니라 의사에게도 불미스럽고 당황스러운 경험을 겪게 할 수 있고, 소모적인 논란과 불필요한 사회적 자원의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8].
이러한 사망진단서 작성 기재 특히 사망원인과 사망의 종류를 작성함에 있어 의학적 인과관계에 대해 적확한 용어와 개념은 어떤 과정을 거쳤고 어떻게 혼동되는지를 살피고, 구체적으로 논의할 초점을 제시한다.
1967년 제20차 세계보건기구 회의에서 사망원인을 “all those diseases, morbid conditions or injuries which either resulted in or contributed to death and the circumstances of the accidents or violence which produced any such injuries.”로 정의하였다[9]. 즉 사망을 유발했거나 사망에 영향을 미친 모든 질병, 병태, 및 손상과 모든 이러한 손상을 일으킨 사고 또는 폭력의 상황을 모두 사망원인으로 판단한 것인데, 이는 사망원인의 기재에 있어 선택적 오류를 피하고 모든 관련 있는 상황을 기록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다. 또한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원사인이라는 개념을 “the disease or injury which initiated the train of morbid events leading directly to death, or the circumstances of the accident or violence which produced the fatal injury”와 같이 따로 정의하였는데[10], 이는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한 일련의 사건을 일으킨 질병이나 손상 또는 치명적 손상을 일으킨 사고나 폭력의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원사인을 굳이 제시하고 있는 것은, 한 개인의 사망에 있어 여러 원인이 작용할 수 있으나 직접 사인을 유발한 근원적 요소를 명확히 하여 사망의 종류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이유이다.
각 국가마다 사망진단서 서식은 다르지만, 세계보건기구는 사망원인을 기재하는 부분을 국제적 통계의 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작성하도록 권유하고 있다(Figure 1) [11].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한 사망진단서에서는 사망원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제1부와 제2부를 두고 각 사인의 발병부터 사망까지의 기간을 기록하도록 하였으며, 제1부에는 사망을 초래한 질병 또는 손상 등을 질병을 일련의 인과적 경과를 순서대로 기재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직접 사인에 사망에 이르게 한 마지막 진단명 또는 합병증을 기록하고. 그리고 직접사인까지의 경과 또는 과정을 인과적으로 거슬러 사망의 과정이 시작한 원사인까지 기록하며 각각에 대해 타당한 기간을 추정하여 기록한다[1213]. 결국 질병과 손상의 원사인이 직접 사망에 이르게까지 한 경과를 의학적 인과관계에 따라 순서대로 기록하는 하나의 완성된 사망까지의 경과를 기술하는 것이다(Figure 2). 다만 나중에 사망을 초래한 상태인 직접사인만으로 사망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면 원사인을 포함한 일련의 순서를 적는 칸은 비워도 상관없다. 예를 들면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가 익사를 한 경우가 의학적으로 추단된다면, 원사인을 기재할 필요없이 익사를 직접 사인에 바로 기재하여도 의학적 합리성에는 문제가 없다. 제2부에서는 사망을 직접적으로 초래하였다고 볼만한 인과관계가 있는 질병이나 병태는 아니지만 사망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판단되는 질환이나 손상을 기재하게 되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한 사망진단서에는 “This does not mean the mode of dying, e.g., heart failure, respiratory failure. It means the disease, injury or complication that causes death.”라는 주의 문구가 확인된다. 이는 심장마비, 심장정지, 호흡부전, 심부전과 같은 사망의 양식 또는 사망의 기전을 기재할 경우 적확한 사망원인의 구별이 어려우며 통계적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따로 기술을 한 것이다. 사망원인은 “왜 사망하였는가?”에 해당하고, 의학적인 이유임에도,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때로는 의료행위가 질병의 원인보다는 급박한 증상과 징후를 치료하기 위하여 시도될 때가 있기 때문에 심폐기능 정지, 질식, 신부전, 간부전, 실혈 등을 사망원인으로 기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요골 동맥이 절단되어 많은 출혈로 사망한 사람에서 사망원인은 ‘팔목 절창’ 또는 ‘요골동맥 절단’이고 사망의 기전은 실혈이다. 따라서 사망원인을 ‘요골동맥 절단으로 인한 실혈사’라고 표현하거나 ‘요골동맥 절창’으로 하는 것은 옳으나 ‘실혈사’라고만 함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사망의 기전에는 원인으로서의 특이성이 없으므로 사망원인 대신으로 써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의료법 시행규칙 별지 제6호서식에는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를 같은 서식에 기재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Appendix 1), 사망원인에 해당하는 진단명은 의료법 시행규칙 제9조 제3항에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따라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망진단서도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사망진단서의 양식과 큰 차이는 없고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기 위한 원칙들도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에 따라 대한의사협회에서 적절하게 제시하였다[6]. 다만 세계보건기구의 사망진단서 제2부에 기재된 사망에 기여한 질병 또는 병태를 기재하는 부분이 우리나라 사망진단서 양식에서는 “(가)부터 (라)까지와 관계없는 그 밖의 신체 상황”으로 기재되어 있어 자칫 사망원인과 무관한 질병만을 기재하는 것으로 혼동할 수 있어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사망진단서의 작성 원칙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의학적 인과관계에 따라 결정할 수 있지만, 의료현장에서의 사망의 판단은 복잡한 경우가 많다. 첫째, 사망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이다. 의사가 진료하지 않았던 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되어 적절한 검사를 받기 전에 사망하거나, 이미 사망한 상태로 왔다면 사망원인의 판단이 매우 곤란하다. 그럴 경우에는 ‘불상’ 또는 ‘알 수 없음’으로 기록해야 한다. 유가족의 편의나 수사기관의 설명에 경도되어 지나친 추측으로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데도 사망원인을 추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추후 범죄와 관련된 사실이 드러나거나, 보험이나 상속 등의 민사 문제에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 의사가 사망원인을 불상으로 기재하면 사망 신고와 매장 또는 화장 등의 장례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의료법 제26조에 변사자로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신고 이후에는 수사기관의 수사를 거치기 발생할 수 있는 형사, 민사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다만 유가족의 장례 과정의 불편을 초래하게 되나 이는 의사의 전문성과 재량성의 행사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사망원인을 알 수 없는 가장 흔한 사례는 고령의 노인이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다. 많은 경우 사망원인을 노쇠(R54)로 기록하는데, 원칙적으로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번호 중 ‘R00-R99 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 징후와 임상 및 검사의 이상 소견’은 사망원인으로 적절하지 않으며 면밀한 사망자의 과거 병력의 확인과 손상 등이 있는지에 대한 검안을 실시한 후 적절한 사망원인을 기재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부검률은 2016년 현재 3.0%로 미국 등의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12]. 부검을 통한 정확한 사망원인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사망의 종류에도 문제가 될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는데 그 또 다른 예가 욕탕 내 사망이다. 물이 차 있는 욕탕 내 사망한 상태로 발견될 경우 대부분 검안만으로 사건을 종결하고 있는데, 의사들이 실제 사망자에서의 사망 전 상황에 대한 정보나 과거 병력의 확인이 없을 경우 사고성 익사, 병사와 외인사가 합병된 경우, 기존 질병의 악화 등 다양한 상황이 가능한 상황에서 병사로 판단할 경우 추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러한 경우 익사에 대한 명확한 확신이 없다면 사망의 원인과 종류를 ‘불상’ 또는 ‘알 수 없음’과 불명으로 기재하는 것이 사망자의 적확한 사망원인과 종류를 밝히는데 유용할 것이다. 둘째, 하나의 시체에 의학적으로 사망원인이 될 수 있는 질병 또는 손상이 여러 개 있는 경우에 사인을 판정하기 위해서는 사망원인의 경합 또는 공존의 개념을 고려한다 [111314].
한 시체에서 여러 개의 치명적인 상병(사망원인이 될 수 있는 정도로 심한 기능적 또는 기질적인 손상, 질병 또는 손상과 질병)이 있다면, 어느 것이 더 치명적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대개는 생명유지에 더 필수적인 장기(뇌, 심장, 폐)의 치명적 손상이 사망원인으로 우선하여 결정해야 한다. 다만 여러 원인 가운데 우선순위를 선정하기 어려울 경우 복수의 사망원인을 함께 기재하되 인과적 경과에 맞게 기술한다.
여러 질환 또는 손상이 공동으로 작용하여 사망원인이 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동맥 여러 개가 동시에 잘려 이들에서 흘린 출혈의 합으로 사망하였다면, ‘○○동맥, ▵▵동맥 및 ××동맥의 절단으로 인한 실혈’로 사망원인을 표현한다. 만약 여러 원인이 한 가지 원인에서 비롯하였다면, 그 원인을 원사인으로 기재한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머리와 가슴을 역과하는 교통사고로 뇌와 심장이 모두 심각하게 손상을 입었다면, 뇌와 심장 손상 중 어느 것이 더 치명적인지를 고민하기보다는 ‘보행자교통사고’, ‘역과 손상’을 사망원인으로 기재할 수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사망에 두 개 이상의 질병과 손상 모두 사망원인이 될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우선 순위를 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치명적 상병이 여럿일지라도 실제로는 어느 것이 다른 것에 비하여 우선하여 사망원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므로 엄밀하게 말하여 사망원인의 경합은 있을 수 없고 사망원인은 하나로 추단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인은 의학적으로 전문성과 재량성을 기반으로 충분한 검토를 통하여 우선 순위를 정하여 사망원인 하나를 인과적으로 기술하여야 한다. 다만 필요할 경우 세계보건기구의 제2부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사망진단서의 ‘(가)부터 (라)까지와 관계없는 그 밖의 신체 상황’ 칸에 사망에 기여한 다른 질병이나 손상을 기재할 수 있다.
사망원인의 작성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의료행위이다. 의료행위의 특성 상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전문성), 의학 자체에 아직도 명확히 해명되지 않았거나 극복되지 않은 분야가 많기 때문에(불완전성) 의사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소신껏 의료행위를 하도록 의사의 판단에 일정 범위 내에서 재량성을 인정하고 있다[151617]. 즉 사망진단서의 의학적 인과관계의 판단에 따른 사망원인의 작성과 기재에 있어서도 소신껏 합리성을 설명할 수 있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에 의한 진단명을 기재하는 등의 원칙에 따른다면 그 내용에 있어서 직접 진료하고 검사(검안)한 의사의 판단을 법적 사회적 규범으로 신뢰가 확립될 수 있다고 본다.
사망원인은 ‘왜 사망하였는가’에 해당하는 의학적 사망원인으로서 의학적 인과관계의 재량성을 인정할 수 있는 분야이다. 그러나 사망의 종류는 ‘어떻게’에 해당하며 법률적 측면의 고려가 필요한 법률적 사망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6]. 사망의 종류는 크게 병사, 외인사로 나누고, 병사인지 외인사인지 알 수 없을 때에는 기타 및 불상에 표시하고, 외인사는 다시 그 상황과 의도성 등을 고려하여 자살, 타살, 사고사와 불상으로 다시 분류한다. 사망의 종류는 사망의 상황을 기반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대개 사망원인 중 최초 선행 사인인 원사인에 따라 되나, 궁극적으로는 사망의 종류는 수사 기관이나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이고 의료인인 의사는 사망원인 결정으로 충분하다. 예컨대 고층빌딩에서 추락하여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 도중 사망할 경우, 사망원인을 추락사 등으로 기재하면 충분하고 사망의 종류는 자살인지, 타살인지 사고사인지 한정된 정보만으로는 알 수 없으므로 굳이 분류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원사인이 사망의 종류에 중요한 결정 사항이 되며, 의사에게 이에 대한 판단을 요구하는 사회적 책무를 고려한다면 사망의 종류의 정의와 결정 원칙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원칙적으로 사망의 종류는 자연사와 외인사로 분류되는데 자연사를 나이가 많아 여러 장기가 쇠약해져서 사망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법률적으로 병사를 의미하고, 따라서 나이는 무관하며 내인성 질병에 의한 사망은 모두 자연사다. 그러나 직접 사인이 질병이라 하여 모두 병사는 아니다. 이를테면 고혈압 환자를 폭행하면서 신체적 또는 감정적 요인으로 인해 급작스런 혈압의 상승을 유발하고 그 때문에 뇌혈관이 터져 뇌출혈로 사망하였다고 본다면, 직접 사인은 뇌출혈이라 할 수 있으나 폭행을 원사인으로 보아 타살(폭행치사)이라 결정할 수 있다.
한편 질병에는 일반적인 질병 말고도 습관적인 과음이나 석탄 가루 흡입처럼 계속되는 환경적 원인도 포함되지만, 미생물 감염이 아닌 환경적 원인이 짧은 시기에 작용하면 외인사가 된다. 따라서 알코올성 간질환, 진폐증, 중피종, 결핵은 질병에 속하며, 뱀에 물려 뱀독으로 죽으면 외인사이며 사고사가 된다. 완벽하게 구별할 수 없는 것 가운데에는 급성 알코올중독이 있다.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가 다량의 알코올 섭취 후 사망한다면 만성질환의 결과로 보아 병사로 판단할 수 있지만, 습관성이 없는 사람이 일회성으로 과음하여 죽는다면 사고사로 볼 수 있다. 결국 질병 발작이 원인이 되어 외인을 거쳐 사망하였다면 병사로 분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
외인사는 행위자와 관계에 따라 다시 자살, 타살, 사고사로 분류하며, 외인사가 확실하지만 분류되지 않는 것을 불상으로 한다. 한편 비슷한 용어로 변사가 있다. 이는 법률적인 용어로 외인사와 같은 의미로 쓰지만, 외인사 가운데 천재지변이나 단순한 본인 과실로 인한 죽음은 범죄와 전혀 관련이 없는 죽음이 확실하면 변사에서 제외하며, 자연사인지 외인사인지 확실하지 않은 죽음은 포함하기도 한다. 외인사 중 자살은 사망자 자신이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로 인한 죽음이다. 죽을 뜻을 가지고, 죽을 것을 알고 스스로 한 행위의 결과로 죽었다는 조건에 맞아야 한다. 자살 자체는 범죄로 삼지 않으나 자살에 관여한 행위는 범죄이다. 아무리 자살이라는 심증이 들어도 의학적으로 타당하다는 확신이 없으면 ‘불상’으로 기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타살은 다른 사람의 행위에 의한 죽음을 의미하며, 법률로는 보 살인죄, 존속 살인죄, 영아살해죄, 촉탁 살인과 자살관여죄, 위계에 의한 살인죄와 같은 살인죄와 상해치사죄, 폭행치사죄와 같은 상해 및 폭행죄, 그리고 과실치사죄, 업무상과실치사죄, 유기치사죄 등이 있으며 의료인으로서 굳이 충분한 정보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기재할 필요가 없다.
사고사는 어느 개체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생긴 죽음이며, 자신의 과실에 의한 사고사, 천재에 의한 사망, 노 동재해, 산업재해, 운동경기 중 사망, 어린이 사고, 의료사고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사망의 종류의 결정은 지극히 어려움에도 이의 의학적 의견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증가하고 있다. 최근 보험시장이 커져가면서 사망보험료를 포함하고 있는 민간 보험회사에서는 약관을 근거로 사망의 종류에 따라 보험금의 지급이 다르기 때문에 이 사망진단서와 사망의 종류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기도 하여 주어진 정보로 의학적 의견을 제시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나 사망의 종류의 결정은 사회적 맥락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의사에 따라서도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특히 외상과 질병이 병합한 경우 사망원인에 따른 사망의 종류의 판단이 어려울 수 있으나, 대개 외상이 사망과 관련되었을 경우, 사망 종류 결정에서 대개 질병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제시한다.
우선 사고사에서 피해자가 가진 요인은 선 행사인 또는 원사인으로 볼 수 없다. 예컨대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이 발생할 경우 원사인을 피해자가 가진 요인인 음주운전으로 보기는 곤란하다. 각 개인이 가진 요인을 인정하게 되면 인과관계에 있어 각각이 가진 요인(선천성)을 모두 총합하여 고려해야 하는 불합리성이 제시될 수 있다. 이는 민사나 형사재판에서 배상이나 보상 또는 양형의 고려 요소는 될 수 있으나 인과관계 판단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본다.
둘째, 병사에 대한 일시적이고 일상적 유발 요인은 선 행사인 또는 원사인으로 보기는 매우 곤란하다. 배변, 성교, 운동 등의 일상적인 요소는 원사인의 정의로 보았을 때 포함되지 않는다.
셋째, 직접 사인이 질병이라도 위법한 외인이 유발하였으면 외인사로 보아야 한다. 이는 원사인의 정의가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한 일련의 사건을 일으킨 질병이나 손상 또는 치명적 손상을 일으킨 사고나 폭력의 상황으로 정의된다면 위법한 외인에 의한 촉발된 질병 사망일 경우 외인사로 판단할 수 있는 합리성을 가진다.
넷째, 외상으로 합병증이 생겨 치료과정에서 경쾌 또는 외상에 의한 병태의 안정이 된 과정이 없었다면 시일과 상관없이 외상을 선 행사인 또는 원사인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실제 외상에 의한 합병증이 사망에 얼마나 기여했는가에 대한 의학적 전문성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외상 또는 외상에 의한 합병증이 사망에 어느 정도는 관여했으나 사망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한 제2부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사망진단서의 ‘(가)부터 (라)까지와 관계없는 그 밖의 신체 상황’ 칸에 사망에 기여한 손상을 기재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원사인의 기재에 외상을 추단했다면 반드시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로 판단해야 한다. 만약 원사인의 기재와 사망의 종류 판단의 불일치가 발생할 경우 사망진단서의 합리성과 의료인의 전문성과 재량성에 흠결이 생길 수 있다.
예컨대 시위현장에서 발생한 위중한 머리 손상(머리뼈 골절과 급성경막하출혈 등)에 대하여 뇌수술 등의 치료로써 생존하게 하였고 수개월에 걸친 지속적인 진료를 통해 고인의 상태가 어느 정도 안정되었음에도 패혈증과 급작스러운 신장기능 상실(급성신부전증)에 의해 사망한 사례가 있다면,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가 전문성과 재량성을 근거로 머리 손상 자체가 아닌 여러 가지 다른 이유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하였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는 주치의 본인의 소신과 판단에 대한 의료행위의 전문성으로 작성된 사망진단서에 대해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은 다른 사람이 수정을 요구할 법적 근거는 없다. 다만 이럴 경우 사망원인의 기재에 있어서 원사인부터 직접사인까지 의학적 인과관계에 합당한 인과적 경과가 담보해야 한다. 만약 직접 사인을 심폐 정지(심폐 정지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한 대로 기술해서는 아니될 경우이다), 선행 사인을 급성 심부전, 원사인을 급성경막하출혈로 기재하였다면, 사망의 종류는 원사인인 급성경막하출혈을 근거로 외인사로 판단해야 하며, 병사로 기재했을 경우에는 사망진단서의 인과관계의 판단에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진단서는 기관이 아닌 개인이 작성하는 사문서이나 사회적·법적으로 공문서와 같은 효력을 발휘하며, 허위의식을 가지고 작성한 진단서에 대해서는 형법 등으로 엄격한 제재가 가해지는 사회적 책임이 무거운 문서이다. 특히 사망진단서의 작성에 있어서 사망의 원인을 기술하는 방법과 사망의 종류를 판단하는 원칙에 대해 정확히 숙지하고, 의사 자신의 의학적 전문성을 근거로 충실한 진단서를 발급하는 것은 사망자, 사망자의 유족의 사회적 편익의 제공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한정된 자원의 올바른 재분배를 위한 기초 통계가 되며 또한 의사 집단의 사회적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일임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수 있는 권한은 의료인에게만 주어졌 있으며 특히 현실적으로 의료인 중 대부분 의사에 의해 사망을 증명하는 문서가 발급된다. 최근 의료환경이 급변하면서 전통적인 신뢰관계로 인식되어 오던 의사와 환자 관계에 부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법원을 비롯한 우리 사회는 의사에 의해 작성되는 진단서와 같은 의료 문서에 상당한 신뢰를 가지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른 법적 처리가 빈번하게 확인된다.
사망진단서는 환자에 대한 마지막 의료행위이다. 따라서 살아있는 환자에게 들이는 헌신 및 정성과 같은 수준의 의학적 합리성을 기반한 전문성이 투영되어야 한다. 의사가 작성한 사망진단서는 보험 등에서 사망원인 또는 사망의 종류에 따라 급여 대상 여부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며, 사망 통계 등을 통한 축적된 자료를 근거로 보건의료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기능들을 담당하기도 하며, 드물지만 자칫 은폐될 수 있는 억울한 죽음과도 관련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사회적·법적 책임이 발생하는 문서라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이 논문은 사망진단서 작성에 있어서 국제보건기구에서 제시하고 있는 사망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적용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원칙을 소개하고 있다. 사망의 원인은 의학적 측면이고, 사망의 종류는 법률적 측면이라는 점에 유의하여 작성해야 하는 원칙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최근 사망진단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바 있고, 의료사고나 보험 등의 법률적 적용의 근거로서 사망진단서가 활용되면서 사망원인에 대한 합리적 추론이 제시되어야할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때에 이 논문은 사망진단서 작성의 인과관계 결정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외상과 질병이 공존하는 경우 사망원인을 결정하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 점에서 의의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
[정리: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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