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List > J Korean Med Assoc > v.61(6) > 1096989

신, 이, 김, Shin, Lee, and Kim: 한국 의료계의 성폭력 문제에 대한 성찰과 해결을 위한 노력

Abstract

Some coercive aspects of culture in the medical field that have traditionally been regarded as routine practice are now gradually changing in the aftermath of the MeToo movement that has come to Korea, due to improved awareness of sexual violence. It is important for the medical community to endeavor to eradicate sexual violence by implementing the measures against sexual violence proposed by medical organizations, including the Korean Medical Women's Association. The medical field should undergo a self-purification process, so that medical personnel can change themselves and their own behavior in the context of the medical profession, which is a noble occupation that deals with life-and-death matters. As such, essential elements of the training system of doctors should be maintained. Developing action plans to properly deal with sexual violence incidents in medical institutions can be considered the first step in this process.

서론

2017년 10월 미국 영화계로부터 시작된 미투운동은 2018년 1월 한국에서도 여검사가 법조계 성추행 사건을 폭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12]. 이후 문화예술계, 종교계, 교육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공개적으로 피해 사실을 증언해왔지만 의료계에 미친 미투운동의 영향력은 아직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신체진찰을 포함한 의료행위를 수행하고 동료들과 당직근무를 해야 하는 업무적 특성으로 인해 의료인들은 강한 윤리의식과 높은 성인지력을 가져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가 다른 직종에 비해 매우 높다. 의료계의 성폭력 사건은 이따금씩 언론에 보도되어왔지만 알려진 사건보다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이 다수 존재할 가능성도 높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 여자의사회를 포함한 여러 단체들의 의료계 성폭력 대응활동들을 정리해보는 것은 앞으로 한국 의료계가 성폭력 근절을 위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의미가 될 것이다.

최근 의료계의 성폭력 사건들

최근 의료계 성폭력 사건들은 의대생, 전공의, 교수, 간호사를 포함한 다양한 직종들 사이에서 발생하였고 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3명의 남자 의대생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사건으로 가해자들에게는 준강제 추행 및 촬영으로 인해 각각 실형선고 후 출교처분 되었지만, 추후 가해자가 의대에 재입학하면서 논란이 가중된 바 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당시 21명의 남자 의대생들이 집단적으로 동료 여의대생들을 성희롱한 사건으로 가해자들이 무기정학, 유기정학, 근신, 사회봉사 등의 징계처분을 받았지만 가해자의 징계처분 무효 소송으로 인해 같은 공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수업을 받는 등 2차 피해의 우려가 보도되기도 하였다.
전공의 간의 사건으로는 대형병원에 근무하던 남자 의국장이 여자 인턴에게 회식자리를 강요하고 음주 후 성관계를 시도한 준강간 사건과 이와 유사하게 발생한 또 다른 사건이 최근 피해자의 익명 인터뷰를 통해 언론에 보도되었다. 보통 사건발생직후 피해자들은 피해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것을 극도로 꺼리며 물증확보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해당 사건을 신고함으로써 의료기관의 징계위원회 및 법정 소송에서 유리한 상황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본 사건에서도 의료기관의 징계위원회가 뒤늦게 열리면서 가해 전공의의 해임이 수련 종료 하루 전에 확정되는 등 아직까지 성폭력 대응을 위한 의료기관내의 시스템들이 미비한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교수와 전공의 간의 사건으로는 교수가 해당과 지망 인턴을 성추행 사건으로 동료 인턴들이 진술서를 제출하면서 이슈화되었던 바가 있다. 가해 교수의 파면과 함께 민사 소송에서 원고(인턴) 1심 최종 승소와 1,500만 원 배상으로 결론지어졌으나, 이후 가해 교수가 성폭력 피해자 심리 상담소에 근무한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그 논란이 가중된 바 있다. 수년간 전공의를 대상으로 성추행, 성희롱을 해온 교수와 관련하여 피해자들이 병원, 대학, 노조에 익명투서를 넣으면서 외부에 알려진 사건도 있었는데 결국 가해 교수가 해임되면서 사건이 마무리되기도 하였다.
교수 간의 사건으로는 남교수가 여교수를 회식 후 성추행한 사건으로 6개월 직무정지 및 의과대학 겸임교수 지위가 해제되고 해당 대학의 인권센터에서 추가 징계를 검토 중인 사건도 보도된 바가 있다. 또한 동료 교수들이 특정 교수의 학생과 병원 직원을 대상으로 반복적인 성희롱·성추행을 가한 의혹에 대해 학교측에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도 있었다.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 및 성추행 사건 관련하여 탈의실 몰카 촬영 등 다양한 방법들이 그동안 보도되었으며, 대표적으로 의료기관 내에서 송년회 행사를 위한 간호사들의 선정적인 춤 강요 논란이 사회적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의료인과 관련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해당 사안이 언론을 통해 자극적으로 보도가 되면서 대다수 선량한 의사와 의료기관들의 명예가 실추가 되거나 오히려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양산하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해당 의료기관에 신고하더라도 해당 의료기관의 미흡한 대처와 부실한 피해자의 보호조치로 인해 그동안 언론과 같은 제3의 기관에서 피해자를 대변하고 사건진행과정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해오기도 하였다.

한국 의료계 성폭력 실태조사 현황

의료계에서의 성폭력 관련 대응을 위한 기초작업은 성폭력 실태에 대한 현황 조사로부터 시작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실태조사가 체계적으로 수행된 바는 없다[3]. 대표적인 연구로 2017년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수행한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에서 전공의(1,768명) 중 28.7%가 성희롱을, 10.2%가 성추행의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4]. 물론 다수의 피해 경험자들이 여자 전공의이지만 남자 전공의들의 피해 경험도 일부 확인되었고, 성희롱이나 성추행의 가해자는 환자 다음으로 교수, 상급전공의, 동료나 직원 순이었다. 2009년 한국여자의사회에서 전국 41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의 여학생 1,209명과 수련병원의 여전공의 1,22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는 여학생의 39.9%, 여전공의의 45.5%가 성희롱 또는 폭력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하였다고 보고하였다[5]. 하지만 상기 보고들은 남녀 의대생, 남녀 전문의를 포함한 전체 의료계를 대상으로 실태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성폭력 경험 여부와 관련한 단편적인 문항들로만 설계되어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간호계에서의 성폭력 관련 실태조사에서는 191명의 간호대 실습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다[6]. 참여자 중 50.8%(97명)가 임상실습 중에 성희롱 경험했다고 답변하였고 신체적 성희롱 147건, 언어적 성희롱 72건, 시각적 성희롱 55건, 성 역할 관련 성희롱 46건의 순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러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피해 간호대생 중 84.5%(82명)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답하였다.
세계여자의사회에서 현재 진행 중인 세계 여의사와 여의대생의 성희롱 관련 설문조사의 중간보고에 의하면 46% 응답자가 일하는 동안에 성희롱을 경험하였다고 보고하였다. 그밖에도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인권의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인권침해 실태조사,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전문직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실태조사 등 현재 다양한 형태의 실태조사가 계획, 진행되고 있다. 의료계의 실태조사를 수행하는데 있어 문항 설계에서부터 답변 과정에서의 강압성 배제, 바쁜 의료인들의 응답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 설문결과에 대한 올바른 해석, 그리고 제도적 보완을 위한 개선방향을 도출하는데 있어서 의료환경의 특수성과 병원문화에 이해도가 높은 연구원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수행하는 것이 올바른 의료계 실태조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한국여자의사회의 성폭력 대응을 위한 노력들

한국여자의사회는 2006년 여성부와 함께 성폭력피해자 응급의료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여성·아동 폭력피해 중앙지원단의 민간파트너로 성폭력피해자들의 응급진료지원을 위한 즉각적인 대응체계를 갖추는데 공동 역할을 수행해왔다. 또한 2010년 한국여성변호사회와 함께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의료업무매뉴얼’을 개발하여 임상현장에 활용될 수 있는 의료인의 지침서를 제공하였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한국여자의사회원 21명이 성폭력예방을 위한 강사 교육을 받고 성폭력 예방강사로 임명되기도 하였다. 2017년에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과 적절한 대응을 위해 공동 노력을 하기로 하였으며 그 일환으로 병원의료산업박람회에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여성인권위원회, 한국여성변호사회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의료계의 양성평등 및 성폭력’ 세미나를 열기도 하였다. 또한 2018년 4월 ‘의료계 성폭력의 예방과 대책’을 주제를 Korean Medical Association policy로 제안하고 이를 통과시킴으로써 의료계 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대한의사협회의 역할과 필요성을 환기시키기도 하였다. 또한 현재 한국여성변호사회과 공동으로 ‘의료종사자 간의 성폭력 사건 대응 규정’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여자의사회 내의 인권센터를 개설하여 의료현장에서 성폭력의 피해를 입는 의사들의 민원 건을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의료계에서의 변화의 움직임

2017년에는 사회적 분위기와 더불어 의료계의 성폭력 사건을 올바로 대응하기 위한 여러 단체들의 움직임이 시작된 한 해였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의료인 폭력·성폭력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대한간호협회에서는 간호사 인권센터를, 서울대병원에서도 인권센터를 개소하였다.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병원평가위원회에서는 전공의들의 폭력, 성희롱 등 사건에 대응하기위한 관련 규정을 개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추후 이를 병원 평가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 또한 인권의학연구소와 함께 연대하여 의료계 의대생들의 미투 신고센터를 개설하는 등 피해자의 적절한 조치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결론

관행이라고 여겨지던 의료계의 회식 문화와 강압적인 수련교육 문화가 미투운동의 물결로 인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느낀다.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직업적 특성과 도제식 수련을 통한 의사 양성이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의료인 당사자들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의료계에서의 자정작용의 물결이 시작되어야 한다. 전공의, 여의사뿐만 아니라 의료계 조직체계에서는 우리 모두 약자가 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성폭력 사건을 올바로 처리하기 위한 대응 규정을 개발하는 것부터가 이를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의료기관 내 성폭력 사건 발생 시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사건처리 센터가 피해자를 위한 즉각 조치 및 장기적인 추적을 통한 피해자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가해자에게 적절한 징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정립이 규정 안에 필수적으로 담겨야 한다.
의무적으로 각 기관마다 시행되고 있는 성폭력 예방 교육이 형식적으로 흘러가지지 않도록 의료계의 문화를 인지하고 있는 성폭력 전문 강사들이 정기적으로 직접 교육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초기 의사양성 과정에서의 의료윤리교육을 통해 올바른 성인지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하며, 윤리적으로 문제되는 의사에 대한 제제 방안에 대한 의료계의 자율정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의료기관의 지도자들은 조직의 폭력 문화 등 강압적인 업무방식의 문제가 없는지 정기적으로 현장점검을 하고 권력을 가진 지도자가 유연한 조직문화형성을 위해 먼저 변화하는 솔선수범의 자세도 필요하다.
의료계의 성폭력 근절 대책은 여성과 남성을 모두 보호하고 의사면허를 보호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 종사자들끼리의 상호 존중할 수 있는 업무환경 조성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비록 미투운동으로 인해 시작된 변화의 시도들이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사회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의료계 자체내에서 올바른 성폭력 사건에 대한 예방과 대응 시스템이 갖추어질 때 피해자들이 두려움 없이 용기를 내어 해당 신고기관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나는 피해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의료계의 여건 마련을 위해서 의료계 구성원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시기이다.

Peer Reviewers' Commentary

이 논문은 최근 국내 의료계의 성폭력 사건 및 현황을 되돌아보고 이에 대한 의료계의 대응 노력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최근 한국여자의사회를 중심으로 여성부, 한국여성변호사회,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여성인권위원회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성폭력 대응 노력들과 의료계의 다각적인 변화를 위한 노력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세계 각계각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지금까지 국내 의료계 관행으로 여겨왔던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에 관심을 촉구하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향후 의료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본격적인 연구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정리: 편집위원회]

References

1. Antman K. Building on #MeToo to enhance the learning envi-ronment for US medical schools. JAMA. 2018; 319:1759–1760.
crossref
2. Freischlag JA, Faria P. It is time for women (and men) to be brave: a consequence of the #MeToo Movement. JAMA. 2018; 319:1761–1762.
3. Park HW. Preventing workplace violence against healthcare workers. J Korean Med Assoc. 2018; 61:292–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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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Korean Intern Resident Association. A survey of training and work environment of Interns and residents in Korea. Seoul: Korean Medical Association, Research Institute for Health Care Policy;2017.
5. Korean Medical Women's Association. A survey to improve the environment and career decision for the female medical school students and residents in Korea. Seoul: Korean Medical Women's Association;2010.
6. Kim TI, Kwon YJ, Kim MJ. Experience and perception of sexual harassment during the clinical practice and self-esteem among nursing students. Korean J Women Health Nurs. 2017; 23:21–32.
crossref
TOOLS
ORCID iDs

Hyun-Young Shin
https://orcid.org/0000-0001-7261-3365

Hyang Aie Lee
https://orcid.org/0000-0002-2466-1677

Bong-Ok Kim
https://orcid.org/0000-0002-4831-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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