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List > Korean J Women Health Nurs > v.23(4) > 1089578

이, 이, 김, Lee, Lee, and Kim: 성인 여성의 경구피임제 사용 경험

Abstract

Purpose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plore essences and meanings of using oral contraceptives among adult women.

Methods

The interview was conducted with 20 adult women who lived in Seoul, Gyeongi Province, Jeolla Province, Chungcheong Province, and Gangwon Province. Participants with the experience of using oral contraceptives for contraception were selected by convenience sampling. Semi-structured interviews were conducted for data collection. The data were analyzed using Colaizzi's method.

Results

Five themes revealed: ‘Lack of information and knowledge regarding oral contraceptives’, ‘Inconvenient and difficult purchase process of oral contraceptives’, ‘Pressure and fear regarding other people's reaction’, ‘Self-centered thinking toward the use of oral contraceptives’, ‘A need for a change in public awareness and policy’.

Conclusion

A change in society's perception about oral contraceptives is required for safe contraceptives use. Therefore, it is necessary to educate the correct usage of oral contraceptives, and to develop a program for changing the paradigm of sex education.

서론

1. 연구의 필요성

최근 우리 사회는 개방적인 성문화와 인터넷이나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성인 여성들의 성 경험 시기가 빨라지고 있으며[1], 혼전 성 경험의 비율도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2]. 이러한 성문화의 변화는 성병이나 계획하지 않은 임신, 인공유산과 같은 사회적, 의학적 문제의 발생 빈도를 높이고 있어[1],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한 성행위 실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계획하지 않은 혼전 임신의 경우 인공임신 중절을 하거나 미혼모가 되는 것을 선택하게 되는데[2], 이 중 인공임신중절은 모자보건법상의 합법적 시술은 26.3%에 불과하였고, 73.7%는 사회 경제적 이유에 의한 불법 인공임신중절이었으며, 대부분의 이유가 피임의 실패로 인한 계획하지 않은 임신인 것으로 나타났다[3]. 이 경우 모체의 사망 위험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초래하고 사회적, 윤리적, 종교적 갈등과 논쟁을 일으키게 된다[4]. 미혼모가 되고자 선택한 경우도 합법적인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미미하고, 사회적편견과 비난을 견디어야 하는 등의[5]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미혼모 시설에 입원한 성인 미혼모의 수는 2000년 1,273명에서 2010년 2,124명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으며[6], 미혼모들의 임신 원인이 피임을 하지 않았거나 실패한 경우가 82%로 가장 많다는 보고를 볼 때[1] 성인 여성들의 원하지 않는 임신을 감소시키기 위한 피임교육이 필요하다.
피임은 생명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으로, 자신이나 상대방의 임신, 출산 등을 조절하여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인공임신 중절과 미혼모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다[7]. 현재 사용되고 있는 피임법에는 콘돔이나 자궁 삽입기구, 경구피임제 사용 등이 있고, 이 중 경구피임제는 성공률이 91~99%로 콘돔에 비해 피임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 경구피임제 사용률은 2011년 기준 2.0%에서 2015년 전체 여성인구의 3.8%로 미국 17.1%나 유럽 16.6%보다는 낮으나 일본 1.0%, 중국 1.2%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다[8]. 이와 같이 현재 경구피임제 사용률은 증가 추세에 있으나 안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4]. 경구피임제는 성관계 이전에 28일의 주기로 복용하는 사전 경구 피임제와 성관계 후 72시간 또는 120시간 내에 복용하여 피임효과를 내는 사후 경구피임제로 나뉘는데, 사전 경구 피임제의 경우 혈전 색전증 관련 위험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으며, 그 외 유해사례와 문헌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으나 국내 대규모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4]. 또한 2006년부터 18세 이상의 여성들이 처방전 없이 사후 경구피임제를 구입할 수 있는 미국과 달리[9] 우리나라의 경우 사후 경구피임제는 2001년 판매가 허가 되어 현재까지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사후 경구피임제의 유해사례는 월경과다, 오심, 하복부 통증, 두통 등이 보고되고 있다[4]. 사후 경구피임제는 사전 경구피임제와 달리 혈전증 관련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미혼여성 14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선행 질적 연구에서 여성들은 사후 경구피임제의 안전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으며 정확한 지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10]. 사후 경구피임제 인식에 관한 연구도 미혼여성이나 여고생을 대상으로 한 소수의 문헌 보고가 전부인 실정이다[9]. 또한 2012년에 우리나라 여성의 사전, 사후 경구피임제 사용 실태와 안정성을 근거로 의약품 재분류 시행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여 국내 정책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이를 토대로 사후 경구피임제를 전문의약품으로 유지하는 결정이 이루어졌으나, 아직 대규모 연구뿐 아니라 피임 행위에 대한 내면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질적 연구가 부족하여[2] 근거기반의 정책결정 지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으므로[4], 사전, 사후 경구피임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제까지 피임법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피임방법 중 콘돔 사용에 관한 연구가 다수이고[11] 대상자도 여고생이나[12], 미혼모[1], 미혼여성[9]에 국한되어 있으며, 경구피임제에 대한 연구는 현황과 안정성에 대한 연구[4]나 응급 피임약의 지식, 태도[112]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피임행위를 통제하는 내면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한[2] 경구피임제에 관한 질적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피임효과가 크고 사용률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경구피임제에 대한 경험의 본질을 파악한다면, 우리 문화에서 드러내기 어려운 피임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고, 기존 양적 연구에서 파악하지 못하는 실천 관련 요인들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에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경구피임제 사용 경험을 탐색하고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피임과 관련된 여성 건강 문제를 예방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 이해하고자 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확인된 결과를 토대로 피임 실천율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및 전략적 방안 마련에 유용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2. 연구목적

본 연구는 성인 여성의 경구피임제 사용 경험은 어떠하며 그 경험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규명함 으로써 성인 여성이 인지한 경구피임제 사용 경험을 이해하고 성인 여성의 건강을 증진 시킬 수 있는 간호중재 프로그램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연구 문제는 “경구피임제 사용 경험은 무엇인가?”, “성인 여성들은 경구피임제에 대해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가?”이다.

연구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성인 여성들의 경구피임제 사용 경험을 탐색하고 그 경험의 의미를 밝히고자 Colaizzi가 제시한 현상학적 분석 방법을 적용한 질적 연구이다.

2. 연구참여자

본 연구대상은 S시와 G도, J도, C도, G도에 거주하고 있는 성인 여성으로 피임을 목적으로 경구피임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참여자를 편의 표집 하였다. 연구참여자는 연구목적을 이해하고 언어적 의사소통에 장애가 없으며 본 연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를 동의한 자로 하였으며, 연구참여자의 연령은 23~47세 사이로 평균 31.5세였고, 20대가 50%, 30대가 30%, 40대가 20%를 나타냈다. 결혼 상태는 미혼이 75%, 기혼이 20%, 별거가 5%였으며, 교육수준은 중졸 5%, 고졸 15%, 대졸 65%, 대학원 졸업자가 5%, 대학 재학생 10%였다. 직업이 있는 참여자가 40%였고, 연구참여자의 거주 지역은 서울 25%, 경기도 20%, 경상도 25%, 전라도 5%, 충청도 10%, 강원도 10%의 분포를 나타냈다.

3. 자료수집

자료수집기간은 2014년 7월 14일부터 12월 3일까지이었으며 본 연구의 연구자가 일대일 심층 면접을 실시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연구참여자 모집을 위해 경구 피임제를 처방해주는 산부인과와 약국, 미혼모 시설, 여성 민우회 등 유관기관에 연구참여자 모집 공고문을 붙이고 유선상으로 연구목적을 설명하여 기관 허락을 받은 후 연구진이 직접 기관 방문을 하여 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방법, 연구참여의 장, 단점을 설명한 후 참여 허락을 받고 이에 대한 서면 동의를 받은 후 추후 전화로 인터뷰를 위한 약속을 정하였다. 연구참여자들과의 면담 장소는 참여자의 편의성을 고려하면서 조용하고 밀폐된 장소를 선정하여 주위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1차 면담은 20명 모두 면대 면으로 이루어졌으며 2차 면담에서는 7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면담을 시행하였다. 면담에 소요된 시간은 45분에서 1시간 20분이었으며 연구자는 연구참여에 대한 답례로 연구참여자에게 소정의 선물을 제공하였다. 면담을 가이드 하기 위한 질문은 피임제 관련 연구 경험이나 여성문제 관련 전문가 7명을 대상으로 2차례의 자문 회의를 통해 얻은 결과에 근거하였으며 “경구피임제 사용 경험은 어떠하였습니까?”, “경구피임제 사용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은 어떻습니까?” 등과 같은 개방적이고 반 구조화된 질문으로 시작하여 “경구피임제 사용 후 나타난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증상은 무엇이었습니까?”, “경구피임제 사용 경험이 당신의 건강과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습니까?”, “광고 등을 통한 경구피임제 인식 경험 및 구매 경험은 어떠하였습니까? 등 구체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다. 자료수집은 17번째 참여자와 면담을 하였을 때 한두 가지 내용 외에 새로운 내용이 나타나 지 않았으며 20번째 참여자 면담 후 더 이상 의미있는 새로운 자료가 나오지 않아 자료가 포화되었으므로 자료 수집을 종료하였다. 면담을 마친 후에는 참여자의 관찰을 통해 확인된 비언어적 표현과 특징 등을 현장 노트에 바로 기록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녹음된 인터뷰 내용은 질적 연구 경험이 있고 필사의 원칙을 잘 알고 있는 연구보조원에 의해 한글 파일로 필사되었다.

4. 자료분석

본 연구는 Colaizzi [13] 의 분석방법을 적용하였으며, 자료분석은 순환적으로 이루어졌다. 1단계에서는 필사된 원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전체적 의미를 파악하고 연구자가 가진 선입견과 전문적인 사전 지식을 배제하여 참여자가 표현한 의미를 그대로 파악하고자 노력하였다. 2단계에서는 경구피임제인지 및 사용 경험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의미 있는 문장이나 구를 추출하여 참여자의 표현을 일반적 진술로 재진술 한 후 추상적 용어로 의미 있는 진술을 추출하였다. 3단계에서는 의미있는 진술로부터 유사한 것을 묶고 다시 원자료를 읽으면서 의미를 도출하였다. 연구자들은 구성한 의미에 대해 연구자 간의 의견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고자 지속적인 논의를 통한 합의 과정을 거쳤다. 4단계에서는 도출된 의미의 구성에서 공통된 주제를 뽑고 각 주제와 관련된 참여자들의 진술들을 분류하였다. 마지막 단계로 본 연구결과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2명의 연구참여자에게 연구결과에 대한 견해와 동의 여부를 전화로 확인하였다.

5. 연구참여자에 대한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연구 총책임자의 소속기관인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기관생명윤리 위원회인 연구윤리심의의원회(IRB)의 심의, 승인을 받은 후 진행되었다(IRB No. 2014-4호). 연구참여자 모집 시 참여자에게 연구목적 이외에는 사용되지 않음을 제시하였고 자발적으로 연구참여 동의와 거부를 선택할 수 있으며, 중도 포기 가능성과 연구참여에 대한 익명성 보장, 발생 가능한 이익과 불이익, 녹음기 사용에 관한 내용을 구두와 서면으로 설명하고 자발적으로 동의서에 서명 한 후 한 장씩 나누어 가졌다.

6. 연구자 준비

본 연구자는 학위과정에서 질적 연구 관련 교과목을 이수하고 질적 연구학회에서 워크숍 이수 및 심사위원 등 지속적인 활동을 해왔다. 연구자는 다수의 질적 연구를 수행하고 학술지에 게재 하는 등 질적 연구에 대한 지식을 확장시켜 왔다. 또한 여성 생식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정부 산하기관 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등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다.

7. 자료의 엄격성

본 연구에서는 연구의 엄격성을 유지하고 연구의 타당성과 질 확보를 위해 Guba와 Lincoln [14]이 제시한 엄밀성 평가 기준을 적용하였다. 연구자는 필사된 자료를 반복하여 읽음으로써 표현과 기술이 정확한지 확인하였으며, 모든 녹음 내용과 필사본이 일치하였는지, 연구참여자로부터 인터뷰한 내용과 분석된 결과가 일치하였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연구의 사실적 가치를 확보하였다. 연구자들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성인 여성의 피임제 사용 경험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 연구자의 가정과 선 이해를 밝혀서 스스로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판단중지를 통해 자료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자료로부터 이해를 얻으려는 노력을 통해 연구의 중립성을 유지하였다. 또한 연구자들은 연구계획부터 자료분석, 연구결과를 기술하는 전 과정 동안 10회에 걸친 회의와 2회의 합숙, 메일 등을 통한 끊임없는 논의를 통해 연구자 간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질적 연구의 경험이 풍부한 간호학 교수 1인에게 연구결과와 연구에 대한 평가를 의뢰함으로써 연구의 일관성을 유지하였다. 연구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성인 여성 중 경구피임제 사용경험이 있는 1인에게 분석 결과를 점검하였으며 그 결과 분석 결과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확인하였다.

연구결과

성인 여성의 경구피임제 사용 경험을 탐색하기 위해 연구참여자 20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5개의 주제와 12개의 의미로 나타났다. 본 연구결과 도출된 5개의 주제는 ‘경구피임제 관련 지식과 정보 부족’, ‘불편하고 힘든 경구피임제 구입 과정’,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 ‘경구피임제 사용에 대한 자기중심적 사고’, ‘제도와 인식 변화에 대한 요구’로 나타났다.

1. 경구피임제 관련 지식과 정보 부족

경구피임제 사용 경험이 있는 성인 여성은 ‘경구피임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함’, ‘불확실한 정보에 의존함’, ‘경구피임제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큼’과 같이 경구피임제를 사실과 다르게 알고 있거나 정확한 정보를 얻는 방법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 경구피임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함

참여자들은 연령이나 결혼 유무에 관계없이 경구피임제의 정확한 사용방법이나 복용 목적 등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전 경구피임제와 사후 경구피임제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사후 경구피임제와 낙태약을 혼동하여 사후 경구피임제를 먹는 경우 뱃속에 아기가 죽는다고 생각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복용방법에 대해서도 사전 경구피임제를 피임이 필요한 날에만 먹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거나, 사전 경구피임제를 잊어버리고 복용하지 못했을 경우의 대처법이나 사후 경구피임제를 먹는 시기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
관계하고 나서… 사전피임약은 2주 전에 먹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못해도 한 5일에서 7일 사이에 먹었던 거 같아요… (중략) …근데 솔직히 사전피임약 꾸준히 챙겨 먹는 사람 없어요. 저처럼 며칠 전에, 며칠에 할 거 같으니까 사 먹어야지 해가지고 그때 그제서야 먹고 이런 사람 많거든요.
사전피임약이랑 다르게 사후 피임약 먹으니까‥ 생겼을지 모르는 애한테 미안하더라고요… 아무튼 사전피임약은 괜찮고 사후 피임약을 먹게 되면 그게 좀 몸에 안 좋은 거 같아요… 왜냐하면 이거를 죽이기 위해서 먹는 거니까 그게 더 안 좋은 거 같아요. 사전은 예방인데 사후 는 생긴 걸 없애는 거잖아요…
사전피임제와 긴급피임제가 어떻게 다른지… 성관계를 하고 나서 사전피임제를 한꺼번에 몇 알 먹었는데… 같은 거 아닌가요…

2) 불확실한 정보에 의존함

참여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정보의 출처는 인터넷이었으며, 그 외 친구나 지인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얻은 정보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 없이 인터넷을 맹신하고 있었으며, 인터넷 활용의 의존 빈도가 높은 것은 용이한 접근성과 자신의 노출을 차단 할 수 있는 은닉성 때문이라고 하였다. 참여자들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 인터넷에서 얻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토대로 경구피임제를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 두려움이 많아가지고 인터넷을 엄청나게 많이 찾아봤죠. 그리고 또 어… 그 제가 그 당시에 다른 데서 제가 물어보고 할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게 최선이었던 거 같아요… 남한테 맘 놓고 물어보기가 그래서‥ 그걸로 이제 제가 두려웠지만 복용을 해봤던 거 같아요.
친구들하고도 얘기는 하는데 사실은 그건 단편적인 얘기일 뿐이고 사실은 주로 정보는 인터넷이나 뭐 요런 거 보고… 병원 전단지나… 보고 아는 편이에요‥
인터넷을 검색해봤는데 이게 난소가 늙는다라고 돼 있더라고요. 그래 갖고 더 먹기 싫은 거… 그래서 내 동생도 먹지 말라고… 인터넷에 나와 있으니 믿게 되고…

3) 경구피임제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큼

참여자들은 경구피임제 복용이 신체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식하여 복용을 기피하거나 빨리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필요에 의해 계속적으로 경구피임제 복용을 하고 있으면서도 늘 자궁 등의 신체 기능이 위축되거나 쇠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으며 특히 경구피임제가 호르몬제나 화학약품이므로 장기간 복용을 할 경우 불임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먹을 때마다 좀… 네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너무 약을 많이 먹는 거 아닌가 호르몬제니까… 혹시나 내 몸에 기능이 떨어졌다고 해서 이렇게 너무 먹게 되면 또 오히려 더 쉬게 되고 내 몸이 기능을 안 할까봐 걱정되긴 하는데… 그래도 지금은 계속 먹고 있기는 한데,, 불안하죠…
그러한 매일 그거를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는 거 자체가 불편하고… 제일 큰 이유는 이제 건강에 안 좋을 거 같아서 어쨌든 그것도 화학약품이니까 건강에 몸에 안 좋을거 같아서…
안 그래도 요즘에 임신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는데… 약 먹으면 그게 약해진 다더라 약간 그런 거는 있었었고…

2. 불편하고 힘든 경구피임제 구입 과정

경구피임제 사용 경험이 있는 성인 여성은 경구피임제 사용자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나 존중 없이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의료인과 약사의 태도에 불편감을 느꼈으며, 구입절차에 있어서도 사용자의 편의를 배제한 제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 기계적인 의료인과 약사의 업무태도에 실망함

참여자들은 사후 경구피임제 처방을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경우 의료 행위가 기계적이고, 획일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느꼈다. 대부분의 의사가 병원을 방문한 이유를 묻는 것 외에는 더 이상의 설명 없이 처방전을 발행해 주었으며, 때로는 의사의 진료도 없이 접수대에서 간호사가 처방전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였다. 피서지에 있는 약국에서 사후 경구피임제를 구입할 경우 처방전 없이 살 수 있었으며, 경구피임제 구입 시 주의 사항을 설명해주는 약사는 소수였으며, 대부분의 약사는 설명이나 복약지도 없이 경구피임제를 기계적으로 판매한다고 하였다. 이에 참여자들은 약품 설명서를 통해서 경구피임제 복용방법을 스스로 파악하고 있었으며, 그 외 인터넷 등에 소개된 약품 설명을 읽고 경구피임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후 피임약을 받으러 왔다고… 그랬더니 진찰 대충 봐주시고 바로 진단서를 끊어 주시더라고요… 아무런 얘기 없이… 보지도 않고 처방전만 그냥 줘요. 제대로 임신인지 아닌지 확인도 안 하고요… 약사도 별 얘기 없었어요. 그냥 약만 지어주고 끝났죠… 그래서 쉽게 구매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그때 의사도 보지도 않았던 거 같아요. 그냥 이제 데스크에 있는 간호사한테 테스트만 받고 그 이제 그 적는 거만하고… 바로 뭐 이제 뭐 얘기를 해가지고 그때 그 전화로 의사쌤한테 얘기하고 바로 처방전만… 던지듯이 줘서… 제가 안 좋게 생각돼서 다시는 먹지 말아야지 하고…
…아 22살 때인가 처음 사후 피임약 한번 처음 먹어봤을 때.. 너무 안 좋았어요. 그땐 처방을 받고 사진 않았어요. 그게 시간이 지나서… 약국에서 바로 어디 약국이었더라‥ 여행 갔던 때였는데… 거제도인가 되게 후미진 곳에 또 약국이었는데 처방받아서 사진 않았고… 그냥 줬어요… 어쨌든 그걸 먹었을 때 그 다음날 좀 많이 아팠었어요.

2) 제때에 경구피임제 구입이 어려움

참여자들은 사후 경구피임제를 사용하는 경우 처방전을 받아야 하는 현 제도가 가장 불편하고 번거롭다고 느끼고 있었다. 병원 진료를 하지 않는 휴일이나 주말에 사후 경구피임제를 구입해야 하는 경우, 처방전을 받기 위해 월요일까지 기다리다가 임신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외에도 오후 9시 이후나 휴일에 약국이 문을 닫는 경우 쉽게 경구피임제를 구입할 수 없는 점이 불편하다고 하였다.
저는 사전피임약이랑 사후 피임약 두 개 다 복용을 해봤는데… 사전피임약은 그냥 약국에서 그냥 구입이 가능한데 이제 사후 에는 이제 병원에 가서 꼭 처방을 받아야 하더라고요. 근데 그게 약간 번거롭고… 한… 두 번 정도를 이렇게 복용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저는 솔직히 좀 그게 불편했어요. 일요일은 병원 문도 안 열고‥ 9시 넘으면 약국도 문을 닫고…
…24시간 안에는 못 했던 게 불안했죠… 사실은 그… 병원 하는 시간들이 있잖아요 이게. 주말이 걱정이 됐었고… 그 다음에 이제 주말이 지나고 난 다음에 병원을 간 거였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했죠.

3.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

경구피임제 사용 경험이 있는 성인 여성은 친밀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반응이 두렵고 부담스러웠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반응이 부정적인 경우가 많아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 친밀한 특정인에게는 피임약 복용사실을 숨기고 싶음

참여자들은 경구피임제 사용에 대한 사실을 가장 숨기고 싶은 사람이 부모님이라고 하였다. 특히 미혼의 경우 경구피임제 복용 사실을 친한 친구와는 공유하고 있었으나, 부모님에게 알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부모님이 알게 되는 상황을 가장 두렵고 부담스러워하였다. 파트너의 경우 단순 연애 상대인지, 정혼자인지에 따라 경구피임제 복용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차이가 있다고 느꼈으며, 정혼자의 경우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이 되어 복용 사실을 숨기게 된다고 하였다.
…그게 사회 · 문화적 인식이라든지… 가족한테 얘기하는 게 불편한 건 전 안 변한다 생각해요. 저도 피임제를 먹을 때… 그거를 이제 부모님이 보실까 봐 그게 너무 겁나는 거예요. 가방도 같이 엄마랑 뭐 돌려쓰기도 하고 가끔은 엄마가 방 청소도 해주시고 하는데 보시기라도 하면은 이제‥
그니까 왜 딸 가진 엄마들은 남자친구가 있다고만 그래도… 엄청나게 걱정을 하시니까 피임약까지 말은 할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거 같아요… 괜히 걱정하시잖아요‥

2) 사람들의 부정적 시선에 위축됨

참여자들은 경구피임제를 사용하는 경우 친구나 주위 사람, 혹은 의료인들의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에 상처를 받게 된다고 하였다. 약을 구입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다시 한번 바라보거나, 이상한 눈빛으로 대하는 것이 불쾌하며, 사후 경구피임제를 처방받기 위해 병원 진료를 받을 경우 의사가 아무런 설명 없이 위, 아래로 쳐다보는 시선이 불편하고 스스로를 움츠려 들게 한다고 하였다. 또래집단에서 가까운 친구들의 경우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같이 해결하고 상담을 해주고 있으나 그 외 또래집단이나 사회에서 만난 동료들과는 부정적 선입견을 갖게 하기 싫어서 정보 공유를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마치… 죄지은 사람 보듯 위아래로 훑어보고… 그 시선이 너무 싫어요…
수군거리듯이 서로 쳐다보고… 그래서 집에서 멀리 있는… 사람 없는 곳으로 가요…
피임제 사러 갔을 때 아주머니들… 시선이 가장 싫었어요… 한심하게 보는 그 시선… 그냥 어머니 또래의 아주머니들이잖아요… 말이 많으시잖아요… 좀 세상 말세다 뭐 이런 반응을 하는 느낌이 들었고… 기분이 좋지 않죠…
의사 선생님 같은 경우는 그냥 위아래로 한번 쳐다보고 그냥 예 이러고 말았어요. 그게 끝이었어요. 왜 먹으려고 그래요 이런 게 아니라 그냥 긴급 피임약 처방 받으러 왔다니까 그냥 위아래로 한번 훑어보고 그냥 그러고… ‘긴급 피임약이요?’
제가 ‘예’ 그랬더니 ‘알겠어요’ 그러고 ‘가보세요’ 그냥 그러고 끝났어요…

4. 경구피임제 사용에 대한 자기중심적 사고

참여자들은 경구피임제를 사용하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느끼는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책임의식을 통해 내면화된 자기책임의식을 갖게 되고, 여러 가지 긍정적,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면서 어쩔 수 없이 경구피임제 복용 이유를 합리화하는 등 자신에 대해 좀 더 관대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 자기 몸에 대한 책임의식이 생김

연구참여자들은 경구피임제를 사용하는 중요한 이유로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성관계의 합의는 남녀가 같이 하지만 임신을 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결국 여자가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하며, 이 경우 남자가 같이 걱정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상황에 따라서 남자들은 이기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또는 자신의 일처럼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되므로 남자에게 의존하기보다는 문제가 생기기 전에 내 몸은 내가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근데 아무… 체감 상으로는 남자는 잘 못 느끼잖아요. 저는 이제 남자친구랑 관계를 맺은 이후는 매달 생리를 기다렸거든요… 얼마나 불안한지 몰라요… 남자는 콘돔도 싫다고 안 하고… 결국 제가 하는 수밖에… 말 안 하고 제가 약을 먹었어요…
생각보다 좋아하는 남자들이 이기적일 수 있다는… 그니까 약간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거 있잖아요. 어쨌든 남자 여자랑 관계를 맺었을 때 여자가 어떻게 보면 책임을 더 지고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약간 자립심‥ 독립심을 여자한테… 굳이 남자 눈치 필요… 볼 필요가 없고 나 위주로… 나만 생각하면 된다 약간 그런 걸 좀 보여줘야 될 거 같아요.

2) 어쩔 수 없이 피임제 복용 이유를 합리화함

참여자들은 부모님 모르게 경구피임제를 복용하는 것에 대한 죄의식과 부담감이 있었으나 임신보다는 경구피임제 복용이 나은 것이라고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구피임제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스스로가 수치스럽고, 민망한 느낌을 경험하지만 낙태를 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선택이라는 자기합리화를 하였다.
사후 피임약을 타기위해 병원에 갔는데… 진짜 우울했던 거 같아요. 정말 너무 우울했어요. 그래 그랬었는데… 그냥 다 무서우니까 병원도 무섭고 무서우니까… 사후 피임약의 경우 피임약이 몸에 이상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애가 생겨 낙태를 하는 것 보다는 낫잖아요…
처음엔 너무 이제 부끄럽고 너무 민망하고 이제… 그런 상황이 온다는 거 자체도 너무 부모님 얼굴 보기도 너무 죄송스럽고… 이렇게 먹어도 되나? 하고 남자친구도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냥 창피하고 이런 게 되게 컸는데… 임신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냥 먹는 거죠…

5. 제도와 인식 변화에 대한 요구

참여자들은 경구피임제를 손쉽게 살 수 있는 제도 개선과 공신력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되기를 원하였다. 즉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접근성과 안전성에 관한 제도의 변화를 원하였으며, 개방된 성인식에 부합된 피임에 대한 인지를 기대하고 있었다.

1) 피임약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원함

참여자들은 가장 먼저 사전 경구피임제나 사후 경구피임제를 구입할 때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를 원하였다. 사전 경구피임제를 시간적, 공간적으로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24시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나 자판기 판매로 약사의 대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제도 변화를 요구하였다. 사후 경구피임제의 경우 휴일이나 약국이 문을 닫는 늦은 시간에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대안과 그대로 처방전이 필요하다는 소수 의견이 있었으나, 다수의 참여자들은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경구 피임약 같은 경우는… 솔직히… 필요에 의해서 살 수 있는 거니까… 솔직히 요즘에 약국이 24시간 문을 여는 게 아니고… 뭐 주말에도 문을 여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기 때문에 피임약 같은 경우에는 그냥 편의점에서… 이런데서 조금 오픈해서 판매를 해도 된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게 뭐 그렇게 크게 막 위험한 그런 약이 아니라면… 대비하지 못할 때가 되게 많이 있으니까 …그런 그 약의 목적성에 더 잘 맞지 않을까… 아무 때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그냥 자판기에 돈 넣고 그냥 바로 살 수 있으면 약국 지하철에는 화장실 같은 게 많잖아요. 화장실 앞에 자판기 같은 거 전철 많으니까 그거를 이용하면 부끄러워서 못 사는 사람들도 쉽게 살 수 있지 않을까…

2) 경구피임제에 대한 공신력 있는 정보를 원함

참여자들은 공신력 있는 출처를 통해 안전한 정보를 제공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평소 알고 싶은 경구피임제 관련 정보가 대면 상담이나 교육이 아닌 국가기관과 같은 공신력 있는 사이트에 탑재되어 있기를 원했으며, 전문가와 온라인으로 상담할 수 있는 제도 개선도 원하였다. 이외에도 뜻하지 않은 성관계로 인한 임신 예방법이나 부작용 발생 시 대처법 등의 내용이 포함된 매뉴얼을 제작해서 공식 사이트에 탑재해 놓으면 경구피임제를 안전하게 사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그냥 피임약 정보 같은 거를 다 알고 있으면 좋을 거 같긴 해요. 네… 그냥 저도 막연해서 더 무서운 그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냥 전화상으로도 그렇게 상담을 할 수 있으면 되게 좋을 거 같아요. 아무래도 익명도 보장이 되고… 아니면 믿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나… 국가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상담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주면…
매뉴얼이 있으면 좀 쉬워진단 말이에요. 그니까 왜 하다못해… 레시피도 그렇고 전자레인지 사용법도 그렇고 내가 어떤 상황에 딱 닥쳤다 이렇게 하면은 그냥 그대로 하면 난 생각을 안 해도 돼요. 이제 진짜 청소년들이나 아니면은 그냥 일반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을 때 첫 번째 단계 뭐 두 번째 스텝 뭐 이렇게 딱딱 딱 해 놓으면 그렇게까지 고민될 일도 아니고 혼자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3) 개방된 성인식에 부합된 피임에 대한 인식을 기대함

참여자들은 성 개방 속도에 부합하는 피임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성문화가 개방되면서 성관계를 시작하는 연령층이 낮아지고 혼전 성문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현실에 맞게 경구피임제 사용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관용적인 태도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니까 지금 우리나라 보면‥ 캐나다 못지않게 개방화되고 아까 얘기한 대로 한 사람들이 경험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아닌 거 같은 나라잖아요. 일단 서로 막 그런 눈치 보고 의식하는 문화가 되게 강하니까… 너무 많이 개선돼야 될 거 같아요… 그니까… 지금 사회는 되게 개방적으로 바뀌었는데 인식은 옛날 그대로잖아요.
우리나라가 원래 좀 가부장적이거나 뭐 그런 부분이 있어서 그런 부분에 되게 소극적… 부끄럽고… 했었는데 이제 워낙 개방이 많이 되면서 사회 자체가 서구적으로 바뀌다 보니까… 이제는 그게 동반돼서 생각이 같이 따라가야된다고 생각해요. 항상…

논의

본 연구결과 성인 여성의 경구피임제 사용 경험을 설명하는 첫 번째 주제는 ‘경구피임제 관련 지식과 정보 부족’이었다. 피임제를 사용하면서도 피임제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얻은 불확실한 정보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경구피임제 복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에서 대학생의 20%가 피임을 하지 않는 이유로 ‘피임 방법을 몰라서’ 라고 답한 결과와 유사하며[15], 올바른 피임법에 대한 지식이 없어 피임을 실천하지 못한다고 나타난 연구결과와 같다[2].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실효성 있는 성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재 초, 중, 고등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성교육이 피상적이고, 지루하며, 학생들이 요구하는 내용과 거리가 있는 기본적인 내용만 다루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으므로[5] 향후 피임에 관한 올바른 지식과 편향되지 않는 성 가치관을 갖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경구피임제와 관련된 지식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로는 미혼여성[1]이나 여고생[10] 등을 대상으로 한 소수의 연구가 전부인 실정에서 본 연구는 피임제 사용 가능성이 있는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두 번째 나타난 주제로는 ‘불편하고 힘든 경구피임제 구입 과정’으로 나타났다.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기계적인 업무태도나 편의성이 배제된 경구피임제 구입 과정에 대해 불편감을 표현하였다. 현재 처방전을 받아야 하는 사후 경구피임제의 경우 병원이나 약국이 쉬는 휴일이나 늦은 저녁시간에는 처방전 받기가 쉽지 않다. 이렇듯 경구 피임제를 복용하는 여성들이 제도적 불편감으로 적절한 시기에 경구피임제를 구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후 경구피임제는 고용량의 합성 프로게스테론 단일 성분으로 성관계 후 72시간 또는 120시간 이내에 복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만약 복용 시기를 놓치게 될 경우 임신이라는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으며, 그 외 출혈 등과 같은 유해사례가 보고되고 있어[4] 여성 건강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필요한 시기에 처방전을 발급받을 수 있고, 자신에게 적합한 피임방법에 대한 상담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편리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경구피임제 사용 시 자신의 자율적 결정에 따라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전제로, 시간적, 공간적인 불편함을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다음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두렵고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경구피임제 복용 사실을 가족이나 지인들이 알게 될 것을 두려워하였다. 특히 미혼의 경우 부모님이 알게 되는 상황을 가장 부담스럽다고 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미혼여성의 경구피임제 복용에 대해 관대하지 않고, 부정적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있으며 정숙하지 못하다는 고정관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사료된다. 즉 피임 행위에 있어서도 여성은 순종적이고 정숙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가치관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16]. 실제 선행연구에서 피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 이미지 손상, 피임 협상과 피임도구 구매 시 경험하는 당혹감 등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평가 모두가 피임 의도 및 피임 실천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하고 있다[17]. 또한 가족, 친구, 혹은 동료, 주된 파트너의 피임에 대한 지각이 피임 행위를 예측하는 주요 요인[18]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경구피임제 사용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과 편견이 사라지고 피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시급하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되어야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경구피임제를 복용할 수 있는 건강한 생식 문화가 조성될 것으로 사료된다.
다음에 나타난 주제는 ‘경구피임제 사용에 대한 자기중심적 사고’이었다. 자기를 스스로 지키고 싶은 몸에 대한 자기 책임의식이 생겼으며, 임신이나 낙태보다는 경구피임제 복용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자기 합리화로 자신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으로 인한 책임은 남성과 공유하기보다는 여성이 전적으로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억울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현실에서 연구참여자들은 자기결정에 따른 피임 실천을 통해 임신을 피하는 등 자기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내면화된 책임의식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경구피임제 사용에 대해 긍정적 감정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경험하지만 어쩔 수 없이 경구피임제 복용 이유를 합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차별에 의해 피임의 일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돌아간다고 보고한 연구와 유사하며[19], 자신의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지각과 내면적인 힘을 뜻하는 피임에 대한 자기효능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피임 실천 의도가 높다고 보고한 연구결과와 같은 맥락이다[20]. 또한 피임제를 복용한 여성이 자신의 경험을 정당화 하려는 적극적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결과와도 유사하다[21]. 여성 스스로 피임의 신뢰성, 효과성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를 하는 것은 피임 실천에 매우 중요한 영향요인이다[17]. 따라서 향후 지속적인 피임 실천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내면적 자기 몸에 대한 책임의식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나타난 주제로는 ‘제도와 인식 변화에 대한 요구’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제도와 인식 개선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경구피임제 사용 시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 대안이 제시 바라고 있었으며, 믿을 수 있는 출처를 통해 피임에 대한 정보 얻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본 연구 결과에서와 같이 인터넷이나 비슷한 또래를 통해 정확하지 않은 피임정보로 얻을 경우 피임에 실패하거나 피임 부작용 발생률이 높아져 여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여성들이 자신의 피임 행위에 대한 갈등을 줄일 수 있도록 경구피임제의 신체적, 정신적 효과와 영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21]. 이에 경구피임제를 복용하는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성 개방 속도에 부합하는 피임에 대한 인식 변화를 원하였다. 성문화가 개방되면서, 피임에 대한 필요성과 요구 또한 증가하고 있지만 경구피임제를 사용하는 미혼여성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부정적이며, 기혼여성의 경우도 부작용 등을 우려하여 경구피임제 사용을 기피하고 있다. 이는 개방된 성문화와 그로 인해 성 의식 수준이 변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혼전 성 경험에 대한 이중 잣대가 미혼여성의 인공유산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보고한 연구결과와 유사하다[21]. 따라서 성관계를 시작하는 연령층이 낮아지고 혼전 성문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현실에 맞게 경구피임제 사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관용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본 연구를 통해 변화되는 현재의 성 개방 풍조 안에서 성인 여성의 효율적인 경구피임제 사용을 위해서는 접근성과 안전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과 아울러 피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임신, 출산과 더불어 피임과 관련된 여성의 건강한 재생산 권리 보장의 측면에서 국가적 차원의 실질적인 피임정책과 현실성 있는 피임 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결론

본 연구는 현상학적 방법을 적용하여 성인 여성들이 경험하고 있는 경구피임제 사용에 대한 의미와 경험의 본질을 규명하고자 시도되었다. 본 연구참여자는 S시와 G도, J도, C도, G도에 거주하는 성인 여성으로 경구피임제 사용 경험이 있으며, 자발적 참여와 적극적 진술을 허락한 20명이었다. 연구결과 성인 여성의 경구피임제 사용 경험은 ‘경구피임제 관련 지식과 정보 부족’, ‘불편하고 힘든 경구피임제 구입 과정’,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 ‘경구피임제 사용에 대한 자기중심적 사고’, ‘제도와 인식 변화에 대한 요구’의 5개의 주제와 12개의 의미로 나타났다.
본 연구결과의 시사점은 마지막 주제인 제도와 인식의 긍정적 변화에 대한 요구에 나와 있는 내용과 같이 접근성과 안전성, 편리성, 경제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과 아울러 피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함께 수반되어야 함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경구피임제 사용이 가능한 여성을 대상으로 현 실정에 맞는 피임교육과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피임제 관련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피임 관련 정책은 사용하는 여성의 경험과 의견은 소외된 채 의료인, 종교계, 여성 단체,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에 있는 집단들의 논쟁으로 편향되어 결정되거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몸의 주체인 여성 건강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본 연구결과를 토대로 여성의 안전한 피임 문화 실천과 인식 함양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또한 본 연구를 토대로 제언하고자 하는 것은 사전, 사후 경구피임제 사용 경험과 미혼, 기혼여성의 경구피임제 사용 경험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어 경험의 의미가 다를 것으로 판단되므로, 추후 서로 구분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Notes

이 논문은 2014-2015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용역연구개발과제로 수행되었음.

This study was supported by the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research grant of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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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OLS
ORCID iDs

Soon Hee Lee
https://orcid.org/0000-0002-1775-1623

In Young Lee
https://orcid.org/0000-0002-3166-3697

Eun Ae Kim
https://orcid.org/0000-0002-6989-55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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