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Purpose
The purpose of the study was to provide deep understanding of the reported experiences of families with their loved one in the intensive care unit (ICU), focusing on interactions with healthcare providers.
Methods
The data were collected by individual interviews of eleven participants. The transcribed data were analyzed using qualitative content analysis to identify major themes and sub-themes that represented the experiences of families.
Results
Five themes and 13 sub-themes emerged. “Captive of patients' delayed death: Fear and anxiety” describes psychological problems arising when the family member became critically ill enough to warrant being admitted to the ICU. “Families as the weak: Suppression and resistance” describes interpersonal difficulties arisingdue to lack of information and trust with healthcare providers. “Deprivation of authority and duty as families: Helplessness” illustrate situational barriers in attempting to protect and support family member. “Re-establishment of trust relationship with healthcare providers: Gratitude and appreciation” describes how they satisfied with themselves by regaining trust relationship. Lastly, “Acceptance of reality through direct care participation: Relief and peace” illustrates peace of mind by gaining sense of reality through active direct care participation.
첨단 의료기술의 발달로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집중치료를 받는 중환자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 병원의 중환자실은 855개에 달하고 있으며[1], 연간 35만 명이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하루에 약 1,000명의 환자가 집중치료를 받고있다[2]. 집중 치료 후 많은 환자가 퇴원하여 사회로 복귀하고 있지만, 중환자실은 아직도 ‘사망하기 전에 들르는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중환자실에서 생존한 환자들의 경험을 보고한 연구에 의하면, 이들은 충격과 함께 기계에 맡겨진 목숨에 의존하며 지옥같은 나날의 고통을 겪는다[3]. 그러므로 중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의료인뿐 아니라 가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가족은 한 개인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서, 충성과 애정으로 맺어진 정서적 유대는 특히 위기의 상황에 처한 가족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4].
이에 따라 가족을 중환자간호에 적극적으로 포함시키는 가족중심의 간호가 제시되고 있으며[5], 가족중심 간호의 이점들도 보고되고 있다[6]. 가족중심 간호는 가족의 선호를 인정해주고 이들이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도와줌으로써 보다 유연한 환자중심의 간호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된다. 궁극적으로는 가족의 역할 수행과 능력을 고취시킴으로써 가족 복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7]. 하지만 중환자의 가족들은 가족구성원이 중환자라는 사실로 인해 일련의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겪는다. 이를 ‘중환자 가족증상(post-intensive care syndrome-family)’이라고 일컫고 있으며[8], 중환자 가족을 위한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910]. 간호의 궁극적 목적이 환자와 가족의 건강문제를 해결하여 하나의 통합된 단위로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데 있는 만큼, 중환자실 환자의 가족이 경험하는 위기상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이들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간호중재를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외 중환자 가족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중환자 가족은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받고 환자의 불확실한 예후, 환자와의 분리 등으로 인해 불안, 우울, 무력감, 급성 스트레스 장애 등의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지닌다[1112]. 또한 낯선 중환자실 환경과 치료 및 검사과정에서 오는 부담감, 의료인의 태도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그리고 미지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까지 부가되고 있다[13]. 국내의 중환자실 환자의 가족들은 심한 무력감을 경험하며, 특히 낯선 환경과 역할 소실 및 통제력 상실 등과 같은 상황적 무력감이 가장 심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1415]. 중환자 가족들은 커다란 부담감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건강상태와 연결되어 있다[4]. 이러한 가족의 무력감이나 부담감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대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16]. 즉, 가족구성원의 중환자실 입원이라는 상황과 중환자 가족이 되면서 겪는 역할변화는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어려움을 발생시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요구가 발생하게 된다.
중환자 가족의 요구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접근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았고, 확신 및 정보에 대한 요구도의 순으로 나타났다[17]. 중환자실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차적 대상이 의료인이기 때문에 중환자 가족의 경험을 의료인과의 상호작용 측면에서 분석하는 것은 환자의 직접적인 간호제공만큼 중요한 문제이다. 중환자실 가족의 경험을 탐구한 귀납적 연구에서는 핵심범주를 ‘속이 탐’으로 도출하여[18] 이들의 초조감과 무력감 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기존 연구들은 중환자 가족의 경험과 요구를 의료인 관점에서의 설문조사를 통한 양적 자료분석으로 그쳤으며, 질적 연구에서도 충분한 표본 수 부족 및 연구자의 설명과 해석이 결여되는 등 연구결과의 타당성이 부족하므로, 이를 통하여 중환자 가족들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 한편, 중환자 가족의 경험을 비판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15]는 가족들의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가족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가족에게 비친화적인 병원 조직, 의료진과의 부정적인 상호작용, 부족한 의료지원 및 인명재천에 대한 자각 등으로 인한 억압이 결국 총체적인 무력감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환자 가족들이 의료진과의 상호작용에 있어서 이러한 억압뿐만 아니라 이들의 힘 북돋우기 혹은 적응을 도와주는 긍정적인 경험까지 포함한 균형잡힌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결과는 앞으로 간호중재 개발에 있어서 긍정적인 전략을 개발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본 연구는 질적 내용분석방법을 이용하여 가족중심적인 우리나라 고유의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중환자 가족이 겪는 구체적인 어려움, 요구 및 대처 등에 관한 경험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연구참여자는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중환자의 가족으로서 만 19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하였다. 중환자실 유형별에 따른 가족의 스트레스와 대처 정도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연구[16]를 바탕으로 가능한 다양한 상황에서의 중환자실 가족의 경험을 분석하고자 내 ․ 외과계 중환자실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였다. 선정기준은 중환자실에 72시간 이상 입원 중인 환자를 돌보고 있는 배우자, 형제 또는 직계자녀로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에서 상주하는 자, 하루 1회 이상 환자를 면회하며 주 보호자로 인지되는 환자의 가족으로 하였다. 특히 72시간 이상 입원 중인 환자를 돌보는 가족을 대상자로 한 것은 중환자 가족의 스트레스 장애가 3일이상 입원한 환자의 가족에게 나타난다는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하였다[19].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2015년 5월 26일부터 7월 8일까지 연구참여자의 개별 심층면담으로 이루어졌다. 면담은 개방형 질문으로 이루어졌으며, 구체적인 질문의 내용은 ‘중환자 가족으로서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중환자실 입실 후 어떠한 어려움이 있었습니까?’, ‘의료인들과는 어떠한 경험을 하셨습니까?’,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셨습니까?’, ‘무엇이 이러한 극복에 도움을 주었습니까?’ 등을 포함하였다. 각 면담 시간은 약 1시간에서 2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이를 통하여 자료의 포화상태를 확보할 수 있었다. 면담은 병원 내 개별회의실에서 이루어졌으며 모든 면담은 연구참여자의 허락 하에 녹음되었고, 추후 분석을 위하여 참여자들이 말한 그대로를 전사하였다.
본 연구는 연구대상 기관의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H-1503-009-651)의 승인을 받았으며, 소속 병원 간호본부의 승인을 받은 후 진행하였다. 동의를 얻기 위해 연구대상자에게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등에 대해 설명한 후 참여 여부를 자발적으로 결정하도록 하였다. 우선, 참여 여부로 인하여 의료진들로부터 받는 부당한 영향이 없음을 설명하였다. 참여자의 증례기록지 및 면담 기록지는 별도의 파일로 보관하며 이를 코드화하여 개인 신상 확인이 불가능하게 하였고, 패스워드가 걸린 파일에 저장한 후 잠금 장치가 있는 연구실에 보관하였다. 연구관련 기록은 생명윤리법 시행규칙 제15조에 따라 연구가 종료된 시점부터 3년간 보관하며, 보관기관이 지난 문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제16조에 따라 파기하는 등 충분한 정보 제공 후, 연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를 결정한 자로부터 서면 동의를 받았다. 이들에게 3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보상으로 제공하였다.
질적 내용분석은 방대한 양의 텍스트로부터 단순히 단어를 모으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같거나 비슷한 의미를 지니는 범주나 주제로 분류하는 것을 말한다. 종류로는 크게 전통적 내용분석, 지시적 내용분석, 그리고 부과적 내용분석으로 나뉘는데[20], 본 연구에서는 전통적 내용분석방법을 이용한다. 전통적 내용분석은 미리 범주를 정하지 않고 자료에 몰입하면서, 자료로부터 귀납적으로 주제를 도출하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분석 절차를 따랐다.
첫째, 자료에 몰입하여 모든 자료를 반복적으로 되풀이해서 읽으면서 자료의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였다. 둘째, 자료의 내용 중에서 핵심 생각이나 개념을 나타내는 단어와 문장들을 따로 표시하여, 이를 대표할 수 있는 코드로 분류하였다. 셋째, 두 명의 분석자가 각자 분류한 코드를 비교한 후, 의료인과의 상호작용을 드러내는 코드를 묶으면서 서로 유사한 코드에 주제를 도출하였다. 넷째, 주제들 간 연결성과 관련에 근거하여 보다 추상적이고 함축성이 큰 주제를 도출하였다.
연구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Sandelowski의 신뢰성, 적합성, 감사가능성, 확인가능성을 준거로 삼았다[21]. 개방형 질문으로 장시간 반 구조화된 면담을 시행하여 연구참여자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수집하였고, 모든 면담은 녹음한 후 그대로 전사하여 분석에 이용함으로써 자료의 신뢰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 분석과 해석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질적 내용분석의 절차를 따름과 동시에 공동 연구자와 필사된 자료를 공유하고 면담 시 사용된 메모를 바탕으로 두 명의 연구자가 지속적으로 분석과 해석을 함께 하였다. 또한 연구자들의 선입견이나 편견을 최소화하기 위해 질적 내용분석 연구 경험이 있는 박사 2인과 분석된 결과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었으며, 분석내용을 원자료의 제공자에게 보내 발언 의도와 일치하는 지를 확인하는 참여자 검증 과정을 거쳤다. 적합성을 위해서는 선행연구를 근거로 한 선정기준에 따른 참여자 모집뿐만 아니라 나이, 성별, 환자와의 관계, 중환자실 재실기간 등의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을 제시하여 적합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또한 감사가능성을 위해서 자료수집과 분석 절차 및 도출된 주제들의 원 자료를 제시하였다. 최종적으로 신뢰성, 적합성 및 감사가능성의 확보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중립성이 확보된 결과를 도출함으로써 본 연구의 확인가능성이 확보되었다고 여겨진다.
총 11명의 연구참여자로 자료의 포화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남자가 3명이고 여자가 8명이었으며, 나이는 36세에서 70세 사이로 평균 55.5세였다. 환자와의 관계는 배우자 5명, 자녀 3명, 그리고 부모 3명이었다. 중환자실의 재원기간은 최소 4일에서 최대 1,032일이었다. 면담 자료를 질적 내용분석방법에 따라 분석한 결과, 5개의 주제와 13개의 하위 주제가 도출되었다.
이 주제는 ‘사망하기 전에 들르는 곳’으로 여겨지는 중환자실 입실 초기에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다루고 있다. 즉 중환자실의 입실로 ‘가족을 언제라도 잃을 수 있다’ 혹은 ‘환자의 죽음이 잠시 유예되어 있다’는 생각으로 가족들은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게 됨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실제 환자와 대면하면서도 환자의 실제 상태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죽음으로 내몰린 환자의 상태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곧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따라서 이때 가족들이 대면하고 있는 환자는 마치 ‘TV보는 것 같은’ 비현실적인 물체와 같았다.
가족들은 가족구성원이 위독하여 중환자실에 입실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공황상태 속에서는 사투하는 환자를 전혀 도울 수가 없었다.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라 허둥지둥’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찾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환자가 죽음의 그림자 속에 들어간 것처럼 느꼈을 뿐만 아니라, 마치 자신도 이러한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꼼짝 못하는 무방비 상태에 처하게 되었다. 전적으로 타인에게 맡겨진 의존적인 존재가 된 나의 가족을 보호해줄 수 없는 생각으로 두려움에 떨었다. 환자의 생명에 대한 위협이 남아있는 한, 이들의 두려움은 계속 머물렀고, 이러한 두려움의 연속은 부정적인 결과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하여 중환자 가족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뭐 그냥 수술하다가 잘못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하는데 사실 보호자들한테는 그게 굉장히 공포거든요. 굉장히 공포가 되고 그냥 그 말 듣고 나면 아무 생각이 안나는 거예요. 너무 무섭더라구요. 물론 위급하기는 되게 위급한 줄 알아요.(참여자 6)
이러한 두려움과 불안의 위기상황 앞에서 중환자 가족은 정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었다. 의료인이 제공하는 어떠한 설명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저 의료진이 하라는 대로 로봇처럼 행동하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중환자실 내려와 가지고 이런저런 얘기를 듣는데, 그냥 주치의 선생님이 이야기를 하는데 그 말이 머리에 하나도 안 들어오는 거예요 사실은. 중환자실 내려가야 한다고 위독하다고 그러니까 앞이 깜깜했어요. 지금 죽을 수도 있다고 그랬어요. 내가 막 너무 당황되고 손도 떨리고 그거를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해가지고.. 뭐라 뭐라 설명은 하는데 죽을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까 머리가 안 돌아갔어요.(참여자 2)
이렇듯 환자의 중환자실 입실 초기 대부분의 가족들은 환자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았고 무방비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극히 일부에서는 환자의 죽음 이후의 자신의 삶에 대한 걱정이 함께 대두되면서 이중의 고통을 겪기도 하였다.
이 주제는 가족들이 점차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 가족으로서의 역할을 재정립하고자 노력하게 되면서 의료체계 및 의료인과 겪게 되는 관계적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가족들은 불가피한 위계질서에서 정보와 소통 및 배려와 공감의 부재 속에서도 자신을 억압할 수밖에 없는 약자의 입장을 토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인과 환자의 관계는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특징을 지닌다. 전문지식을 지닌 의료인은 권위자로서 환자의 문제를 파악하고 판단하고 중재할 능력을 지닌 반면, 환자는 의료인의 이러한 수행을 위해 자신의 문제를 제시하는 수동적인 입장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제시하고 대변할 수 없는 중환자의 경우 가족이 이들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중환자 가족이 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약자적인 상황에 돌입함을 의미한다. 의료진의 말과 태도는 절대적인 권력으로 다가왔으며, 심지어 부당한 상황이 생긴다 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맡겨 놓은 환자의 생명에 지장을 줄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러한 수직적 위계질서 속에서 가족들은 의료인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였다. 가족들은 의료인들이 제공한 정보를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따라서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이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회복 여부와 예후에 대한 정보였고, 이러한 정보를 통하여 적절하게 대비하고 대처하려고 노력하였지만 모두 허사였다. 심지어 ‘수술 마치고 전달받은 사항이 없어요.. 수술하고 하루가 지났는데요 아무런 설명을 못 들었어요.’라고 한 가족이 진술하였듯이, 이들은 의료진들로부터 만족할만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생소한 의학용어, 일방적인 정보제공으로 위축되어 있었고 특히 담당 간호사나 의사들과의 만남은 매우 짧아서 복잡한 환자 상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였다.
저희 아이는 사실, 스물다섯에 뇌출혈을 일으켰다는 게 진짜 꿈을 꾸는 것 같더라구요.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어떤 과정을 밟아야 되며 이제 예후가 어떠며 사실은 지금도 그게 굉장히 궁금해요. 물론 확실히 대답해 줄 수 없는 문제에요. 개인차가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아이 장애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될꺼며. 뭐 80프로가 올지 50프로가 올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어서 이쪽에서도 아무말을 못하는거겠죠. 하지만 여기는 그런 일을 너무 많이 봐왔고 그런 환자를 많이 봐서 통계라는 것도 있고 일반적인 것도 있잖아요. 그런 얘기를 조금씩은 보호자한테 해줘서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먹어야 되고 뭐. 이게 치료가 잘 됐을 때와 치료가 안됐을 때 그런 거를 좀 알아서 내가 대비를 했으면 정말 좋겠어요. 근데 지금은 너무 막막해요.(참여자 9)
두려움과 불안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가족들은 환자의 긍정적인 상태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상태도 받아들이고 대처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지닐 수 있게 되었지만, 의료인들은 여전히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자 상태를 제한적으로 전달하였다.
정보와 소통이 주로 환자를 위한 것이라면, 배려와 공감 및 신뢰는 가족 본인을 위한 것이다. 본 연구에 참여한 거의 모든 가족들은 의료인들로부터 자신들의 돌봄 고통과 감정 상태에 대한 배려나 공감을 받지 못하였다. 수시로 약속을 어기는 의료진들의 불성실함은 불신을 키웠다. 정보를 제한하는 의료진들의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 또한 신뢰 형성을 어렵게 만들었다.
병원들이 이 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 다들 그렇게 하잖아요. 항상 말할 때는 최악의 말만 하잖아요. 최악의 말만 거의 해 놓고 이제 다 좋은 거죠. 다 좋아지니까 우리는 너무너무 감사한 거에요. 죽을 수도 있었는데 이런 거 하나도 없이 잘되니까 너무 감사한 거예요. 근데 사실은 그런 얘기를 들을 때는 미쳐버릴 것 같죠.(참여자 6)
가족들은 정신적 고통뿐 아니라 신체적 고통도 호소하였다.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방해를 받았고, 피로와 불면증 등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이들의 고통은 의료인들의 관심으로부터 배제되었다.
환자는 아파서 누워있는 거지만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육체적으로 안 힘들지 몰라도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고, 사실 육체도 안 힘들다고 하지가 못해요. 나 같은 경우에는 밤에 잠 못 자고.(참여자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가족들은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지 못하고 억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참을성이 한계에 도달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는 ‘밤에 술 먹고 와서 의사에게 화내고 우는’ 등 가끔 폭발하기도 하였다.
이 주제는 공포와 불안의 위기 상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가족으로서 환자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지만, 이를 수행하지 못하여 나타나는 무력감을 묘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의 상태를 의료인보다 먼저 파악하고 요구를 전달하는 등 가족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병동에서는 가족이 상주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요구를 해결해주는데 매우 참여적이다. 하지만 생명이 위중한 환자가 되어 중환자실에 입실하게 되면, 가족으로서의 이러한 보호 의무가 거의 박탈되며, 이로 인하여 가족들은 심한 무력감을 경험하게 되었다. 가족들은 생명을 구하는 게 우선인 상황 속에서 전문가인 의료인들에게 모든 권한과 의무를 모두 넘겨준 채,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중환자실 환자는 의식이 없거나 진통제 등의 약물로 혼미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가족의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가족들은 그저 주변인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적 모순에 빠지게 되었다.
중환자실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의료지식과 정보가 필요하고, 특히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태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되어야 한다. 하지만 생소한 의학용어의 어려움과 의료인의 일방적 정보제공은 전문 의료인이 아닌 가족이 이해하기에 어려웠다. 따라서 환자의 불명확한 상태와 예후에 대한 불확실성은 가족들을 답답하게 만들었으며, 올바른 대처를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뜨렸다.
이 주제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가지게 되는 의료인에 대한 신뢰, 그리고 이를 통해 얻게 되는 감사와 자신에 대한 위로를 다루고 있다.
가족들은 의료인들이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만 관심을 두고, 양치질이나 목욕 등 일상생활에는 일반병동에서처럼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중환자실에서 환자에게 모든 간호가 제공된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가족들은 환자가 마치 집에서와 같은 안정감과 따뜻함을 제공받고 보호받는다는 생각에 의료인에 대한 신뢰와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동시에 환자에게 해줄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자신을 위로할 수 있었다.
우리는 사실은 고 잠깐 30분 보는 거 외에는 아무것도 보는 게 없잖아요. 통제가 된 곳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전혀 못하고 저는 어떻게 생각했나 하면 우리애는 이빨도 못 닦았는데 여기에 계속 있으면 저거 한 3일씩 이빨을 못 닦으니까 어떡하나? 걱정을 했었어요. 그런데 담당 간호사님이 여기는 중환자실이라 몸도 닦아주고 모두 다 합니다. 얘기해줘서 너무 좋았어요. 오래 있어도 지저분하지 않겠구나. 그래서 제가 우리 아이는 얼굴 닦고 나서 로션 발라주세요. 양말을 꼭 신겨주세요. 이렇게 말을 했어요. 이런 거라도 하고 집에 가면 그래도 오늘은 뭔가 소득이 있구나 싶어요. 근데 이런 거 보호자 입장에서 먼저 말 걸기 힘들어요. 먼저 간호사님이 저에게 설명해주고 물어봐 주고 이렇게 먼저 다가와주면 너무 좋고 감사하지요.(참여자 9)
가족들에게 의료진의 말 한마디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의료진의 말 한마디에 따라 기분이 확확 바뀔’ 정도로 의료진의 말과 태도와 행동은 이들에게 절대적이었다. 이들에게 있어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간병을 할 수 있게 하는 사람은 의사나 간호사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사실상 환자의 상태가 안정적이 되고, 따라서 의료인들도 가족들에게 환자가 병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등의 치료과정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가족들이 의료인들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함께 한다는 것은 고마움을 넘어서서 마치 이들을 자신의 가족인 양 여기게 되었다.
중환자실에 일 년 이상 있다 보니 간호사님과 가족같이 지내요. 가족에게는 정말 숨길 꺼 없잖아요… 감정이든 뭐든. 그니까. 이제 같이 얘기 할 수 있고. 아빠가 큰 변화가 없더라도 이런 거는 치료하는데 중요하지 않은 문제지만. 간호사님이 오늘은 머리를 감았고 면도도 했다 이런 사소한 얘기라도 주고받으니 너무 좋아요. 정말 그냥 내가 하는 마음으로 또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가지고 아빠를 보살펴 주는구나! 그런 마음이 들죠.(참여자 1)
특히 의료인들이 먼저 다가와 가족으로서의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에 대해 공감해줄 때 신뢰관계는 더욱 두터워졌고 이러한 진심 어린 위로와 긍정적인 메시지는 이들을 감동시켰다.
이 주제는 가족들이 다양한 감각을 통하여 온 몸으로 환자간호에 직접 참여하면서 환자의 신체 상태뿐만 아니라 내면 상태도 파악하게 되고, 환자가 처한 현실을 수용하며, 이로써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얻게 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가족들은 환자의 피부간호, 예를 들면 마사지나 손톱, 발톱을 깎아 준다거나 하는 피부접촉에 매우 행복해하였다. 피부접촉 혹은 촉각을 통하여 이심전심으로 마음의 교감을 얻어낼 수 있었다. 부부지간인 경우에는, 비록 일 방향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통하여 ‘서로 몸이 교감’한다는 느낌을 얻게 되었다. 이러한 교감으로 가족은 환자에 대해 안심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동안 박탈당한 환자의 대변인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새로 얻게 된 자긍심과 자부심은 환자의 상태 수용에서 나아가 자신의 현실도 수용할 수 있게 하였다. 수용을 통하여 가족들은 그동안 불안하고 두렵고 억울하고 무력했던 자신의 마음을 안심시키며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중환자실 환자는 거의 대부분이 의식이 없는 환자라서, 가족들은 시각과 청각을 통한 직접적인 교류를 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부접촉과 함께 자신들의 시각과 청각을 통해 환자의 마음을 읽어주고 위로해 줄 수 있다고 여기었다. 이는 본인에게도 불안을 떨쳐내며 평화로운 마음을 갖는데 도움을 얻었다.
말씀은 안 하시지만 전 듣고 계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말씀을 드려요… 그리고 엄마가 늘 뭐 이렇게 어딜 주물러 달라 그러셨기 때문에 그걸 원하고 계실 것 같아서.. 다리도 주물러 드리고 손도 주물러 드리고 이렇게 머리를 뭐 눌러주면 편안하다고 그러셔서. 엄마가 이걸 느끼고 있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다. 중환자실 가시기 전에 엄마가 그러셨어요. 나는 니들 얼굴 보면 굉장히 안심이 된다고. 그래서 제가 엄마 손 발 만져드리면 신음소리도 더 많이 내시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환자한테도 굉장히 안심을 준다고 생각해요. 저도 덜 불안해지구요.(참여자 4)
첨단 의료기술의 발달로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중환자는 가족과 분리됨으로써 가족과의 정서적 유대가 단절되기 쉽고, 가족 또한 위기 상황에 처한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가족 모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가족중심의 통합적 간호중재가 필요하지만 아직 중환자 가족의 경험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본 연구는 의료체계 및 의료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중환자 가족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하였지만, 상호작용 유형이나 수준 등에 대해 미리 틀을 가지고 분석한 것은 아니었다. 11명의 중환자 가족의 면담을 진행하고 면담 자료를 분석하면서 상호작용의 유형이나 수준 혹은 이들의 우려 등이 나타났고 또한 과정적인 것들이 드러나면서 이를 중심으로 총 5가지의 주제를 도출하였다.
본 연구결과, ‘환자의 유예된 죽음의 포로: 공포와 불안’이 중요한 주제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중환자실 가족들의 불안, 우울, 공포 등의 다양한 심리적 부적응과 건강문제를 제시한 연구[22]나 중환자 가족의 14~35%가 우울을, 35~73%가 불안을 경험했다는 연구[23]와 유사하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중환자실 입실 초기에 경험하는 가족들의 심리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어서 다른 연구와 차별화되고 있다. 이 결과는 가족들을 위한 효율적인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며 특히 입실 초기에 이러한 중재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환자 가족 중 그 대상이 여성, 배우자, 저학력자 인 경우, 의료인의 정서적 지지가 더욱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22].
본 연구결과, ‘약자로서의 가족: 억압과 저항‘이 중요한 주제로 나타났다. 중환자 가족들은 자신을 절대적 약자로 간주하고 있었는데, 이는 전문 의료인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위계질서 관계뿐만 아니라 정보와 소통 및 배려와 신뢰의 부재로 인한 고통과 억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환자의 질환에 대한 정보 결핍, 의료진과의 의사소통 및 정기적 만남 부재, 가족의 충족되지 못한 간호요구 등을 보고한 연구들[13172224]과 일치한다. 이는 중환자 가족을 위해서는 정서적 지지뿐만 아니라 정보적 지지 또한 매우 중요함을 보여준다. 올바른 정보를 통하여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을 위한 정보 제공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이론은 정보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강조한 상황파악 촉진이론(facilitated sensemaking theory)을 들 수 있다. 이는 Roy의 적응이론을 바탕으로 Weick의 상황파악이론(sensemaking theory)을 결합한 새로운 중범위 이론으로, 환자 및 가족이 정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간호사의 적극적 개입 및 구체적 간호중재활동을 강조하고 있다[25]. 즉, 가족들에게 단순한 정보제공이 아닌 간호사가 미리 환자의 상태 및 중환자실 환경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정보를 수집하고 선별할 뿐만 아니라 반성적 고찰 과정(reflective inquiry)을 통해 대상자로 하여금 지금 겪고 있는 위기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12]. 특히 상황에 대한 인식이 위기중재의 전제 요건인 만큼, 일반적인 정보제공을 넘어선 대상자의 이해도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족중심의 맞춤형 의사소통 개발이 중요하다.
본 연구결과, ‘가족으로서의 권한과 의무의 박탈: 무력감’이 중요한 주제로 도출되었다. 의료인들에게 전적으로 내맡겨진 환자에 대해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무력감은 환자의 상태와 예후에 대한 불확실성 및 중환자실에 대한 접근 제한 등으로 심화되었다. 이는 중환자 가족이 심한 무력감을 경험하며, 특히 낯선 환경과 역할 소실 및 통제력 상실 등과 같은 상황적 무력감이 가장 심하다고 보고한 연구결과를 뒷받침해 준다[1415]. 또한 중환자의 생존과 질병의 예후, 질병으로 인한 합병증에 대한 예측 불가능으로 인해 불확실성으로 특징지어진 장애를 경험한다는 보고와도 유사하다[24]. 하지만 본 연구는 가족의 보호기능 박탈 및 중환자실에 대한 엄격한 면회 제한 등이 어떻게 무력감을 심화시키는지 심층적으로 기술하고 있어서 무력감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한편 무력감으로 인해 자신이 직면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여 대처하지 않으면 더 큰 상황적 위기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24]. 무력감은 자아존중감과 방어기제를 위협할 수도 있다[26]. 따라서 가족의 보호기능을 북돋우기 위하여 환자의 상태나 예후에 대한 불확실성을 최대한 낮추고, 면회시간 제한과 같은 가족 친화적이지 못한 환경을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의료인과의 신뢰 회복: 감사와 위로’라는 긍정적인 경험의 주제를 도출하였다. 신뢰 회복을 통한 감사와 위로는 총체적 돌봄 제공에 대한 확신과 의료인의 지지와 격려를 통하여 나타났다. 이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환자, 가족, 간호사 간의 협력적 관계 형성은 가족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대처를 증진시킨다는 결과[27]를 뒷받침하고 있다. 의료인들은 중환자 가족의 말에 공감해주고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대화기술과 정서적 지지를 통하여 위기상황에 빠진 환자와 가족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71125]. 의료인들은 또한 보다 균형 잡힌 정보 제공으로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와 행위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15]. 이를 위해서는 교육, 상담 및 이용자원에 대한 지지체계 설립과 간호사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중환자 가족을 위한 심리검사 및 가족 상담 전문가 도입이 있다[91016].
마지막으로 ‘직접 돌봄을 통한 현실 수용: 안정과 평화’라는 중요한 주제를 도출하였다. 가족들은 마사지, 손톱 정리 등의 침상에서 할 수 있는 돌봄 활동을 통해 환자와 교감하고, 변화하는 상황을 이해하고 수용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이러한 결과는 상황에 대한 이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활동(action)을 통한 경험이 중요하다는 연구[1225]와 유사하다. 활동은 그 사건의 일부분이며 활동에 대한 반성적 고찰을 통해 상황을 재정의 한다[25]. 중환자 가족은 직접 돌봄을 통해 ‘현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뒤바뀐 상황에 따른 자신의 새로운 역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으며 자신이 무엇인가 해줄 수 있다는 것에 큰 위안을 얻는다. 따라서 중환자 가족이 보다 적극적으로 환자간호에 관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5]. 이러한 참여는 결국 무력감을 호소하는 중환자 가족 스스로 쓸모 있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28], 의료진과 가족 간의 동등한 치료적 협력 관계를 형성하여 최적의 간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간호사와 가족 간 파트너십을 활용한 중재가 환자의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2930], 가족을 치료 조력자(careassistant)가 아닌 치료 협력자(care partner)로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중환자 가족의 경험을 의료인과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두어 귀납적으로 탐구한 질적 내용분석 연구이다. 가족의 부정적인 경험, 즉 심리적인 공포와 불안, 억압과 무력감 등을 심층적으로 기술하였을 뿐만 아니라, 의료인과의 신뢰 관계가 점차 회복되고 환자의 직접 돌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의료인에 대한 감사와 함께 그동안의 심리적 문제를 털어내고 마음의 평화를 얻어가는 긍정적인 경험 모두 보여주고 있다. 이 결과는 중환자 가족의 역할 수행과 능력을 고취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추후 제언으로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중환자 가족을 치료의 협력자로 간주하며 이들에게 심리적, 정보적 지지를 포함하는 통합형 맞춤 중재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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