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List > J Korean Med Assoc > v.60(1) > 1043235

김, 박, 현, Kim, Park, and Hyun: 한국 의사윤리지침 및 강령의 연혁과 개정내용

Abstract

Medical ethics, autonomy, and self-regulation form the core of medical professionalism. Therefore, codes and guidelines regarding ethics are key documents that demonstrate the identity of physicians as a professional group in a society. In Korea, foreign declarations such as the Hippocratic Oath and the Geneva Declaration have been translated and introduced, while medical ethics guidelines have been introduced from developed countries. In 1961, 1965, and 1979, the Code of Medical Ethics was created and revised, but only in 1997 did Korean doctors develop their own ethics guidelines and codes reflecting their identity in Korean society. In order for these guidelines and codes to be effective living documents, they should be regularly modified to reflect changes in the medical environment and the field of medicine. In response to the urgent need to establish strict norms of medical professionalism in the 21st century due to internal and external problems in Korean society, the Korean Medical Association worked to revise the Ethics Code and Guidelines in 2016. This article reviews the history of how the Korean Code of Ethics and Guidelines has changed and examines the contents of the Code of Ethics and Guidelines as amended in 2016.

서론

의사윤리지침은 한 사회에서 전문가로서 의사집단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핵심문건이다. 의료전문직업성의 핵심이 의료윤리와 자율성, 자율규제라고 볼 때 의사윤리지침에는 의사들 스스로 자율성에 기초하여 만든 의료윤리와 자율규제의 내용이 포함된다[1].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시대에도 유교전통에 입각한 인술이 의사윤리의 근간을 이루었지만, 이들은 집단의식으로 발전되지는 않았다[2].
19세기 말 서양의학이 한국에 도입된 이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후 척박한 시기를 지나는 동안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제네바 선언 등 외국의 윤리선언들이 번역되어 소개되었고 선진국의 의료윤리지침이 도입되었다. 1961년과 1965년, 1979년에 걸쳐 ‘의사의 윤리’ 강령이 만들어지고 개정이 되었으나, 한국의 의사들은 1997년 무렵에 비로소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윤리지침과 강령을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23]. 이러한 지침과 강령이 실효성 있는 문서가 되기 위해서는 의료환경과 의학의 변화를 반영하여 정기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4]. 21세기에 들어와 한국 사회에서 의료계 내외부의 문제들로 인해 더욱 긴박하게 요청되는 의학전문직업성의 확립 요구에 부응하여 2016년 대한의사협회는 의사윤리강령과 지침을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원고에서는 해방 후 한국 의사윤리강령과 지침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그 연혁을 살펴보고 2016년 개정되는 의사윤리강령과 지침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의사윤리강령과 지침의 연혁

1. 국제 의사윤리강령의 도입과 적용(1961-1994)

해방 후 한국 의사집단에서 의사윤리강령이 처음 제정된 것은 1961년이다. 그 이전에는 1938년 일제시대에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번역되거나 이 선언을 보편적 형태로 개조한 ‘제네바 선언’이 1955년에 번역되기도 하였다. 대한의학협회에서는 1961년 10월 13일 의사의 일반적 의무, 환자에 대한 의무, 의사 상호간의 의무 3파트로 나누어진 ‘의사윤리’를 발표했다(Table 1). 이는 1949년 세계의학협회가 만든 ‘국제의사윤리강령’을 번역한 것이었다. 이 강령은 1961년 군사 쿠데타 분위기에서 국가재건최고회의의 의도 확립의 요구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의사집단 내부의 자각과 숙고가 깊이 반영된 것은 아니었다[2]. 1965년에 대한의학협회는 ‘의사윤리’를 수정하여 전문을 만들고 파트 구분을 없애고 10개 항으로 ‘의사의 윤리’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당시 한국 상황에서 의사를 비난하는 두 가지 응급환자 거부와 허위진단서 발급에 대한 조항이 빠져서, 한국 현실에서 민감한 논쟁거리를 빼고 만들었다[2].
1965년 개정된 ‘의사의 윤리’는 1979년 4월 29일 대한의학협회 31차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개정안이 확정되기까지 14년 동안 그대로 있었다. 그러나 1978년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고 의사와 병·의원의 수가 증가하여 한국 의료환경이 크게 달라지게 되자 의사윤리강령의 개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1979년 개정된 ‘의사의 윤리’는 그 1965년 것과 마찬가지로 전문과 10개 항으로 구성되었다. 가장 큰 변화로는 제1항의 “의사는 환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그들의 질병을 예방, 진료함을 사명으로 한다”와 제10항의 “의사는 보건의료의 직무와 더불어 지역사회발전에 적극 참여한다”가 새로 들어간 것이다. 이전까지의 의사윤리강령이 히포크라테스 선서 이래 지녀왔던 ‘의사가 약자인 환자에 대해 마치 아버지처럼 돌본다는 온정적인 부권주의’의 입장에서 “환자의 인격을 존중한다”는 천명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또한 의사가 “지역사회발전에 적극 참여한다”는 윤리강령은 진료실 내부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활동을 넘어 의사가 속한 지역사회에 대해 기여하는 데까지 그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1979년 ‘의사의 윤리’가 세계의학협회의 ‘국제의사윤리강령’과 미국의사협회 ‘의사윤리강령’을 참조하여 한국 상황에 맞게 수정해서 만든 결과였다[2].

2. 한국 의사의 정체성과 의사윤리강령·지침의 수립(1995-2015)

1979년 만들어진 ‘의사의 윤리’는 18년 동안 사용되다가 1997년 개정되었다. 이 기간 동안 의료와 의료제도가 크게 변화하였고, 의학과 생명과학 또한 급속히 변화하여 이와 관련된 윤리와 규범이 크게 변화하였다. 의료보험제도의 도입으로 보건의료가 확장되며 환자의 권리의식이 신장되었고, 의료에서 소비자 주의가 등장하며 의사의 탈전문주의화가 진행이 되었다. 또한 의학의 각 부문에서 첨단의학이 크게 발전함에 따라 인류의 역사에서 처음 제기되는 심각한 생명윤리의 문제들이 대두되었다[5]. 시험관아기 시술로 보조생식술과 성감별 윤리의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식외과의 발달로 뇌사와 장기이식 관련한 윤리문제, 연명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연명치료 관련된 윤리문제, 인간복제의 윤리문제 등이 출현하였다. 임상시험 등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의학연구가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며 세계화되었고 제약이나 의료기기 등 의료관련산업이 팽창되며 의학연구윤리 문제가 크게 대두되었다.
이러한 의료환경의 변화들을 반영하기 위해 1995년 대한의학협회 윤리위원회에서는 기존 1979년 ‘의사의 윤리’를 개정하기로 하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황상익 교수에게 의뢰하여 초안을 마련하게 하였다[2]. 달라진 의료환경을 반영하여 ‘의사윤리선언’(전문개정 1997년 2월 27일), ‘의사윤리강령’(1997년 4월 12일 제정), ‘의사윤리지침’(2001년 4월 19일 제정, 2001년 11월 15일 공포) 등 세 가지 문서가 채택되었다. 선언과 강령을 준비할 때 외국의 의사윤리지침들도 참조를 했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의사들에게 의견을 수렴하고, 대한의사협회 내부와 외부와의 공청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를 거친 끝에 확정되었다. ‘의사윤리선언’은 전문과 의술, 환자, 동료의사, 사회에 대한 선언을 각각 담은 4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짧은 문서이다. ‘의사윤리강령’은 선언을 구체화하여 제1장 의사의 일반적 의무와 권리, 제2장 환자와 의사의 관계, 제3장 동료 보건의료인들과의 관계, 제4장 의사의 사회적 역할과 임무, 제5장 시술과 의학연구 등, 제6장 윤리위원회의 구성 등 6개의 장과 33개의 조로 이루어졌다.
1997년 만들어진 ‘의사윤리강령’은 한국에서 그 이전까지의 히포크라테스선서를 기초로 만들어진 외국의 의사윤리지침을 변용하면서 취한 의사의 가부장적 온정주의의 입장을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평가된다[2]. 즉 환자를 의사와 동등한 권리를 갖는 주체로 설정하고 의사와 동반자의 관계임을 천명한 것이다. 강령의 다음 조항들에 이러한 내용이 잘 나타나 있다. “의사는 환자와 국민을 수동적인 의료수혜자가 아니라 국민건강권과 의사의 진료권 확보 등 의료환경의 개선을 향하여 함께 노력하는 동반자로 인정한다(9조).” 또한 “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와 담당 의사의 진료방법에 대하여 알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한다(12조)”고 하여 환자의 의사선택의 권리와 알 권리를 천명하였다. 환자의 알 권리는 의사의 설명의 의무를 수반하므로, “의사는 환자의 질병상태와 예후, 수행하려는 시술의 효과와 위험성, 진료비 등에 대하여 환자나 보호자에게 신중, 정확, 친절하게 알림으로써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환자의 적극적인 역할을 제고하여야 한다(13조)”고 의사의 설명의 의무를 명시하였다. 동료 보건의료인들과의 관계도 “의사는 모든 동료 보건의료인들을 서로 아끼고 존중(16조)”하며, “모든 보건의료인들이 수행하는 직무의 가치와 내용을 인정하고 이해(17조)”하여 상호 존중에 기반한 민주적인 관계임을 천명하였다.
또한 “의사는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행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료 보건의료인들의 의료행위에 대하여 비난하지 않는다(19조)”와 같이 동료 보건의료인에 대한 비방 금지를 명시하였다. 동료 의료인들의 오류나 잘못에 대해 의사들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다음 조항 “의사는 동료 보건의료인들이 의학적, 윤리적 오류를 범하는 경우 그것을 알리고 바로잡아야 한다(20조)”는 그 이전 강령에는 없었던 조항으로 자기규율을 핵심으로 하는 전문주의에 입각해 볼 때 새롭게 진일보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2001년 ‘의사윤리강령’이 만들어진 4년 뒤 강령을 더욱 구체화한 ‘의사윤리지침’이 발표되었다. 제1장 의사의 일반적 윤리, 제2장 환자에 대한 윤리, 제3장 동료 보건의료인에 대한 윤리, 제4장 의사의 사회적 역할과 의무, 제5장 시술 및 의학연구와 관련된 윤리, 제6장 윤리위원회 등 6개 장과 78개조로 구성되어 강령에 대한 실천적인 지침을 제시하였다. 이 중에서 제5장 시술 및 의학연구와 관련된 윤리에서는 21세기에 제기되는 생명윤리의 주요 문제들(인공수태시술, 대리모, 의사조력자살, 안락사, 뇌사, 장기이식, 인체대상연구 관련 윤리적인 문제들)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였다.
가장 마지막으로 개정이 이루어진 2006년에는 ‘의사윤리선언’은 폐지되었고 ‘의사윤리강령’과 ‘의사윤리지침’의 전문개정이 이루어졌다. 의사윤리강령은 33항에서 8개의 조항으로 축소되었고, 의사윤리지침은 78개 조항에서 30개 조항으로 줄었다. 윤리위원회 등 이전에 들어있던 주요 내용이 다수 삭제되었고, 의사들의 대사회적인 요구사항이 들어가는 등 윤리지침에 걸맞지 않는 내용이 들어가며 큰 폭으로 사실상 개악되었다. 2006년 4월 22일에 전문개정을 한 개정 취지에 의하면, (1) 사회제도 및 국민의식구조 변화에 따른 현실 반영, (2) 의사와 환자의 대등관계 구현, (3) 의사 모두가 공감, 자율적 준수 유도, (4) 소신진료를 위한 사회적 책임의 구체화, (5) 환자의 자율성 존중 및 의사의 책임 구체화, (6) 제정자의 취지 고려 등이 명시되었다. 그러나 개정된 의사윤리지침은 의사들의 전문가적 행위규범과 사회적 책무와 윤리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 “의사 모두가 공감”하는 바 대로 “소신진료를 위한 사회적 책임의 구체화” 등 사회에 요구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의사집단이 준수해야 하는 윤리지침의 성격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2006년 당시는 의사윤리지침을 잘 개정하겠다는 것보다 의사윤리지침이 거추장스럽다는 분위기였으며, 의사에게 불리한 내용은 대충 지침에서 제외시키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6]. 또한 “윤리선언도 지금은 필요 없고, 나중에 살리면 되지 하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윤리위원회와 관련된 장을 아예 없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집단이 윤리규약을 천명하고 자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접은 모양새가 되었다. 의사윤리강령과 지침이 개악이 되고 의사들의 관심 밖에서 제 구실을 못했던 지난 10여 년간, 의료계에서 비윤리적인 문제들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의사들을 처벌하는 입법들이 점점 더 강화하게 되었다. 이에 의료윤리지침과 강령이 실제로 의사의 윤리적인 행동을 안내할 실제적인 문서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자성과 더불어 변화한 사회와 의료환경에 맞게 의사들이 실제로 지킬 수 있고 지켜야 할 윤리지침으로 전면 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3. 의학전문직업성에 기초한 의사윤리강령·지침 (2015-)

2015년의 의사윤리 강령·지침 전면개정은 2010년경부터 한국 의료계 내부에서 강조되던 의학전문직업성에 근거하여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이전 시기의 작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21세기 들어와 한국 사회에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의사들의 전문직업성, 그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모색과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들이 있었다[378910]. 2010년 쌍벌제의 도입에서 보이듯이 의사직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저하되는 환경에서 법으로 의사들의 행위를 규율하고 처벌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의사들의 부도덕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들이 사회의 주목을 끌게 되자, 의료계 내부에서 윤리와 자율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의학전문직업성을 강조하고 집중적으로 교육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3]. 또한 2012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에서 제시한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에 따르면 의과대학생은 “진료상황에 맞는 의사협회의 의료인 윤리규정을 알고 일상 진료에서 규제와 법적 제한을 지킬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4]. 즉, 의과대학생의 윤리 교육에서 의사윤리강령과 지침이 그 핵심 내용이어야 함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먼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의료윤리지침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연구 용역을 의뢰하고[11], 이에 근거하여 2015년부터 의료윤리강령·지침의 개정작업에 들어갔다. 이번의 개정작업에는 의료윤리지침을 실제로 의사집단이 반드시 지켜야 할 전문가 집단의 규범윤리로 스스로 만들고 자율적으로 지켜 나가야 한다는 의식이 작용하였다[4]. 그렇지 않으면 의사들은 온갖 법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며, 의사들 스스로 규율을 못하니 국가가 나서서 통제하겠다는 상황, 즉 국가가 의사들의 행위규범을 일일이 통제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었다[46]. 국가가 의사에게 전문가로서의 배타적 자격을 부여한 만큼, 진료와 보건활동의 전문가로서 의사의 행위 지침과 위반 시 징계 기준 등을 위해 의사윤리지침을 전면 개정하여 마련한다는 것이다.

의사윤리지침 및 강령의 개정내용

실제로 살아있는 의사윤리강령과 지침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의사전문직이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가, 전문집단으로서 의사들은 국가와 사회에 대해 어떠한 핵심 가치를 중심에 두고 어떠한 사회적 임무를 책임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숙고를 통해 이를 천명하는 작업이 기본이 된다[14]. 의사윤리강령은 이러한 지향과 가치를 나타내는 문서이며, 의사윤리지침은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이를 구체화한 실천 지침이다. 즉 의사윤리지침은 좋은 의료행위를 장려하고 진료에서 윤리적으로 모호한 문제들에 대해서 참조할 기준을 제공하며,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금지해야 할 내용에 대해서도 명시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의사들에게는 제재와 처벌 중심의 규범이 아니라 최소한의 법률 준수 이상으로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실천적인 지침이 되고, 의과대학생들에게는 윤리교육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1. 개정되는 의사윤리강령 내용

2006년 개정된 현행 의사윤리강령은 전체 8개항으로, 내용을 보면, 가) 의사의 일반적 책임과 의무(제1호-3호), 나) 환자와의 관계 및 사회적 역할(제4호-6호), 다) 시술과 의학연구(제7호-8호) 등으로 되어있다. 의사윤리강령의 기본 정신을 계승·발전시킨다는 의미에서 이번 개정작업에서는 꼭 필요한 내용만을 더하거나 수정하였다. 개정되는 의사윤리강령은 10개항으로, 가) 의사의 일반적 윤리와 전문직업성(제1호-3호), 나) 환자와의 관계(제4호-5호), 다) 동료의료인과의 관계(제6호), 라) 의사의 사회적 역할과 의무(제7호-8호), 마) 시술과 의학연구(제9호-10호)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의사의 일반적 윤리와 전문직업성(제1호-3호)은 이전의 강령과 내용은 동일하나 “전문직업성 함양에 노력”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여 의학전문직업성을 의사집단이 공동으로 추구함을 다음과 같이 천명하였다. “1. 의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며, 의료를 적정하고 공정하게 시행하여 인류의 건강을 보호증진함에 헌신한다. 2. 의사는 의학적으로 인정된 지식과 기술을 기반으로 전문가적 양심에 따라 진료를 하며, 품위와 명예를 유지한다. 3. 의사는 새로운 의학지식·기술의 습득과 전문직업성 함양에 노력하며, 공중보건의 개선과 발전에 이바지한다.”
환자와의 관계(제4호-5호)에서는 환자의 인격과 자기결정권 존중 및 비밀과 사생활 보호에 대한 이전 강령의 내용은 그대로 두되, 환자의 알 권리와 최선의 이익 보호를 추가하였다. 가장 크게 바뀐 내용은 환자-의사 관계의 기초가 상호 신뢰와 존중임을 밝힌 것이다. 또한 환자 진료 중에 알게 된 환자의 비밀과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내용을 넣어, 진료나 수술 중의 의사와 의료진의 일탈적인 행위들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현실에서 향후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진료에 임하는 의사는 환자의 인격과 사생활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질 것을 다음과 같이 천명하였다. “4. 의사는 환자와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하며, 환자의 최선의 이익과 사생활을 보호하고, 환자의 인격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 5. 의사는 환자의 알 권리를 존중하며, 직무상 알게 된 환자의 비밀과 개인정보를 보호한다.”
동료의료인과의 관계(제6호)에서 이전 강령 2호에 있었던 “상호간에 우애, 존경, 신의로써 대하고”라는 내용은 의사들 사이에만 해당되는 내용이었으나, 개정되는 강령 6호는 “6. 의사는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해 모든 동료의료인을 존경과 신의로써 대하며,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로 존경과 신의로 맺는 관계는 의사들 내부 만이 아니라 환자 진료에 참여하는 모든 동료의료인들과의 관계에 해당됨을 명시하였다. 여러 직종의 보건의료인이 팀을 이루어 환자를 진료하는 현대 의료에서는 의사들과 동료의료인과의 협동은 환자의 안전과 최선의 진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함을 밝힌 것이다.
의사의 사회적 역할과 의무(제7호-8호)는 이전 강령의 내용을 폐기하고 완전히 바꾼 것이다. 2006년 이전 강령 6호는 “6. 의사는 응급환자가 아닌 자에 대하여 진료방해, 과잉진료요구 등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진료를 거부함으로써 건강한 진료문화의 발달에 기여한다”라고 하여 진료 거부권을 명시하였다. 올해 개정되는 강령에서는 이 내용을 삭제하고 “7. 의사는 사회 전체의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기여하며, 의료자원을 적절히 사용하고, 법과 제도를 개선하여 바람직한 의료환경과 사회체계를 확립하는데 이바지한다”고 하여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대응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포괄적인 의사의 사회적인 책무를 천명하였다. 또한 이해상충 관리에 관한 8항은 이번에 새로이 제정된 항목이다. “8. 의사는 의료정보의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며, 개인적 이익과 이해상충을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환자와 사회의 신뢰를 유지한다.” 전문가로서 의사에 대한 사회의 신뢰는 의사가 자신의 이익에 의해 객관성이 좌우되지 않고 의학정보의 객관성을 위해 항상 노력할 때 얻어진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2010년 쌍벌제의 도입으로 의사의 이해상충 문제가 법적인 처벌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의료전문인으로서 사회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의사의 이해상충 관리 책무를 밝힌 것이다.
시술과 의학연구(제9호-10호)에서는 이전의 강령에서는 죽음 관련 윤리만 다루던 것을 새 강령에서는 인간 생명의 탄생과 죽음에서 마주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입장을 천명하였다. “9. 의사는 사람의 생명과 존엄성을 수태된 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보호하고 존중하며, 죽음을 앞둔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환자가 인간답게 자연스런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의학연구를 다루는 10항에서는 헬싱키선언과 전면개정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반영하여 “10. 의사는 사람 대상 연구에서 연구참여자의 권리, 안전, 복지를 보호하며, 연구의 과학성과 윤리성을 유지하여 의학 발전과 인류의 건강 증진에 기여한다”로 개정하였다. 의사윤리강령은 의과대학생들이 졸업식에서 선서로 쓰이고 있으므로 말미에 “우리 의사는 위의 의사윤리강령을 자유의사에 따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는 문장을 추가하였다.

2. 개정되는 의사윤리지침 내용

2006년에 마지막으로 개정된 의사윤리지침은 이전의 2001년 지침에 있던 ‘장’의 구분을 폐지하고 내용을 축소해서, 가) 의사의 일반적 권리와 의무(제1조-4조), 나) 환자와의 관계 및 사회적 역할(제5조-13조), 다) 시술과 의학연구(제14조-30조)로 되어있었다. 10여 년만에 전면개정을 하는 의사윤리지침은 2001년 지침을 주로 참조하여 ‘장’의 구분을 부활시켰다. 2016년 12월 대한의사협회 공청회에 제출된 의사윤리지침 개정(안)은 총강(1-2조), 제1장 의사의 일반적 윤리(3-10조), 제2장 환자에 대한 윤리(11-18조), 제3장 동료 보건의료인에 대한 윤리(19-23조), 제4장 의사의 사회적 역할과 의무(24-32조), 제5장 개별 의료 분야 윤리: 출산과 임종, 장기이식, 의학연구 등(33-42조), 제6장 윤리위원회(43-45조)와 부칙으로 되어 있다(Table 2).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첨단 의학과 관련된 생명윤리 부분이 줄고, 환자 진료에서 의사의 행동과 의사결정과 관련되어 가치, 책임 등의 의료윤리의 주제들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전의 의사윤리지침은 현대 의학기술과 임상기술의 발전에 따르는 생명윤리 분야를 다루는 ‘시술과 의학연구’(제14조-30조)에 전체 지침 조항 30개 가운데 반이 훌쩍 넘는 17개조가 할애되었다. 첨단의학 관련 생명윤리는 중요한 내용이지만 주로 특정 전문과나 특정 상황과 관련되어 있어 환자를 진료하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일반적으로 부딪치는 윤리문제는 아니었다. 개정된 의사윤리지침은 일반 의사들이 일상적인 진료활동에서 전문적 행위와 판단을 안내해 주고 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특정한 상황에서 의사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혹은 그른 것인지에 대해 분명하게 알려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환자와의 관계에서, 또한 동료 의료인과의 관계와 사회와의 관계에서 의무와 금지를 규범적으로 제시하여 실천적으로 활용 가능한 지침이 되도록 하였다.
‘총강’에서는 ‘의사윤리지침’의 목적과 이 지침의 역할과 의미가 규정되었다. 지침은 ‘의사윤리강령’의 기본정신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의사가 신뢰와 존경을 받으면서 학문에 기초하여 양심과 전문적 판단에 따라 환자를 진료하며 윤리적인 의료를 펼칠 수 있게 하여 의사들이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인권 신장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1조). 이 지침은 모든 대한의사협회 회원에게 해당된다. “대한의사협회 및 회원은 의사윤리지침을 준수하여야 한다(2조).” 한마디로 의사윤리지침은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윤리성, 자율성, 전문성을 핵심으로 하는 의료전문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것임을 천명하였다.
의사의 일반적 윤리를 다루는 1장(3조-11조)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보전·증진함이 의사의 사명이자 책무(3조, 8조)임을 밝히고, 의사 개개인의 자기관리(4조, 6조)와 환자 진료에서 윤리(4조, 5조, 7조, 90조), 후학양성 의무(10조)를 다룬다. 제1장 의사의 일반적 윤리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의사는 모든 의학지식과 기술을 인류의 복리 증진을 위하여 사용하여야 한다(3조)” 이다. 그리 멀지 않은 20세기에 의학 선진국이었던 독일의 의사들을 포함해 의사들이 자신들의 의학지식과 기술을 전쟁과 고문, 인종학살과 반인륜적인 인체실험에 악용했던 많은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에, “의사는 모든 의학지식과 기술을 인류의 복리 증진을 위해서 사용하여야 한다”는 정언명령은 지난 20세기의 역사적 진실을 앞에 둔 21세기의 한국 의사들에게 진지하고 무겁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또한 의사의 사회적 책무(제9조)를 “법과 제도를 개선하여 바람직한 의료환경과 사회체계를 확립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제시하여, 법제도 개선을 통해 바람직한 의료환경과 사회체계 확립에 기여하는 지식인으로서 책무를 명시하였다.
의사는 무엇보다 전문가로서 자기자신을 관리해야 하는데, 새로운 의학지식과 기술을 습득·연마하고 이에 따르는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이해하며(4조), 윤리지침과 의료의 전문성을 지키어 의료인으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6조). 최근 쇼닥터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이에 대해 “의사는 의료행위뿐 아니라, 언행, 저서, 방송활동과 같이 사회적으로 넓은 범위에 걸쳐서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었다.
또한 의료윤리의 선행, 해악금지, 정의의 원칙들을 환자 진료에서 구현하기 위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의사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의료를 시행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5조)”는 선행의 원칙을 나타낸다. 진료에서 해악금지의 원칙은 제7조(진료에 임하는 의사의 정신적, 육체적 상태)에서 의사는 “마약, 음주, 약물 등” 또는 “자신의 정신적 또는 육체적 질병으로 인하여” 환자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상태에서 진료를 하여서는 안된다는 금지조항을 명시하였다. 제5조(공정한 의료 제공)는 의사가 진료에서 구현할 정의의 원칙을 지시한 것으로 “환자의 인종과 민족, 나이와 성별, 직업과 직위, 경제상태, 사상과 종교, 사회적 평판 등을 이유로 의료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하여 환자 차별을 금지하고 공정한 의료제공을 명시하였다. 또한 “의사는 진료 순위를 결정하거나 의료자원을 배분할 때 의학적 기준 이외에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조건 등을 고려하여서는 안 된다”는 조항은 의료자원의 분배적 정의를 의학적 기준에 둔다는 것을 천명하였다. 그 외에 “의무기록 등의 정확한 기록”(제9조)이 추가되어 의사는 의무기록과 진단서를 정확하고 성실하게 작성하는 의무와 고의로 위조, 변조, 누락, 추가 등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여서는 안 된다는 금지조항을 함께 명시하였다.
제2장 환자에 대한 윤리는 좋은 의료지침(good medical practice)의 핵심을 제시한 것이다. 제11조(의사와 환자의 상호 신뢰)는 “환자-의사의 관계는 상호 신뢰와 존중”이라는 강령의 정신을 바탕으로 현대 의료윤리 원칙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존중의 원칙’을 환자 진료에서 구현한 것이다. 의사가 진료할 때 인간존중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세 가지 환자군(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성인,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성인, 미성년자)에 대해 각각의 원칙을 제시하였다.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의 자율적인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환자의 이익이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11조 2항).” 또한 환자의 의사와 이익을 최대한 존중하고 보장하기 위하여 의사는 “삶과 죽음에 대한 환자의 가치관과 태도를 미리 알고자 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11조 5항).”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성인인 경우, “의사는 환자가 본인의 의사를 표명하기 어려운 심각한 정신질환이나 의식불명의 상태인 경우, 가족 등 환자 대리인의 의사와 판단을 존중하되, 환자의 평소 의사와 이익이 최대한 존중되고 보장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11조 3항).”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환자 본인 및 환자 대리인의 의사를 확인하여, 환자의 이익이 최대한 존중되고 보장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를 위한 환자의 알 권리와 의사의 설명 의무(15조)와 환자의 의사 선택권 존중(13조)을 명시하였다.
또한 환자의 인격과 사생활 존중(12조)과 환자 비밀의 보호(17조)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였다. 이번 지침에 새로 포함되는 조항으로는 “의사는 성적으로 민감한 환자의 신체 부위를 진찰할 때 환자가 원하는 경우 제3자를 입회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지금껏 의사윤리지침에서 명시하지 않았지만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다음 내용, “의사는 진료 관계가 종료되기 이전에는 환자의 자유의사에 의한 경우라 할지라도 환자와 성적 접촉을 비롯하여 애정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금지조항이 이번에 추가되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대리 진료의 문제에 대해 “의사는 자신의 환자를 기망하여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맡겨서는 안”되며, “진료의 일부를 다른 의사에게 맡길 경우에는 그 필요성과 해당 의사의 전문 분야, 경력 등에 관하여 환자에게 설명해주어야 한다(13조)”고 명시하였다. 그 외 회복 불능 환자의 진료 중단(16조)과 응급의료 및 이송(18조) 등 윤리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였다.
제3장 동료 보건의료인에 대한 윤리는 존중과 상호협력이라는 강령의 내용에 더하여, 정당한 불공정 경쟁금지 등(22조)에 대한 세부 지침이 있다. 의료전문주의의 핵심인 의사들의 자정을 명시한 동료 의사의 잘못에 대한 대응(23조)에서 ① “의사는 동료 의사가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의료행위를 시행하거나 이 지침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를 하는 경우 그것을 바로잡도록” 해야 하고 “각급 의료기관, 각급 의사회, 전문학회 등의 윤리위원회나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 알리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을 명시하였다.
이전 지침에 비해 의사의 사회적 역할과 의무를 다루는 제4장은 새로운 내용이 크게 보완이 된 부분이다. 지난 10여 년간 달라진 의료와 사회환경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먼저 의사의 사회적 책무(24조)에서는 가장 포괄적인 두 가지 의무, “의사는 지역사회, 국가, 인류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생명 보전, 건강증진,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는 내용과 “의사는 의료자원의 편성과 배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보건의료체계를 유지·발전시키는데 기여하여야 하며, 사회의 안녕을 증진하고 미래 의료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였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보여준 의사들과 의료인들의 활약과 헌신의 경험을 반영하여 제25조는 “보건의료 위기상황 시 구호활동”에 대한 윤리지침을 다루었다. 의사는 대규모의 감염병이나 천재지변과 재난으로 다수의 환자가 갑자기 발생하는 위기 상황에서 “개인적 또는 집단적으로 환자의 구호를 위해 가능한 자원을 동원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의사는 지역사회 구성원을 대상으로 적절한 소통과 상호협력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의사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26조)인 “의사는 진료 시 고문, 아동학대, 가정폭력, 성폭력 등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침해하는 행위를 알게 된 경우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함을 명시하였다. 진료 현장에서 의료자원을 배분하는 실제적 역할을 담당하는 문지기로서 의사의 사회적 임무로 제27조(의료자원의 적절한 사용)는 보건의료분야에 적정한 자원의 투입과 투입된 의료자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노력할 임무를 부여하였다. 쌍벌제의 도입과 김영란법의 도입으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해상충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어 제29조(이해상충의 관리)에서는 의사나 의사단체가 제약회사나 의료기기회사 등과 어떻게 바람직한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명시하였다. 의사의 사회적 윤리를 다루는 4장은 여러 개의 금지조항을 포함한다. 부당이득 추구 금지(29조), 과잉·부당진료 금지(30조), 허위·과대광고 등 금지(31조), 대중매체의 부당한 이용 금지(32조) 등에서는 그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의사들의 비윤리적이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에 대한 금지를 명문화하였다.
제5장 개별 의료 분야 윤리에서는 그간 생명윤리 영역에서 다루던 생명의 탄생과 죽음 관련 윤리적 문제들과 장기이식, 의학연구 등의 윤리문제를 다루었다. 그간 생명윤리와 장기이식 등에 관한 여러 법률이 제정되었으므로 중복되지 않게 윤리적 원칙을 중심으로 천명하였다. 생명의 탄생과 관련된 윤리에서는 산모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권에 특별한 주의를 요청하는 태아 관련 윤리(33조)를 촉구하고, 보조생식술 관련 윤리(34조)에서는 의학적인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 적극적 유전 선택 금지와 생식세포 매매 금지를 명시하였다. 죽음 관련 윤리에서는 연명의료(35조)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 경감과 품위 있는 죽음을 돕기 위한 의사의 의무를 나타내고 환자와 가족과 함께 연명의료결정과 호스피스·완화의료 등에 관한 논의를 하도록 권고하였다. 하지만 말기환자가 조절 불가능한 고통으로 안락사를 요구한다고 하여도 의사는 사망을 목적으로 약물을 투여하는 등, 안락사나 자살을 돕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금지하고 있다(36조). 뇌사의 판정(37조)과 장기이식(38-39조)에 대해서는 의사가 뇌사판정과 장기구득과 배분에서 법과 윤리를 지키어 장기 등 매매를 금지하고 장기배분에서의 정의를 구현하도록 명시하였다. 의학연구(40조)에서는 2013년 전면 개정된 생명윤리법에서 연구에 대한 자세한 법률이 있으므로 이전 지침의 연구관련 내용을 줄이고 헬싱키 선언의 핵심적인 내용과 연구에서의 이해상충의 문제를 다루었다. 제41조는 연구의 진실성에 대한 별도의 조항을 두어 의사는 연구할 때에 “정확하고 검증된 연구자료에 의거하여 연구를 수행하고 진실에 부합하는 연구결과를 도출하여 발표하여야 하며, 위조, 변조, 표절, 부당한 중복게재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됨을 천명하여 연구진실성을 포함한 연구윤리 전반 대한 지침을 제시하였다. 연구결과의 발표(42조)에서 의사는 검증되지 않은 연구결과를 학술발표 이외의 방법으로 광고하거나 진료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제6장 윤리위원회는 윤리위원회 설치(43조)를 명문화하여 각 의료기관, 의사회, 전문학회 등은 각각의 소임에 걸맞은 윤리위원회를 두어 상호간에 유기적이고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였다. 이들 윤리위원회 역할(44조)은 의사들에 대한 징계보다 의료윤리의 제고에 역점을 둔다는 점을 밝히고 나아가 국민의 건강권과 의사들의 진료권 신장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임을 명시하였다. 또한 의사윤리강령 및 지침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회원의 윤리의식 제고를 위해 의료윤리교육 계획을 수립하여 정기적으로 교육”할 의무를 나타내었다. 또한 징계(45조)에 관한 조항을 두어 “의사윤리 지침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한 의사는 대한의사협회 정관 및 징계규정에 따라 징계할 수 있다”고 명문화하였고 “지침에 기술되지 아니한 내용에 대하여는, 의료계 전반에 걸친 합의와 건전한 논의에 기초한 일반적 가치 판단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과 소명 기회 제공, 비밀유지 등 절차적 정의에 관한 사항도 구체화하였다.

결론

대한의사협회의 의료윤리강령과 지침의 역사를 볼 때 2015년부터 이루어진 개정은 의료전문주의에 입각한 최초의 전면 개정작업이다. 이 개정 작업은 최근 폭로되는 의사들의 비윤리적인 행위들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판단 기준을 제시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바람직한 의사의 자세와 행위 규범에 대해 안내하고 지도하는 선제적인 개정작업이기도 하다. 이번에 대한의사협회에서 개정하는 의사윤리강령과 지침이 의료전문주의에 입각한 큰 틀에서의 기본적인 윤리지침을 제공하게 되면, 의학의 전문분야에서는 각 전문분야별 세부지침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작업을 통해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에 이르기까지 의사윤리지침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뒤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의료윤리강령과 지침의 개정작업에 지침이 되도록 이번 의사윤리강령과 지침의 개정작업에 대한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백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의사윤리지침과 강령에 대한 해설서를 마련하고 각 조항에 대한 사례집도 만들어서 학생, 전공의, 의사들에 대한 의사윤리교육에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명시되었듯이 각 의료기관, 의사회, 전문학회 등은 각각의 소임에 걸맞은 윤리위원회를 두고, 회원의 윤리의식 제고를 위해 의료윤리교육 계획을 수립하여 교육하며, 정기적으로 의료윤리강령과 지침을 검토하여 의료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여 개정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지고 개정되는 의료윤리강령과 지침을 의사 내부에 광범위하게 공유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의과대학생들의 윤리교육과 전공의들의 졸업 후 교육, 의사들의 평생교육에 의사윤리강령과 지침이 공유되고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하는 훈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12]. 이렇게 될 때 의료윤리지침과 강령이 실제로 한국 의사들의 윤리와 전문가주의를 진료현장과 보건의료 현장에서 구현하게 하는 살아있는 문서가 될 것이다.

Peer Reviewers' Commentary

본 원고에서는 2017년 대한의사협회에서 개정하여 발표할 예정인 의사윤리지침 및 강령의 연혁과 개정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해방 이후 국제의사윤리강령의 도입과 적용(1961-1994), 한국 의사의 정체성과 의사윤리강령·지침의 수립(1995-2015), 의학전문직업성에 기초한 의사윤리강령·지침(2015-)으로 3단계 구분하였고, 이번 개정을 새로운 시기의 시작으로 정의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어떠한 시대적 상황들이 의사윤리규정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살펴보았고, 그에 대한 반성의 소리도 담았다. 이 원고에서는 이번 개정이 의사의 전문직업성이라는 철학에 근거를 두고 시행되었으며, 의사직에 대한 사회적 신뢰 저하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내용이라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윤리규정 개정이 해결해야 할 시대적 요구를 분명하게 하였다. 구체적 내용에 있어서도 이러한 요구들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을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는바, 본 원고는 이번 의료윤리규정의 개정 방향과 그 내용을 역사적 관점에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판단된다.
[정리: 편집위원회]

Figures and Tables

Table 1

History of codes and guidelines of medical ethics in Korea

jkma-60-8-i001

KMA, Korean Medical Association.

Table 2

Structure of proposed Medical Ethics Guidelines in Korea (2016, December)

jkma-60-8-i002

KMA, Korean Medical Association.

References

1. Yoo SH. Medical professionalism. Department of Medical History and Medical Humanities,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Clinical ethics. Seoul: Seoul National University Press;2014. p. 35–48.
2. Shin DW. History of medical ethics in Korea: focused on analysis of medical codes and covenants. Korean J Med Hist. 2000; 9:163–204.
3. Hong SS, Ahn DS, Lee MJ, Jang HJ, Heo YJ. Korean report on the global role of doctor in health care. Seoul: Korean Medical Association, Research Institute for Healthcare Policy;2014.
4. Yoo SH. Necessity and directions of revision of doctors ethics guidelines. Healthcare Policy Forum. 2014; 12:114–121.
5. Pak EJ. Law and ethics in the age of biotechnology. Seoul: Ewha Womans University Press;2000.
6. Kim JH, Yoo SH. Experts' talk: medical ethics is law; ignoring it will cause the crisis of survival. Doctor's News. 2015. 03. 16. cited 2016 Dec 22. Available from: http://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373.
7. Choi B. Modern-day medical professionalism: historical background, evolution of the concepts, and a critique on the statements. J Korean Med Assoc. 2011; 54:1124–1136.
crossref
8. Cho BH. Medical professionalism in Korea: a sociological view. J Korean Med Assoc. 2011; 54:1164–1171.
crossref
9. Ahn D. Development of medical professionalism in South Korea. J Korean Med Assoc. 2011; 54:1137–1145.
crossref
10. Kim S, Choi S. The medical professionalism of Korean physi-cians: present and future. BMC Med Ethics. 2015; 16:56.
crossref
11. Choi B. Development process for the development of good medical practice guidelines in Korea. Seoul: Korean Medical Association;2013.
12. Lee MJ. How to improve the 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 in Korea. Korean J Med Educ. 2016; 28:153–156.
crossref
TOOLS
ORCID iDs

Ock-Joo Kim
https://orcid.org/http://orcid.org/0000-0003-4095-4768

Yoon Hyung Park
https://orcid.org/http://orcid.org/0000-0002-1801-0552

Byung Gee Hyun
https://orcid.org/http://orcid.org/0000-0002-5526-1481

Similar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