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List > J Korean Med Assoc > v.60(1) > 1043170

박 and Park: 의사윤리지침과 관련 법률

Abstract

Professional ethics can often encompass areas regulated by law. This is true of the Korean Medical Association (KMA) code of ethics. Therefore, doctors should consider their legal obligations when complying with medical ethics guidelines. A revision prepared by the KMA committee on medical ethics guidelines contains 5 types of amendments. First, some guidelines deal with areas that are not governed by current legislation. A second set of guidelines clarify the obligation to comply with current legislation by specifying “to the extent permitted by the law”. A third set of guidelines repeat the contents of current legislation almost verbatim. A fourth set of guidelines explain the content of the current legislation in lay language when a chance of misunderstanding is present. Fifth, some guidelines can be interpreted as being in conflict with current legislation. The statement that physicians must consider the content of relevant laws does not mean that they must accept those laws uncritically. At a minimum, doctors should avoid falling into legal difficulties because of legal ignorance. Furthermore, doctors must make efforts to revise relevant laws that are not acceptable from the point of view of medical ethics. If doctors continue this effort, they can maintain their professional dignity. The revision of the medical ethics guidelines is the beginning of this effort. If doctors understand the relationship between medical ethics guidelines and current legislation, it will be easier for doctors to comply with medical ethics guidelines in the clinical setting.

서론

법과 윤리 혹은 도덕의 관계에 대하여는 많은 법철학적 이론이 있다. 여기에는 법과 도덕의 일원론, 법과 도덕의 이원론, 법은 도덕의 최소한론, 법과 도덕의 견련론 등이 있다[1]. 일상적인 도덕 개념을 윤리, 도덕, 사회규범로 분석적으로 구별하기도 한다[2].
일반적으로 윤리는 위반하였다고 해서 비난할 수는 있지만 처벌할 수 없는 사안을 지칭하는 반면 법은 위반하면 처벌할 수 있는 사안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문가 집단의 직업윤리로서의 윤리는 법적 규율의 대상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윤리장전은 쌍방대리금지 등 변호사법에 규정된 내용을 상세히 다루고 있으며 위반하면 처벌될 수 있는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3]. 미국 USMLE Medical Ethics 내용도 위반하면 처벌될 수 있는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4].
대한의사협회의 의사윤리지침 역시 마찬가지다. 연명의료 중단, 비밀유지의무, 진료거부금지 등 위반하면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될 수 있는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의사윤리지침을 이해하고 적용할 때는 언제나 관련 법률의 해석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관련 법률의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소한 관련 법률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여 무지 때문에 법적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예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더 나아가 의료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관련 법률은 전문가 집단이 함께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이다[5].

의사윤리지침과 현행 법령의 관계

의사윤리지침 및 강령 개정 대책위원회에서 마련한 의사윤리지침개정안(이하 지침)은 현행 법령과의 관계에서 볼 때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별할 수 있다.
첫째, 현행 법령에서 규율하지 않는 내용을 다루는 지침이 있다. 예를 들어, 지침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의사는 새로운 의학지식과 기술을 끊임없이 습득하고 연마하며, 그에 따르는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이해하고, 그 해결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이러한 지침은 순수 직업윤리적 규정으로서 이를 위배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어떠한 법적 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지침은 오로지 의사의 직업윤리적 관점에서 이해하면 된다.
둘째, 지침 자체에 ‘법령이 허용하는 한도에서’라는 문구를 넣어 현행 법령 준수의무를 명확히 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지침 제32조 제1항은 의사는 법령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신문, 방송, 유인물, 통신, 인터넷 등과 같은 대중 매체를 이용하여 의료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 제56조 제4항은 방송법 제2조제1호의 방송으로는 의료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6]. 이는 직업윤리적 문제라기보다는 행정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며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내용이다. 따라서 지침에서 방송을 통한 의료광고에 대한 직업윤리적 가부를 언급하지 않고 ‘법령이 허용하는 한도에서’라는 문구로 정리하는 것은 현행 법령을 존중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법이다.
셋째, 지침이 현행 법령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지침 제10조 제2항에 따르면 의사는 환자가 요청하는 경우 환자의 진료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이외에는 의무기록을 확인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또한 동조 제3항에 따르면 의사는 환자의 동의나 법률적 근거 없이 제3자에게 환자의 진료에 관한 사항을 알게 하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동조 제4항은 의사는 의무기록을 고의로 위조, 변조, 누락, 추가 등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지침은 현행 의료법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넷째, 지침에서 현행 법령의 내용을 평이한 언어로 서술하면서 오해의 소지가 존재하는 경우다. 평이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의사윤리지침이라는 성격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현행 법령과 관련하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침 제30조 제2항은 의사, 의료기관, 학술단체 등은 제약회사나 의료기기회사 등으로부터 연구비, 국내외 학술대회 참가경비, 학술대회 기념품 등 학술활동을 지원받는 경우 그 방법과 절차가 공정하고 공개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 제23조의2 제1항은 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의 취득 금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의약품공급자로부터 의약품 채택·처방유도·거래유지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받거나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받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 후 조사 등의 행위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의 경제적 이익 등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7].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제약회사의 학술활동 지원이 방법과 절차가 공정하고 공개적이라고 해서 다 합법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약회사의 학술활동 지원은 의료법과 동법 시행규칙이 상세히 규정한 내용을 준수해야 합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요컨대 방법과 절차가 공정하고 공개적이어야 한다는 지침의 내용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다섯째, 지침이 현행 법령과 상이하거나 충돌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다. 이러한 지침은 가급적 현행 법령의 내용과 충돌하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해석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지침이 현행 법령의 내용과 어떤 측면에서 상이한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때로 지침에 부합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아래에서는 넷째 유형과 다섯째 유형에 해당하는 몇 가지 지침의 법적 측면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현행 법령과의 관계에서 주의해야 할 지침

1. 설명의무 관련 지침의 법적 측면

지침 제16조 제1항은 의사는 긴급한 경우나 환자에게 기타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진료를 시행함에 앞서 질병상태, 예후, 치료의 필요성, 의료행위의 내용, 효과, 위험성 및 후유증 등에 대하여 설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침의 내용은 다음 대법원 판례의 입장과 거의 유사하다. 환자의 수술과 같이 신체를 침해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긴급한 경우 기타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행위에 앞서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해당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진료행위를 받을 것인지의 여부를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그 진료행위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8].
그러나 위 지침의 ‘긴급한 경우’의 범위는 주의하여 해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응급환자라고 해서 곧바로 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긴급한 경우’에 해당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에 따르면 응급의료종사자는 ① 응급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②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하여 응급의료가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여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에 관하여 설명하고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9].
따라서 위 지침의 ‘긴급한 경우’란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하여 진료가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여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로 제한하여 해석해야 한다.
한편 지침 제16조 제2항에 따르면 의사는 ‘환자가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제1항의 내용을 가족 등 환자의 대리인에게 설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조 제3항에 따르면 의사가 제1항의 설명을 환자에게 하는 것으로 인하여 환자의 불안감을 가중하는 등의 정서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이로 인하여 향후 치료 진행이나, 건강 회복에 나쁜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가족 등 대리인에게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제2항과 제3항의 관계가 문제될 수 있다.
설명의무의 상대방은 환자 본인이 원칙이다. 대법원은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 내지 선택권은 환자에게만 있고, 그 가족들은 설명의무의 상대방 내지는 동의, 승낙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10].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의사가 환자 본인이 아닌 가족에게 설명을 한 경우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인정하고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명한 다수의 판결이 존재한다.
따라서 환자 본인에게 의사능력이 없거나 환자 본인에게 직접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경우에만 환자의 가족 등 대리권자에게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지침 제16조 제2항에서 ‘환자가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는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동조 제3항은 제2항의 한 예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 역시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2. 환자의 비밀보호 관련 지침의 법적 측면

의료법 제19조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의 정보누설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11]. 즉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이 법이나 다른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의료·조산 또는 간호업무나 제17조에 따른 진단서·검안서·증명서 작성·교부 업무, 제18조에 따른 처방전 작성·교부 업무, 제21조에 따른 진료기록 열람·사본 교부 업무, 제22조 제2항에 따른 진료기록부등 보존 업무 및 제23조에 따른 전자의무기록 작성·보관·관리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
한편 의료법 제21조 제3항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가 환자 본인이 아닌 제3자에게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교부하는 등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를 국민건강보험법, 형사소송법 등 각종 법률에 규정된 경우로 한정하여 열거하고 있다[12]. 요컨대 현행 의료법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의사는 자신이 치료하고 있는 정신질환자가 살인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도 그 사실을 수사시관 등에 고지할 수 없다.
반면 지침 제18조 제4항은 의사는 환자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할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있고, 그 계획이 구체적인 경우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환자의 비밀을 제3자에게 알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침 제18조 제4항은 의사가 환자의 비밀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 관한 일반적인 원칙을 규정한 것이다. 현행 법령의 내용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지침 제18조 제4항은 심각한 위해, 명백한 의도, 계획의 구체성,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성이 명백한 경우로 제한하여 해석해야 할 것이다.

3. 진료중단 관련 지침의 법적 측면

2006년 2월3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2017년 8월 4일 시행예정이다[13].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환자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말기환자를 구별한다. 임종과정이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말하며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란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으로부터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자를 말한다. 한편 말기환자란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이다.
둘째, 환자연명의료결정법은 연명의료의 범위를 제한한다.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일반연명의료는 아예 연명의료의 범주에서 제외하고 특수연명의료만을 연명의료로 규정한다.
셋째, 환자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연명의료의 대상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한정되지만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대상은 말기환자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모두 포괄한다.
넷째, 환자연명의료결정법은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구별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19세 이상인 사람이 자신의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 반면 연명의료계획서란 말기환자 등의 의사에 따라 담당의사가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사항을 계획하여 문서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
다섯째, 환자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와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의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구별하여 규정한다.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1) 연명의료계획서가 있는 경우, 2)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있는 경우, 3) 두 문서가 모두 없고 19세 이상의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환자 가족이 1명인 경우에는 그 1명의 진술)이 있는 경우로 세분된다. 여기서 환자의 가족이란 ① 배우자 ② 직계비속 ③ 직계존속 ④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 형제자매를 말한다. 다만, 그 진술과 배치되는 내용의 다른 환자 자공의 진술 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환자의 의사로 추정하지 않는다.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1) 미성년자인 환자의 법정대리인(친권자에 한정)이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의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와 2) 환자가족(행방불명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외) 전원의 합의로 연명의료중단결정의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로 구별된다.
지침 제17조와 제36조는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지침 제17조는 회복 불능 환자의 진료 중단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다. 지침 제17조 제2항에 따르면 의학적으로 회생의 가능성이 없는 환자나, 가족 등 환자의 대리인이 생명유지치료를 비롯한 진료의 중단이나 퇴원을 문서로 요구하는 경우, 의사가 의학적으로 무익하거나 무용하다고 판단하는 생명유지치료에 대하여 그러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허용된다. 그러나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한편 지침 제36조는 연명의료라는 제목을 갖고 있다. 지침 제36조 제3항에 따르면 의사는 말기환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적절한 시기에 환자 및 가족과 함께 연명의료결정 및 호스피스·완화의료 등에 관한 논의를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위 지침의 내용은 환자연명의료결정법과 상이하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우선 지침 제36조는 말기환자의 연명의료결정 및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해 규정함으로써 말기환자가 연명의료결정의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둘째, 지침 제17조의 제목은 회복 불능 환자의 진료 중단으로 되어 있지만 구체적 내용에서는 회생의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진료 중단을 규정하고 있다. 환자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하여는 ‘회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말기환자에 대하여는 ‘회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셋째, 지침 제17조 제2항에서 가족 등 환자의 대리인이 요청하는 경우의 진료중단이 의학적으로 회생의 가능성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환자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하여 환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의료중단결정을 허용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지침 제17조는 환자연명의료결정법의 임종기환자 연명의료중단에 대응하고 지침 제36조는 환자연명의료결정법의 말기환자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에 기술한 바와 같이 지침의 내용과 환자연명의료결정법의 내용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지침 제17조와 지침 제36조의 관계도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다.

4. 동료의료인 관련 지침의 법적 측면

지침 제23조 제1항은 의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하려는 환자를 자신의 의료기관으로 유인하거나 대가를 지급하고 제3자로부터 소개·알선을 받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조 제2항은 의사 및 의료기관은 환자를 유치할 목적으로 차량 운행, 진료비 할인 등 진료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편의 제공과 같은 불공정한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지침의 내용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내용과 유사하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14].
지침 제23조 제2항의 내용에서 문제될 수 있는 부분은 급여, 비급여 구분 없이 진료비 할인 자체를 곧바로 불공정한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피부과 의원이 홈페이지에 중고생 등 청소년이 여드름 약물 스케일링 시술을 할 경우 50%를 할인해 준다는 내용의 여름맞이 청소년 할인 이벤트를 실시했다가 진료비 할인 및 환자 유인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받아들여 상고를 기각한 바 있다[15]. 대법원 판례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구 의료법 제25조 제3항의 본인부담금이란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에 의한 급여대상에서 수급자가 급여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며 급여 대상이 아닌 진료비까지 위 규정상 본인부담금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형벌법규를 지나치게 확장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 허용될 수 없다.
둘째, 의료기관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이상 소비자인 환자들에게의 접근을 완전히 봉쇄할 수는 없으므로 의료기관 및 의료인이 스스로 자신에게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는 그 과정에서 환자 또는 행위자에게 금품이 제공되거나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의료법 제25조 제3항의 환자의 유인이라고 할 수 없다.
셋째, 의료기관 홈페이지에 약 50일간 청소년을 대상으로 여드름 약물 스케일링 시술시 50%를 할인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한 것은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않으므로 구 의료법 제25조 제3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위법이 없다.
의료법령 특히 건강보험법령은 의사 혹은 의료기관 사이의 경쟁을 상당히 제한하고 있으며 특히 급여대상에서의 가격경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가격 경쟁이 환자 혹은 소비자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니며 그 정도가 극심하여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할 정도가 아니면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허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지침 제23조 제2항의 진료비 할인과 관련된 부분은 급여대상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인권보호 관련 지침의 법적 측면

지침 제27조는 의사는 진료 시 고문, 아동학대, 가정폭력, 성폭력 등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침해하는 행위를 알게 된 경우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내용은 의사의 윤리적 의무로서 합당하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사회가 너무 쉽게 의사의 윤리적 의무를 법적 의무로 전환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법령은 인권보호라는 명분 아래 의료인에게 다양한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제10조 제2항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장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16]. 노인복지법 제39조의 6 제2항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의료업을 행하는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장은 그 직무상 노인학대를 알게 된 때에는 즉시 노인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17]. 또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2항에 따르면 아동, 60세 이상의 노인, 그 밖에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결여된 사람의 치료 등을 담당하는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장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가정폭력범죄를 알게 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18]. 그리고 성폭력 방지 및 피해방지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9조는 19세 미만의 미성년자(19세에 도달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미성년자는 제외한다)를 치료하는 시설의 장 및 관련 종사자는 자기의 보호ㆍ지원을 받는 자가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인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19].
의사와 환자는 의료계약적 관계다. 환자가 의사에게 진료를 의뢰하고, 의사가 그 요청에 응하여 치료행위를 개시하는 경우에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의료계약이 성립된다. 자기결정권 및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의료계약의 본질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는 자유로이 의료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의료계약을 유지하는 경우에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는 제공되는 진료행위의 내용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20].
의사에게 수사기관에 대한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와 무관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만일 61세 노인이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지만 신고를 원하지 않는다면 의사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해야 하는가? 또 성인여성이 성폭력의 피해자이지만 신고를 원하지 않는다면 의사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해야 하는가? 쉽지 않은 문제다.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의사에게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무관하게 수사기관에 대한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동 등 의사결정능력이 떨어지는 환자에 한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러나 현행 법령은 의사의 신고의무를 섬세하게 한정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큰 문제다. 따라서 지침 제27조가 현행 법령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6. 진료거부 금지 관련 지침의 법적 측면

지침 제15조 제1항에 따르면 의사는 진료의 요구를 받은 때에는 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다만, 진료에 지속적으로 협조하지 않거나 의학적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를 요구하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소위 진료거부 금지 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의료법 제15조 제1항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21]. 의료법과 비교하여 지침의 특징은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의 내용을 진료에 지속적으로 협조하지 않거나 의학적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를 요구하는 경우 등으로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침의 태도는 판례나 유권해석의 태도와 유사하다.
다만 응급환자가 아닌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의사에게 진료거부 금지의무를 부과하는 현행 법령이 합당한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현행 법령의 태도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지침의 입장이 합당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독일 의사직업규정에 따르면 의사는 응급 시의 구조의무를 제외하고는 환자의 치료를 거절할 수 있으며 자신과 환자 사이에 필요한 신뢰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하는 경우에는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22].
미국의사협회 윤리규정 역시 의사는 응급진료 외에 누구를 치료할 것인지, 누구와 관계를 맺을 것인지, 그리고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환경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23].
대법원은 의사와 환자관계를 계약적 관계로 보고 있다. 환자가 의사에게 진료를 의뢰하고, 의사가 그 요청에 응하여 치료행위를 개시하는 경우에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의료계약이 성립하고 자기결정권 및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의료계약의 본질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는 자유로이 의료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24]. 이처럼 환자가 의사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고 또 자유로이 의료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면 의사에게도 이러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다만, 응급환자의 경우에는 환자의 생명보호를 위하여 예외적으로 의사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할 수 있다. 독일, 미국의 의사윤리규정이나 법령은 이러한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과 제언

전문가 집단의 직업윤리로서의 윤리는 법적 규율의 대상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의사협회의 의사윤리지침 역시 마찬가지다. 연명의료 중단, 비밀유지의무, 진료거부금지 등 위반하면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될 수 있는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의사윤리지침을 이해하고 적용할 때는 언제나 관련 법률의 해석을 고려해야 한다.
의사윤리지침 및 강령 개정 대책위원회에서 마련한 의사윤리지침개정안은 현행 법령과의 관계에서 볼 때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별할 수 있다. 첫째, 현행 법령에서 규율하지 않는 내용을 다루는 지침이 있다. 둘째, 지침 자체에 ‘법령이 허용하는 한도에서’라는 문구를 넣어 현행 법령 준수의무를 명확히 한 지침이 있다. 셋째, 현행 법령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반복하는 지침이 있다. 넷째, 현행 법령의 내용을 평이한 언어로 서술하면서 오해의 소지가 존재하는 지침이 있다. 다섯째, 현행 법령과 상이하거나 충돌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지침이 있다.
설명의무 관련 지침(제16조), 환자의 비밀보호 관련 지침(제18조 제4항), 진료중단 관련 지침(제17조, 제36조), 동료의료인 관련 지침(제23조 제2항), 인권보호 관련 지침(제27조), 진료거부 금지 관련 지침(제15조 제1항) 등은 현행 법령을 고려하여 해석에 주의해야 할 지침이다.
의사들이 관련 법률의 내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소한 관련 법률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여 무지 때문에 법적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예방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현재의 법적 규제에 함몰되지 않고 의료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관련 법률은 개정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의사들은 직업적 존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윤리지침개정안은 이러한 노력의 시작이다. 의사윤리지침개정안과 현행 법령과의 관련성이 잘 이해되고 전달된다면 임상현장에서 활용과 적용은 더 수월해질 것이다.

Peer Reviewers' Commentary

본 원고는 우리나라 의사윤리강령·지침의 내용을 법률적으로 검토,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윤리와 법의 복잡한 관계성에 비추어 볼 때 지침의 발표에 앞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며, 의사이자 변호사인 저자는 지침의 문안들이 법률과 어디서 일치하고, 혹은 갈등의 소지가 있는지를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의사윤리지침은 법률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용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현행 의사윤리지침의 일부 부족한 부분은 개정될 필요가 있고, 의사윤리지침을 해석하거나 이해할 때는 관련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의 지적과 제언은 의사윤리지침의 실질적인 해석과 적용, 또 향후 개정 및 관련 법률의 제, 개정과 관련하여 꼭 필요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정리: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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