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During the outbreak of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the Korean government responded with inadequate speed and thoroughness. As a result, serious damage occurred not only to public health, but also to socioeconomic life and public trust in the government. Although people are becoming increasingly aware that risk and crisis communications are important during infectious disease outbreaks, we still need a better understanding of what constitutes strategic risk communication. This article deals with the following issues: (1) what is risk communication? (2) During the development of risk communication strategies, how has the concept of the public been treated? (3) As the media landscape has changed, how have views of the role of the public in risk communication changed? This article traces how risk communication has moved from an expert-centered view to an audience-centered view. In the process, the concept of the public has changed from being the target of expert control to being the partner in a respectful dialogue. Strategic risk communicators need to understand how the role of the public has changed in today's diversified and fragmented media environment, where people not only consume but produce, share, and disseminate risk information. Finally, to make risk communication more effective during infectious disease outbreaks, public health experts and communication experts need to use “team science” to improve their abilities to work closely with one another as soon as outbreaks occur.
우리나라 공중보건 위기소통의 역사는 중동호흡기증후군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 메르스) 사태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르스는 2015년 5월 20일 첫 확진 환자 이후 같은 해 12월 23일 유행 종료를 선언한 날까지 확진자 186명, 사망자 38명, 격리자 16,752명이라는 인적 손실을 가져왔다[1]. 메르스의 사회 경제적 피해는 공중보건상의 피해 이상이다. 메르스의 사실상 종식이 선언되었던 2015년 7월 28일까지 약 2개월 동안의 경제손실은 10조 원에 달한다고 추정되었다[2]. 이러한 손실에는 2015년 6월 한 달간 의료기관의 영업손실 20% 감소, 서울의 대형마트 방문 횟수 18% 감소, 한국방문 관광객 38% 감소, 서울시 대중교통 승객 12% 감소 등을 포함한다[3]. 메르스 대응 실패로 인한 정부 신뢰도 추락은 액수로는 따질 수 없는 뼈아픈 손실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 한 여론조사의 응답자 3분의 2 이상이 메르스 관리당국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보고가 있다[3]. 2009년 신종플루와 2015년 메르스 유행 시 정책 신뢰도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정부 대응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 24% 대 15.6%)나 정부의 예방지침 및 홍보(44.5% 대 21.8%)면에서 메르스 위기 시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현격하게 낮았다고 밝혔다[4]. 이는 신종플루 당시 미국 조지아 주의 여론조사에서 정부가 국민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일반적인 믿음부터, 신종플루를 해결할 능력, 정부의 행동이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믿음 등 신뢰도의 여러 측면에서 모두 응답자의 50% 이상이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했던 결과[5]와도 비교된다. 정부 신뢰도는 감염병과 같이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상황에서 정부의 다양한 행동지침에 대한 순응과 그로 인한 위기극복 정도에 영향을 미치고, 한번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사회 전반에 걸친 피해는 메르스 위기대응 실패가 방역의 실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으며 대국민 위기소통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한다.
메르스 위기 이후 의료보건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메르스 위기소통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위기대응 소통 체계와 지침을 수립할 것을 논의해왔다. 공중보건위기대응사업단에서 2015년 말부터 2016년까지 출간된 보건복지부 및 전국 시도와 시군구에서 발간한 22개의 메르스 백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백서의 대부분은 위기소통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소통 자체의 부재, 관계 기관간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체계의 부재, 병원명 공개 등 정보공개와 중앙정부/지방정부, 의료기관 및 유관기관, 지역사회 및 일반국민 간의 정보공유의 부족 등을 포함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공중보건 위기대응체계와 지침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메르스 위기대응의 실패 사례를 분석한 연구도 있었다[6].
감염병 같은 공중보건 위기대응에 있어 소통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어떤 채널을 통해 누구에게 소통할 지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앞으로도 계속해서 닥칠 감염병 위기대응을 위한 소통전략을 수립하는데 있어 소통의 핵심요소인 공중과 미디어 환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1) 위험과 위기소통을 정의하고, (2) 위험, 위기소통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공중에 대한 개념의 변화를 설명하며, (3)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과 그 속에서 공중의 역할변화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닥칠 감염병 위기에 대한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공중이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 아닌 대화와 협력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의 변화와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전략 수립, 그리고 위기대응체계에서 의료보건전문가와 소통전문가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고자 한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위험의 본질이나 규모, 심각성, 통제와 관리 등에 대해 개인, 조직, 기관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정보를 교환하는 소통 과정으로 정의된다[78]. 위험은 위해와 관련된 상해, 질병, 죽음 등의 부정적 결과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9]이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은 불확실성을 수반하며 불확실성은 불안과 공포 등의 감정적 반응을 낳는다[10]. 이 때문에 위험을 “위해 + 분노 (outrage)”라고 정의하여 공중이 위험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 불안, 분노, 불신 등의 감정적 반응을 강조하기도 한다[11].
위험의 불확실성은 위험소통에 있어 핵심 이슈다. 그 불확실성은 위험 이슈 자체가 복잡해서 감염률, 치사율, 사망률 등의 규모나 강도에 대한 예측이나 평가가 어려워 야기되기도 하고, 위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위험에 대한 지식이나 평가 결과에 대한 이견 혹은 해석의 모호함 때문에 야기되기도 한다[12]. 첫 번째와 두 번째 의미의 불확실성은 대체로 전문가들이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만, 전문가들이 파악한 위험의 본질을 정확하고 분명하게(때로는 위험 이슈 자체의 복잡성이나 불예측성까지도) 전달해서 일반인들의 불안과 오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다.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위험은 존재하나 이러한 위험의 규모가 커지고 가능성이 현실화되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위기다. 이때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위기 커뮤니케이션과 맞물리게 된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홍보학의 한 분야인 위기관리에서 유래한다고 할 수 있다. 위기관리란 한 조직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위급상황에서 그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홍보를 활용하는 것이다[13]. 이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수용하는 등의 소통 전반을 위기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14]. 이러한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해관계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조직의 이미지를 유지 혹은 회복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며, 필요한 지지를 확보하고, 필요한 행동을 정당화하며, 사회적 치유와 변화를 촉구할 수 있게 된다[15].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2001년 9·11 테러를 겪었던 시점에서 생화학물질인 탄저균에 노출된 22명의 감염자 중 5명이 사망한 사건을 위험과 위기소통의 가장 큰 실패로 본다. 이에 즉각적이고, 위협적이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어떻게 공중에게 효과적으로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고, 서로 독립적으로 발전해온 위험과 위기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위기와 응급 위험 커뮤니케이션(Crisis and Emergency Risk Communication, CERC)으로 통합할 것을 제안하였다[15]. 2008년에 처음으로 발간되고 2014년에 개정된 CERC 지침서는 다양한 위험과 위기상황에서 전략적이고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CERC 지침서는 공중보건의 위기를 맞을 때 명심해야 할 기본원칙을 신속할 것, 정확할 것, 정직하고 신뢰감 있을 것, 공감을 표현할 것, 행동을 촉구할 것, 존중할 것의 6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2014년에 개정된 CERC 지침서는 400여 쪽에 달하는데, 위기상황에서의 사람들의 심리를 설명하며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메시지 개발 원칙을 제시하고 위기 5단계(사전위기, 초기단계, 유지단계, 해결단계, 평가단계)별 해야 할 일과 전달할 메시지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이 개정판에서는 위기상황에서 공신력 있고 일관된 대변인의 역할과 미디어/언론의 참여 및 협조 유도를 강조하고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협력자 간의 소통,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등 뉴미디어의 특성과 역할 및 활용방안도 제시한다.
이러한 CERC의 원칙과 지침을 바탕으로 메르스 소통의 실패사례를 평가한 국내연구[6]에서는 메르스 위기대응에서 소통에 실패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1) 신속성 원칙에 반하여 메르스 병원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지연하였다. (2) 정부가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 직후, 병원 내 공기감염이 없다고 단언하였으나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함으로써 정확성의 원칙을 위배하였다. (3) 신뢰성 원칙에 반하여 메르스 초기대응 시 정보 비밀주의와 폐쇄주의로 정부의 메르스 대응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였다. (4) 공감표현의 원칙에 반하여,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올바르지 않은 감염경로, 치료법, 예방법 등과 같은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행위에 대해 엄벌하겠다는 발표를 통해 국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실패했다. (5) 행동촉구 원칙에 반하여 과거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융통성 없이 적용하여 메르스 초기대응에 실패했다. (6) 존중의 원칙에 반하여 대중의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공기감염이 없으니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감염병 전문가와 혹시 모르니 써야한다는 전문가 사이에 갈등과 이견이 첨예했던 점, 초기에 감염병 핫라인 체계 부재로 메르스 핫라인 번호가 여러 번 바뀌고 유료인 데다가 충분한 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전화연결이 어려웠던 점도 위기대응 행동지침이 일관적이지 못해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킨 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무엇보다 메르스 위기소통의 실패는 소통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부족에서 야기된 감이 없지 않다. 그 소통의 핵심에 공중, 미디어, 메시지가 있다. 공중은 국가적인 위험위기상황에서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 아닌 대화와 협력의 대상이어야 한다. 날로 변화하고 복잡해지는 미디어 환경에서 정부가 언론에만 의지해 위험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감염병 전문가들이 공중에게 무슨 내용을 전달할 지를 결정한다고 해서 이 메시지가 공중에게 100% 전달되고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즉, 어떻게(메시지 형식과 소구), 누구를 통해(정보원) 말할지를 고려하는 메시지 전략이 필요하다. 이렇듯 소통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통해 전략을 수립하는 일은 의료보건전문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며 소통전문가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위험소통은 전문가 중심의 위험관리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실제로 공중의 위험에 대한 적절한 반응과 수용을 야기하는데 효과가 적거나 역효과가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점차 관리에서 참여와 협조의 형태로 발전되었다. Fischhoff [16]는 위험소통이 7단계에 걸쳐 발전해왔다고 주장한다. 첫 단계에는 위험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계량화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였고, 전문가들의 평가만을 강조했던 시기다. 위험의 성격상 전문가의 평가가 100% 정확하기 어렵고, 그 경우 치루어야 할 대가와 책임이 크며 사실을 아는 것보다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서 공중에게 위험의 평가결과를 알려주는 두 번째 단계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전문가만큼 계량화된 평가를 이해하지 못하고, 위험에 대한 인식에도 차이가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세 번째 단계에서는 계량화된 평가결과가 무슨 뜻인지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데 주력했다. 이 단계에서는 미디어와 언론이 위험에 대해 어떻게 공중에게 말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전문가와 일반인의 위험에 대한 인식과 지식의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였다. 명확한 설명과 이해를 돕기 위해 공중이 과거에 경험했던 위험과 비교해서 설명하려는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 네 번째 단계다. 더 나아가 공중에게 위험을 수용하는 데 있어 비용-이득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것을 강조한 것이 다섯 번째 단계다. 여섯 번째 단계는 전문가가 공중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교육시키는 일방향적이고 상의하달식 소통을 벗어나 공중이 존중 받지 못하면 완벽한 메시지라도 오해와 의심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공중을 존중하는 소통전략을 고민하는 단계다. 마지막 일곱 번째 단계는 공중을 협력자로 삼는 전략을 고민하는 단계다. 일곱 번째 단계까지 오면 위험의 성격과 위기단계, 공중의 유형에 따라 이전 단계의 전략을 동시에 사용하거나 적절하게 배합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메르스 위기 시 정부의 대응전략은 감염병 전문가들만 정확하게 평가하면 위험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는 듯 하다. 위험관리에 있어 첫 번째 단계이며 위험커뮤니케이션 초기 단계의 방식이었다는 뜻이다. 또한 전문가들에 비해 공중의 위험인식이 과장되고 공포가 확산되자 정부가 공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만 급급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들은 엄벌에 처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공중을 위험소통과 협력의 대상이 아닌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위험소통 발전 과정의 세 번째 단계에 머무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공중이 위험관리의 대상이 아닌 대화와 협력의 대상이어야 하는 이유는 미디어의 발달로 공중이 단순히 정보의 수용자가 아닌, 생산자와 확산자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미디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디어는 다양한 위험 이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이고, 일반인들은 과거에는 이러한 미디어가 주는 제한된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제한된 정보는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고, 그 때문에 미디어가 공중의 주관적인 위험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충분하다[1718]. 특히 어떤 위험 이슈에 대한 언론보도의 양, 강조하는 측면(언론 프레임), 보도의 톤과 성향, 인용된 정보원과 그 정보원의 신뢰도, 메시지의 위험 제시 형식 등이 공중의 위험인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1819].
특히 미디어(언론)는 독자와 시청자들이 새롭고 흥미로워 할 만한 가치가 있는 뉴스를 제공해야 하므로 정보를 재가공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언론은 위험 이슈에 대한 과학적 정보에 충실하기 보다는 사람들의 의심, 공포, 분노를 더 강조하고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1120]. 또한 사실의 전부를 정확하게 보여주기 보다는 사람들이 흥미로워 할 만한, 뉴스 가치가 있는 일부만을 강조함으로써 과학적으로 중요한 사실이 삭제 혹은 왜곡되기도 한다[2122]. 이것은 미디어 프레이밍이라는 이론으로 잘 설명되고 있는데, 뉴스가 어떤 측면을 강조(뉴스 프레임이라고도 하는데, 갈등, 건강, 경제적 결과, 인간흥미 등 다양한 뉴스 프레임이 존재한다)[23] 하느냐에 따라 공중의 반응도 달라진다는 경험적 연구도 있다[24].
여러 공중보건 위기나 자연적/인적 재해, 환경 등의 위험 이슈 상황에서 기존의 연구는 위험의 감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언론경향에 주목했다[25]. 또한 이러한 언론보도에서는 정보원 유형으로 정부기관, 산업기관, 전문가를 인용할 때보다 시민단체나 일반인을 인용할 때 갈등과 감정표출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연구된 바 있다[2026]. 이 때문에 전염병이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감염된다고 할 정도다[527].
이러한 미디어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정부가 효과적이고 신속 정확한 위기소통을 위해 언론에 의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를 언론이 액면 그대로 전달하기 보다는 기자의 관점이 반영되어 정보가 가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3대 방송사와 4대 일간지가 대세였던 언론구조는 2014년 종이신문사 1,313개, 방송사 53개, 인터넷신문사 1,776개, 뉴스통신사 14개로 다양화되었으며[28], 국내 1위의 포털사이트인 네이버가 제공하는 TV매체만도 22개에 달한다. 이렇게 다양화되고 파편화된 언론사 구조로 정보의 흐름은 더욱 복잡해졌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포털을 통한 뉴스 접근이 높은 국가로서 전체 뉴스 중 60%를 포털뉴스서비스 및 검색서비스를 통해 접근하며 뒤를 이어 소셜미디어(13%), 언론사 웹사이트(13%), 이메일(12%), 모바일 알림서비스(12%) 순으로 뉴스에 접근하고 있다[29]. 또한 모바일 기술의 발달과 상용화로 뉴스 플랫폼이 다양화되었으며, 지난 5년간 텔레비전, 종이신문과 라디오 등의 전통매체를 통한 뉴스 이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30]. 전 세계적으로도 인터넷을 통해 위험과 위기 관련 정보를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31]. 이러한 미디어 현실을 감안하면 보건 당국이 기존에 전통 미디어를 대상으로 하던 언론홍보 방식은 위험과 위기소통에 적합하지 않다.
소셜미디어의 등장과 확산은 위험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정부의 위험과 위기대응에 대한 기대까지도 바꾸어 놓았다[31]. 트위터,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공중은 더 이상 위험위기 시 전통미디어에 의존해 수동적으로 정보를 제공받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공중 개인이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 확산하며 위험과 위기소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 때문에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한다면 위험위기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공중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도모하며 전통미디어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젊은 세대 등의 세부 공중에게도 도달할 수 있고, 다른 미디어 채널과 통합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잘못된 정보나 괴담, 루머 등이 순식간에 퍼져 위험위기대응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메르스 당시 보건복지부는 보유하고 있던 페이스북을 폐쇄함으로써 공중에게 정부가 소통의 의지가 없음을 확인시켰으며, 언론이 메르스 공포를 확산할 때나 공중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루머와 괴담, 잘못된 정보와 정부에 대한 비난과 조롱을 퍼나를 때 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대국민 소통창구를 상실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메르스 위기 당시 병원과 환자에 대한 정보 공개를 둘러싸고 국민들의 과도한 불안이 증폭되고 병원 경영상의 문제로 신고를 피할 병원들이 늘어나 방역에 문제가 생긴다는 우려 때문에 비공개 원칙을 고수한 정부와, 국민의 알 권리와 불필요한 불안방지를 위해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일부 의료전문가들의 갈등은 첨예했다. 이러한 정보공개 이슈를 둘러싸고 법적, 윤리적, 보건의료 및 방역 차원에서 많은 논쟁이 오갔지만,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공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은 간과되었다. 실제로 정부가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는 동안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들이 거쳐간 것으로 파악되는 병원 리스트를 지도로 소개하는 민간 정보공유 사이트가 구축되었다. 이 사이트는 개인의 직접적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 관련 증언을 모으고, 정보의 정확성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치는 한편, 루머라는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정보를 바로 삭제하는 등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함으로써 공중이 위험위기소통에 참여하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한편, 위험위기상황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소셜미디어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루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이다. 루머는 모호하거나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근거 없이 떠돌아다니는 정보로서, 특히 사회적 불안감이 형성될 때 더욱 빠르게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32]. 특히 정부의 공중보건 위기 담당자들이 일방향적이고 상의하달식 접근으로 공중과 소통을 시도할 때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와 대치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 공개된 매체를 통해 확산되는 특징이 있다[33]. 위기 형태에 따른 루머 대응전략은 국내에서도 홍보학과 언론학 분야에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반면[34353637] 아직 감염병 등 공중보건 관련 위험위기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다양한 이론적 논의와 경험적 증거를 공중보건 위험위기 맥락에 적용하여 루머의 확산자, 확산 과정, 대응 및 저지 전략 등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메르스 위기대응 실패는 보건의료, 역학, 소통학 등 학계 전반에 걸쳐 많은 교훈을 주었다. 공중보건 위기 시의 방역체계와 컨트롤 타워 재건, 그리고 위기대응 소통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우선 순위로 꼽혔다[38]. 공중보건 위기대응 소통의 경우만 보면 질병관리본부 내에 큰 체제의 변화가 있었다. 위기소통 담당관실이 신설되었고, 소통 담당관들이 언론홍보와 온라인 홍보를 담당하며 여론분석, 위험 이슈 관련 대응 및 홍보 지원, 그리고 미디어 관계 유지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위기소통 담당관실이 주축이 되어,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국제기구, 민간기업과 단체, 전국 보건소, 의료계, 언론과 더불어 일반인들로 구성된 국민 소통자문단과 소통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 소통자문단이 위기소통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공중을 위험 관리의 대상보다는 대화와 협력의 대상으로 고려하는 참여형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또한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의 CERC 및 세계보건기구의 질병 발생 커뮤니케이션 지침, 그리고 기존의 보건복지부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과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바탕으로 위기대응 소통 지침서와 표준운영절차가 마련되었다. 표준운영절차에는 위기소통의 정의와 목적, 기본 원칙, 조직 체계도 및 위기소통 10단계별 대응활동, 메시지 개발과 작성, 위기소통 단계별 소통 지침, 그리고 위기 종료 후 평가 및 조치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위기대응과 소통의 네트워크, 그리고 표준 운영절차가 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구성원들의 긴밀한 협력과 진정한 의미의 팀 과학이 필요하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플루, 메르스 등 여러 감염병의 위기를 거치면서 위기대응과 소통 매뉴얼은 마련되었지만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고, 전문가 간의 협조는 부족했으며, 이해관계자 간의 이견과 갈등은 위기대응을 더디게 했다. 위기소통만 해도 의료보건 전문가가 무엇을 말할지를 결정하면 누가 어떻게(메시지 전략), 어떤 채널을 통해(미디어 전략), 누구에게 먼저 전달할지(타깃 공중 전략)에 대한 소통전략이 없이 그 내용만 전달하기 급급했다.
위험위기대응에서 소통 전문가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의 CERC에서는 국가적인 위기관리의 역사를 통해 주요한 사건을 겪은 후 작성한 보고서에서는 소통의 어려움을 주요 실패 원인이자 도전으로 여긴다. 영국의 공중보건 질병발생 통제팀에도 핵심 구성원에 역학전문가와 의료보건전문가, 정부 관리자, 공무원 등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를 포함하고 있다[6]. 세계보건기구의 질병발생 소통 지침에서는 불가피하고 예측이 불가능하며, 불확실성, 혼란, 긴급성을 특징으로 하는 감염병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로 질병의 통제가 지연되고, 공중의 신뢰와 순응이 훼손되며, 불필요하게 사회경제적, 정치적 혼란을 지연시킨 예는 너무나 많다고 지적한다. 이에 세계보건기구는 소통전문가가 역학전문가나 위험평가전문가 만큼이나 질병의 통제에 근본이 됨을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효과적이고 선제적인 감염병 위기대응체계에 소통전문가가 보건의료 역학전문가와 함께 포함되어야 감염병 위기 시의 성공적인 초기대응과 방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진정한 팀 과학과 더불어 공중과의 진정한 대화를 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전략적인 메시지를 개발한다면 앞으로 무수히 다가올 감염병 위험위기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메르스 등의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위험 소통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위험의 맥락 안에서 소통의 개념과 공중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며,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과 그 속에서 공중의 역할과 그에 맞는 위험 소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도 무수히 닥칠 감염병 등의 공중보건 위기를 감안할 때, 이러한 공중의 역할과 미디어 환경에 대한 이해, 그리고 소통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매우 중요한 이론적, 실무적 함의를 지닌다고 하겠다.
[정리: 편집위원회]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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