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개성공업지구(Kaeseong Industrial District)는 흔히 개성공단으로 불리며,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합작으로 운영하는 경제특구이다. 개성공업지구는 2000년 남북간 개발 협의를 시작하여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이 진행되었고, 이후 2004년부터 시범 운영을 거쳐 2014년 12월에는 124개 기업이 입주하여 경제 활동하는 지역으로 성장하였으나, 이후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2016년 2월부터 현재까지는 운영을 중단하고 있는 상태이다[
12].
이 지역에는 남측 근로자가 평일 기준 약 600-800여 명이 상주를 하는 동시에 북측 근로자 5만 4천여 명이 출퇴근을 하여 일개 중소도시 규모의 인구를 유지하고 있었다[
2]. 개성공업지구는 지리적으로는 북한에 속해 있어, 출입 시 반드시 남측과 북측의 출입국사무소를 거쳐 미리 신고한 날짜에만 출입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세관신고 및 검역을 포함한 행정 및 검문 절차를 거쳐야 했으며, 적절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 출입이 제한되거나 보류되었다[
34].
까다로운 출입 절차 때문에 개성공단 내에서 남측 근로자가 아프거나 상처를 입더라도 원하는 시기에 남측에 있는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워 개성공업지구 내 남측 근로자들을 전담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요구가 꾸준하게 있었다. 이런 배경 하에 2012년 12월에 개성공업지구 부속의원(이하 부속의원)을 설립하고 1개 대학병원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의료기관의 운영을 시작하였다[
5].
부속의원은 개성공단 내의 남측 근로자들만 전담하여 진료를 담당하는 유일한 일차의료기관인 동시에 남측으로 후송이 필요할 정도의 환자에 대해서 초기 안정화를 담당하는 응급의료기관의 성격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엄격한 출입 절차 등으로 인해 인적 물적 자원의 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부속의원은 다양한 질환과 응급상황을 예측하고 그에 가장 적절한 자원을 개원 전 준비해야만 했으나 이를 위한 기본 자료, 즉 환자군의 특성과 발생 가능한 응급상황 등에 대한 조사가 사전에 없어 효율적인 준비가 어려웠다.
이에 본 연구자들은 부속의원을 방문한 환자들의 의무기록을 분석하여 내원 환자의 일반적 특성 및 진단명에 따른 내원 사유를 조사하였고, 원래 정해진 날짜 이전에 의료 상의 이유로 남 측으로 긴급히 후송하여야 하였던 경우를 분석하여, 이후 개성공단이 운영 재개되었을 때, 남측 근로자의 건강관리와 응급상황 대비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대상과 방법
1. 용어의 정의
본 연구에서는 남측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개성공업지구로 들어가는 제반 절차를 '입경'으로, 개성공업지구에서 다시 남측으로 나오는 과정을 '출경'으로 정의하였다. 입경과 출경은 사전에 신고한 일시에만 허가되나, 예외적으로 의료진이 환자를 진찰하고, 그 상태가 응급상황 혹은 응급상황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원래 신고한 날짜 이전에 출경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제반 과정이 있었는데 이를 본 연구에서는 '긴급 출경'이라고 정의하였다.
2. 자료의 수집
본 연구는 2013년 1월 1일부터 2014년 11월 30일까지 개성공업지구를 방문하거나, 체류한 남측 인원 중 부속의원을 내원한 환자의 의무기록을 후향적으로 분석하여 진행하였으며 연구 진행 전, 병원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다만, 남북관계 경색 때문에 공단 운영이 잠정 중단되어, 진료할 수 없었던 2013년 4월 6일부터 9월 16일까지의 기간은 본 연구기간에 포함하지 않았다.
전체 대상환자의 나이와 성별, 수축기 혈압 및 이완기 혈압을 수집하였고, 내원 시 진단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6차 개정판(Korea Standard Classification of Causes of Death and Disease 6th edition, KCD-6 code)을 참고로 하여 분류하였다. 다만, 치아 및 잇몸 질환의 경우 치과의사가 상주하지 못하는 부속의원의 특성상, 독립적으로 환자 수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KCD-6 code와는 별개로 분류하였다. 긴급 출경을 한 환자들의 경우, 출경의 사유를 KCD-6 code에 따라 분류하였고, 응급의 정도, 동행인 여부, 이용한 차량의 종류 등을 정리하였다. 긴급 출경을 결정한 날짜에 환자가 부속의원에 내원한 시각과 해당 환자가 남측 출입국사무소에 도착한 시각을 조사하였고 그 시각의 차를 구하여 환자 도착에서 이송까지 걸린 시간을 계산하였다.
3. 통계방법
모든 통계분석은 SPSS ver. 21.0 (IBM Corp., Armonk, NY, USA)을 이용하였으며, 빈도는 그 수와 함께 백분율로 표시하였고, 연속변수는 평균과 표준편차로 제시하였다.
결과
연구기간 동안 총 1,199명의 환자가 부속의원을 방문하였다. 총 진료 건수는 2013년에는 2,548건이었으며, 2014년은 3,873건이었다(
Figure 1). 이 기간에 긴급 출경을 시행한 경우는 총 103건이었다. 전체 1,199명 중 남성은 1,088명(90.74%)이었으며, 여성은 111명(9.26%)이었다. 환자 나이의 평균은 46.96세였으며, 남녀의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Table 1). 내원 사유의 경우, 2013년은 개성공업지구의 운영이 잠정 중단된 기간이 있었고 전산자료의 오류가 있는 경우가 많아 2014년의 내원 건수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2014년 총 진료 건수 중에 감기를 포함한 호흡기계질환이 1,357건(34.99%)으로 가장 많았으며, 근골격계질환이 815건(21.05%), 외상을 포함한 손상환자가 567건(14.65%)을 차지하였다(
Table 2).
연구기간 동안 긴급 출경을 결정하여 시행한 경우는 전체 103명이었다. 이 중 95명이 남성이었고 8명이 여성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47.93세였다. 긴급 출경의 사유는 외상이 21건(20.39%)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소화기계질환과 신경계질환이 각 15건(14.56%), 심혈관계질환이 10건(9.71%)으로 나타났다. 103건 중, 내원 당시의 환자 상태만으로도 응급이라고 판단하여 긴급 출경을 결정한 경우가 14건(13.59%)이었고, 현재 상태는 응급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응급상태로 진행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본 경우는 42건(40.78%)이었으며, 내원 당시의 증상이 응급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부속의원에서 시행하기 어려운 치료나 검사가 필요하여 출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는 47건(45.63%)이었다. 이 중 개성공단의 구급차를 이용한 경우 41건(39.81%)이었다. 남측 출입국사무소에 도착한 기록이 남아 있는 43명을 대상으로 출경 시간을 분석한 결과, 부속의원에 내원한 시각부터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출입국사무소에 도착한 시간까지 걸린 시간(출경 소요시간)은 평균 176분이었다(
Tables 2,
3). 의료진이 이학적 검사상 명백한 응급상황으로 판단하여 후송하였던 14명의 초기 소견과 최종 진단은
Table 4에 정리하였다. '초기 소견'이라 함은 부속의원에서 진찰한 의료진이 판단하였던 소견을 칭하며, '최종 진단'은 환자에게 직접 전화 연락을 하거나 부속의원 위탁 운영을 담당하였던 병원의 의무기록을 통해 확인하였다.
고찰
개성공업지구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합작으로 운영하는 경제특구였다. 남북한 당국은 2000년 8월 '공업지구 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 체결을 시작한 이후 2002년 11월 '개성공업지구법'을 공포하여 공업지구를 지정하고 지속해서 하위규정을 제정하여 공단 설립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그 뒤로 양측간의 이견을 조율하고 관련된 법규를 제정하는 단계를 거쳐, 2004년 6월에는 남측의 23개 업체 및 1개 기관이 1차로 입주하였다. 이후 지속적인 양적 성장을 해오던 개성공업지구는 2013년 4월부터 9월까지 가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등 수 차례의 위기를 거치지만, 2014년 12월 기준으로 124개의 입주기업에서 북측 근로자 5만 4천명, 남측 근로자 815명이 근무하며 누적 생산액이 26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공업단지로 성장하였으나 2016년 2월 이후 다시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다[
12].
개성공업지구의 지정학적 특성상, 공단으로의 출입을 위해서는 사전에 엄격한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야 했고, 실제 출입 절차도 양측 행정 당국과 군의 면밀한 통제 하에 이루어졌다. 입경을 위해서는 방문신청을 통해 남측 통일부의 허가를 받아야 함은 물론, 최종적으로 북측의 승인을 얻어야만 출입이 가능했다. 이를 위해 입경과 출경의 날짜 시간을 명기한 출입계획서를 사전에 제출하여야 했는데, 실질적인 입경과 출경은 출입계획서에 기재된 날짜와 시간에만 진행할 수 있었다. 입출경을 위해서는 양측의 출입국사무소를 거치며 양측 모두에서 검역과 보안 절차를 통과해야 하며, 군사분계선을 넘는 남북 출입국사무소 간의 이동은 양측 군 당국의 철저한 통제 하에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경로를 통해서만 이루어졌다. 이러한 과정 중에 양측 당국이 요구하는 적절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인원의 경우에는 입경과 출경이 제한되거나 벌금이 부과되었다[
34].
개성공업지구는 이처럼 출입절차가 까다롭고 한 번 입경한 이후 본인이 신고 및 허가 받은 시간 전에는 출경이 어려워 남측 의료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고, 개인 휴대전화와 인터넷의 사용이 제한되어 있어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도 어려웠다. 이런 이유로 남측 근로자에서 발생한 의학적인 문제를 개성공업지구 내에서 해결하는 동시에, 응급상황 발생시 일차적인 환자 처치와 후송을 담당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필요성이 공업지구 설립 초기부터 제기되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공단 설립 초기인 2005년부터 2012년까지는 1개 재단법인이 의료봉사 형태로 제공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였으나, 2012년 12월에 개성공업지구 부속의원을 정식으로 설립하고 1개 남측 의료기관에 운영을 위탁하여 기존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하였다.
부속의원은 총 3층으로 이루어진 독립 건물로 1층과 2층은 일반 진찰실, 안과 진찰실, 이비인후과 진찰실, 응급처치실, 약국, 물리치료실과 일반방사선 촬영실 및 관찰실 등의 시설이 자리잡고 있으며, 3층은 병실과 의료진의 숙소로 구성되어 있다(
Figure 2). 전문의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응급구조사 등의 의료진과 행정인력이 상주하며 개성공업지구 내 남측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진료업무는 위탁운영을 맡은 1개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6인이 한 명씩 순환하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상주하며 담당하였다. 토요일에는 타과 전문의 1인이 교대하여 일요일까지 이틀 간 진료를 담당하고, 돌아오는 월요일에 다시 다른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입경하여 인계 받는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연구기간 중 포함되었던 총 76회의 주말의 진료는 총 18개과의 전문의들이 순환하며 맡았으며 그 중 내과의 비율이 15회로 가장 높았다(
Table 5).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주 1회 부속의원의 운영을 위한 회의를 열어 환자의 진료와 후송 등이 일관성 있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개성에서 주말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출경 필요성 등을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 유선상으로 남측의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협의하도록 하였다. 진료시간은 평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반 외래와 같이 운영하였으나, 의료진 숙소가 부속의원 내부에 위치하여 야간과 주말에 응급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진료를 수행할 수 있었다. 또한, 주말은 상당수의 근로자가 남측으로 출경하여 체류 인원이 줄어들기때문에 환자도 적은 경우가 많아 응급상황 혹은 환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만 진료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에 해당하는 기간에는 입원 치료는 시행하지 않았으나, 수시간 정도의 경과 관찰 혹은 수액 정주 등이 필요한 경우 1층의 관찰실에서 이를 시행하였다. 진료 결과, 부속의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응급상황 혹은 응급으로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거나, 현재 응급은 아니지만 부속의원에서 시행할 수 없는 검사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환자 안정화를 진행하는 동시에 긴급 출경 절차를 진행하였다.
연구기간 부속의원을 방문하였던 환자는 총 1,199명이었다. 이 중 남성 근로자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는데 이는 일정기간 고립된 지역에서 근무를 해야하는 개성공단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47세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유병률이 40대 후반에서 50대에 걸쳐 급격히 늘기 시작하고, 남측 근로자들이 입경하면 대부분은 1주에서 한 달 가량 체류하며 응급상황에서 남측 의료기관으로 방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본다면, 부속의원은 일상적인 건강관리 및 만성질환관리에도 관심을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6]. 부속의원을 방문한 사유로는 호흡기질환, 비외상성 근골격계질환, 그리고 외상에 의한 손상 순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건강보험대상자의 외래 다빈도 상병 내용에서도 상기도 감염을 포함한 호흡기질환과 비외상성 근골격계질환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비추어 볼 때, 개성공단 내 남측 근로자의 질환 경향이 남측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보기는 어렵다[
7]. 다만, 부속의원에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만성질환으로 내원하는 경우는 매우 적었는데 이는 장기처방이 가능한 해당 질환의 특성상, 입경 전 충분한 약을 처방 받아 자가복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생산직이 많은 공단의 특성 상 만성적인 근골격계 통증이 높은 빈도를 차지하였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일반적인 약물처방 이외에도 물리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유지하였다. 이외에도 소화기계 및 피부질환 등 다양한 질환으로 부속의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나 다빈도 질환을 중심으로 의료 자원을 준비하는 동시에 기타 증상에 대한 일차적인 진료가 가능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기간 동안 복통으로 내원한 환자 중, 복부 초음파에서 5 cm 이상 크기의 간 내 종양이 발견되어 남측 병원으로 전원을 한 경우가 두 건 있었으며, 추적 결과 남측 의료기관에서 악성종양으로 확진 받았음을 확인하였다. 개성공업지구의 남측 근로자는 주로 휴일 하루 전에 출경하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포함한 남측의 일상적인 의료시설 이용에 상대적으로 취약하여 종양과 같이 증상이 없는 중증질환의 조기발견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성공업지구의 남측 근로자 신규 채용 시, 보다 정밀한 검진을 시행하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을 예측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삼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본다.
연구기간 중, 긴급 출경을 결정하였던 경우는 총 103명이었다. 그 사유를 보면, 의료진이 응급으로 판단한 경우(13.59%) 혹은 현 증상이 응급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40.78%)도 있었으나, 응급은 아니지만 개성공단 내에서 시행하기 어려운 검사나 치료가 필요하여 긴급 출경을 결정한 경우도 45.63%에 달했다(
Table 3). 지역적 특성 상 타 의료기관으로의 방문이 쉽지 않고, 모든 검사를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응급상황으로 보기는 어려움에도 추가적인 검사를 위해 출경 시킨 경우가 많았다. 긴급 출경의 사유는 외상이 가장 많았고(20.39%), 소화기질환(14.56%)과 신경계질환(14.56%) 그리고 심혈관계질환(9.71%)이 뒤를 이었다. 질환군 중에서 전체 진료 건수 대비 긴급 출경의 비율이 높았던 질환군을 보면, 악성 종양이 의심되었던 두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경계질환이 가장 높았고(45.45%), 안과(15.56%)와 치과(15.15%) 질환도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Table 2). 그 이유로는 뇌경색을 포함한 신경계질환의 경우 추가적인 영상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치료가 지연될 경우에 예후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아 진찰에서 의심될 경우 바로 긴급 출경을 요청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보이며, 안과와 치과질환의 경우에는 진단과 치료에 전문적인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여 실제 응급이 아님에도 긴급 출경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긴급 출경의 경우 중증도가 높다고 판단한 경우는 부속의원 소속의 구급차를 이용하여 남측으로 이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다른 검사나 치료가 필요하여 긴급 출경을 하는 환자는 자신 혹은 타인의 차량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긴급 출경 환자의 출경 소요시간은 환자가 부속의원에 도착하였던 시각부터 진찰 후 긴급 출경을 결정하고 절차를 진행하여 환자가 남측 출입국사무소까지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을 확인하여 구하였고, 그 결과는 평균 176분이었다. 하지만 남측 출입국사무소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 30-40분이 더 걸린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실제 환자 후송에 걸리는 시간은 더 길다고 봐야 한다. 의료진이 긴급 출경을 요청한 이후에도 남북 양측 행정 및 군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고, 출경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인력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려 이러한 결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급성뇌경색의 경우 증상 발생 3시간 이내의 치료를 권장하고 있고, 심혈관질환의 경우에도 본 연구에서 보이는 정도의 지연으로도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비가역적인 손상을 입을 위험이 매우 커, 응급환자의 출경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필요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출경 지연으로 환자의 악화를 막기 위해 부속의원은 어떤 원인에 의한 응급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세 시간 가량 환자를 안정화 할 준비를 해야 하고, 동시에 행정 당국 차원에서는 응급환자의 남측으로의 이송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는 과정을 협의 및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긴급 출경을 한 환자 중, 의료진이 당시 상태가 응급이었다고 판단했던 14명의 증상과 최종 진단은
Table 4에 제시하였다. 이 환자들의 진료 결과, 협심증과 뇌출혈 등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중증질환이 실제로 다수 차지하고 있어, 해당 질환의 전원 계획과 준비를 이후에도 지속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기간 중, 사망한 채 발견되어 부속의원의 의사가 1차로 시신을 확인한 후 남측으로 이송한 경우가 1건 있었다. 개성공단의 특성상, 사망의 원인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도 부검이나 확진 없이 남측으로 사체를 이송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이를 대비한 출경 및 검역 절차를 추후에 수립할 필요가 있다.
후향적 연구라는 점과 자료를 수집한 지역의 특수성에서 볼 때, 본 연구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부속의원은 2012년 12월 시험 운영을 시작으로 2013년 1월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하였으나, 원무 및 의무 기록을 안정적으로 축적하는데 시간이 소요되어 진단명 별 진료 건수를 분석하는 데 있어 2013년의 자료를 사용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전체 진료 건수의 파악과 긴급 출경 환자의 분석에는 2013년 자료를 사용하였으나, 전체 내원 사유의 분석에는 2014년의 자료만을 사용하는 등 자료 분석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이는 이후 부속의원을 운영하는 기관에서 의무 기록을 안정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2013년 4월부터 9월까지의 개성공단 잠정 폐쇄기간이 있어 연구기간 전체 기간 중 계절이나 월별 환자의 경향성을 살피기는 부족하였다. 그리고 질환 발생의 역학적인 특성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모집단과 환자군의 일반적인 특성이 먼저 기술이 되어야 하나 본 연구에선 이를 제시하지 못했다. 개성공단에는 1-2주 가량 상주하는 인원만 아니라 물류 이송 등으로 비정기적으로 왕래하는 경우도 있어 모집단의 특성을 특정하기 어려웠으며, 개성공단 운영이 중단된 현 시점에서는 해당 자료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추후 행정 당국과 협조하여 출입 인원들의 일반적인 특성들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더해, 후향적 연구의 특성상 기본적인 활력 징후와 진단명 이외에는 환자군의 일반적인 특성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개성이라는 지정학적 특징에 공단 지역이라는 특성이 더해져 특징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나 증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후의 연구자들은 환자군의 특성에 대해 전향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관찰하는 과정을 반드시 진행하였으면 한다. 특히, 만성질환의 관리, 음주 및 운동 등의 건강관리 양태, 수면의 질, 우울증 정도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주요 관심사였던 긴급 출경 환자의 경우, 환자의 이송시간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는 모든 긴급 출경 환자들을 대상으로, 부속의원에서 진찰을 받고 남측의 의료기관까지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을 측정해야 하나, 이는 기록으로 확인을 할 수가 없어 남측 출입국사무소를 통과한 시간을 그 기준으로 하여 실제 시간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였다. 이에 더해, 환자가 남측 출입국사무소를 도착한 기록이 있는 경우는 전체 103명의 긴급 출경 환자 중 43명에 불과하였고, 최종 진단과 예후를 추적 관찰 할 수 없었던 경우가 있어 후송의 적절성을 평가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남측 출입국사무소 통과 시간 등은 의료기관이 단독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이므로, 이후의 연구에서는 통일부 등의 협조를 통해 이러한 부분을 보강하여, 긴급 출경 환자의 출경 시기(낮, 밤에 따른 구분 등)와 중증도에 따른 출경 시간의 차이, 출경 시간의 차이와 예후 등을 분석한다면 이후 개성공단 내 응급의료체계를 수립 및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 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개성공업지구 내의 남측 체류 인원의 의료이용 상황에 대한 최초의 보고로서 추후 진행될 연구와 진료의 기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다고 보며, 본 연구의 부족한 부분들은 이후의 연구진에 의해 보강되어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의 건강관리를 위한 자료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