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미국의 의학한림원(Institute of Medicine)이 '사람은 누구나 잘못 할 수 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1], 전 세계적으로 환자안전의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환자안전의 현황에 대한 대규모 조사가 수행된 바는 없으나, 일부 병원을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에서 유해사례(adverse event)의 발생확률은 8.3%와 7.2%로 나타났다[23]. 이는 외국에서 이루어진 기존 연구결과들을 종합한 체계적 문헌고찰의 결과와 비슷한 수준이다[4]. 우리나라 병원의 환자안전 수준이 외국과 비슷하다는 전제 하에 체계적 문헌고찰에 나타난 유해사례 발생 확률, 유해사례 중 사망 확률과 예방가능성의 중앙값(1/4분위수, 3/4분위수)인 9.2%(4.6, 12.4), 7.4%(4.7, 14.2)와 43.5%(39.4, 49.6)를 2013년 건강보험통계연보의 입원 건수(6,420,118건)에 적용하면, 입원환자 중 예방할 수 있는 유해사례로 인한 사망자수가 연간 19,013명(5,469, 56,07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낮은 추정치를 보더라도 2013년 사망원인 통계연보 상의 연간 운수사고 사망자수(6,024명)에 가까운 수준으로, 환자안전이 국민건강에 매우 중요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위험성은 의료인 개개인의 부주의 또는 과실을 뜻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의료를 제공하는 환경 자체의 속성에 기인하는 바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업무 프로세스의 투입요소가 가변적인 경우, 프로세스가 복잡하거나 일관성이 없는 경우, 프로세스의 단계들이 강하게 결합되어있는 경우, 프로세스에 사람이 개입되어 있는 경우, 시간 제한이 있는 경우, 조직문화가 수직적인 경우 등이 문제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고위험 프로세스로 알려져 있다[5].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 환경이 이와 같은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병원 내에서 발생하는 유해사례의 약 반 정도가 오류와 관련이 있어,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4]. 환자안전에는 환자, 업무 및 기술, 의료진 개인, 팀, 작업환경, 조직 및 경영, 제도적 요인 등이 영향을 미친다[6]. 따라서 환자를 더 안전하게 진료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및 제도적 측면의 지원, 의료제공자의 노력과 환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의료기관에서 환자안전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인을 비난하거나 문책하기 보다는 프로세스나 시스템의 변화(예: 투입요소의 안정화, 업무의 단순화 및 표준화, 프로세스 내 업무 단계의 결합 완화, 자동화 및 전산화, 수평적 조직문화의 형성 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7]. 이번 특집에서는 지면의 제한으로 인하여 환자안전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 중 의료기관평가인증기준[8]에서 강조하고 있는 정확한 환자 확인[9], 의료진 간 정확한 의사소통[10], 수술 및 시술의 정확한 수행[11], 낙상 예방활동[12], 감염관리[13]와 고위험 약물관리[14]를 다루고 있다. 병원에 비하여 일차의료 환경에서의 환자안전에 대한 연구가 미진한 상태이지만, 체계적 문헌 고찰 결과에 따르면 일차의료 분야에서의 주요한 환자안전 문제는 투약 관리와 진단의 지연 또는 누락이었다. 의사소통(의료인들 사이 또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 행정적 과정, 치료 또는 상담에 관련된 의료인의 지식 및 기술 등이 이러한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15].
환자안전 개선활동에서 개인보다는 프로세스 또는 시스템 개선을 강조하여야 한다. 이러한 접근법을 통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수술안전 점검표를 사용하여 수술 후 합병증 및 사망을 감소시킨 사례[16]와 묶음식 접근법(bundle approach)을 도입하여 중심정맥관 관련 균혈증 발생을 줄인 사례[17]를 들 수 있다. 이번 특집에서 다루지 않은 환자안전 문제의 구체적인 개선방법에 대해서는 세계보건기구, 미국 의료정책연구소 및 국가의료질포럼의 자료[181920] 등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기관 내에서의 진료와 관련된 환자안전 관리 활동을 '임상적 위험관리'라고 하며, 이러한 활동은 위험의 발견, 분석 및 통제로 구성된다[21]. 첫 번째 단계인 위험 발견 단계에서는 내부의 사건 보고, 환자의 민원, 의료 분쟁 자료 등을 통하여 의료기관 내에 어떠한 위험이 존재하는지를 파악한다. 두 번째 단계인 위험 분석 단계에서는 발견된 문제에 대하여 사후에 원인을 분석하여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근본원인분석과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진료 프로세스를 검토하여 위험요소를 찾아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사건유형 및 영향분석(failure mode and effects analysis)을 주로 사용한다. 마지막 단계인 위험통제 단계에서는 사건의 예방, 조기발견 및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실제로 적용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는 PDCA (plan-do-check-act) 순환과정을 거치게 된다. 환자안전 개선 방법들 중 기능 강제(forcing function), 처방 입력의 전산화와 임상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점검표, 인수인계의 표준화, 모의훈련 등과 같은 시스템적 접근법들이 개인적인 접근법에 비하여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22]. 환자안전의 향상을 위해서는 의료기관들이 이와 같은 시스템적 접근을 통하여 임상적 위험관리 활동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환자안전 정책에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안전 종합계획의 수립, 국가환자안전위원회 구성, 전국적인 보고 및 학습 체계의 구축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환자안전법이 2015년 1월 28일 제정되어 2016년 7월 2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 선택진료비 개편 방안의 일부로, 건강보험 재원을 이용하여 의료기관의 의료 질 향상 및 환자안전 활동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환자안전 관련 정책들이 의료기관들의 자발적인 환자안전 개선 노력의 활성화와 연결될 수 있도록, 의료계가 정부, 보험자, 환자 및 국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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