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의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 메르스) 유행은 우리나라가 이전에 경험했던 중증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이나 신종플루에 비교할 때 새로운 측면이 많았고 우리나라의 독특한 병원문화가 유행의 증식을 가속화시키면서 기존 방역대책의 한계를 넘어 많은 피해를 남겼다.
유행의 장소가 병의원 내에 국한된 점은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경험한 많은 감염병 유행들이 지역사회 유행이라는 고식적인 개념과 차이가 있었다. 병의원 내 기존 질병자들의 취약성으로 인하여 확산이 커졌고 병의원을 통하여 전염이 발생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일반 환자들이 병의원방문을 일시적으로 피하게 되고 일부 병의원의 폐쇄조치까지 동반되면서 급만성 환자들의 진단 및 치료가 일시적으로 지연되는 사태까지 초래하였다. 만6천여 명에 달하는 자가격리 또는 능동감시는 처음 접해보는 상황이었으며 이를 감내하여야 하는 대상자, 그리고 이들을 찾아내야 하는 역학조사관과 관리해야 하는 보건소요원 등의 노력은 이전의 경험과는 다른 것이었다.
응급실에 환자가 입원을 기다리면서 장기간 머무르는 일, 많은 보호자들이 환자와 같이 생활하고 많은 병문안객이 다녀가는 일은 지금까지는 당연한 것이었으나 이로 인하여 슈퍼전파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메르스 유행의 환자수를 크게 증폭시킬 것을 사전에 예측하기는 쉽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해당 중동지역 방문에 대한 부정확한 진술, 국내의 경우 해당 병의원 방문사실을 숨기는 것 그리고 자가격리가 해제된 대상자를 멀리하는 것 등 일부 국민들의 대응방식은 향후 대책에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의 휴교 결정은 유행이 병의원 내에 국한되어 있었던 상황에서 논란을 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국민들의 활동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파생된 피해들은 언론사들이 줄 수 있는 영향과 언론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의료인은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발생된 환자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의료인이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행하여야 했던 일이었고, 병의원을 통해 전염이 된다는 사실로 인해 일부 지역사회에서 자녀의 등교자제 요구와, 환자들이 병의원 방문을 꺼리면서 경제적으로 운영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 것은 이전의 유행에서는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이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본질적으로 우리나라 방역체계의 수준을 표출한 사건이다. 메르스 유행으로 인한 사망자와 이환자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번 사태가 의료계와 국민, 그리고 국가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의료수준의 급속한 발전과 경제적인 발전만을 고려하면 이 사태가 노출시킨 두 가지 수준간의 큰 격차는 보건의료분야의 발전도 결국 모든 단계를 거쳐야 하며 우리나라에서 발전속도가 상대적으로 늦게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우리나라 방역체계에서부터 의료제도에 이르기 까지 관련된 조직체계를 되돌아보게 하였으며 문제점 파악과 개선점 제시를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향후에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신종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이러한 피해들을 최소화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단계 단계마다 그 시점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하더라도 후향적으로 보았을 때 문제가 없었는지를 분석하는 일이다.
이번 특집에서는 이들 과정들 중에서 주요한 몇 가지를 다루었다. 첫째로 메르스 유행 시 밀접접촉자의 정의와 관리방안을 다루었다. 이 논문에서는 우리나라 메르스 유행과정 중 접촉자관리지침에서 자가격리와 시설격리의 용어의 정의상 혼동, 메르스 밀접접촉자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문제, 자가격리와 자가검역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과 근거의 부재, 외국과 우리나라의 능동모니터링 대상 증상의 차이, 자가검역과 자가격리 준수사항의 적절성, 자가격리 수행과정의 문제점과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1].
둘째로 메르스 이후 지방의료원과 보건소 중심 지역 신종감염병 대응체계 선진화 방안을 다루었다. 이 논문에서는 우리나라의 메르스 대응을 통해 신종감염병 대응 시 지역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과 주요기능 및 인프라, 메르스 유행과정에서 지역보건의료체계의 대응 문제와 개선방향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2].
셋째로 한국 메르스 유행 경험을 통하여 본 감염병 역학조사 강화 방안을 다루었다. 이 원고에서는 감염병 관리 시 원칙과 우리나라의 메르스 유행 시 역학조사의 실제와 역학조사현장에서 역학조사관의 역할, 개인정보 보호, 조사인력의 감염위험 문제, 방역조치에 따른 보상체계의 미비, 중앙과 지자체와의 유기적 협조체계의 문제점을 분석하였고, 이를 통해 감염병 역학조사 강화방안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3].
넷째로 국가질병관리 역량강화를 위한 중앙정부 조직개편에 대하여 다루었다. 이 논문에서는 우리나라의 SARS와 신종플루 유행 시 대응방법과 이번 메르스 유행 시 대응방법을 통해 우리나라 중앙정부의 감염관리체계의 문제점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4].
우리나라는 큰 사고가 터질 때마다 단기적인 대응은 급하게 진행되나 실제로 필요한 중장기적인 대응과 점검은 소홀해지는 경우가 있다. 본 특집에서는 다섯 번째로 국가감염병 예방관리 선진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 제안을 다루었다. 이 원고에서는 우리나라의 국가 감염병 예방관리 선진화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의료이용체계와 의료문화의 개선, 응급실 의료체계의 개선, 국민안전을 위해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감염병 예방관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 의료기관의 감염병 예방관리 지원 강화, 감염병 관련법 개정을 통한 감염병 예방관리의 필요성, 의료계와의 유기적인 공조를 통한 위기관리소통 체계의 구축 등에 대한 사항들을 고려하여 중장기 발전방안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5].
이번 메르스 사태는 유행의 진행과정상 몇 가지 중요한 단계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며 각 단계마다 어떠한 요소들이 유행을 증식시켰는지 그리고 유행의 후반부에서는 어떠한 요소들이 유행을 감소시켰는지를 요소마다 구분하여 격자 형식으로 추가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요소들이라 함은 조직체계, 인력, 시설, 관련법규, 예산, risk communication 등을 의미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피해에서 제일 큰 것이 무엇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은 관련 집단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관점에서 보면 예방단계에서 유행 초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과 현재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조직체계와 인력의 개선에 대한 사항이 중요시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메르스 역학조사에서 환자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하여 동원된 CCTV, DUR (drug utilization review) 등 의료이용정보, 신용카드정보 등은 국내에서 최초로 적용된 새로운 역학조사방법이다. 이번의 메르스 유행도, 이를 규명하기 위한 역학조사도 모두 새로운 측면을 지니고 있었다면 향후 신종감염병 유행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고려할 때에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References
1. Chun BC. Definition and management of the close contacts with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ases: reflection and lessons in 2015 Korean outbreak. J Korean Med Assoc. 2015; 58:692–699.
2. Na BJ, Kim DH. Improving capability of local public hospital and health center against newly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after Middle East rspiratory syndrome epidemic in Korea. J Korean Med Assoc. 2015; 58:700–705.
3. Lee C, Ki M. Strengthening epidemiologic investigation of infectious diseases in Korea: lessons from the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outbreak. J Korean Med Assoc. 2015; 58:706–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