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The recent outbreak of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MERS-CoV) infections in South Korea in May 2015 revealed that the Korean healthcare system and hospitals are highly vulnerable to hospital-spread infections. In a short period of time, MERS-CoV infection spread widely across Korea due to the unique characteristics of the Korean healthcare system including 1) hospitals with limited infection control capabilities, 2) a heavy dependency on private caregivers due to a nursing shortage, 3) emergency department overcrowding, and 4) healthcare-related patient behaviour such as hospital shopping. To prevent future outbreaks of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similar to MERS-CoV, the Korean healthcare system should be reformed and healthcare-related patient behaviour must change. To improve the performance of hospital infection control, the National Health Insurance service should pay more for hospital infection control services and cover private patient rooms when medically necessary, including for infectious disease patients. To reduce risks of hospital infection related to private caregiving, the nurse staffing level should be increased and hospitals should take full responsibility for inpatient nursing care. To reduce hospital shopping, the National Health Insurance service should introduce a differential fee schedule which pays more when primary care providers care for patients with common conditions and tertiary care providers care for patients with severe conditions. To incentivize patients for appropriate health care use, lower patient out-of-pocket payments should be combined with a differential provider fee schedule.
우리나라는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 메르스) 감염환자가 최초로 발생 한 달여 만에 186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34명이 사망하였으며, 세계 2위의 메르스 환자 발생국가로 이름을 올렸다(2015년 7월 9일 기준)[1]. 또한 1만 5천 명 이상이 격리되었고, 많은 수의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의원들이 메르스 감염 위험으로 부분 또는 전면 폐쇄되었다. 이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유입된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과 몇 명의 감염자가 발생하는 것에 그친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2].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감염이 대규모로 전파된 일차적인 원인은 방역실패에 있지만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은 우리 나라 병원과 의료이용문화가 감염에 매우 취약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응급실은 메르스 감염을 확산시키는 주요한 통로였다. 대부분의 메르스 환자가 고열과 기침으로 응급실을 찾았는데, 많은 환자가 장시간 머무르는 응급실에서 이들이 격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환자 간병을 병원이 책임지지 않고 가족이 책임지도록 하는 방식 역시 메르스를 가족과 간병인에게 퍼뜨리는 역할을 했다. 일차의료가 허약해서 국민이 여러 병의원을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병원쇼핑'이 가능한 의료전달체계는 단 한 명의 메르스 환자가 여러 병의원 환자와 의료진을 메르스 감염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의 문병문화와 응급실의 과다한 이용, 병원쇼핑 문화 역시 메르스 감염 확산을 부추긴 요인이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보편적인 과제이자 해묵은 난제이다. 보편적 과제라는 뜻은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이지만 이와 유사한 다른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문제를 드러낼 것이라는 의미이다. 난제였던 이유는 국민과 정책결정자가 관심이 없어 정책의제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병원감염 문제이다. 일차의료 강화 역시 국민들의 의료이용 관행을 바꾸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해당사자간 생각이 크게 달라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메르스 사태가 우리 사회에 준 충격으로 인해 해묵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위 정책의 창이 열렸다. 하지만, 과학적이며 의료계가 합의하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정책대안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이 글은 메르스 감염에 취약한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의료이용문화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감염에 취약한 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병원감염관리를 강화하고, 포괄간호를 조속히 확대하고, 응급실의 과밀화를 해소하며, '병원쇼핑'을 억제함과 동시에 일차의료를 강화하고, 병원 이용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병원감염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감염관리실을 중심으로 한 감염관리활동을 강화하고; 의료행위에서 감염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재료, 행위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병동,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감염위험환자의 격리실 이용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해야 한다.
병원의 감염관리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감염관리자원을 확보하고, 적절한 활동을 보장하고, 감염관리의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해야 한다. 충분한 자원-활동의 목표와 지침-성과 평가 및 보상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효과적인 감염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
우리나라 의료법에서는 200병상 이상 병원 및 종합병원에서 중환자실 운영하는 경우 감염관리실을 설치하고 감염관리 전담인력 1인 이상을 두도록 하고 있다(의료법 제47조 병원감염 예방, 의료법 시행규칙 제43조 및 46조). 하지만 병원감염관리 인력은 병원의 규모가 커지면 더 많은 전담인력이 필요하나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병원이 1인 이상을 두어야 할 의무는 없다. 그 결과 우리나라 감염관리 전담인력은 100병상당 0.25명으로 미국의 1/3에 불과하다. 향후 병원감염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감염관리인력 적정배치기준을 의료법에 정해야 한다.
1980년대 이후 미국 SENIC (Study on the Efficacy of Nosocomial Infection Control) 연구를 바탕으로 병원감염관리인력은 250병상당 실무전담인력 1인, 1,000병상당 역학자 또는 의료미생물학자 1인을 두는 것이 표준지침이었다[3]. 하지만 병원 평균 재원일수가 줄어들고 입원환자의 중증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입원환자에 비해 외래 및 통원수술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기존 병상당 기준에 비해 더 많은 감염관리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미국 감염관리전문가협회에 조사결과에 따르면 100병상당 감염관리 전담인력을 0.8-1.0명을 두도록 권고하고 있다[4]. 네덜란드도 이와 유사한 인력수준을 권고하였다[5]. 네덜란드는 입원환자 5천 명당 전담관리인력 1명을 두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100병상당 1명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와 함께 2만 5천 명당 역학자 또는 의료미생물학자 1명을 두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500병상당 1명과 유사한 수준이다. 주로 간호사인 감염관리 실무전담인력 이외에 감염내과와 감염소아과 전문의, 병원 역학자 또는 미생물학자도 필요하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병원감염관리 전담인력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병원감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병원감염관리 전담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병원감염 전담실무인력을 100병상 1명(또는 입원환자 5천 명당 1명), 500병상당 역학 또는 미생물 전문가 1인을 배치하도록 의료법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의료기관 인증평가의 병원감염관리 관련 평가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확대된 조직과 인력을 바탕으로 병원감염활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병원에서 발생한 다양한 감염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감염감시활동이 기본이다. 감염관리 지침을 마련하고, 교육하며, 대량 감염 발생시 대처도 중요하다. 질병 관리본부의 병원감염감시체계 또는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를 통해 병원감염관리활동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과평가를 기반으로 기존 체계와 활동을 개선할 수 있으며, 병원의 감염관리 노력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 환경과 평가의 성격을 포함한 제반 맥락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평가결과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요 병원감염은 수술 부위 감염,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 중심 정맥카테터 관련 혈류감염, 요로감염 등 이다. 우리나라 병원감염 발생률은 3.7-15.5% 수준이며, 의료관련감염 1건당 입원기간이 평균 12일 늘어나고 진료비 는 65-636만 원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7]. 병원감염으로 인해 낭비되는 진료비는 최소 약 3천 3백억 원에서 최대 1조 6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감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감염위험이 있는 환자가 격리실에 입원할 수 있도록 현행 건강보험의 격리실 급여기준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건강보험에서 감염위험환자의 1-2인실에 대해 급여를 하고 있으나 그 범위가 좁다(Appendix 1). 특히 감염성 폐렴환자가 격리실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가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뒤늦게 추가되었다.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 중 약 40%는 환자 가족이나 간병인이었다. 간병을 한 가족과 문병을 온 가족이 구분되지는 않지만, 환자 가족과 간병인에 의한 사적 간병이 병원감염을 전파시키는 중요한 경로인 것은 명확하다. 환자 가족과 간병인에 의한 사적 간병은 환자의 병원감염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보호자가 상주하는 병원은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는 병원에 비해 병원감염 발생률이 2.87배 높았다[12].
현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기존 사적 간병을 병원이 책임지는 간호서비스로 대체하는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하려고 노력해왔다. 2014년 말까지 사업모형을 개발하였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지방중소병원을 중심으로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었다. 이는 포괄간호서비스 확대로 인해 수도권 대형병원에 환자가 집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2015년 6월 말 현재 32개 병원이 참여하였고, 2014년 말까지 1년 반 동안 모두 약 10만 명의 환자가 포괄간호서비스를 받았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기존 포괄간호사업은 병원감염을 줄이기 위한 포괄간호사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모형을 다음과 같이 변경해야 한다. 첫째,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모든 병원을 포괄간호서비스 사업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병원감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증환자가 주로 입원하는 상급종합병원이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사업 목표를 명확히 하고 신속하게 사업대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사업 성과가 미미했고 사업 목표량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연평균 포괄간호서비스를 받은 환자는 간병 필요환자의 5%에 불과하였다[13]. 예를 들어 2017년 말까지 간병이 필요한 환자의 2/3 이상에 대해 포괄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할 경우 간호사 인력배치 수준을 기존에 비해 크게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병원의 간호인력수준이 외국에 비해 크게 낮아 환자 진료결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 환자비율은 1:4-1:8 수준이어야 한다[14]. 최근 간호대학 증설과 정원 증가로 포괄간호를 확대하는 데 필요한 간호인력을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메르스 환자의 약 절반이 응급실에서 발생했으며, 그 중 거의 대부분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했다. 응급실의 과밀화와 격리실이 부족해 거대한 다인실처럼 운영되는 우리나라 대형병원 응급실이 메르스를 대량으로 전파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과밀화 지수가 높은 상위 20개 병원의 평균 과밀화 지수는 131로, 평균적으로 응급환자 수용능력의 1.31배에 달하는 환자가 응급실에 체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15]. 이들 병원에 응급환자가 체류하는 시간은 평균 15시간으로 조사되었다.
응급실 과밀화의 원인은 투입요인, 과정요인, 산출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16]. 투입요인에 의한 과밀화는 응급실 진료능력에 비해 진료해야 할 응급환자가 많아서 과밀화가 발생한 것을 말한다. 경증환자의 증가, 환자 중증도의 증가, 독감 유행과 같은 계절적 요인이 원인이다. 과정요인에 의한 과밀화는 응급실 인력 부족, 검사나 처치의 증가로 인해 과밀화가 발생한 경우이다. 산출요인에 의한 과밀화는 병실 부족과 입원 대기환자의 증가로 인해 과밀화가 발생한 경우이다. 우리나라와 외국 모두 산출요인이 과밀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17].
응급실 산출요인에 대한 관리를 통해 응급실 과밀화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1) 응급환자를 우선적으로 입원시키기 위한 응급환자 입원료 가산제도, 2) 입원 대기 응급환자를 수용하는 관찰병상 또는 hallway protocol, 3) 응급실 과밀화 지수와 응급의료 수가차등을 연계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응급환자 입원료 가산제도는 응급환자의 중증도가 높고 응급입원이 병원의 진료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것에 대한 보상방안이 될 수 있다. 응급실이 과밀화되면 입원 가능한 병상이 없더라도 일단 응급환자를 병동으로 올려 보내는 hallway protocol은 미국 등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응급실 과밀화 수준에 대한 평가와 재정적 인센티브를 연계하는 방안은 영국에서 과밀화를 성공적으로 감소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밀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응급실 투입요인에 대한 관리도 함께 필요하다. 산출요인에 비해 영향이 적기는 하지만 이 역시 응급실 과밀화의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중증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권역 및 지역 응급센터에 중증도 선별 이후 경증환자를 진료하는 별도 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신속하고 집중적인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역응급의료기관이나 의원의 야간 외래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응급의료기관이 경증응급환자로부터 응급의료관리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야간응급외래를 지정 및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메르스 환자가 여러 병의원을 방문하는 '병원쇼핑'을 한 것도 감염이 널리 확산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다른 사람을 감염시킨 메르스 환자는 거의 대부분 하루 이틀 간격으로 여러 병의원을 방문하였으며 마지막에는 대형병원을 방문하였다. 이처럼 대형병원을 선호하고, 여러 병원을 자유롭게 방문하는 병원쇼핑은 서구와는 다른 우리나라의 독특한 의료이용문화이다. 국민이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것은 한편으로 동네 병의원의 의료 질을 불신하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 대형병원을 방문하는 데 제도적인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증환자가 동네 병의원 대신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첫째,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기 어렵다. 대형병원에 비해 동네 병의원이 만성질환자를 더 잘 지속적으로 진료하고, 교육하고,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효율적이지 않다. 일반적으로 대형병원이 동네 병의원에 비해 진료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질병의 종류와 중증도가 같은 환자를 비교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셋째, 동네 병의원이 대형병원에 비해 의료 질이 항상 낮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동네 병의원의 의료 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환자는 대형병원이 아니더라도 질이 좋은 동네 병의원을 골라 갈 수 있다.
따라서 경증질환은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받고 중증질환만 대형병원에서 진료받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제공자인 병의원에 대한 인센티브와 의료소비자인 환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모두 필요하다. 첫째, 경증질환자가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대폭 낮춰줌으로써 동네 병의원 이용을 유도해야 한다(예: 본인부담률을 30%에서 10%로 인하). 반대로 경증질환자가 대형병원에서 진료받을 경우 기존 본인부담률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높은 가치서비스에 대해 보장성을 강화하는 가치기반 급여설계의 개념에 부합하는 방안이다. 향후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고액진료비 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에서 만성질환관리와 같이 높은 가치의 서비스에 대해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둘째, 동네 병의원이 경증환자를 진료할 경우 또는 대형병원이 중증환자를 진료할 경우 진료비를 가산해줌으로써 의료기관의 기능에 맞는 환자를 진료하도록 유인할 수 있다(예: 진료비 가산율 5%). 반대의 경우는 진료비를 감산한다. 셋째, 경증의 만성질환에서 핵심적인 일차의료서비스인 교육 및 상담, 환자관리 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에서 보상한다. 예를 들어 고혈압 및 당뇨병 환자에 대해 교육서비스에 대한 1만 원, 환자관리서비스로 매월 환자당 2만 원의 수가를 신설할 수 있다. 넷째, 동네 병의원과 대형병원 간 환자의뢰체계를 구축하고, 의뢰 및 회송 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에서 보상한다. 환자 상태가 악화되는 등 대형병원을 이용할 필요가 있을 경우 동네 병의원에서 환자를 의뢰하고 회송받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환자진료가 연속적으로 이뤄지도록 함과 동시에 환자가 안심하고 동네 병의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다섯째, 환자진료정보 조회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환자가 어느 의료기관을 방문하든지 과거 환자진료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모든 질환을 경증질환과 중증질환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구분하기 쉬운 질환에서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구분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메르스의 확산에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의료이용문화 역시 기여했다. 먼저 문병문화가 개선되어야 한다. 감염에 취약한 소아, 임산부, 노인의 병원 문병을 자제하고, 면회시간을 지키고, 지나치게 오랫동안 병원에 머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벼운 질병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대형병원에 가지 않고 동네에 단골 병의원을 정해 놓고 이용하도록 한다. 동네 병의원을 지속적으로 다니게 되면 의사-환자관계가 강화되어 병원쇼핑이 동시에 줄어들게 된다. 가능하면 동네 병원 응급실을 이용하고, 급하지 않으면 주간에 외래를 방문하도록 한다. 의료이용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부와 의료인 단체의 캠페인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의료인 단체의 대국민 캠페인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문병문화와 같이 의료기관 운영방침과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에서는 의료기관 인증평가 등을 통해 병원 운영방침을 변화시키려는 제도적인 노력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메르스 바이러스에게 낙타보다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가 더 좋은 숙주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병원이 감염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메르스 사태를 통해 드러난 우리 의료체계와 병원의 약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를 바꾸지 않으면 메르스 사태는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메르스 사태는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라 우리 의료체계와 병원 시스템의 구조적인 특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사태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병원은 메르스 바이러스에만 취약한 것이 아니다. 감염위험환자가 다인실에 입원하고, 가족이 간병을 책임지고, 100명이 넘는 환자가 붐비는 응급실에 감염력이 있는 환자가 다른 환자와 격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는 병원과 의료체계는 메르스뿐만 아니라 사스, 신종플루, 슈퍼 박테리아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감염에 취약하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병원은 감염병에만 취약한 것이 아니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료사고에도 취약하다. 병원감염은 의료사고의 대표적인 유형이며, 의료사고와 상당부분 같은 원인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메르스 사태는 평소에 잘 보이지 않았던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병원의 보편적인 약점을 보여주었음을 의미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보편적 약점을 해소하지 않으면 메르스 바이러스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재난은 반복될 것이다.
본 논문은 메르스 집단발병이 초래된 일차 원인은 방역실패에 있지만, 이의 급속한 확산에는 우리나라 병원과 의료이용문화가 감염에 매우 취약했기 때문이고, 이러한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약점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또 다른 감염병에 의한 재난은 반복될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개선 방안으로는 구체적으로 병원감염관리 강화 방안, 포괄간호 확대, 응급실 과밀화 해소 방안, '병원쇼핑' 억제 위한 일차의료 강화방안, 일반국민들의 의료이용문화개선을 대규모 캠페인의 필요성 등을 제안하고 있다. 메르스 집단발병으로 드러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이번만큼은 제대로 고쳐나가야 한다는 범의료계와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된 상황에서 이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의성과 정책적 의의가 높은 논문이라 할 수 있다.
[정리: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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