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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and Wang: 한국에서의 재난의료
일반적으로 재난이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원인에 의해 지역 사회에서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의 범위를 초과하는 갑작스러운 사건을 말하며, 의학적 측면에서는 제공할 수 있는 의료자원에 비해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경우를 재난이라고 할 수 있다[1]. 특히 동시에 다수의 환자가 발생하는 사건을 mass casualty incident라고 하며 '다중손상사고' 등으로 불리운다. 재난과 다중손상사고는 그 경계가 불명확하여 외국의 여러 국가 및 기관에서 다양한 역학적 정의를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문가 조사를 통해 6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를 다중손상사고로, 10명 이상의 사망자 또는 5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사고를 재난이라고 정의하는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간 우리나라에 발생한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는 680명이며, 2002년의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감소 추세를 보여 2007년부터는 매년 20명 이하의 인명 피해만이 발생하였으나 2011년 호우에 이은 산사태로 인해 총 78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다. 산불을 제외한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동 10년간 총 4,538명으로 연평균 454명이 화재로 목숨을 잃으며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자 수는 연평균 6,231명이나 국내의 관련 인명피해 통계는 학문적으로 재난 혹은 다중손상사고로 볼 수 없는 것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2014년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와 같이 단순히 사망자의 수, 이로 인한 손실액만으로는 반영하기 힘든 국가적, 사회적 영향이 있는 것이 재난의 특성이므로 의료인들은 재난과 국내외의 재난관리체계의 기본 사항을 이해하고 재난의료 측면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기본사항을 반드시 알아야 할 시점이다.
재난은 대형화, 복합화 및 탈지역화되고 있다. 교통수단의 발달 및 세계화로 인해 재난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피해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게 되었다. 1918년의 스페인 플루는 전세계로 확산되어 2천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2002년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은 과거와 다른 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곧 전 세계로 퍼져 8,096명의 환자와 774명의 사망자를 내었다. 2011년 일본 동북부에서 발생한 대지진에 이은 지진해일은 그 자체로만으로도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초래하였으며, 이차적으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중단 및 방사능 물질의 누출로 인해 불확실한 정보가 확산되고 재생산되어 사회적인 혼란이 야기되어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재난관리체계는 1990년대 중반 이전에는 풍수해 중심으로 하여 과거 내무부에서 예방, 복구를 위주로 하는 체계였으나 이후 큰 의미가 있는 중요한 재난이 시기별로 발생하여 재난관리체계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첫 번째로 1990년대 중반 연이은 인적 재난 중 가장 중요한 재난으로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으며 시설물의 안전과 더불어, 이로 인해 처음으로 재난의 대응이 강조되고 재난의료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그러나 이 시점은 국내에서 응급의학 조차도 정착되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재난의학과 응급의학의 성격이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전후하여 재난관리법이 제정되고 의학 측면에서는 재난 등을 대비한 응급의료체계의 정비를 포함하여 응급의학의 활성화, 응급구조사의 명문화가 시행되었고, 이 내용이 포함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두 번째로 21세기에 들어 미국의 911 세계무역센터 테러에 이은 국내에서의 월드컵에서의 안전을 위한 준비로 바쁜 시점에 대구지하철 화재가 발생하였고 이는 20세기까지 국내에서 준비하였던 체계가 별 소용없음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각종체계를 손보았음에도 재난을 위한 별도의 준비가 미흡하였음을 보여주었고 이는 의료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따라서 재난의 각 분야를 통합하는 관리주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에 소방방재청이 출범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소방방재청은 소방, 방재, 민방위 분야가 모여 있는 곳이라 화학적 결합으로 인한 상승작용을 거치지 못하고, 이후 발생하는 신종전염병이나 화학물질 누출사고와 같은 특수재난 대비체계에 대한 숙제만 안겨주게 된다. 세 번째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는 2014년 내내 그 해결이 진행될 정도의 국가적 여파가 큰 사건이었고 해양경찰청이 해체되어 소방방재청 등과 같이 국무총리 산하의 국민안전처라는 비대조직이 탄생하였고, 향후 재난 및 재난의료가 새로운 체계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본 재난의학 특집에서는 재난 및 재난의학의 기본적 사항을 의료인에게 알리고 소개할 필요가 있었으며, 재난의료의 원칙 및 체계에 대한 서술을 통하여 중요한 재난의학의 개념과 현 상황을 소개하고자 하였다. 재난의학에 대한 연구는 임상적 연구, 역학적 연구 및 실험적 연구가 실제 모두 가능하나 이는 재난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그 발생을 예측하기 어렵고 그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와는 그 성격이 매우 다르다. 현재 재난사례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미 나와 있으며, 재난의 역학적 연구도 최근 활성화되고 있다. 재난의학 이외 분야의 재난연구는 이공학 분야에서 재난 관련 기기개발, 재난 발생을 가정한 다양한 실험 및 인문사회학 분야에서도 행정, 법률, 심리,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어 의학 분야에서도 이들 분야와의 융합적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내 재난의 현황 및 역학을 본 특집에서 소개하고 있다. 재난은 그 분류가 같을 수는 있으나 개개 사례는 모두 다르고 사례에 대한 재난의학적 접근도 다르다. 따라서 과거의 재난에 대한 재난의학적 접근 사례를 보고 지속적인 환류를 통하여 교훈을 얻어야 하며, 특히 그 재난이 사회적 관심도가 떨어지고 경험자들의 기억이 잊혀지기 전에 사례 분석 및 정리가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 특집에서는 2014년에 발생한 가장 사회에 영향을 준 재난 사례로서 세월호 침몰사고와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의 두 가지 사례를 다루고 있다. 또한 과거의 재난에서는 재난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을 포함한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가 재난 시 주요 의학적 문제로 국내에서 대두되지 않았고 환자들은 개별적으로 진료를 받고 체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구지하철화재 후 정신건강문제가 발생한 분들에 대하여서는 장기적 추적 관찰이 된 적이 있으나, 국내에서 체계적인 재난 시 정신건강 지원 체계를 갖지 못하고 있다가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체계적인 재난 정신건강 지원 체계의 틀을 갖추어 가고 있고,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재난 시의 심리와 정신건강 지원을 주제로 기술되어 있다.
재난의학에 대한 연구 중 역학적 연구는 당장 국내 재난의 현황을 파악하고 그 대안을 찾아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 그러나 그 재난의 특성을 대표할 수 있는 지표의 도출, 환자에 대한 기본 자료를 수집하거나 지표 산출을 위한 필요한 모집단의 설정 등이 어렵고 표준화된 지침이 없어 실제로 역학적 연구를 통하여 재난의 특성을 파악하기란 어렵고, 특히 국내에서는 재난 관련 자료들은 행정적 자료가 대부분이라, 인명피해와 의학적 문제와 관련된 자료 자체가 미흡한 것이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 델파이 조사를 통해 재난 및 다중손상사고에서 산출할 수 있는 보건지표들을 제시한 경우도 있고, 전향적 연구가 쉽지 않은 재난의학의 특성 상 세계 각국과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면서 의학적 내용을 보강해가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의 재난에 대한 일차 대응은 주로 각 지역의 소방방재본부에서 수행하고 있고, 지역의 소방본부에서 주요한 재난사고들에 대한 대응 결과를 소방방재청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어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소방방재청에 보고된 자료를 이용해서 소방에서 대응한 재난에 대해 분석한 연구도 초기 대응 측면에서 의의가 있을 것이다[2]. 일단 단순한 통계치로서만 재난을 이해하지 말고 실제 의학적 견지에서 필요한 역학적 자료로 국내 재난의 특성을 말할 수 있는 조사 및 분석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3].
재난의 역학적 연구를 통해 재난의학적 관점에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재난의 현황을 이해할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개별 재난에서 잘못된 점을 통하여 향후 교훈을 얻고 자세와 체계를 수정할 수는 없다. 개별 사례에 대한 재난의학적 접근을 통하여 재난의료의 원칙을 상기시키고, 자원, 제도, 문화, 법률 등 어떠한 분야를 더 수정해야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서는 새로이 발생하던 테러, 신종 전염병, 사이버 대란, 국지전 위기 등 다양해진 재난 형태 때문에 과거의 패러다임으로서는 재난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견해와 더불어, 2014년의 재난은 20세기에 빈발하던 전통적인 인위재난 역시 아직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상기시켰다[45]. 그간 재난관리체계를 정비하고 재난의학 분야의 노력이 있었지만 상황이 크게 호전되지 않았음은 두 가지 사례의 분석을 통하여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대응에서 과거 국내의 재난과 달랐던 것 중 하나는 지역사회학적 접근을 통한 재난심리지원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 경우는 같은 고등학교 학생들이 피해자의 많은 수를 차지하였고 따라서 지역사회학적 접근을 통한 재난심리지원이 용이할 수 있었던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적, 지역적 재난심리지원체계가 미흡한 상황에서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유기적인 관계의 확보, 지역사회의 심리지원자원에 대한 정보확보, 타 병원의 적극적인 지원, 훈련된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초등대응의 기반을 신속히 확보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이를 통하여 국가적 관심으로 인한 높은 행정적 뒷받침, 정신건강에 대한 시민인식 전환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고 보인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된 재난심리지원은 국내 재난 시 정신건강 피해자 관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볼 수가 있고 향후에도 이를 기반으로 재난심리지원체계가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 특집에서 재난의학의 많은 부분이 다루어지지 않았으나, 현 시점에서 알아야 할 주요 재난의학 문제를 다루고, 그 개념을 잡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특집에서 더 언급하지 못한 내용이 너무나 많고, 그 예로서 재난 시 흔히 혹은 주로 발생하는 질환의 임상적 특성, 각종 유형의 재난에서 의료인 및 병원 관리진이 기본적 진료와 진료 지속을 위하여 알아두어야 할 사항, 병원 내에서 발생하는 재난, 풍수해나 일반적 인위재난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특수재난에 대한 의료인의 대처 및 의료인의 자기보호장비 구비 및 사용법 등이 있겠으며 이는 심화학습을 통하여 다루어지기를 기대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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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CID iDs

Soon-Joo Wang
https://orcid.org/http://orcid.org/0000-0002-2977-6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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