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Breaking bad news to patients is one of the most difficult communication tasks to clinicians. The quality of delivery of bad news seems to be directly related to patients' anxiety and distress, strong emotions, their adjustments to bad situation, coping and satisfaction with care and clinical outcomes. Evidence has supported that health care professions' communication skills to deliver bad news can be improved by communication skills education and training. In this review, the author described the definition of bad news, patients' preferences and views on communication of bad news, some protocols or guidelines to breaking bad news, and educational effect of bad news communication skills training. In addition, the author suggested some practical tips and dialogue examples in Korean, which can be applied into clinical settings.
의사들이 가장 흐뭇하고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다행히도 조직검사에서 양성으로 결과가 나와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약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결과가 아 주 좋은데요", "수술이 잘되었습니다"라는 '좋은 소식'을 전 하고 이를 듣는 환자와 가족들이 환하게 웃을 때가 아닐까?
그러나 때때로, 아니 생각보다 자주 의사들은 환자와 가족 들이 원하지 않는 갑작스러운 사실을 전해야 한다. 영어로는 이러한 상황을 흔히 'breaking bad news'라고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속보를 'breaking news'라고 하고 이는 '새로운 사실을 빨리 알리는 것'을 말한다. 좋은 것이던 좋지 않은 소식 이던 간에 갑작스러운 소식은 기존의 인지적, 정서적 평형 상태를 깨고 새로운 국면에 처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영어에 서 'breaking'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아닐까? 의사들이 통 보해야 하는 bad news는 환자나 가족이 원치 않는 결과, 예상치 못했던 사실이고 이는 기존의 질서를 깨고 그들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영어의 'breaking'이라는 동사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 말로는 어떤 표현이 가장 적절할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에서 발행한 '의료커뮤니케이션' 교과서[1]와 의사실기시험 대비를 위한 '기본진료수행지침'[2]에서는 '나쁜 소식 전하기'라고 기술하고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유감스럽지만,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말은 왠지 그 자체가 부정적으로 느껴진다. 비록 좋은 상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의사가 어떻게 대화를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환자 또는 가족에게는 향후 자신의 미래를 좀 긍정적으로 계획하고 상황을 대처를 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간단한 표현을 위해 영어 표현 그대로의 '나쁜 소식' 또는 '나쁜 소식 전하기' 등으로 기술을 하겠지만, 실제 환자에게 설명할 때는 '좋지 않는 소식', '유감스러운 소식', '안타까운 소식' 등으로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할지 모르겠다.
이 글에서는 '나쁜 소식'의 의미와 나쁜 소식을 전달받을 때 환자와 가족이 바라는 것, 나쁜 소식을 적절하게 전달하는 것의 필요성 등에 대한 선행연구를 기술하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원칙과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암전문의이면서 커뮤니케이션의 대가인 Buckman [3]은 '나쁜 소식이란 환자의 미래에 대한 전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모든 정보'라고 정의하였고, 환자의 개인적인 희망이나 기대에 어긋나는 사실은 모든 나쁜 소식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하였다.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하는 경우는 암의 진단 또는 재발이나 전이, 완화치료로의 이행, 사망선고 등, 수술 후 환자의 회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항체가 양성임으로 알려야 하는 경우, 영아집중치료실에서 영아의 상태가 매우 악화된 상황 등과 같이 심각한 상황에서부터 정기검사에서 당뇨가 확인된 경우 등 경미한 상황까지도 포함된다.
또한 의사들에게는 경미하고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환자나 가족의 입장에서는 큰 충격이 될 수도 있다. 일례로, 혈당검사 이상으로 재 검진 후 결과를 보러 온 환자에게 의사는 당뇨병을 진단했다. 환자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오진의 가능성은 없는지 질문한다. 이 경우, 의사는 다소 당혹스러울 수도 있고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의사에게 당뇨병의 진단은 일상적 업무의 하나이지만 환자는 향후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짐으로 느껴져서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환자의 감정적인 반응에도 의사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축하합니다. 이제 퇴원하셔도 됩니다'라는 의학적으로 매우 좋은 소식 조차도 환자의 입장에서는 나쁜 소식이 될 수 있다. 집에 돌아가면 보살펴줄 가족이 없거나 설사 보호자가 있더라도 생업에 바쁜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 염려되는 노인이라면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설지도 모른다.
의사들은 전달하게 되는 사실이 나쁜 것인지 아닌지 여부는 환자 개인의 경험과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정상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정기건강검진 결과를 들으러 의사를 만난 50대 초반의 여성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의사는 안저 사진촬영에서 황반변성 소견이 보이니 안과진료를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황반변성이 어떤 질병인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전혀 모르는 환자는 집 근처의 병원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았다. 그녀가 의사로부터 갑작스럽게 들은 소식은 "황반변성 있네요. 이렇게 그냥 두면 어떻게 해요. 실명하고 싶어요? 큰 병원 가보세요."이었다. 진료 중 의사 는 환자가 받을 정서적 충격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의사가 한 말에는 사실적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과연 의사로서 전문가적인 태도일까? 의사와 환자는 근본적으로 입장의 차이를 보인다. 질병의 원인과 경과에 대한 이해도 차이, 모호한 상황에 대한 수용의 차이, 질병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서로가 다른 입장에 서있다. 의사가 환자의 시각에서 이러한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양자 간의 간극은 좁아지기 힘들다. 그래서 환자와 가족의 원하는 바, 선호하는 것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쁜 소식을 접할 때 환자의 입장을 연구한 최근의 연구에서는 정보의 질(이해도, 개별화, 완전성 포함)과 의사의 정서적 지지 표현이 환자가 질병상태를 수용하는데 있어서 95%의 설명력을 보였으며 나쁜 소식의 심각도 정도는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4]. 즉, 설명을 잘 하는 것과 정서적 지지가 환자의 질병에 대한 수용이나 판단에 중요한 영향인자이며 상호부가적인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정서적 지지가 부족 할 경우 환자가 진단이나 상태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음을 저자들은 주장하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서적인 지지가 부족한 경우 의사가 아무리 설명을 충분히 잘 해주어도 질병에 대한 환자의 수용도는 보상되지 않았는데, 의사들은 설명을 잘 하면 정서적 지지가 부족한 것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 라고 생각하였다는 점이다.
일본의 암환자 대상의 심층연구는 나쁜 소식을 들을 때 환자는 '의사가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면담하는 것', '질병이나 치료가 환자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논의하는 것', '환자의 이해를 돕거나 환자들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을 원한다고 보고하였다[56]. Fujimori와 Uchitomi [7]의 체계적 분석고찰에 의하면 암 환자들은 나쁜 소식을 접하게 되는 진료상황, 의사의 커뮤니케이션 태도, 정보의 종류와 전달방법, 정서적 지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또한 환자의 인구통계학적 요소도 이에 영향을 미치는 데 여성이 남성보다, 젊을 수록,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질병상태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와 정서적 지지를 원했다. 아시아계 암 환자들은 서양의 암환자들에게 비하여 암 통보를 받을 때 가족이나 보호자가 옆에 있어 주는 것을 더 선호했으며, 예상 생존기간에 대한 논의는 서구의 환자들의 요구가 더 높았다.
환자나 가족에게 나쁜 소식을 알려야 하는 상황은 사소한 단어 선택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 매우 민감한 상황임을 증명한 연구도 있다. Burgers 등[8]의 연구는 동일한 상태의 의학정보를 전달할 때 의사가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표현을 하는 것에 따라서 환자의 심리적 반응과 의사에 대한 신뢰 또는 만족도, 정보에 대한 이해도, 치료에 대한 순응도 등 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상태에 대하여 의사가 "당신은 죽지 않을 것입니다" 와 "당신은 살수 있습니다" 또는 "상태가 점점 나빠질 것입니다"와 "상태가 호전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와 같이 동일한 상황을 의사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즉각적인 심리적 반응에 영향을 주었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98%의 암환자가 자신의 진단명을 알고 싶어했고 87%의 환자가 좋은 것이던 나쁜 사실이 던 모든 가능한 정보를 듣고 싶다고 응답하였다[9]. 한국에 서 시행한 암 환자와 그 가족의 말기 암 통보에 대한 조사연구에서도 대부분의 환자(96%)가 직접 통보 받기를 원했고, 78%가 그 사실을 알려야 하는 사람은 의사이어야 한다고 답변하였으며 72%가 진단된 후 즉시 통보 받기를 원했다[10].
중국의 경우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아직도 가족 중심적 결정이 지배적이어서 암 진단을 가족에게 먼저 알리고 환자에게 숨겨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다른 문화권에 비하여 높고[11], 가족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의사들의 대부분 (78%)이 가족에게 먼저 나쁜 소식을 알리고 환자에게는 말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에 대하여 의사들은 윤리적 딜레마를 경험한다고 하였다[12]. 최근 이탈리아의 한 연구도 환자에게 진단명을 알리지 않기를 원하는 가족들의 부탁이 의사가 나쁜 소식을 전달할 때 딜레마의 원천이 되고 있고 나쁜 소식을 전달하는 상황은 환자 또는 가족 뿐 아니라 의사에게도 심리적 부담을 주는 상황이므로 의사들이 나쁜 소식을 잘 전달 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13].
국내의 경우 서구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자율성 존중에 바탕을 두고 환자에게 직접 나쁜 소식 전달하는 것이 보편적 추세이지만 이를 적절하게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교육과 훈련은 활발하지 않다.
의사가 환자에게 정서적 지지를 하면서 나쁜 소식을 전할 경우 환자들은 의사가 설명한 정보를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5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의사가 정서적 지지를 명확히 표현한 군(실험군)과 정서적 지지표현 없이 의학적 사실정보만 전달하는 군에 대한 무작위대조군 실험연구를 하였다. 실험군의 의사는 공감, 지속적인 돌봄에 대한 표현, 안심과 격려메시지를 포함한 정서적 지지를 표현했다. 나쁜 소식을 전하는 순간, 양군 대상자 모두 불안 수준이 유의하게 증가했지만 정서적 지지가 제공 된 실험군은 대조군에 비하여 정보전달 후 불안의 수치가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또한 의사가 전달한 의학적 정보에 대한 기억량을 조사한 결과, 실험군이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더 많은 정보를 정확히 기억하였다. 이 연구가 실험연구이고 피험자 수가 많지 않다는 제한은 있으나, 치유 불가능한 병의 진단을 받을 때 의사의 공감적이고 지지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환자의 급성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주고 이것이 의학적 정보의 기억력에 유의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14].
나쁜 소식을 전할 때, 의사가 지지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환자의 디스트레스와 좌절과 절망감은 감소하는 반면에 질병을 이겨내야겠다는 동기는 높았다[15]. 다른 연구에서도 환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의사가 커뮤니케이션을 할 경우, 나쁜 소식을 전해 듣는 환자의 심리적 디스트레스는 감소하고 의사에 대한 만족도는 증가했다[16]. 나쁜 소식을 전달해야 하는 상황은 의료진에게도 상당한 디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업무로 인한 정신적 탈진을 경험하게 하는데, 나쁜 소식을 적절히 잘 전달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은 경우, 암 진료에서 의료진이 경험하는 정신적 탈진을 조절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17].
Buckman [3]은 나쁜 소식을 전하는 방식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몇 가지 원칙을 제안하였다. 첫째, 나쁜 소식은 면대면 대화를 통해서 전달되어야 한다. 둘째, 환자와 정서적으로 가까운 사람이 배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나쁜 소식을 전달하기 전에 환자가 자신의 상태 혹은 진단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환자에게 얼마만큼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적절할지를 파악해야 한다. 넷째, 솔직하게 정보를 전하되, 가급적 의학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한다. 다섯째, 의사는 환자가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서적 반응을 공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여섯째, 의사는 환자의 질문에 대하여 가능한 충분하고 자세히 답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추후진료가 필요한 경우, 가능한 조속히 차기 진료를 예약해준다.
이러한 원칙을 진료현장에서 의사들이 나쁜 소식을 전할때 적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다양한 커뮤니케이션모델이 개발되었다. 2001년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겪게 되는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줄이고 효과적인 암 치료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하여 의료진에게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공식적 교육프로그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이 SPIKES모델이다. 이는 setting, perception, invitation, knowledge, emotion, strategy and summary 의 영어 두문자로 만든 약어 표현이다[18]. SPIKES모델이 암 환자를 위해서 고안되기는 하였으나 이후 다양한 의료 상황에 적용되어 나쁜 소식 전할 때의 전형적인 모델로 유용성이 확인된 바 있으며 미국, 유럽뿐 아니라 일본, 중국을 포함한 동양권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내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에서 발행한 '의료커뮤니케이션'[1], 의사실기시험 대비를 위한 '기본진료수행지침'[2]에서 도 나쁜 소식 전달에 대한 임상 및 교육 가이드로서 SPIKES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필자는 SPIKES 모델, OncoTalk [19], 일본의 커뮤니케이션 교육프로그램[20], 영국[21]과 호주의 암환자와 완화치료 환자를 위한 정신심리학적 지지적 치료의 가이드라인[22] 등 과 선행연구를 분석하고 국내의 암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나쁜 소식을 전달할 때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요소를 정리한 바 있으며 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23].
면담 전 환자에게 설명할 때 필요한 쉬운 용어를 미리 생각해보고, 예상되는 질문이나 환자가 나타낼 반응에 대하여 미리 생각해둔다. 의사 자신의 감정 상태도 확인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 싶어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환자는 의사를 통하여 자신의 상태를 듣고 싶어한다.
환자의 사생활이 보장되는 환경이 필요하다. 독립된 진료실에서 대화를 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병실복도와 스테이션 같은 장소는 적절하지 않다. 의사 환자 모두 의자에 차분히 앉아서 환자가 소식을 받아들이고 의사에게 질문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가족이 같이 왔는지, 함께 결과를 듣고 싶은 것은 아닌지 등도 확인한다. 기본적인 라포가 형성 되지 않은 상태 혹은 환자가 나쁜 소식을 들을 수 있는 마음 의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에서 단도직입적으로 결과부터 말 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환자도 결과를 빨리 듣고 싶어하고, 의사도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이런 과정은 불필요하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질병이나 상태에 대하여 환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나 예상하고 있는 것, 환자의 걱정거리나 두려움을 파악한 후에 문제를 접근하면,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오히려 감소하여 시간 효율적일 수도 있고, 환자의 감정상태에 맞추어 정보를 제공하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진료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아래와 같은 진료상황을 생각해보자.
의사: "○○○님, 대변출혈에 대해서 원인이 뭘지 혹시 생각해보신 적 있으세요?"
환자: "모르겠습니다. 그 때문에 의사 선생님을 찾아 온 것 이 아닙니까?"
의사: "네, 물론 그렇습니다. 그래도 제가 설명하기 전에 ○○○님이 생각하고 계신 것이 무엇인지 알면 제가 설명 드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위의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 환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 일 수 있다. 어떤 환자는 "글쎄요, 전에 신문에서 혈변에 관한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대장암에 대한 것만 있더군요. 저도 대장암이 아닐까, 무척 걱정이 되는 군요"라고 말 할 수도 있고, 어떤 환자는 "글쎄요, 뭐 젊어서도 출혈이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치질이라고 했었거든요. 이번에도 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 아무 말도 없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의사의 얼굴만 쳐다 볼 수도 있다. 의사가 대장암의 진단을 통보해야 하는 상황은 같더라도 위와 같은 단계를 통하여 환자의 생각, 기대, 걱정 등을 파악한 후 이후 면담을 전개한다면 환자의 정서적 충격이나 불안감을 완화시키면서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일한 정보를 제공하는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환자의 연령, 성별, 교육수준, 경제상태, 가족과의 관계 등에 따라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하는 정보의 수준과 양은 다르다. 이러한 고려 없이, 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수준과 양으로 정보를 제공한다면, 의사가 아무리 자세히 길게 설명을 해 도, 환자는 이해를 못하거나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재차 질문을 하거나 의사에 대하여 불만을 품게 된다. 따라서 설명을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인지, 환자가 자신의 의학적 상황에 대한 설명을 어떤 수준으로 얼마나 자세히 듣고 싶어하는지, 정보를 환자에게만 설명해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젊은 보호자의 배석하에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단계 역시 면담의 핵심인 나쁜 소식을 좀 더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 한 사전 작업 중에 하나이다. 몇 초 안 걸리는 질문을 통해서도 의사가 환자의 정보 요구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진료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필요한 절차임 이 분명하다.
의사: "○○○님, 이제 검사 결과를 설명 드리려고 하는데, 혹시 황반변성이라는 병명 들어보셨어요?"
환자: "네. 지난번에 검진 결과 말씀해주신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셔서, 무슨 병인지 걱정되어서 인터넷 등에 찾아보았는데, 무서운 말이 적혀있더군요, 실명할 수도 있다고…"
의사: "○○○님, 이제 검사 결과를 알려드리려고 하는데 요, 보호자와 함께 같이 들으시겠어요? 아니면 혼자서 들으셔도 되겠습니까?"
환자: "아, 그러면 제 며느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들어오게 해서 며늘 아이에게 설명해주세요. 저는 귀도 잘 안 들리고, 설명해주셔도 잘 모르니까."
나쁜 소식을 명확히 전하고 상태와 진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앞에 기술한 사전 단계가 필요한 것이다. 각 전문과별, 상황 별로 어떤 설명을 제공할 것인지는 담당의사들이 가장 잘 하는 일이다. 정보 제공 시 다음의 몇 가지 단순한 사실을 기억하고 적용한다면 더욱 효과적인 정보제공과 나눔이 가능하다. 첫째, 한번에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환자의 반응을 살피면서 조금씩 나누어서 제공한다. 보통 세 문장 정도로 끊어서 제공하면 좋다. 둘째, 의학용어를 가능한 일상용어로 바꾸어 설명한다. 셋째, 환자가 의사의 설명을 제 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질문을 통하여 확인한다. 넷째, 중요한 정보는 반복해서 설명해주고, 중간중간 요약 정리해준다.
진료 커뮤니케이션 기술 중에서 일부분은 특별한 훈련이 없이 직간접 경험을 통해서 터득하고 익혀지는 것도 있겠지만, 환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도록 격려해주고 공감과 수용을 표현하는 것은 의사가 의식적으로 훈련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쉽게 되지 않는 부분이다. 나쁜 소식에 대한 환자의 반응은 다양하고 예상하기 어렵다. 흔한 반응으로 충격, 불신, 분노, 두려움, 비통해야 함 등이 있으며 의사는 환자의 다양한 감정 상태를 인지하고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의사: "지금 감정적으로 힘드실 겁니다. 놀라셔서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으시지요?"
환자: "예,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말 도 안돼요."
의사: "이해합니다. 저라도 같은 심정일 것 같습니다."
어떤 환자들은 나쁜 소식을 들으면 화를 내고 이러한 분노를 의사의 탓으로 돌린다. 의사는 이를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여 방어적이 되거나 같이 화를 내는 것을 자제하고, 환자가 표현하는 분노가 나쁜 소식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의 일부임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 "뭐라구요, 암이라고요? 그럴 리가 없어요. 오진이죠? 혹시 다른 환자 검사결과와 바뀐 것 아니에요? 말도 안되요."
의사: "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저희도 신중을 기해 검사를 했고 다시 확인했는데, 확실합니다. 이런 결과를 말씀드리게 되어 정말 안타깝습니다."
나쁜 소식을 듣고 환자가 매우 비통하거나 우울해하거나 자책감에 빠질 수 있다. 이 경우 의사의 공감적인 표현은 환자에게 큰 정서적 지지가 되어 줄 수 있다.
환자: "세상에… 믿을 수 없어요! 우리애가 뇌성마비라니 요? 임신 중 검사에서도 아무 이상 없었고 분만할 때도 아무 문제도 없다고 하셨는데… 제가 죄가 많아서 그렇게 된 거죠? (흐느끼며 운다)."
의사: "네, 많이 속상하시지요?...(잠시 멈춤)... 얼마나 힘드실지 이해가 됩니다. "
의사가 충분히 설명을 했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도 환자의 질문이 너무 많다면, 이는 환자가 의사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다른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 이 경우 환자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물어보거나 다음과 같이 제안 할 수 있다.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으신 것 같군요. 지금 정리가 잘 안되시면 다 음에 다시 말씀하셔도 됩니다."
위에서 설명한 요소들은 나쁜 소식을 전달할 때,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 요소와 기술이 필요할 수도 있고, 위 요소 중 일부는 생략될 수도 있다. 그러나 환자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정서적인 지지를 해주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위에 설명한 요소들을 포함하여 나쁜 소식을 단계적으로 전달하는 방법과 그 대화의 예를 Appendix 1에 정리하였다.
인류학자인 Hall [24]은 문화적 차이가 의사소통에 미치는 영향을 '고 맥락'과 '저 맥락 의사소통(high/low context communication)'으로 분류하였다. 고 맥락 의사소통 문화일수록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사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비언어적 행동과 단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반 면 저 맥락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의사전달이나 표현이 직접적이고 명백하다. 고 맥락과 저 맥락 의사소통 문화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흔히 미국은 저 맥락으로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고 맥락 의사소통을 문화에 속한다.
Roter와 Hall [25]은 진료 대화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 전문지식과 감정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이루어져야 하므로 본질적으로 고 맥락 의사소통 구조가 더 바람직하며 고 맥락에서 저 맥락 의사소통의 구조로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즉, 대화의 처음 부분은 환자가 말하는 것뿐 아니라 비언어적인 단서까지도 잘 포착하여 환자의 생각, 감정 상태 등을 잘 파악하고 의사와 환자 사이에 라포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라포 형성을 전제로 의학적 설명 과 계획의 단계로 넘어가며 이때는 객관적인 사실을 간단하고 명료하고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대화의 주요 목적이므로 저맥락 의사소통 상황이 된다.
그러나 실제 대부분의 진료장면에서 의사들은 환자가 표현하는 비언어적 단서를 간과하거나 환자가 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현할 수 있도록 배려하지 못하고, 객관적인 정보 전달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환자의 정서적 측면을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를 의학이라는 기술적 인지적 측면에서 전문가라고 한다면 환자는 자신의 병력, 질병 경험, 생활습관과 가치관이 자신의 병에 미치는 영향 등 자신의 병에 대한 또 다른 전문가이다. 효과적인 진료대화 특히 나쁜 소식을 적절하게 전달하고 환자가 좀 더 나은 치료적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법에 모두 관심을 가지고 환자에게 좀 더 적극적인 정서적 지지를 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영국의 암 전문의 160명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시행 후, 효과를 분석한 무작위대조군 연구에서는 교육군이 비교육군에 비하여 커뮤니케이션 능력 전반의 유의한 향상 을 보였고 이러한 향상은 교육 12-15개월 후에도 유지되었다[26]. 영국의 한 병원에서 뇌졸증 재활치료 팀에 대한 커뮤니테이션 교육 결과, 나쁜 소식 전하기 교육을 받은 의료진의 자신감이 향상되고 2개월 후 추적조사에서도 유지되었다[27].
의사와 환자 양자대화보다 가족이 배석한 경우,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하는 것은 의사에게 더 심리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임상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전공의 경우에는 보호자가 있는 상황에서 대화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벨기에의 교육병원에서 전공의를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교육의 무작위 대조군 효과를 분석한 결과, 교육을 받은 전공의는(48명) 교육을 받지 않은 전공의(47명)에 비하여 나쁜 소식을 통보를 하기 전 환자 또는 보호자의 심리적 준비를 돕는 대화의 시간이 더 길었고 지지적인 대화를 더 많이 제공하였으며 보호자가 대화에 참여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는 결과를 발표하여 전공의 훈련과정 중 커뮤니케이션 교육이 필수적으로 필요함을 주장하였다[28].
일본에서 SPKIES모델을 자국의 현실에 맞게 수정해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암전문의들에게 교육하고, 3개월후에 시행한 진료대화분석에서 의사의 환자에 대한 정서적 지지와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이 향상되었다. 또한 의사들의 자신감에 대한 자가 평가가 유의하게 향상된 반면 나쁜 소식을 전달할 때 의사가 경험하는 감정적 탈진은 감소하였다[29]. 최근 중국 베이징 암센터에서 SIPKES모델을 적용하여 암 의료진을 교육하고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의사들은 진단, 예후, 사망에 대하여 환자나 가족에게 상의하는데 있어서 자신감이 향상 되었고 나쁜 소식을 환자에게 직접전할 것인지 보호자에게 먼저 말할 것인지에 관한 딜레마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하였다[12].
필자의 소규모 연구 예비연구에서는 암 진료 전문의 및 가정의학과 전공의들 대상으로 앞서 기술한 부록의 Appendix 1의 방법을 교육하였고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필요성 및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일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향상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나쁜 소식, 좋지 않은 소식을 전달하면서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건강함을 바라는 환자들에게 그에 반한 사실을 전해야 하는 의사들은 특히 더 그렇다. 과거에는 온정주의적 입장에서 나쁜 소식을 우회해서 전달하거나 보호자에게 알려 주는 것이 관례였지만 환자의 알 권리와 자율권이 더 강조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환자에게 정확한 상태를 직접 알려 주면서도 환자를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희망적이거나 긍정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방법이 추천된다.
반면, 의사들이 나쁜 소식을 적절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의료선진국에서는 수 많은 연구를 통해 각 나라와 사회에 적합한 대화방식을 찾고 의사들에게 교육하는 것이 활발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관련 연구와 교육이 활발하지 않다.
우리말은 매우 민감하고 정교하다. 진료상황에서 언어 사용 의 사소한 차이, 비언어적 언어가 담고 있는 신호의 의미, 의사와 환자가 경험하는 감정과 정서가 상호관계와 진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 순응도 등 의사소통의 다양한 측면이 진료결과에 주는 영향이나 효과가 기존의 연구에서 밝혀진 것과 다를 수 있다. 환자와 가족의 입장 및 의료진 측면에서 다양한 요구분석, 언어 및 비언어적 대화 요소들이 환자와 의사의 정서적 상태와 정보 이해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정교하게 분석하여 국내 진료 현장에 적합한 '나쁜 소식 전하기'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의료인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강좌는 '나쁜 소식'의 의미와 진료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좋지 않은 소식을 전달하는 원칙과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꼭 필요하지만 기피하고 싶었던 주제가 잘 정리되어 매우 유익한 논문이다. 필자의 연구결과는 물론이고 기존의 선행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고 또한 이를 바탕으로 기술하고 있어서 신뢰도가 높다. 정서적 지지는 의사가 설명한 정보에 대한 이해도 뿐 만아니라 치료에 대한 순응도에도 영향을 준다는 근거 제시와 함께, SPIKES라는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국내 진료현장에 적합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전공의와 전문의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 한 예비연구를 통 해 자신감의 상승을 보고하였는데, 이는 환자 뿐 만 아니라 의료인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 있음이 분명한 만큼, 열악한 국내의 진료 현실일지라도 저자가 주장한 지속적인 교육의 필요성은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정리: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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