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사회, 경제적인 조건들이 향상되면서 국가적 국민영양관리의 측면에서는 영양결핍의 문제보다는 오히려 비만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나 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그 반대일 경우가 더 많다. 사회적 현상과 반대되는 가장 큰 원인은 질병이라는 특수성 때문인데, 상황의 어려움을 더욱 부채질을 하는 요인은 진단과정에서 생기는 잦은 검사와 치료 과정에서 피할 수 없이 취해지는 '금식' 조치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1930년대에 질병에 의한 이화대사(catabolic metabolism)를 처음 밝힌 David P Cuthbertson경의 시대 이후 21세기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병원 내 영양실조의 유병률은 30% 내외로서 거의 한 세기가 지나도록 전혀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123]. 즉 현대 의학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겪는 질병과 치료 과정이 신진대사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러한 상황이 방치된 느낌이 없지 않은 것은 의료진의 무관심이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4]. 현대화된 의학체계는 세분화된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의료인을 다년간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 배출하고 있으며 이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는 최고의 치료 성적을 보이고 있을지 모르지만 하나의 생명을 지닌 유기체로서의 인체는 각 기관이 따로 살아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에 총체적인 관리와 치료를 요구한다. 한 마디로 두뇌에 질병이 걸린 환자를 두뇌만 치료한다고 일 주일 이상 영양공급 없이 방치할 경우 어떤 환자도 제대로 치료가 되는 환자는 없을 것이다. 최근 환자의 질병치료에 대한 다학제적 접근이 의학계에서 중요시 되기 시작하였고 정부에서도 일부 암질환 등에서 다학제치료의 수가를 인정하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환자가 겪을 수 있는 영양학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도 의사 혼자서 일일이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의사, 간호사, 영양사, 약사 등 관련된 전문 의료인이 팀을 이루어 접근하는 영양집중지원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각종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들 가운데 영양실조의 위험군, 즉 질병의 중증도가 높거나 소화기계의 이상으로 영양섭취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선별하여 가려내고, 가려진 환자를 평가하여 영양학적 진단을 내린다. 문제가 심각하여 영양집중지원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치료계획을 세우고 치료적 중재를 실시하며,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모니터를 하고 추적관리를 담당하는 것이 영양집중지원팀의 업무이다. 영양집중지원팀의 활동은 지속적인 질 관리, 교육, 인증평가 등을 통해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영양집중지원팀에 참여하는 인력에 대한 업무상, 진료상의 보수나 수가는 전무한 상황이다[5].
임상영양학의 발전은 인체생리 및 생화학적 발전의 궤적과 함께 한다고 할 수 있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으로 발전하게 된 외상외과는 수액요법과 인체 신진대사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었고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서는 쇼크의 치료와 한층 다양화된 수액, 수혈요법을 완성할 수 있게 된다. 1968년 미국 펜실베니아 의과대학의 Jonathan E Rhoads교수와 그 제자 Stanley J Dudrick은 물 한 모금 먹이지 않는 완전한 금식상태에서 정맥주사만으로 영양공급이 가능한 지를 확인하기 위해 비이글 강아지의 중심정맥을 확보하여 농축된 포도당과 단백을 주사하여 성공적으로 성장시킴으로써 최초로 total parenteral nutrition의 개념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정맥영양이 지니는 고혈당, 지질대사 장애, 췌장염 등의 대사합병증과 중심정맥 확보로 생기는 여러 기계적 합병증은 그 대안으로서 위장관을 이용한 영양공급이 우월하다는 현재의 패러다임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수술 전후의 상황이나 장폐쇄, 단장증후군, 장점막의 흡수능력 장애 등 장을 사용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정맥영양을 하게 될 경우도 굉장히 많다. 정맥영양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을 수 있는 고혈당 합병증을 예방하고 정맥영양 성분 가운데 포도당의 역할을 축소하기 위해 1960년대 새로운 에멀션(emulsion) 형태의 지질제제가 발명되는 등 과학의 발달과 함께 더 나은 약제와 더 용이한 공급수단을 마련해 주고 있다. 또한 해부학적 지식과 수술기법의 발달은 물론 복강경, 내시경, 로봇 등 편리한 장비가 수술에 사용되면서 환자의 회복이 빨라지게 되었고 환자의 심리적 요소, 영양, 통증관리, 불편한 삽관의 제거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된 치료과정의 프로그램 혹은 프로토콜(fast-track surgery 혹은 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을 적용하는 시대가 되었다[6].
영양학적 치료방법이 발달하게 되었지만 그 효과가 뚜렷이 나타날 수 있는 적용대상 환자군은 역시 질환의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경증질환에 비해 영양실조의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패혈증, 중증 외상, 각종 악성 종양으로 큰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정확한 영양평가와 적절한 영양공급을 통해 면역력의 저하를 둔화시키거나 치유과정의 속도를 높여줌으로써 원발 치료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7].
중환자 혹은 중증외상환자 가운데 특히 중증화상환자가 영양치료의 대상으로서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피부의 손상, 상기도 혹은 인후부위의 손상은 심각한 대사장애를 유발하고 환자의 장점막 방어벽 파괴로 면역력 저하와 급격한 패혈증 유발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 화상치료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영양치료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8].
소아의 영역에서는 유전성 장질환이나 특발성 염증성 장질환 등 희귀난치성 질환이 영양치료의 주요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성인에서도 영양실조의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어린이에게는 성장이나 발육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는 여러 가지 장부전, 단장증후군이 주요 영양치료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9].
급격한 산업발전과 팽창적 경제개발의 사회적 논리는 안전과 예방이라는 중요한 한 축을 빠뜨린 채 진행되어 왔고 최근 '세월호 침몰'이라는 뼈아픈 큰 사고를 겪으면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의료계에서도 기술의 발달만 도모하거나 돈벌이가 손쉬운 진료과 위주로 팽창되어 온 면이 없지 않으며 최근에서야 환자의 안전이 화두가 되었고 환자 안전의 질관리를 위해 개발된 JCI (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와 유사한 의료기관 인증평가가 시작되었다. 인증평가 항목 가운데 영양집중지원팀에 관한 항목이 정식 평가항목으로 채택되었다. 하지만 아직 많은 의료기관은 영양집중지원팀의 원래 취지 보다는 인증을 통과하기 위한 형식적인 조직을 구성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전인교육을 표방하는 의과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 전공의 교육과정 가운데 임상영양학 관련 내용이 반영된 의학과목은 내과학과 외과학 교과서 일부 내용뿐으로서 인체의 신진대사를 주제로 한 분야에 포함되어 있다. 의료기관이 환자의 치료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영양치료를 등한시 하게 된 요인에는 의사의 무관심과 정부의 수가보상안 부재가 함께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양치료의 중요성을 일찍 인식한 의료인들이 모여서 약 10여 년 전부터 학술적 모임과 학회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그들이 속한 의료기관 내에서 아무런 보수 없이 시간외 업무로서 영양집중지원팀 활동과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의료기관 인증평가가 도화선이 되어 관심이 없던 의료기관에서도 영양집중지원팀이 조직되고 활동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학회에서는 이들 각 기관 영양집중지원팀의 활동을 활성화, 표준화하기 위한 방책으로서 3년 주기로 기관 영양집중지원팀에 대한 학회 주관 인증평가를 시행하고 있으며, 학회주관 인증평가는 정부주도의 의료기관 인증평가와 달리 활동의 내용과 깊이, 팀원의 자격, 교육여부에 대한 항목을 평가에 반영하여 영양집중지원팀에 대한 질 관리를 그 목표로 하고 있다.
임상 영양치료의 과정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많은 연구과제가 있다. 경장영양이 정맥영양보다 우월하지만 어떤 환자에서 언제, 어떤 제제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최적일 것인지, 경구영양보충제(oral nutritional supplement)의 사용은 득이 있는지, 경장영양이 불가능한 환자에서 정맥영양은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면역영양치료의 역할과 의의, 글루타민, 오메가-3, 핵산, 항산화제, 비타민, 셀레늄을 비롯한 여러 미네랄 등 면역치료제로서의 효과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연구과제가 아직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선진 전산화 국가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많은 의료기관에서 아직도 제대로 환자의 키와 몸무게가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중환자실로 입원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더욱 그 숫자가 늘어나는데 가장 큰 이유는 환자가 중환자이기 때문에 일어서서 키와 체중을 재기 어렵고, 키는 줄자를 이용해서 잰다고 하더라도 자동으로 체중을 측정하는 침대 하나가 중형 자동차 한 대의 가격에 필적할 만큼 비싸기 때문이다. 기중기형의 체중기가 있지만 몸무게 측정을 위해서는 환자를 들었다 놓아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데 인공 호흡기뿐 아니라 각종 정맥주사 라인, 모니터용 전선, 몸에 꽂혀 있는 카테터나 튜브 등으로 한 번 체중을 재는 일이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체중을 어렵게 잰다고 하더라도 그 체중이 정말로 그 환자의 실제 체중인지는 알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생명이 위독한 외상환자, 큰 수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생명 유지를 위해 이미 상당한 수액이 공급되어 있기 쉽고 1 L의 수액은 1 kg의 몸무게로 측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당연하고도 황당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대로 된 영양 칼로리와 수액공급, 영양성분의 치료를 수행하는 것이 환자의 질병을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
References
1. Cuthbertson DP. The distribution of nitrogen and sulphur in the urine during conditions of increased catabolism. Biochem J. 1931; 25:236–244.
2. Detsky AS, McLaughlin JR, Baker JP, Johnston N, Whittaker S, Mendelson RA, Jeejeebhoy KN. What is subjective global assessment of nutritional status? JPEN J Parenter Enteral Nutr. 1987; 11:8–13.
3. Correia MI, Campos AC. ELAN Cooperative Study. Prevalence of hospital malnutrition in Latin America: the multicenter ELAN study. Nutrition. 2003; 19:823–825.
4. Bavelaar JW, Otter CD, van Bodegraven AA, Thijs A, van Bokhorst-de van der Schueren MA. Diagnosis and treatment of (disease-related) in-hospital malnutrition: the performance of medical and nursing staff. Clin Nutr. 2008; 27:431–438.
6. Shin D. Perioperative nutritional therapy for surgical patients. J Korean Med Assoc. 2014; 57(6):500–507.
9. Oh SH, Kim KM. Pediatric intestinal failure: triumph, failure, and future. J Korean Med Assoc. 2014; 57(6):508–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