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간세포암의 치료법 중에서 국소 재발 가능성만 고려한다면 수술적 절제술이 가장 우수하고, 고주파열치료술(3 cm 이하인 경우)과 에탄올주입술(2 cm 이하인 경우)이 그 뒤를 따른다. 따라서 종양의 수가 한 개이고 문맥고혈압이 없어 간절제로 인한 간기능 저하 위험과 원위부 재발 가능성이 낮은 환자에서는 수술적 절제를, 문맥고혈압이 있는 3 cm 또는 2 cm 이하의 간세포암에 대해서는 고주파열치료술이나 에탄올주입술 치료를 일차적으로 고려한다. 그러나 처음 진단되었을 때 수술의 적응증이 되는 환자는 30% 정도이며, 진행된 병기와 간경화로 인한 문맥고혈압 및 기저 간기능 저하 등으로 인하여 수술 적응증이 되지 않거나 수술이 가능하더라도 수술 합병증과 높은 원위부 재발률 등으로 다른 비수술적 치료법보다 나은 장기 생존율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비수술적 치료법 중 근치적 치료법으로 인정되고 있는 고주파열치료술이나 에탄올주입술의 경우에도 종양이 해부학적으로 어려운 위치에 있으면 시술의 위험이 높아지거나 완전한 치료가 힘들어진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간세포암의 첫 치료법으로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 간동맥 화학색전술(transcatheter arterial chemoembolization, TACE)이다.
본 소고에서는 TACE의 원리, 실제 임상에서의 적응증, 치료성적과 합병증을 살펴보고 최근 도입된 C-arm computed tomography (CT), 약물방출미세구 TACE, 방사선색전술을 포함한 간동맥 색전술의 최근 발전을 소개하고자 한다.
간동맥 화학색전술의 치료원리
간은 간동맥과 문맥으로부터 이중 혈류공급을 받는 기관이다. 정상적인 간조직은 70-80%의 혈류와 50%의 필요 산소량을 문맥으로부터 공급받는 반면, 간세포암은 대부분 과혈관성 종양으로 90% 이상의 혈액을 간동맥으로부터 공급받는다. 따라서, 간동맥을 통하여 치료물질을 주입하면 정상 간조직에 비하여 간세포암에 고농도로 투여되고, 색전물질을 주입하여 간동맥 혈류를 비선택적으로 차단하였을 때에도 간세포암에만 심한 허혈이 초래되므로 비교적 선택적인 종양치료가 가능하다. 이것이 간동맥을 통한 간세포암 치료법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이론적 근거이다.
TACE는 종양에 혈류를 공급하는 동맥(feeding artery, 영양동맥)의 색전효과와 경동맥 항암제 주입에 의한 항암효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치료법이다. 종양의 영양동맥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면 직접적으로 종양의 허혈성 괴사를 일으킬 뿐 아니라, 종양조직의 혈류가 감소됨으로써 주입된 항암제가 종양조직에 고농도로 더 오래 머물게 되고 허혈로 인해 종양 세포막의 펌프 기능이 저하되어 더 많은 양의 항암제가 종양 세포 내로 유입되는 효과가 나타나서 항암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TACE를 처음 시도할 때에는 젤라틴 스폰지 입자에 항암제를 적셔서 투여했지만[1], 현재는 리피오돌을 항암제운반체로 사용하는 TACE가 가장 널리 시행되고 있다[2].
리피오돌은 양귀비씨에서 추출한 지방산을 요드화한 유성조영제로 임파조영술을 위해 개발된 것이었는데 간동맥에 주입하였을 때 정상 간조직보다 과혈관성 간세포암에 훨씬 높은 비율로 유입되고 한 번 종양혈관에 들어가면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특성을 활용하여 항암제 전달체로 사용하면서 리피오돌 TACE가 시작되었다. 리피오돌 TACE에 주로 사용되는 항암제는 독소루비신, 마이토마이신, 시스플라틴 등 수용성 항암제들로 과량의 리피오돌과 소량의 항암제 용액을 혼합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유성내수성(water-in-oil)형의 현탁액이 만들어진다.
리피오돌 TACE 시술은 먼저 리피오돌과 항암제를 혼합한 현탁액을 종양의 영양동맥에 주입하여 종양혈관을 채우게 되는데, 리피오돌 자체의 미세혈관 색전효과로 동맥 혈류가 차단되어 색전물질을 투여하지 않고 시술을 마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리피오돌 투여와 함께 젤라틴 스폰지나 폴리비닐 알코올(polyvinyl alcohol) 입자 등 색전물질을 추가로 주입하여 종양의 동맥 관류가 없어진 것을 확인한 뒤 시술을 마치게 된다.
리피오돌-항암제 혼합물을 투여한 뒤에 색전물질을 이용하여 영양동맥을 차단하면 리피오돌-항암제 혼합물 만을 사용하였을 때보다 종양 괴사를 비롯한 치료효과가 커지지만 정상 간조직의 손상도 커지므로 리피오돌-항암제 혼합물 및 색전물질을 종양의 영양동맥에 선택적으로 투여하여 정상 간조직은 보전하면서 항암효과는 극대화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리피오돌과 함께 사용하는 항암제 종류나 색전물질에 따라 치료효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있지만 과학적인 연구로 밝혀진 것은 없다.
다른 색전물질과 달리 리피오돌은 동맥-문맥 문합(arterioportal communication)이나 종양의 정맥 환류(venous drainage) 경로를 통하여 종양 주변 문맥에도 유입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3] (Figure 1). 따라서, 종양의 크기가 비교적 작을 때 종양의 영양동맥으로 과량의 리피오돌을 주입하여 종양혈관과 함께 종양 주변의 문맥 분지들을 리피오돌-항암제 혼합액으로 채운 뒤 동맥 색전을 통해 동맥 혈류를 차단하면 일부 문맥혈류가 남아 있는 종양경계부나 조기 간세포암의 완전 괴사를 기대할 수 있다[4].
간동맥 화학색전술의 임상 적용 범위
TACE가 일차적인 치료로 확립된 경우는 Child-Pugh A 혹은 B이면서 혈관침범이나 전이가 없는 다발성 간세포암으로 전체 간세포암의 10-15%에 해당된다. 그러나, 실제 TACE는 전체 간세포암의 50%에서 첫 치료로 적용되고 있어 TACE를 시행하게 되는 임상 상황은 훨씬 광범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간세포암의 치료법 중에서 TACE는 근치적 치료법으로 분류되고 있지 않은데, 이는 TACE가 근치적 치료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근치적 치료가 어려운 환자군을 대상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종양이 단일 결절성이거나 초기인 환자군에서는 수술이나 이식, 고주파열치료술(3 cm 이하인 경우)과 에탄올주입술(3 cm 이하인 경우)과 같은 근치적 치료법을 먼저 고려하되, 여러 가지 이유로 근치적 치료법을 적용하기 어려울 때 TACE를 근치적 목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실제 임상에서 TACE를 간세포암의 첫 치료로 시행하게 되는 적응증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단발성 간세포암으로 크기가 3 cm 이상인 경우 1) 심폐기능 불량, 고령, 수행상태 불량 등으로 수술과 전신마취의 고위험군에 속할 때, 2) 수술을 거부할 때, 3)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할 때, 4) 종양이 수술 난이도가 높은 부위에 위치하여 수술에 따른 합병증이 높을 것으로 예상될 때, 5) 수술적 절제가 가능하지만 문맥고혈압과 종양의 위치, 크기, 분포에 따라 수술적 절제 후 간기능 저하 가능성이 높아 국소적 치료법보다 생존률 향상이 불확실하다고 판단될 때 TACE를 시행하게 된다. 단발성 간세포암으로 크기가 3 cm 이하인 경우에는 상기한 이유들로 수술이 고려되지 않는 상황에서 종양의 위치, 초음파 유도 불가능, 복수 등의 요인으로 경피적 국소치료술(고주파 열치료술, 에탄올 주입술)이 기술적으로 어렵거나 효과가 떨어지고 합병증이 예상되는 경우 TACE를 시행하게 된다. 다발성 간세포암의 경우 TACE가 일차적 치료로 시행되며, 다발성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진단 및 치료 목적으로 TACE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침윤성 간세포암이나 혈관침범이 확인된 간세포암에서 환자의 간 기능과 수행상태가 양호한 경우에는 TACE를 일차적으로 시행하고, 방사선치료나 항암치료를 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이를 동반한 간세포암에서도 간세포암 원발 병소의 치료가 환자의 예후를 결정한다고 판단될 때 TACE를 시행하게 되며, 간세포암 파열의 경우 지혈과 치료를 목적으로 TACE가 시행되고, 간세포암이 담관을 침범하여 황달과 혈담(hemobilia)을 초래할 때 담즙배액술과 함께 TACE를 시행하게 된다. 간이식을 고려하고 있는 환자군에서는 대기 기간 동안의 유지 치료 또는 병기를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TACE가 시행된다. Child C 환자군에서도 초선택 치료가 가능하여 간기능 저하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 TACE를 시행할 수 있다. 종양 표지자가 상승하고 있으나 영상검사에서 나타나지 않는 경우 진단 및 치료 목적으로 TACE를 시행하는 경우가 있다. 수술적 절제, 간이식, 경피적 국소치료술 후 재발한 간세포암에서 TACE가 널리 시행되며, TACE의 국소치료 효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고주파열치료술, 방사선치료, 전신항암치료와의 병합요법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TACE는 환자의 전신 상태, 잔존간기능, 종양의 범위를 고려하여 치료목적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치료의 강도와 범위를 조절할 수 있으므로 절대적 금기증을 설정하기 어려우나 일반적으로 나쁜 예후인자가 2-3가지 이상 있는 경우 권장하지 않는다. 주요 예후 인자로는 미만성 종양, 심한 간기능저하(빌리루빈 5 mg% 이상, 치료에 반응하지 않은 복수, 심한 간성 뇌병증, Child-Pugh C, 주문맥 침범이 대표적이다. 항암치료의 금기증(심한 혈소판감소, 백혈수감소, 심부전, 신부전)이나 심한 조영제 부작용을 겪은 과거력이 있는 경우에도 시술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간동맥 화학색전술의 치료효과와 장기 치료성적
1. 국소 치료효과
대부분의 간종양에서 부분 혹은 완전 종양괴사가 발생한다. 종양 괴사율은 50-100%로 다양하게 보고되나, 3-4 cm 이하의 결절형 간세포암에서 TACE를 성공적으로 시행한 경우 70% 정도에서 종양의 완전괴사를 기대할 수 있으며 5년 장기 국소 재발률은 약 30%이다[5]. 좋은 국소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예후인자로는 작은 결절형, 과혈관성 종양, 세분엽성 또는 초선택적 색전술(subsegmental or ultraselective embolization), 색전술 후 종양 주변 문맥분지가 리피오돌로 조영된 경우, 추적 CT에서 종양 전체에 리피오돌이 충분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축적 되어 있는 경우이다[456].
2. 장기 생존율
원발성 간세포암에서 TACE에 의한 생존율 향상 효과는 2000년 초반 수행된 무작위대조연구들과 이를 바탕으로 한 메타분석을 통하여 명확히 증명되었다[789]. 대표적인 두 무작위 연구에서 TACE의 2년 생존율이 63%와 31%로 대조군 27% 및 11%에 비하여 유의하게 높았다[78].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에서 제외된 수행능력저하, 주문맥 혈관침범, Child-Pugh C, 간외 전이 등 나쁜 예후인자를 지닌 환자군에서의 생존 연장 효과는 전향적인 무작위대조연구를 통하여 증명된 바가 없으므로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TACE의 생존율 향상 효과를 입증한 대표적인 두 무작위연구에서 TACE의 2년 생존율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환자군의 예후인자 유무와 그 구성비에 따라 생존율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생존율의 중요한 예후인자로는 잔존 간기능과 문맥고혈압 여부, 종양의 진행단계와 성장양상, 혈관침범이나 전이 유무, 환자의 수행능력과 동반질환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간세포암의 치료법에 관한 연구에서 생존율이나 치료성적을 해석하거나 연구 사이의 치료성적을 비교할 때는 대상 환자군의 예후인자에 관한 면밀한 검토와 비교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일본간암연구회에서 발표한 전향적 코호트연구 결과에 따르면, 8,510명에서 시행한 TACE의 전체 1, 3, 5, 7년 생존율은 각각 82%, 47%, 26%, 16%이었고, 종양의 크기가 2 cm 이하인 단일 결절의 경우 는 96%, 72%, 47%, 30%이었다[10]. 단일 기관의 전향적 연구로서 Milan 기준 내의 단일 또는 다발성 간세포암에서 TACE를 시행한 경우 3년 생존율이 80%로 보고되었는데, 이는 기존의 후향적 연구에서 보고된 3년 및 5년 생존율 78% 및 53%와 일치하는 결과이다[1112]. 한편, 절제 가능한 환자에서 1차 TACE 시행 후 절제술과 TACE 치료를 비교한 국내의 전향적 코호트연구 결과에 따르면 UICC T1, T2 병기의 경우 절제술군이 TACE군보다 의미 있게 생존율이 높았으나, T3 병기에서는 두 군 간에 비슷한 생존율을 보였다. 그런데 T1, T2 병기의 경우에도 TACE가 성공적으로 시행되어 종양 전체에 리피오돌이 충분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있는 경우에는 수술군과 비슷한 생존율을 보였다[13]. 그러므로, 수술적 절제가 가능하더라도 환자가 수술을 거부하거나 수술 위험성이 높은 경우에 TACE를 근치적 목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3. 혈관을 침범한 간세포암에 대한 간동맥 화학색전술의 안전성과 효능
간세포암이 주요 문맥을 침범하였을 때 TACE가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Lo 등[8]이 1차분지 문맥을 침범한 간세포암을 포함(전체 환자군의 27%)한 전향적 무작위대조연구를 통해 TACE의 생존 연장 효과를 입증한 바 있고, 무작위연구는 아니었지만 전향적 또는 후향적 대조연구에서도 TACE의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보고 되었다[1415]. 간세포암이 주문맥을 침범한 경우에도 간기능에 따라 종양의 치료범위와 치료강도를 적절히 조절하면 간부전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TACE를 시행할 수 있고, 특히, 간기능이 Child-Pugh A이고 간실질의 종양 범위가 국소적이거나 종양의 성장양상이 결절성인 경우에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시술이 가능하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1617].
문맥을 침범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간세포암이 간정맥이나 하대정맥을 침범한 경우에도 측부순환 동맥을 포함한 영양 동맥과 동정맥 단락의 유무를 잘 평가하고 이에 따라 적절한 시술 방법을 적용한다면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술이 가능하다[18].
간동맥 화학색전술의 합병증과 예방
TACE 후에는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주요 합병증은 간부전, 간농양, 간실질 경색(parenchymal infarction), 폐지방색전(pulmonary oil embolism), 허혈성 담낭염(ischemic cholecystitis) 등으로 5%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다[19]. 시술의 특성상 이러한 합병증의 발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심각한 합병증은 주문맥 폐색, 간기능 저하, 담도 폐색, 담도 수술의 병력, 리피오돌의 과다 사용, 반복적 TACE로 인한 간동맥 폐색, 비선택적 색전술 등으로 인해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술 전 유발 요인 유무를 자세하게 확인하고, 예방할 수 있는 전처치를 고려하며, 시술 중에는 임상상황에 맞추어 적절한 시술방법을 선택하는 등 합병증 발생을 최대한 예방하고, 고위험군의 경우 시술 후 면밀한 추적을 통해 합병증을 초기에 발견하고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색전후증후군(post-embolization syndrome)은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오심, 구토, 고열 및 복통이 나타나는데 그 원인으로는 간실질의 급성 허혈, 간피막의 팽창 또는 자극, 담낭동맥 색전에 의한 담낭 허혈, 폐지방색전 등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3-4일 내에 소실되는 임상경과를 보이지만, 재원기간 연장이나 추가치료 지연을 야기한다. 고열이 지속되거나 퇴원 후 오한을 동반하는 고열이 발생하면 간농양, 패혈증 등의 감염성 합병증을 의심하여야 한다.
급성간부전은 TACE 후 자주 나타나는 합병증이나 대부분 보존적 치료로 회복되며 드물게 비가역성 간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다. 주문맥폐색, 과빌리루빈혈증, 심한 간경화 등의 위험 인자가 있는 경우에는 간기능에 맞추어 색전물질의 양을 줄이고 최대한 선택적으로 색전술을 시행하여야 한다[20]. 담도가 막혀 늘어나 있는 경우에도 TACE 후 급성간부전과 패혈증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으므로 TACE 전 담즙배액술로 담도 감압을 고려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비선택적인 TACE를 시행하면 간동맥과 담관주위 혈관총(peribiliary plexus)이 손상을 받아 담관벽의 허혈을 초래하며 이로 인해 담관 협착과 폐색, 담즙종(biloma) 형성 및 이차 감염이 발생될 수 있다. 따라서, TACE를 할 때는 종양 공급혈관을 가능한 선택적으로 색전하여 정상 간동맥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며, 간문부(hepatic hilum)에 인접한 종양에 대한 선택적 색전술을 시행할 때에는 종양의 영양동맥이 담도의 혈류공급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지 주의 깊게 평가한 뒤 시술을 시행하여야 한다.
간농양은 0.2-2%로 보고되는 주요 합병증으로 담도-장관 문합술을 받은 환자에서 매우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2122]. 완전한 예방은 불가능하므로 신속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며 대부분 경정맥 항생제와 경피적 배액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시술 전 후 적극적인 항생제 투여와 관장이 간농양 발생 빈도를 의미 있게 감소시킬 수 있었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이를 임상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2324].
시술 도중 간 이외의 장기에 색전물질이 역류 혹은 유입되어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혈관분지의 해부학적 변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경우에 의도하지 않은 혈관으로 항암제나 색전물질이 유입되어 발생하는 합병증이다. 담낭동맥이 색전되면 담낭염이 발생하며 대부분 자연 회복되나 아주 드물게 담낭괴사 또는 파열로 진행할 수 있다. 복강동맥 협착이나 비장비대가 심한 경우 총간동맥의 혈류가 역전되므로 비장동맥으로 색전물질이 유입되어 비장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좌상복부에 동통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대부분 자연 회복된다. 색전물질이 위십이지장동맥으로 유입되면 급성 췌장염, 십이지장궤양이 발생할 수 있으며, 간동맥에서 기시하는 부좌위동맥(accessory left gastric artery)이나 우위동맥으로 색전물질이 유입되면 위염이나 궤양이 발생할 수 있다. 좌간동맥에서 기시하는 겸상동맥(falciform artery)으로 항암물질이 유입되면 배꼽 부근 상복부에 피부발적이 발생한다. 내유동맥(internal mammary artery)이나 우늑간동맥의 측부순환을 통해 TACE를 시행하는 도중 항암제가 피부의 영양동맥으로 유입되면 해당 부위에 피부 병변이 발생하며 심한 경우 괴사되어 피부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늑간동맥의 축부순환을 통한 색전술을 시행하는 도중 전척수동맥(anterior spinal artery)으로 항암제나 색전물질이 유입되면 척수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간세포암이 간정맥이나 하대정맥을 침범하여 동정맥 단락(arteriovenous shunt)이 형성되면, TACE 도중 많은 양의 리피오돌이 폐순환으로 유입될 수 있고, 혈관조영에서 동정맥 단락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도 20 mL 이상의 지나치게 많은 양의 리피오돌을 사용하면 그 중 일부가 폐순환으로 유입되어 호흡곤란 등 증상을 동반하는 페지방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25]. 이러한 간 이외의 장기손상은 시술자가 정확한 혈관 해부학을 숙지하고, 시술 도중 간 이외의 동맥으로 항암제나 색전물질이 유입되지 않도록 주의하면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외에도 시술에 따른 대퇴동맥 천자 부위의 합병증, 간동맥 혈관손상, 항암제에 의한 독성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간동맥 색전술의 최근 발전
간동맥 색전술의 최근 발전은 크게 1) 간동맥해부학과 간세포암의 혈류공급에 대한 이해의 증진, 2) 미세도관(microcatheter)의 성능 개선과 C-arm CT의 도입을 포함한 시술을 지원하는 과학기술의 발전, 3) 약물방출미세구(drugeluting microsphere)의 개발과 임상 도입, 4) 방사선색전술(radioembolization)의 임상 도입, 5) 병합요법(combined therapy)의 발전으로 요약할 수 있다.
1. 간동맥해부학과 간세포암의 혈류공급에 대한 이해
최근 간동맥해부학과 간세포암의 측부순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완전하고 안전한 시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복강동맥과 간동맥의 정상 변이는 각각 10% 및 30%에 달하며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26]. 따라서, 시술 전 CT나 MR 영상과 혈관조영술 영상에서 이러한 변이를 인지하고 모든 간동맥을 빠짐없이 확인하는 것이 성공적인 시술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간동맥에서는 간 이외의 장기나 조직에 혈류를 공급하는 동맥들이 기시하는데, 담낭동맥, 좌부위동맥, 겸상동맥, 좌횡경막동맥, 우위동맥 등이 그들이다[27].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항암제와 색전물질을 주입하면 상기한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안전한 시술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한편, 간세포암은 크기가 커지고 횡경막이나 피막에 인접해서 있으면 간외 측부순환이 높은 빈도에서 나타나게 된다(Figure 2). 이러한 측부순환 혈관을 확인하고, 각 측부순환의 혈관해부학에 기초하여 색전술을 시행할 때 완전하고 안전한 시술이 가능하다[28] (Figure 3).
2.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한 시술장비와 기구의 혁신
TACE 시술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와 기구는 혈관조영장비와 미세카테타이다. 최근 미세카테타의 굵기가 2.0F 이하로 가늘어지고 부드러워져서 구불구불한 간동맥을 지나 종양의 영양동맥을 초선핵하는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다. 혈관조영장비의 경우 화질과 해상도도 크게 개선되었지만 C-arm CT 기능이 장착되어 고해상도의 삼차원적 간동맥 조영술이 가능해졌다. 이를 TACE에 활용하면 CT나 MR보다 1 cm 이하의 과혈관성 간세포암과 측부순환 여부를 더 예민하게 찾을 수 있고[29], 종양의 영양동맥을 찾고 미세카테타로 영양동맥을 찾아가는 것을 유도하는 기능이 가능해져 시술 성공률이 높아지고, 국소 재발률이 낮아지며, 궁극적으로 환자의 장기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303132](Figures 3,4).
3. 약물방출미세구 간동맥 화학색전술
리피오돌과 수용성 항암제의 현탁액이 불안정하여 체내에서 초기에 항암제가 분리되어 전신으로 유입되는 문제점에 착안하여 종양 혈관의 색전을 유발하는 미세구(microsphere)에 항암제를 안정적으로 담아서 종양 내에서 서서히 고농도의 항암제를 방출할 수 있는 약물방출미세구가 개발되었다. 약물방출미세구의 이론적 장점은 항암제가 종양혈관 내에서 서서히 방출됨으로써 종양 조직의 항암제 농도는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반면 혈장 약물 농도는 낮게 유지되어 전신 부작용이 적다는 점이다[3334].
리피오돌을 이용한 TACE와 6개월 종양 반응을 비교한 무작위연구에서 종양 반응은 비슷하였으나 항암제에 의한 전신 부작용이 유의하게 낮았다[35]. 아직 리피오돌 TACE와의 장기 생존율 비교나 아시아권에서의 비교연구가 없고 비선택적으로 과도한 색전을 시행하면 담도 손상이 높은 빈도로 나타나며 간 이외의 장기로 주입되었을 때 보다 심한 합병증 발생이 예상되는 문제점이 있지만, 항암제에 의한 전신 부작용과 색전술후증후군이 가볍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입원기간이 단축되고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 순응도가 향상되는 효과와 함께 보다 표준화된 TACE 시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리피오돌 TACE와의 활발한 비교 연구를 통하여 종양 병기와 환자의 임상 상황에 따라 비용-효과를 고려한 적절한 적응증을 찾아나가는 노력을 계속한 다면 간세포암 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4. 방사선색전술
방사선색전술은 원자로에서 생산되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yttrium-90이 들어있는 35 μ크기의 미세구를 간동맥으로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간동맥으로 주입된 yttrium-90 미세구는 혈류가 왕성한 간세포암 조직에 높은 농도로 분포되는데, 이 때 TACE와는 달리 미세구의 크기가 매우 작기때문에 대부분의 종양 혈관은 동맥 혈류가 유지되어 허혈성괴사는 일어나지 않지만 yttrium-90에서 방출되는 베타선에 의한 방사선 치료 효과로 종양은 서서히 사멸하고 크기가 줄어들게 된다.
방사선색전술의 종양 괴사능에 대한 연구로 시술 후 간이식술을 시행한 35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종양 크기가 3 cm 이하, 3-5 cm, 5 cm 이상에 따라 각기 그 조직학적 완전 괴사율이 89%, 65%, 33%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36]. 한 편의 2상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는데 그 결과를 요약하면 문맥 침범이 없는 환자에서의 중앙생존기간은 15.4개월, 분지 문맥으로의 침윤이 있는 환자에서의 중앙생존기간은 10개월, 주문맥침윤이 있는 환자에서의 중앙생존기간은 4.4개월로 기존의 TACE와 뚜렷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37]. 현재까지 리피오돌 TACE와의 전향적 비교연구는 없으며, 후향적 비교연구들에서도 장기 생존율은 비슷하게 보고되고 있다.
방사선색전술의 가장 큰 장점은 TACE 후 흔히 나타나는 색전술후증후군과 같은 전신 부작용이 경미하고 치료 반응을 유지하는 기간이 길다는 점이다[3839]. 따라서, 시술 후 입원 기간이 짧고, 치료 빈도가 감소하고, 환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고령 등 전신 상태가 염려되는 상황에서도 보다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 그러나, 시술 재료 비용이 높고, 간 이외의 장기로 주입되었을 때 기존의 TACE보다 훨씬 심한 합병증이 발생하므로 적절한 환자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사전검사를 시행하여야 하며 충분한 경험도 필요하다. 따라서, 다른 치료법과의 활발한 비교 연구를 통하여 종양 병기와 환자의 임상 상황에 따라 비용-효과를 고려한 적절한 적응증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요망된다.
결 론
간세포암의 모든 치료법이 크게 발전하였듯이 간동맥 색전술도 해부학적 지식, 장비와 기구, 새로운 치료법의 도입, 병합요법의 등장 등으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다양화되었다. 각 치료법을 발전시키고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는 노력은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치료법은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으며 환자의 임상상황 또한 매우 다양한 만큼, 임상상황에 따라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청된다.
Peer Reviewers' Commentary
본 논문은 간세포암의 비수술적 치료 방법 중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 간동맥화학색전술의 광범위한 부분을 잘 요약하여 기술한 논문이다. 간동맥화학색전술의 적응증 및 치료 효과, 치료 방법 뿐 아니라 새롭게 적용되는 최신 술기 및 약제, 그리고 다른 국소치료와의 병합 치료법까지,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정리하였다. 간암이 우리나라 남성 암사망률 2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중 대부분이 간세포암인 상황에서 간동맥화학색전술의 기본 원리를 제시하고 최신 경향을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논문이라 판단된다.
[정리: 편집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