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환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정도와 그 의미를 확인하는 작업이 쉽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환자들이 호소하는 스트레스 관련 증상이 기본적으로 신체적인 질환과 관련이 있는 증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고혈압 환자가 두통을 호소하거나, 비만의 가족력이 있는 환자가 과식증상을 보일 때, 혹은 척추측만증 환자가 요통을 호소한다면 그 증상과 스트레스와의 관련성, 스트레스의 정도와 의미 등을 파악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것은 업무 관련 스트레스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업무 관련 스트레스인 경우에도 스트레스가 업무상 문제로 인해 촉발된 것인지 혹은 스트레스로 인한 결과로 업무상 문제가 나타난 것이지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업무 관련 스트레스를 확인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환자들이 업무 관련 증상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환자들이 자신의 행동이 비생산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많은 스트트레스 관련 질환 환자들의 스트레스 정도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12]. 그렇지만 문제는 다양한 측면을 갖고 있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정확하게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고 이 문제는 그동안 스트레스 과학 분야에서 잘 해결되지 않는 난제로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스트레스 평가와 스트레스 역동
스트레스를 평가할 때에는 특히 어떤 스트레스 요인이 각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평가할 때에는 환자의 가족, 사회 환경 등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인 경우에는 매우 중요하다. 또 환자가 오래된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을 때에는 그 스트레스의 원인과 증상을 촉발시키는 요인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 초기 경고 반응 단계의 증상들에 대해서 물어보면 문제점의 시작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환자가 느끼는 스트레스의 특징을 탐색할 때에는 중요한 회의를 마친 후 3일째 생긴 바이러스 감염증이나 아침에 출근하기 전의 두통 등과 같이 환자들에게 스트레스 유발 인자에 노출되기 전후의 증상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문제는 어떤 스트레스 인자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고 결과적으로 건강문제가 나타나느냐의 과정에서 복잡한 역동이 이루어지고 이런 문제 때문에 환자가 지각하는 스트레스의 정도는 매우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23].
현재 스트레스에 대한 일치된 정의는 없지만 그 동안의 연구결과와 경험에 비추어볼 때 어떤 상황이나 사건은 각 개인에게 스트레스를 느끼게 하고 또 일부에서는 이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해 건강문제가 생기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로는 스트레스는 어떤 단일한 설명으로는 정의할 수 없고 다음과 같이 개인과 그 주변 상황간의 역동적인 상호관계를 포함하는 복합적인 내용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Figure 1). 즉 각 개인에게 저마다 다르게 작용하는 스트레스 역동이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 건강문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결정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평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위의 Figure 1에서 '스트레스 유발 인자(stressor)'는 개인으로 하여금 신체적 혹은 정신적인 반응을 유발하게 하는 내적 혹은 외적인 상황이나 사건을 가리킨다. '스트레스 반응(stress reaction)'은 스트레스 유발 인자에 반응해서 나타나는 생물학적, 정신사회적 변화를 가리킨다. 스트레스 반응은 각 개인별로 다르게 나타나며 같은 개인이라도 시간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건강문제(health outcome)'는 스트레스 반응으로 인해서 일시적으로 혹은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건강상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 건강문제는 건강상태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으며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학적으로 다양한 특성을 가질 수 있다. '스트레스 매개인자(stress mediator)'는 위의 3가지 요소에 영향을 미쳐 각 개인이 같은 스트레스에 다양하게 반응하게 만드는 요인들을 가리킨다. 이 매개인자에는 개인의 성격, 사회적 지지, 대처방식, 생물학적인 요인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들이 있다. 우리가 느끼는 스트레스 역동에는 이와 같이 서로 특징을 달리하는 다양한 측면을 갖고 있어서 이 모든 측면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스트레스 평가가 매우 어려워지는 난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345].
설문을 이용한 스트레스 평가
문제는 각 개인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또 그것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런 평가 작업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다는데 있다. 스트레스 평가는 스트레스 양을 측정하는 방법,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과 인지 상태를 평가하는 방법, 개인적인 특성 특히 스트레스에 대한 감수성을 평가하는 방법, 스트레스로 인한 결과를 증상으로 평가하는 방법 등으로 나눌 수가 있지만 어떤 방법도 스트레스 역동에서 다양한 측면의 포괄적인 평가를 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현재 각 개인의 스트레스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크게 바이오피드백 기전을 이용한 장비를 이용하는 방법, 코티졸 혹은 카테콜라민과 같은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등을 측정하는 생화학적 검사, 그리고 설문지를 이용한 설문평가방법으로 나눌 수가 있다. 그렇지만 역시 어떤 평가방법도 한 가지 방법으로만은 각 개인의 스트레스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하며 가능한 여러 가지 방법을 다양하게 사용하여 포괄적인 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36]. 이번에는 장비를 이용한 평가나 생화학적 검사를 이용한 평가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주어진 주제인 설문 평가를 이용한 스트레스 측정을 다루도록 하겠다.
설문을 이용한 스트레스 평가는 오래 전부터 시도되어 오던 방법으로 장비를 이용한 평가와는 달리 비교적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은 있지만 대부분의 평가도구들에서 신뢰성, 타당성의 근거가 부족한 것이 문제가 된다, 흔히 생활사건 스트레스를 평가해서 스트레스의 양을 측정하는 방법, 주어진 스트레스에 대해서 각 개인의 감수성을 평가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종류의 평가 방법들이 고안되어 있고 이런 평가방법은 대부분 구조적인 설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평가도구들이다. 그렇지만 각 개인의 스트레스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쉽고 간단하게 선별검사로 사용할 수 있는 평가도구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4].
일반적으로 각 개인이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되면서 이를 평가하면서 다양한 인지 반응들이 나타나게 된다. 만일 그 스트레스 요인이 '위협'인 것으로 판단되면 정서적, 행동적 반응들을 포함한 스트레스 반응을 경험하게 되고 각 개인이 경험하게 되는 스트레스 반응들은 성격, 대응전략의 유무 등 소위 매개인자로 표현되는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런 스트레스 과정에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 평가도구들이 적용될 수 있고 설문을 이용한 대부분의 스트레스 평가도구들이 이런 과정의 각 단계별로 특장점을 갖는다. 그리고 이런 여러 가지 인지적 과정들을 통합해서 '지각된 스트레스(perceived stress)'로 간단히 지칭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형태의 스트레스 평가도구들도 꽤 있다[5].
1. 외국에서 개발된 스트레스 평가도구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중요한 생활사건으로 스트레스 양을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Holmes와 Rahe [7]가 개발한 사회재적응평가척도(Social Readjustment of Rating Scales, SRRS)가 대표적이다. 일상생활의 변화를 일으키는 여러 가지 생활사건이 스트레스성 질병과 관련 있다는 가정에서 개발되었다. 43개의 항목(생활사건)들 중 지난 1년 동안 본인이 경험한 생활사건들의 총 합으로 계산되며 각 항목별로 점수(life change units)를 배우자의 사망은 100점, 이혼은 73점, 결혼은 50점 등과 같이 다르게 부여하였다. 같은 항목을 2회 이상 경험한 경우에는 각 점수에 횟수를 곱하여 점수를 계산한다. 평가방법은 총 점수를 스트레스 관련 질병에 걸릴 위험도로 평가하였다. 총 점수가 199점 이하면 위험도가 낮고 200-299점이면 중간, 300점 이상이면 높다고 평가하였다. 설문 자체가 비교적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실용적이다. 이 SRRS는 경험된 생활사건들을 단순하게 합하여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하였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생활사건과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생활사건을 따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여러 질병들은 큰 생활사건보다는 다양한 사소한 생활사건과 더 연관이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사용의 편리성과 스트레스 인자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국내에서 이 평가도구를 번안해 사용했던 적이 있지만 우리와는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의 차이로 재적응 평가 점수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등의 제한이 있어서 현재에는 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주어진 생활사건 스트레스를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Perceived Stress Scale, Global Assessment of Recent Stress Scale (GARS)이 있다[8]. 또 Holmes와 Rahe [7]의 SRRS가 주로 스트레스 양이 큰 중요 생활사건으로 스트레스 양을 평가하는데 반해 매일의 일상적인 작은 생활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평가하기 위한 방법들이 개발되어 있는데 Daily Life Experience checklist가 대표적이다[9]. 이런 스트레스 평가도구들은 많은 연구들을 통해 그 신뢰성 및 타당성이 입증되어 있기는 하지만 각 개인이 주어진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스트레스 역동의 다면적인 측면에서 포괄적인 평가를 하지는 못한다는 단점이 있고 국내에서 횡문화적인 적응 과정을 거치지 않고 또 그 타당성도 정확하게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서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한다.
2. 국내에서 개발된 스트레스 평가도구
위의 스트레스 평가도구들은 모두 외국에서 개발된 것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국내에서 개발되었거나 횡문화적인 적응 과정을 거쳐 적절하게 번역된 스트레스 평가도구들의 사용이 권장된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개발된 생활사건 스트레스 평가도구로는 Lee [10]가 개발한 생활사건 평가도구가 있다.
1) 생활사건 스트레스 평가
1984년 Lee [10]가 개발한 생활사건 평가도구로 98개의 생활사건으로 구성된 설문으로 각 사건마다 다른 점수를 부가한다. 최근 2년 이내 경험한 모든 항목에 횟수로 기입하게 하여 각 점수를 합하여 총점으로 스트레스 정도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외국에서 개발된 SRRS와 같은 종류의 설문으로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고안된 설문이다. 현실적인 문제로는 생활사건 스트레스는 평가시점의 사회적인 가치관이나 문화적인 배경이 고려되어야 하고 또 평가도구에 포함된 항목이 설정되는데 배경이 된 인구집단이 얼마나 대표성이 있는가가 매우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 개발된 지 이미 30년이 지난 평가도구라는 점과 이 평가도구가 개발될 때 설문을 구성한 항목 집단이 도출된 배경 인구집단이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단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한국형 생활사건 스트레스 평가도구가 개발되어야 할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2) BEPSI-K
1996년 Yim 등[11]에 의해서 개발된 BEPSI (Brief Encounter Psychosocial Instrument)의 한국어판으로 외래에서 간단히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스트레스 평가척도로 총 5가지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항목(0-4 점)의 점수를 합하여 평균을 구한다. 신뢰도 조사에서 검사-재검사법의 신뢰도 계수는 0.68이었으며, 내적일치도(Cronbach's α)는 0.80으로 조사되었다. 타당도는 Lee [10]가 개발한 사회재적응평가척도 98문항과의 상관관계로 조사되었는데 상관계수가 0.23으로 나타났다. 간단하기 때문에 일차 진료 영역에서 특히 외래에서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타당도 검증이 더 필요하고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된다(Appendix 1)[11].
3) 전반적인 스트레스 평가 한국어판
2000년 Koh 등[12]이 발표한 GARS 척도의 한국어 번역본이다. 스트레스 인지반응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인데 총 8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항목마다 점수화한다(0-9 점). 국내에서 신뢰도 측정은 정상인 69명을 대상으로 조사되었는데 검사-재검사 상관계수는 0.85-0.95, 내적일치도는(전체적인 스트레스 제외한 7개 문항) 0.86으로 나타났다. 다른 평가척도들과 유의한 관련성을 보였으며 불안, 우울증, 신체화 장애, 그리고 정신신체장애군 등에서 정상군보다 유의하게 높은 점수를 보였다. 단기적인 스트레스 평가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번역 작업에 다소 문제가 있지만 외국에서 신뢰도와 타당도가 입증된 평가도구이며 비교적 간단하여 사용하기가 쉽다.
4) 인지적 스트레스 반응 척도
2004년 고경봉 등이 발표한 인지적 스트레스 반응 척도(Cognitiive Stress Response Scale, CSRS)는 스트레스 반응 중 인지적 반응을 측정하고자 개발된 도구로서 특히 스트레스 후에 일어나는 인지를 측정하였다. 인지란 개개의 사건에 대한 반응으로서 행동의 중개자로 행동을 일으키는 복잡한 구조를 의미한다. 모두 21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개의 하위 척도로 구분되는데, 극단-부정적 사고 9개 문항, 공격-적대적 사고 4개 문항, 자기비하적 사고 8개 문항이다. 검사-재검사법에 의한 신뢰도가 높았으며(r=0.87-0.95) 내적 일치도 역시 높았다(Cronbach's α=0.82-0.91, 0.94). 하위 척도간과 척도 전체의 내적 일치도도 역시 유의하게 높았다. 기존의 다른 평가도구들(GARS, 스트레스 지각 설문 [Perceived Stress Questionnaire, PSQ], Symptom Checklist-90-Revision)과의 공존 타당도 검증 결과도 좋은 편이다(각 r=0.52-0.68). 문항이 비교적 간단하며 사용하기가 쉬운 편이다(Appendix 2) [13].
5) 스트레스 지각 설문
PSQ는 지난 한 달 동안 지각된 스트레스를 평가하는 평가도구로서 전체 30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평가도구에는 괴롭힘(harassment), 과부하(overload), 과민(irritability), 즐거움 결핍(lack of joy), 피로(fatigue), 걱정(worry), 긴장(tension) 7개의 하위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는 스트레스 인자와 스트레스 반응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평가도구이다. 각 항목은 1-4 점으로 점수화할 수 있고 점수가 높을수록 스트레스 지각이 높음을 의미한다. PSQ 점수는 불안, 우울, 자가 보고 스트레스, 스트레스 사건과 관련성을 보였다. 2003년 양승희 등이 한국어 번역본을 발표하여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타당도 및 신뢰도 검증결과가 부족하다는 것이 약점이다[6].
6) 국민건강영양조사 스트레스 측정도구
위 스트레스 측정도구는 Lee 등[14]이 질병관리본부의 학술연구용역과제로 2010년 개발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위한 스트레스 측정도구(Stress Questionnaire for KNHANES [Korean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로 기존의 구조화된 스트레스 평가도구들과 전문가들의 의견 조사를 기반으로 문항을 채집하여 스트레스 측정을 위한 항목을 추출하고 타당도 및 신뢰도 검증을 실시하고 용역과제 보고서를 통해서 발표하였다. 이 스트레스 측정도구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스트레스에 대해 평가하고 있는 문항이 "평소 일상생활 중에서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느끼고 있습니까?"의 문항에 대한 정해진 반응 선택으로만 평가하고 있어서 실제 한국인의 스트레스 양상을 평가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중요한 정신적인 평가 지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제한점으로 인해 그다지 많이 활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개발된 배경이 있다. 하지만 항목 수가 많고 현재 한국인의 규준치가 발표되지 않고 있어서 실제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만 임상적으로는 항목수가 많지 않고 스트레스 평가의 상대적인 변화 양상을 비교하면서 사용할 경우 활용 가치가 높고 향후 한국인의 규준치가 발표되면 그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스트레스 측정도구는 총 20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탈진(burn-out), 우울(depression), 분노(anger) 등 3가지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이 기본형 외에도 9 문항으로 이루어진 단축형이 있고 두 가지 형태 모두 지난 한 달 동안의 변화를 묻는 항목으로 되어 있고 평가 항목 외에 스트레스 원인을 묻는 항목 한 가지가 추가되어 있다(Appendix 3) [14].
7) 성격유형 평가
위에서 소개한 평가도구들 외에도 A형, B형, C형, D형 성격유형을 평가해서 스트레스에 대한 감수성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성격유형들이 스트레스 감수성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 A형, D형 성격의 경우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위험이 높아진다는 보고들이 많이 있으며 C형 성격의 경우 면역기능의 저하를 유발해서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성격유형과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연구보고가 많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타당성이 입증된 성격유형 평가도구가 거의 없다.
직무스트레스 평가
직무스트레스는 심혈관계 질환이나 우울증과 같은 주요한 만성질환들에 이환될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주요 위험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직무스트레스에 의해서 흔히 유발된다고 알려져 있는 질환들을 보면 고혈압, 궤양, 대장염, 피부 질환, 알레르기성 질환, 관절염, 요통, 두통, 불안증, 우울증 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질환들을 망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직업재해도 직무스트레스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직무스트레스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양상으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모든 계층의 근로자들에게서 관찰될 수 있고, 근로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노사비용의 증가로 직결되며, 실제로 의사를 방문하는 근로자들의 50% 정도는 직무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근로자들의 1/3이 자신이 매우 스트레스가 많은 업무 환경에서 근무한다고 여기고 있고, 근로자들의 1/4이 자신의 직업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직무스트레스가 근로자와 업무조건 사이의 상호관계에서 유발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근로자의 특성과 업무조건 중 어느 것이 직무스트레스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직무스트레스의 주된 요인이 어느 것인가에 따라서 직무스트레스를 예방하는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논의는 매우 중요하다.
1.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직무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평가가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과거에는 Karasek 등이 개발한 Job Content Questionnaire 등과 같은 외국의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를 번안해서 사용하다가 문화적인 특성상 우리와는 잘 맞지 않는 어려움을 겪다가 2005년 Chang 등[15]에 의해서 표준화된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Korean Occupational Stress Scale, KOSS)가 개발되어 현재 널리 사용 중에 있다. Chang 등[15]은 한국인의 직무스트레스 요인으로 간주될 수 있는 요인들을 기존 연구와 외국의 연구결과를 검토분석하여 물리적 환경, 직무 요구, 직무 자율성 결여, 관계 갈등, 직무 불안정, 조직체계, 보상 부적절, 조직문화 등 총 8개의 영역을 확인하였고 이들 영역을 대표하는 문항 43개를 추출하여 KOSS를 개발하였다. KOSS는 신뢰도 및 타당도 검정 결과는 유의한 것으로 평가되었으며 이들 43개 문항으로 이루어진 기본형 외에도 현장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24개 문항으로 구성된 단축형 측정도구도 함께 개발되어 현재 사용 중에 있다. 영역별 직무스트레스 요인 점수는 다음 공식에 의거하여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며 그 결과를 한국 근로자의 남녀별로 제시되는 중앙값과 비교하여 평가한다(Appendix 4)[15]. 영역별 환산점수=(해당 영역의 각 문항에 주어진 점수의 합-문항 개수)×100/(해당 영역의 예상 가능한 최고 총점-문항 개수).
결론
거듭 이야기하지만 스트레스, 환경에 처한 각 개인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또 그것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그 개인의 스트레스 관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데 이렇게 포괄적인 스트레스 측정을 효과과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데 어려움이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스트레스 인자를 계량해서 그 양을 측정하는 방법,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과 인지 상태를 평가하는 방법, 개인적인 특성 특히 스트레스에 대한 감수성을 평가하는 방법, 스트레스로 인한 결과를 증상으로 평가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접근 전략이 있지만 어떤 방법도 스트레스 역동 과정의 다양한 측면을 효과적으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임상 분야에서 흔히 사용되는 설문평가방법도 그 목적에 따라서 생가보다는 좁은 범위의 스트레스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를 근거로 환자들의 스트레스 관련 증상이나 질환들을 해결하는데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고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불분명한 경우가 보통이다.
게다가 앞서 소개한 여러 가지 한국형 스트레스 평가도구들이 전반적으로 신뢰성과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모자라는 실정이다. 또 스트레스 평가를 위해서는 동반된 증상으로 우울 및 불안 평가를 함께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최근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을 평가하는 증상 목록 평가도구도 개발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 능력을 평가하는 도구도 개발되어 있다. 그렇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소아, 청소년층을 위한 선별검사로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스트레스 평가도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스트레스성 증상이나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들을 진료할 때 유용한 스트레스 평가도구가 되려면 임상적으로는 우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설문 평가도구들이 한국인을 위해 횡문화적으로 완벽하게 조정되는 노력이 더 필요하고, 국제적인 비교 연구가 목적이 아니고 임상적인 평가라면 근본적으로 설문 평가도구의 개발 원칙에 맞춰 한국인 스트레스 역동에 맞는 도구들의 개발이 더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시도되고 있는 심박변이도(heart rate variability) 검사 혹은 다른 바이오피드백 장비를 이용한 스트레스 평가, 타액 코티졸을 비롯한 스트레스 관련 생화학적 지표 등을 측정하는 검사 등의 근거와 스트레스 상태와 관련된 평가기준을 좀 더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향후 이런 생물학적 지표를 평가하는 다양한 평가방법들을 기존의 여러 가지 설문평가방법과 함께 사용하는 표준화된 포괄적 스트레스 평가지침의 개발이 가능하고 또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Peer Reviewers' Commentary
본 논문은 현재 스트레스 평가 영역에서 흔히 사용되는 설문측정도구를 개략적으로 리뷰하고 있다. 스트레스 평가는 스트레스요인 평가. 스트레스인지반응 평가 및 스트레스신체반응 평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스트레스 인지반응 평가는 지각된 스트레스로 설문에서 흔히 평가하는 영역이다. 설문측정도구는 신뢰도 타당도가 검증된 도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 비교연구를 위해서는 외국에서 개발된 설문을 활용할 수 있지만, 타당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문화사회적 특징을 반영된 설문이 중요하다. 이 논문에서는 스트레스 연구 영역에서 국내에서 개발된 설문에 대한 자료로 활용가치를 가진다.
[정리: 편집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