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List > J Korean Med Assoc > v.56(5) > 1042684

박, 이, Park, and Lee: 북한의 보건의료 현황과 효율적 지원방안

Abstract

As the period since the partition of North and South Korea has been prolonged, the gap between the two Koreas continues to widen in various ways. Indeed, in the health sector, differences that already existed have diverged even more after North Korea's economic crisis. This article will focus on the problematic situation of North Korean health care status and the trends in health aid to North Korea toward future improvement. Since 1990, after the dismantling of the socialist state system and a series of natural disasters, North Korea has accepted partial transformation to free market principles. Along with these changes and due to decreased rations, health workers also began seeking a secondary income to meet their daily needs, and a secondary economy in the pharmaceutical industry became one of their main financial resources. This has led to inequity in health service accessibility and has resulted in changes in North Korean patients' health behaviors. Meanwhile, external aid for health has steadily increased, resulting in dependency on external support. Infectious disease and maternal, neonatal, and child health-related aid support has comprised the largest portion in health aid; however, the changing composition of the disease burden is requiring different allocation and partnerships aligned according to health aid needs. North Korea requires health-related policy reforms that can respond actively to the lack of health resources, the deteriorated health infrastructure, and the instability of the health and social safety ne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as the central coordinator of such aid, should play this role with a specific strategy to support and respond to the changing needs of the North Korean people.

서 론

남북한 분단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회경제적인 격차와 언어문화적인 이질성은 이미 상당히 커진 상태이다. 남북한의 보건의료도 60년 이상의 시간과 남북한 경제력의 차이로 인해 제도적 측면뿐 아니라 인력과 시설의 수준, 서비스의 질에서 점차 그 격차가 커지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건강상태가 매우 열악하며 북한의 보건의료체계가 과거에 비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북한의 보건의료 문제와 개선방안을 고민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큰 축을 가지고 다각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 경제위기 이후 북한 보건의료 변화와 현황을 파악하여야 한다. 한 나라의 보건의료 문제는 사회경제 및 인구구조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므로,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북한의 보건의료 재원 부족이 비공식 의료시장의 확산과 의사-환자 관계를 변화시킨 과정과 의료의 접근성 및 질병행태의 변화에 미친 영향을 이해해야 북한의 보건의료 현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북한처럼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일수록 보건의료 영역에서 대외원조에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국내 및 국제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대북 보건의료 지원의 경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분석하여, 향후 효율적인 지원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남북관계가 경색된 시기에는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 보건의료 지원 비중이 커졌기 때문에, 국내와 국제사회를 아우르는 큰 틀의 흐름을 파악해야 더욱 효과적인 대북 보건의료 지원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셋째, 미리 경험하는 통일세대인 북한이탈주민의 건강 문제를 파악하고 정착 시기에 따른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남북 관계와는 무관하게 남한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남북 보건의료통합을 위한 중요한 기반작업이며, 통일 시에 나타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를 미리 대비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또한, 남한에 거주하는 북한 출신 의료진들이 전문 분야에 재적응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은 남북 보건의료인력 통합을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본 원고에서는 위에서 제시한 세 영역 중, 북한의 보건의료 현황과 대북 보건의료 지원방안이라는 두 영역에 초점을 맞추어 정리하도록 하겠다.

경제위기 이후 북한 보건의료 현황

1. 북한 보건의료에 영향을 준 사회경제 및 인구구조의 변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북한은 공산주의국가들의 붕괴, 연이은 자연재해,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지속된 정치외교적 갈등상황으로 인해 급속도로 사회 다방면으로의 침체와 붕괴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재정 부분 감소와 직결되었고, 전 인민의 무상의료지원체제를 표방하는 북한의료체계의 근본적인 틀은 흔들리게 되었다[1]. 1990년대 초기 7.6%에 달했던 국민의료비(total health expenditure)는 7년이 지난 1997년도에는 2.5%로 감소되었다.
북한 정부는 2002년 경제난의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7.1 경제 관리 개선 조치(7.1조치)'를 발표하며 시장경제원칙을 사회주의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도시마다 대형시장이 적어도 한 개씩 들어서게 되었다[2]. 7.1조치 이후 북한은 기존의 국가계획 위주의 분배시스템과 시장메커니즘이 병존하게 되었다. 의약품과 의료물품의 경우, 무상의료진료를 원칙으로 하는 북한에서는 법적으로 의약품을 환자가 약국에서 직접 구매할 수 없게 되어 있으며, 국영병원이나 보건소 밖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으나[3], 실제 현장에서는 장마당을 통해 의약품의 매매가 이루어지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북한의 연령별, 인구구조를 살펴보면, 1990년대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 시기에 영유아, 학동기 시절을 보냈던 세대인 20-34세 연령층의 인구구성비율이 현격히 떨어진다[4]. 당시 영양결핍이나 그로 인한 다양한 감염성질환들로 인해 많은 수의 건강 취약 연령층의 사망하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이 세대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이며, 국가의 혜택을 누려보지 못하고 장마당이라는 시장사회에 처음부터 노출되었던 세대이다. 이 세대가 보건의료인으로 또는 환자로 북한의 보건의료시스템을 사용하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되는 시기에는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입각한 의료서비스의 이용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가임여성(15-49세)의 비율은 전체 여성 중 2000년 53.1%에서 2008년 52.5%로 추정하고 있고, 북한의 가임여성 인구가 가까운 장래에 감소추세로 예상된다[4]. 가임여성인구가 줄어들고 합계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된다면 출생아수는 급격한 속도로 줄어들게 될 것이다. 65세 이상의 노령인구 비율은 2008년 8.7%로 조사되어서[4], 이러한 인구구조에서는 향후 북한에서도 심혈관계질환이나 만성질환에 대한 질병부담이 증가할 것을 추정할 수 있다.

2. 북한의 보건의료재원 부족과 비공식 의료시장 확산

1991년 전까지, 북한에 외부로부터 공급된 의약품의 수여국은 주로 구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이었다. 1991년 이후 북한의 경제가 위기에 몰리면서 북한 당국의 제약산업이나 보건의료 관련 산업은 전반적으로 침체되었고, 외부로부터의 수입통로 또한 사회주의체제 국가들의 붕괴와 함께 차단되었다. 2003년 국제적십자사(International Federation of Red Cross)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중앙 보건성을 통해 배급되는 자체 생산된 의약품은 몇 가지 종류의 항생제와 마취제에 국한되어 있으며, 약의 종류나 양에 있어서 그 기여도는 전체 수요에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다. 북한 당국은 1990년대부터 의사들에게 적극적으로 고려의학과 한약제제의 사용을 권장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러한 환경적, 정책적 영향으로 한약제의 사용은 60-80%까지 그 비율이 급상승하였다[5].
탈북의사들이 공통적으로 응답한 의료물품의 고갈 시기는 1990년 중반부터 중앙에서부터의 약품공급량이 현격히 감소하였고, 1990년 중반 이후부터 국제기구로부터 원조 받은 약이 약품의 주요 공급원이었다고 진술하였다. 2000년 초, 지역 제약공장의 생산이 중단되었고, 2000년 초중반부터 약품공급이 완전 중단되었다는 진술도 있었다. 병원에서 무료로 제공해 줄 수 있는 약은 동의약이 대부분이며, 진료소 근무 의사, 시군병원급 의사 모두 예외 없이 모든 의사들은 매년 2회 약초채취에 동원되었고, 일정량의 약초를 제출할 의무를 가졌다고 진술하였다.
의료물품에 대해서 대외 보건의료 원조에 의존도가 증가하면서, 의약품의 공급이 제한적이고 지속적이지 않기 때문에 상품적 가치가 높고, 실제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약품이 공급되기 전에 중간 단계에서 상당부분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의료인에게도 배급과 수당 지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의료인과 약품공급과정에 연관된 중간 매개자들에게 의약품은 생계를 위한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이로 인해 의약품과 의료물품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며, 의료인에게도 비공식적인 의료시장이 고착화 되었다. 장마당에서 약의 가격을 결정하는 규정은 없으며, 특히 암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물품이기 때문에 규정된 기준 없이 가격은 변동될 수 있다고 진술하고 있다[6].

3. 북한 환자-의사 관계의 변화와 보건의료 접근성 장애요인

냉전시대 북한의 보건의료인들은 이데올로기적 전쟁의 최전선에 있었다. 1960년대에 발표된 김일성 교시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정성을 다해 진료할 것을 명령했고, '정성의학'은 북한의 사회주의 의학의 기초가 된다. 정성운동의 의료문화에서 의료인들은 수술 시에 자신의 피를 수혈하고 자신의 피부를 떼어내어 이식하는 것을 자원할 정도로 의료인 자신보다 환자를 우선순위에 놓고 진료해야 했다고 진술한다. 북한의사들의 환자-의사 관계에 대한 회상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무상치료제 하의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사에게 일상적인 환자의 감사는 동기부여와 의미를 찾기 힘든 사회주의 의료체제 하에서 커다란 격려가 된 것으로 보인다. 탈사회주의 의료체재 변환을 겪은 구공산권 국가의 의료인들과 환자들도 종종 체재변환 이전의 구 체재 하에서 환자-의사 체계에 대한 긍정적인 회고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역으로 체재변환 이후 계약적 관계로 변화하는 새로운 환자-의사 관계의 도래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키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고난의 행군 이후 장기간 북한 정부에서 지불되는 의사 월급이 지급되지 않으면서 의업으로는 실질적인 생계가 불가능해진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제적 궁지에 몰린 의료인들은 병원 밖의 텃밭에서 키운 작물, 다른 곳에서 구해온 상품이나 배급받은 약물의 일부를 장마당에서 파는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의사들은 병원에 형식상 자리를 지켜야 했기 때문에 교대로 자리를 지키며 서로의 비공식적 경제 활동을 묵인하였다. 병원 밖의 비공식적 경제에 종사해야만 했던 의료인의 실정은 곧 병원 안의 비공식적 경제의 출현으로 이어지게 된다. 노력 동원에서 면제받기 위해 의사소견서나 노동능력평가서를 발급하는 것에 있어서도 비공식적 진료비를 받았다. 비공식적 경제는 더 이상 일부 의사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북한의료체계 전반에 통용되는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진단서를 떼거나 약 낼 때 돈이나 선물을 갖다 준다. 한사람을 진단서 21번까지 떼 준적도 있다. 공공연하게 어떤 의사는 술 담배를 줘야 진단서를 끊어준다고 한다(탈북 의사의 진술)."
경제적 위기가 닥치기 이전에는 술과 담배 같이 환자들이 감사의 표시로 주었던 머물렀던 선물은 가격이 정해지고 요구의 강도가 높아지는 변화를 겪게 되어, 의료비용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비공식적 의료비용의 활성화는 환자의 경제적 수준에 따른 의료서비스에 대한 차별적 제공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의료인들도 비공식적 의료비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환자 진료에 대한 일정한 금전적 보상을 기대하게 된 것이다. 환자의 경제적 수준은 북한 내 의료접근성의 괴리를 발생시켰고, 비공식적 선물은 환자 진료에도 차별적인 효과를 낳았다. 약품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의료인들은 자신들에게 더 많은 답례를 줄 수 있는 당 간부를 위해 필수 약품을 아껴두어야 했고, 일반 시민들은 의사의 처방전을 들고 장마당에서 약품을 구하여 복용해야 했다. 심지어 의사에게 줄 치료비가 없는 시민들은 의사의 진료 없이, 대부분 장마당에서 개인적으로 구입한 약으로 경미한 증상에 대처하고 있다.
"일반 환자들은 스쳐지나가는 병인 경우, 이런 거는 80%가 자기 혼자 약 떼어가고 그래요. 이게 진짜 이게 큰 병이 났다 싶으면, 마지막에 약도 잘못 써가지고, 그 다음에 병나서 죽을 거 같다고 하면, 그 다음에 병원 오는 거예요(탈북 의사의 진술)."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약 70%의 북한이탈주민이 북한의 장마당에서 약을 구입한 경험이 있었으며, 그 이유는 대부분이 병원에 약이 없기 때문이라고 응답하였다[6]. 치료에 필요한 약을 장마당을 통한 비공식 경로로 구입을 해야 하다 보니 돈이 없어서 약을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57%로 응답하였으며,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6]. 북한의 주민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자가진단과 자가치료의 환자 역할 변화와 의자-환자관계의 변화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결핵과 같은 감염성질환의 치료 실패를 가져오고, 다제내성결핵이 늘어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뇨,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등 만성질환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약하기 때문에,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때까지 방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2004년 세계보건기구가 보고한 북한의 질병부담 중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손실이 매우 높은 원인 중 일부도 이러한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7].
정부소유의 의료기관들이 충분한 예산 없이, 의료서비스 유지에 대한 책임지게 되었고, 이미 시장기능과 연계되어 복합적인 탈사회주의 의료체계에서 보이는 특징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사회적, 경제적으로 취약한 북한 주민들은 사적, 공적인 제도가 혼합된 보건의료서비스로부터 쉽게 소외될 수 있음을 예상 할 수 있다.

북한 보건의료 수요에 맞는 효율적 지원방안

1995년 북한이 공식적으로 긴급구호를 요청하여 국제사회로부터 대외원조를 받기 시작한 시점 이후, 북한으로 투입된 대외원조에서 국제사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 95%를, 1999년까지는 80% 이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8]. 북한의 보건의료재정의 부족은 상대적으로 국내외 대북 보건의료원조에 의지하는 비율을 높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대북원조는 정치적 국제관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 장기간의 체계적인 원조를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었으며, 진행되던 원조도 중도에 중단되는 사례들도 많았다. 특히, 1999년 United Nations와 International Non-Government Organization의 북한의 비협조적 태도에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한 이후,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점점 고립되기 시작하였고[9], 미국의 북핵문제 제기와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인해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관심이 감소함에 따라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었다. 이는 2000년 이후 점차적인 국제사회로부터의 원조감소로 이어지게 되었다.
2000년 이후 북한은 경체침체 타개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고, 2004년 이후 북한은 줄곧 인도주의적 지원에서 개발지원으로의 지원 방향성 변환을 요구했다. 이러한 북한의 요구에 반응하여 대북지원 중 보건의료 영역에서 일차보건의료 인프라구축이나 의료기관의 신축이나 개보수와 같은 개발영역의 보건의료 관련 사업들이 증가하게 되었다. 이는 북한의 요구가 지원양상에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고 판단해 볼 수 있다.
또한 전 세계적인 보건의료지원의 변화추세가 대북 보건의료지원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2000년 말부터 Global Fund to Fight AIDS, Tuberculosis and Malaria (GFATM), Global Alliance for Vaccines and Immunizations (GAVI)와 같은 특정질환 중심의 집중적인 지원을 수행하는 global health initiative 역할이 대북 보건의료지원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GFATM을 통해서는 결핵과 말라리아 사업이, GAVI를 통한 예방접종 사업의 비율이 보건의료 대북지원의 영역에서 2000년대 말에 급격히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10]. 이러한 영향을 받게 된 경위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존재할 것이나 우선, 질환 중심의 집중적인 지원의 특징을 갖는 국제기구의 역할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흐름이 반영된 결과로 판단된다. 특히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과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인해 공적원조를 받을 수 있는 공여기관이 한정되면서 이러한 경향성은 더욱 뚜렷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이러한 질환 중심적인 지원의 비중이 커질 경우, 수직적인 감염관리체계의 강화나 예방접종사업의 관리체계 강화와 같은 강점들도 있으나 지역사회 중심의 보건사업이나 포괄적인 보건의료체계 강화사업과 같은 사업을 시행하기 어려운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한국정부의 지원사업 중 영유아, 어린이 그리고 산모나 여성을 위한 영양지원사업이 많았고, 특히 2006년 이후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영유아영양사업의 지원은 4년 동안(2009년까지) 지속성을 가지고 큰 규모로 이루어졌다. 그 외 모자보건사업에 참여한 다자간 기구는 대표적으로 United Nations Population Fund와 United Nations Children's Fund이며, 이 두 기구 모두 지속성을 가지고 지원사업을 유지하였고, 연도별로 지원된 금액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10]. 영유아와 어린이 대상 사업을 포함한 모자보건사업은 지역사회와 2, 3차급 병원의 단계적 의료수준 향상과 보건의료체계 강화로 연계될 수 있는 사업영역으로 정부차원에서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이며, 현재까지 한국정부를 포함하여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지속성을 가지고 사업을 유지해 왔다.
이렇듯, 대북지원에서 보건의료영역은 감염성질환과 모자보건관련 사업이 주요지원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두 영역 모두 북한 보건의료에서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며, 이를 통한 북한의 보건의료체계 강화로 연계될 수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북한의 변화하는 수요이며, 변화된 보건의료현황에서 외부지원이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영향들을 예측하며 지원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
비감염성 질환 영역에의 지원은 모자보건을 제외하고는 시급성을 이유로 원조분야의 후순위로 밀리거나 주로 지원영역에서 제외되는 영역이었으나 대북지원 분야의 우선순위는 북한의 실질적 수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해가야 하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다양한 민간단체의 협조를 통한 대북보건의료분야의 지원이 필요하다.
보건의료분야의 대북지원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협조할 수 있는 지원기관의 종류는 다양하며, 각 기관별로 특징적 강점을 지니고 있다. 분야별 전문성과 대규모 사업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국제기구와는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지원이 필요한 영역에서의 협조가 가능할 것이고, 북한과 오랜 신뢰관계를 형성하며 특정지역이나 특정질환에 사업경험을 가진 민간단체들과는 북한과 우호적인 신뢰관계를 강화하면서 직접교류가 필요한 특성화된 사업영역에서 협력체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질환에 대한 지원에서도 지원지역과 질환 내 세부영역을 달리하여 상호보완적 협조체계를 통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협력체계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정부의 중재적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결 론

북한의 경우 사회주의체제 유지라는 정치적 필요 때문에 시장기능과 연계되어 작동하는 의료체계에 대응하는 개혁정책들을 공식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존의 탈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나타난 추가적인 보건의료문제들을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비공식 의료경제의 활성화와 보건의료 사회안전망의 취약은 현재 북한 주민이 필수적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중요한 장벽이 되고 있다. 특히 의약품에 대한 환자 부담의 증가는 의료 인프라의 지역적 차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의료 소외계층을 양산하고 있다. 비공식적인 시장경제를 통한 규제되지 않은 비공식적인 약품의 유통은 암시장에서 불균형적인 지역 배분이 나타나게 되는 원인이 되었으며, 다자간/상호원조로부터 원조약품의 상업적 유출로 이어졌다. 의료시설에 대한 불충분하고 불평등한 정부지원은 지역 간 혹은 병원 간 보건서비스의 격차를 크게 하였고, 보건 감시 체계와 예방적 통제는 약화되었다. 비공식 의료경제에의 실질적인 의존도가 커질수록, 정부의 공적 지출에만 의존하고, 보건의료분야에서 현행의 시장기능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되어 있는 일부 구금시설이나 다른 정부시설 내의 보건의료서비스는 더욱 취약해 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북한 보건의료의 실질적인 '탈사회주의 전환'은 정부규제의 외곽에서 이차경제의 매우 복잡한 체계를 양산했다. 이미 보건의료 영역에서 상당부분 비공식경제의 영향력에 노출된 상황에서 보건의료재정 안정화, 지역 중심의 보건의료인프라 구축, 일차의료 안정화 및 보건의료 사회안전망 강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건의료 개혁정책들이 요구된다. 또한, 향후 대북 보건의료지원 전략을 구상할 때에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 보건의료의 특성들을 고려하여 효과적인 원조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한 등 외부 세계의 보건의료지원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를 고민할 때, 전 세계적인 보건의료지원의 동향을 함께 파악하며 나무에만 치중하지 않고 숲을 함께 보며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대북지원은 국제단체들의 대북지원에 비해서 북한 내 거버넌스 및 의사결정 과정의 차이로 사업이 집행되는 과정이 다르며, 상대적으로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모든 과정들을 고려한 정책적, 전문적 판단이 지원전략에 반영되어 국내 대북 보건의료지원은 더 치밀하고 신중한 계획과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Peer Reviewers' Commentary

본 논문은 북한의 보건의료 현황과 대북 보건의료 지원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시도된 논문이다. 이를 위해 저자 등은 경제 위기 이후 북한 보건의료에 영향을 준 사회경제 및 인구구조 변화, 보건의료 재원 부족과 비공식 의료시장 확산, 보건의료 접근성 장애요인 등을 기술하였다. 보건의료재원 부족과 비공식의료시장 확산으로 무상보건의료체계가 실질적으로 붕괴된 북한의 현실과 경색된 남북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보건의료의 인도적 지원 방안 모색이 거의 유일한 출구 전략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결국 북한의 보건의료체계 변화의 장애요인에 대한 검토하고, 기존 대북의료지원 사업 평가를 통해 효율적인 보건의료체계 지원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논문이라 판단된다.
[정리: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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