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최근 서울 강남의 산부인과의사가 자신의 환자이자 내연 관계이던 30세 여성에게 진정제(sedative)인 미다졸람 (midazolam)을 다른 약제들과 혼합 투여한 후 사망케 한 사건과, 유명연예인들이 이른바 '우유주사'라고 불리는 프로포폴(propofol)을 소지하고 상습적으로 자가 투여한 혐의로 입건된 사건 등을 계기로 시술진정(procedural sedation)에 의한 진정제 및 마취유도제(hypnotic) 중독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워졌다. 국내에서 진정제 및 마취유도제 중독에 대한 언론 및 일반인들의 인식은 2009년 프로포폴 남용으로 사망한 유명 팝가수 마이클잭슨의 사건을 계기로 생겨났는데, 이후 프로포폴 남용에 의한 의사 및 간호사 등 의료인의 사망, 프로포폴 불법유통, 일반인들의 프로포폴 상습투여 및 중독 등의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와 급기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11년 2월 세계 최초로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하였다.
진단이나 치료 목적의 대부분의 시술 및 수술은 불가피하게 통증을 수반하고 이 때문에 환자는 불안감과 불편감을 느낀다. 따라서 시술 및 수술 중에 통증을 덜 느끼게 하고 불안감 및 불편감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마취(anesthesia)를 포함한 진정(sedation) 및 진통(analgesia)이 과거부터 시행되어 왔는데, 최근에는 환자에게 통증이나 불안을 인내하도록 강요할 수 없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함께 가파르게 증가한 미용시술 및 수술, 위장관내시경, 그 외 최소침습수술 등으로 진정요법에 대한 요구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이와 함께 시술진정과 관련된 진정제 및 마취유도제의 오남용 및 중독도 늘어났다. 프로포폴을 투여 받기 위해 수십 차례의 미용 시술 및 수술을 한 환자의 사례가 보도되었는가 하면 수면마취 하 위내시경 시술을 일정 기간 동안 매일 받은 증례가 보고되기도 하였다[1]. 또한 의사가 비타민 주사, 피로회복제, 다이어트 약이라며 환자를 유인해 프로포폴을 투여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2]. 정확한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시술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제 및 마취유도제를 투여 받기 위해서 미용시술 및 위장관내시경 등을 받는 사례는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러한 시술진정은 일반인이 프로포폴에 중독되는 주요 통로가 된다[2].
진정요법에는 프로포폴,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케타민(ketamine), etomidate, dexmedetomidine 등의 진정제 및 마취유도제가 쓰이고 보조적으로 아편양제제 (opioid) 등이 진통 및 진정효과 보조를 위해 사용된다[3]. 최근 우리나라의 마취통증이학과, 외과, 성형외과 의사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진정요법을 위한 약제로서 프로포폴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그 다음이 미다졸람, 케타민 순이었다[4]. 이중 벤조디아제핀 및 아편양제제는 정신작용 약제 (psychoactive drug) 중 가장 흔하게 남용 및 중독을 일으키는 약물이지만[5] 벤조디아제핀의 경우 처방된 경구 약제에 의한 남용 및 중독이 많으며 주사제에 의한 중독은 주로 다약제 남용자(polydrug abuser)에게 일어나고[6], 아편양제제는 진정, 마취, 진통 등에 쓰일 뿐만 아니라 암환자를 비롯한 병동, 외래 환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케타민 또한 진정요법에 많이 쓰이는 약물인데 시술진정과 관련하여 생긴 중독에 대한 보고나 보도는 거의 없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최근 오남용이 급격히 증가하여 사회적인 문제가 심각한 프로포폴을 중심으로, 진정제 및 마취유도제로 인한 약물남용 및 중독의 기전, 현황을 알아보고 이러한 약제들에 접근이 쉬운 의료인의 남용, 중독 실태에 대해 살펴본 후, 일반인의 남용, 중독이 진정요법과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진정제 및 마취유도제로 인한 약물 오남용과 중독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간략히 논의해 보고자 한다.
진정제 및 마취유도제로 인한 약물중독의 기전
약물에 의한 중독의 기전은 신경생물학적으로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독을 유발하는 약물들은 중변연계 도파민 시스템(mesolimbic dopamine system)에 영향을 미쳐 보상체계(rewarding system)를 교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igure 1) [78]. 이들 약물은 다양한 기전을 통해 중변연계 도파민 시스템에서 도파민 뉴런(dopamine neuron)의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편양제제, 코카인(cocaine), barbiturate, 벤조디아제핀 등은 γ-aminobutyric acid (GABA) 수용체에 작용하여 도파민 뉴런에 대한 억제성 조절을 감소시켜 도파민 뉴런의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킨다[8]. 또한, 중독약물들은 중변연계 도파민 시스템에서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의 변화를 유도한다. 예컨데, 코카인의 일회 주입은 중뇌의 복측피개부(ventral tegmental area)에서 도파민 뉴런의 α-amino-3-hydroxy-5-methyl-4-isoxazolepropionic acid (AMPA) 수용체를 증가시킴으로써 흥분성 시냅스(excitatory synapse)의 가소성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8]. 중독은 약물에 의한 연속적인 시냅스 가소성의 변화로 생기게 된다고 보는데, 도파민 분비는 복측피개부에서 시냅스 가소성의 변화를 유도하고 중변연계 도파민 시스템의 다른 부분 즉, 복측선조 (ventral striatum), 흑질(substantia nigra), 및 배측선조 (dorsal striatum) 등의 시냅스 가소성에 변화를 일으킨다[8].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상체계(rewarding system) 및 학습과 기억 등을 담당하는 뇌회로를 장악하여 약물에 대한 강박적인 행동을 유발한다.
진정제 및 마취유도제도 이와 같은 일반적인 약물중독의 기전에 의해 중독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벤조디아제핀은 도파민 회로와 연결되는 억제성 중간뉴런(inhibitory interneuron)에 작용함으로써 중독을 일으키는데 이 억제성 중간뉴런은 도파민 뉴런의 출력을 조정한다. 벤조디아제핀은 특히 α1-containing GABA type A (GABAA) 수용체에 작용하여 억제성 중간뉴런의 활성을 감소시킴으로써 복측피개부에 있는 도파민 뉴런의 흥분성을 증가시킨다. 또한 복측피개부에서 흥분성 글루타민산염(glutamate) 시냅스의 강화는 자가투여를 촉진한다[8]. 프로포폴은 화학적으로 아편제나 벤조디아제핀, 혹은 N-methyl-D-aspartate (NMDA) 수용체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지는 않고 GABAA 수용체의 베타소단위(β-subunit)에 작용하여 억제성 중간뉴런의 활성을 증가시키는 한편, 높은 농도에서는 NMDA 수용체의 활성을 억제하여 진정 및 마취 작용을 나타낸다[9].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프로포폴 또한 중변연계 도파민 시스템에 작용하여 중독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동물실험에서 프로포폴은 쥐에게 마취역하(subanesthetic) 용량 및 마취(anesthetic) 용량으로 투여되었을 때 중격의지핵(nucleus accumbens)에서 세포 외 도파민 농도를 증가시켰다[10]. 남용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한 동물 행동실험에서 프로포폴은 마취역하 용량을 쥐에게 주었을 때와 마취로부터 회복될 때 conditioned place preference를 유도하여 프로포폴 자극이 보상효과를 나타냄을 보여 주었고[1112], 쥐와 개코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에서 프로포폴 자가투여는 다른 약제의 선투여 없이도 일어날 수 있고 프로포폴이 강화작용이 있음을 입증되었다[1314]. Discrete-trial choice procedure를 이용한 임상시험에서 프로포폴은 마취역하 용량으로 투여되었을 때 일부에서 보상효과가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였다[15].
프로포폴은 짧은 반감기, 좁은 안전역, 그리고 도취감보다는 무의식의 빈도가 높은 이유로 인하여 다른 마약제와 달리 남용약물로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프로포폴 남용은 국제학술지의 증례만도 1992년에서 2009년 사이 45건 이상이 보고 되었는데, 남용자들은 프로포폴을 투여할 때 즐거운 기분, 나른한 느낌, 도취감 등을 느끼고 기분 좋은 꿈을 꾸기도 하며 성적인 환상 및 탈억제감을 느끼기도 한다[16]. 금단현상의 유무에 대해선 충분한 근거가 부족하고 신체적 의존보다는 정신적 의존이 남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9]. 약물 내성은 청소율의 증가와 약제 효과에 대한 감수성의 변화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16].
진정제 및 마취유도제 남용의 현황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약물남용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의 보고에 의하면 2011년 전체 미국 인구의 8.7%인 2,250만 명이 불법적인 약물(illicit drug)이나 처방받은 정신치료약물(phychotherapeutic) 남용에 노출되어 있는데 그 중 마리화나 남용이 1,810만 명으로 제일 많았고 정신치료약물이 610만 명으로 그 다음이었다(중복 남용자 포함)[17]. 정신치료약물 중에서는 진통제가 전체 인구의 1.7%, 신경안정제가 0.7%, 흥분제가 0.4%, 진정제가 0.1%를 차지 하였다. 한편 2005년 발표된 프랑스 마취과의사들의 약물남용에 관한 전국적인 조사에서(담배 제외) 약물남용 유병률은 10.9%였고 그 중 알코올이 59%, 항불안제 및 수면제 41%, 대마초 6.3%, 아편제 5.5%, 코카인과 암페타민 1.9%, 케타민 및 프로포폴을 비롯한 마취제가 1.9%를 차지하였다[18]. 따라서 진정제 및 마취유도제의 남용 유병률은 전체 약물남용 중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주사제 형태의 벤조디아제핀 투약은 마약 중독자들 사이에서 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태국 마약중도자의 37%가 매일 미다졸람 주사를 투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6]. 케타민의 경우 영국 클럽 이용자들에게서 유희적인 목적으로 애용되는데 2009년 조사에 의하면 68%의 클럽 이용자가 케타민을 투여한 바 있다고 하며 대마, 엑스터시(ecstasy), 코카인에 이어 이들에게서 네 번째로 남용되는 약제이었다[19]. 우리나라의 경우 시술진정과 관련된 미다졸람 남용에 관한 보도가 드물게 있었지만 문헌 상 벤조디아제핀과 케타민의 경우 시술진정과 관련하여 이 약제들에 중독되었다는 보고는 거의 없다.
프로포폴의 경우 전체적인 프로포폴 남용 유병률에 대해 보고된 바는 없지만 아직까지 다른 중독약물보다 유병률이 훨씬 낮은 것으로 보인다[1820]. 하지만 프로포폴 남용 관련 보도의 내용이나 증가세로 볼 때 그 비중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는 프로포폴 사용량의 급증과도 연관이 있다. 2000년 조사에서 영국의 통원수술 환자의 96.5%가 마취를 위해 프로포폴을 투여받았고[21] 최근의 국내 조사
에서는 시술진정의 75.6%에서 프로포폴이 사용되었다[4]. 국내 의료기관에 공급된 프로포폴 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9년 418만 6,000개에서 2010년 520만 1,000개로 24.3% 증가했다[22].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2011년에도 전년대비 12% 증가하는 등 2년 만에 39.2%가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향정신성의약품 전체의 공급량은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프로포폴의 사용량 증가는 진정요법 시 빠른 진정과 회복을 유도하는 프로포폴의 특성뿐만 아니라 진정요법 하 시술 및 수술의 증가에 기인한다. 미용 시술 및 수술이 급격히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건강검진의 확대와 조기검진에 대한 인식 전환으로 위장관내시경도 증가하였다. 또한 수술기술의 발달로 통원수술의 비율도 늘어났다. 최근 환자의 경향은 이러한 시술 및 수술 시 가능하면 수면마취를 원하고 프로포폴은 이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이다[4]. 그런데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의료기관에 공급된 프로포폴 중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비율이 15%에 불과하며 나머지 85%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였다[22]. 비급여로 처방된 프로포폴은 보험 적용 적응이 안되는 전신마취 수술에 쓰이기도 하였겠지만 미용시술 및 수술의 시술진정이나 수면마취 하 위장관내시경 시술 등에 상당량이 쓰였을 것이고 또한 비정상적인 의료행위에 쓰이거나 오남용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작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수술 환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보다 병의원급(63%)에서 프로포폴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하였고 이중 의원급에서 절반에 가까운 46%를 사용하였다는 사실이 위의 추정을 뒷받침 해준다[23].
의료인에 의한 프로포폴 남용
프로포폴 남용은 이 약이 임상에 쓰이기 시작한 직후부터 보고되기 시작하였는데 1992년 마취과의사의 남용 사례가 첫 사례로 보고되었다[24]. 프로포폴 투여 이전 마리화나, 코카인 등의 마약을 남용한 경험이 있는 이 마취과의사는 하루 10회에서 15회까지 프로포폴을 자가 투여하였는데 프로포폴을 선택한 이유는 의사용 탁상편람(physician's desk reference)에서 중독에 대해 알려진 보고가 없었고 프로포폴이 통제약물이 아니어서 쉽게 구할 수 있었으며 약효가 단 시간에 사라져 약물남용 사실이 눈에 쉽게 띄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992년부터 2009년까지 나온 프로포폴 남용 관련 문헌 45편을 분석해 본 결과 89%의 증례에서 남용자는 의료계 종사자였고 40%는 사망 사건이었다[16]. 최근 보고에 의하면 미국에서 마취과 종사 의료인의 3%가 프로포폴을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25]. 이전의 다른 보고에서는 미국의 126개 마취과 수련병원에서 1995년부터 2005년까지 프로포폴 남용 빈도를 알아본 연구 결과 18%의 병원에서 10년간 프로포폴 남용 사건은 1번 이상 있었고 이는 10년 남용 유병률 0.1%로서 과거 10년 유병률보다 5배 증가하였다[20]. 국내 보고로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례 중 프로포폴 사용과 관련되어 사망한 것으로 진단 감정된 36례를 분석한 연구에서 16례는 의료행위 중 사망한 사고사였고 나머지 20례는 자살 혹은 원인 미상이었는데 이 중 15례에서 사망자가 의료인이었다[26]. 또한 2009년 전국 61개 병원에 근무하는 마취과학회 평의원들에게 이들이 속한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남용하였던 의료인이 있었는지 서면조사를 실시한 결과 7개 병원에서 총 9명의 프로포폴 남용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27]. 이들 중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4명을 포함하여 전공의가 6명이었고 마취통증의학과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1명, 그리고 무응답으로 직업을 알 수 없는 경우가 2명이었다. 프로포폴 취득 방법이 밝혀진 6명은 본인이 직접 탈취하였다.
전체 프로포폴 남용에서 의료계 종사자의 비율이 높은 것은 무엇보다 약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서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회에 보고한 사고 마약류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의료용 마약류 사고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 2009년 396건, 2010년 548건, 2011년 850건이었으며 2012년에는 상반기에만 547건이 보고됐다. 2011년부터 마약류로 지정해 관리하는 프로포폴의 경우에도 2011년 132 앰플이, 2012년에는 상반기에만 260 앰플이 도난 또는 분실되었다[28].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자발적으로 보고된 마약류 사고 건수로 실제로는 훨씬 많은 양이 도난 또는 분실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특히 프로포폴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보다 병의원급에서 관리가 허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의원급에서 전체 프로포폴 사용량에 절반에 가까운 양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프로포폴이 도난 또는 분실된다고 추정할 수 있게 한다[23]. 또한 이러한 프로포폴 도난, 분실은 프로포폴 불법유통의 통로가 되어 일반인들의 남용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
일반인의 프로포폴 남용
일반인의 프로포폴 의존 사례는 2002년에 처음 보고되었다[29]. 증례의 환자는 긴장성두통의 치료를 위해 프로포폴을 처방 받았는데 수차례 프로포폴을 투약하면서 이 약에 의존성이 생겼고 수의사들을 통해서 프로포폴을 구하여 자가투여하게 되었다. 이 사례와 마이클잭슨의 사례, 기타 문헌들을 보면 일반인들의 프로포폴 중독은 치료를 위한 처방에 의한 것이 많았고 프로포폴이 진정요법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남용 및 중독을 유발한 사례는 적다[30].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일반인의 프로포폴 남용은 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바로 진정요법과 관련이 매우 깊다는 것이다. 최근의 보고에서는 프로포폴을 시술진정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린 의사들을 소개하였는데 이 증례의 의사들은 처음에는 미용시술 시 진정을 위해 프로포폴을 사용하다가 몇 명 환자들이 미용시술 없이 프로포폴을 투여해 주기 요청하자 환자에게 도취감 및 심적 긴장 완화만을 유도하기 위해서 프로포폴을 투여하기 시작하였고 이 의원은 지역 사회에서 이름이 알려져 많은 환자들이 프로포폴만을 투여받기 위하여 방문하였다[2]. 또한 이 보고의 다른 증례에서는 프로포폴을 비타민 주사, 피로회복제, 다이어트 약 등으로 홍보하여 환자들에게 프로포폴 투약을 한 의사들도 소개되었다. 또한 다른 문헌에서는 반복적인 수면마취하 내시경 시술에 의해 프로포폴 의존이 생긴 사례도 보고되었다[1]. 그 밖에 진정요법과 관련된 프로포폴의 남용 사례나 프로포폴 불법유통, 도난 사건, 자가투여 등에 관한 보도나 방송은 2000년대 후반 이후 급격히 증가하였다[4].
프로포폴을 일반인이 남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프로포폴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하고 이 약제에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위의 사례들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이 프로포폴을 인식하게 되는 주요 통로는 반복적인 시술진정에 의해서 이거나 일부 부도덕한 의사들에 의해 프로포폴이 시술진정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어서이다. 이렇게 일반인들에게 인식된 프로포폴은 비윤리적 진료 및 불법 유통망을 통해서 남용이 확대되었다. 특히 불법유통망을 통해서 일반인들에게 흘러 들어간 프로포폴을 자가투여할 경우 프로포폴의 좁은 안전역으로 인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최근 연일 보도되는 연예인을 비롯한 일반인들의 프로포폴 남용에 대한 대책은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프로포폴 남용방지 대책
2011년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되었지만 프로포폴 남용은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로포폴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프로포폴이 법규에 따라 유통,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 정부 당국이 철저한 감시활동을 펼쳐야 한다. 각 병의원은 법규에 따라 프로포폴을 관리하고 이에 대한 의사, 간호사 및 직원들의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또한 효과적인 유통, 관리시스템을 개발하고 적용해야 하는데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마약류에 대한 무선주파수인식기술(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적용을 위해 행정적, 재정적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로포폴은 안전역이 좁고 정상 용량으로 사용하여도 호흡억제나 심혈관억제 작용 등 부작용이 매우 흔하고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 약제의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컨데, 일부 유럽 국가의 경우에는 프로포폴을 사용할 경우 환자를 적절한 감시장비 및 인력이 구비된 상급 병원으로 이송하여 필요한 시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위의 논의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인의 프로포폴 남용에 의료인의 책임이 큰 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인이 프로포폴의 적절한 사용 및 남용 예방에 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프로포폴 남용 환자에 대한 대응 및 치료 가이드라인 뿐 아니라 의료인의 윤리교육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
최근 가파르게 증가한 시술진정과 함께 프로포폴의 사용량이 급증하고 프로포폴 오남용 및 중독도 늘어났다. 프로포폴 오남용은 과거 의료인들에 국한되었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반복적인 시술진정과 의사들의 비윤리적 프로포폴 오용에 의해 일반인들의 중독이 시작되었고 여기에 프로포폴 불법유통은 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프로포폴의 약리적 특성으로 볼 때 일반인의 프로포폴 남용은 치명적인 결과를 양산할 수 있으므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Peer Reviewers' Commentary
본 논문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시술 진정과 관련된 프로포폴 오남용 기전 및 실태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으며 나아가 그 방지 대책을 제안하였다. 필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프로포폴은 그 안전역이 매우 좁기 때문에 중독을 유발하는 다른 향정신성 약물과는 전혀 다른 치명적 결과를 유발하므로 약물에 대한 법규 및 정부의 실행 의지가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우리 나라의 프로포폴 오남용은 시술 진정에 의해 일반인에게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바, 법규의 제정 뿐 아니라, 취급 의료인, 의료기관의 자격을 제한하고 정기적인 교육 이수 및 정부의 체계적 관리 등이 시급하다. 또한 일반인들에게도 대중매체 등을 통해 단순한 환각제가 아닌 단번에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약물임을 교육할 필요가 있겠다.
[정리: 편집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