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List > J Korean Med Assoc > v.56(2) > 1042633

배, 이, 이, 최, 조, Bae, Lee, Lee, Choi, and Cho: 청소년 자살 관련 중재현황, 전략 및 연계방안

Abstract

In this paper, the current status of adolescent suicide prevention and intervention are addressed, including areas related to medicine, counseling, mental health nursing, social welfare, and education. Many preventive efforts and intervention programs have been developed and implemented, but the results have been mostly minimal or unfruitful and many problems arose. First, there is a lack of epidemiological research and developmentally appropriate data on adolescent suicide. Thus evidence-based research on adolescent suicide necessary to make important decisions regarding prevention strategies and the allocation of budgets and human resources is not available. Second, there are only a handful of experts with an appropriate level of education and training. Current suicide prevention efforts are performed as a part of crisis intervention, but only a few persons know how to do so effectively. Finally, a good networking and referral system among each area of service is needed. One of the most important issues might be balancing the levels of service available to each subject and to provide a proper, systematized intervention and continuous crisis management services. In order to create an effective networking and referral system among several service providers for adolescent suicide prevention, we need robust support from the Korean government and local communities.

서론

이 글에서는 청소년 자살과 관련하여 예방 및 중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기관 및 단체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활동 현황 및 문제점을 분석하여 각 활동 주체들 간의 효율적인 연계방안을 모색하고 향후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청소년 자살예방 및 중재 전략의 수립을 위한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의료적 측면에서 청소년 자살 관련 중재현황, 전략 및 연계방안

청소년 자살행동에 기여하는 많은 요인들 중에서 기저에 존재하는 정신과질환을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보는데 이는 자살시도 시 약 80-90%의 청소년들이 한 가지 이상의 정신과적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기존의 연구결과들에서 기인한 것이다[12]. 이 중 가장 흔한 것이 우울증이며 알콜 및 약물남용, 품행장애 등이 연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 또 다른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과거의 자살시도력이 있으며 다양한 연구를 통하여 추후 자살시도에 대한 강력한 예측인자로 밝혀졌다[4]. 국내 연구에서도 중고등학생 모두에서 우울이 가장 유의한 자살생각의 예측요인으로 나타났으며[5], 자살시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서도 우울이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로 나타났다[6].
이러한 국내외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과거 자살을 시도했거나 우울증 환자에 대한 파악이나 관리, 적절한 예방프로그램이나 치료적 도움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시행된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를 보면 최근 10년간 정신장애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자살시도자 중 75%에서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들 중 정신의료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은 15%에 불과하였다[7].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 응급실 내원 자살시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자살시도자 중 84.5%에서 정신과적 문제를 가지고 있으나 이 중 정신과 진료를 받고있는 사람은 30% 정도에 불과하였으며 응급실 내원 후 3개월간 추적 조사한 결과 약 반수에서만 정신과 면담이나 치료가 이루어졌으며[8],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시행한 청소년 자살에 대한 조사연구에서도 청소년 자살생각과 자살시도의 가장 공통된 위험요인이 우울이었으나 우울을 호소하는 청소년에 비해 극히 소수만이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9]. 더구나 정신질환 실태조사의 경우, 5년마다 한 번씩 이루어지는데 만 18세 이상의 성인인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여서 현재 소아청소년 인구에 대한 정신질환 실태조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러한 결과는 자살예방 및 중재전략에서 정신과질환에 대한 조기발견과 적절한 치료, 자살시도자의 사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의료적 측면의 자살 중재활동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서해권역 응급의료센터와 인천시 자살예방센터가 구축한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연계모델 사업을 살펴보았다[10]. 이 사업은 2009년 응급의료센터 내 응급의학과와 인천시 자살예방센터 간에 협의를 통해서 시작되었으며 협의 내용은, 첫째, 응급실에 내원하는 자살시도자의 명단을 매일 센터로 발송하고, 둘째, 응급실 내 자살시도자 사례관리에 대한 안내서를 비치하고, 셋째, 만일 자살시도자가 사례관리서비스에 동의하면 사례관리자가 응급실로 출동하여 자살시도자 상담, 위기개입 및 사례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후 3년간의 운영결과를 평가한 결과, 응급의학과의 사전동의 절차가 자살시도자의 추후 관리에서 큰 장애물이 되는 것을 발견하고 2012년 3월부터 자살시도자의 동의를 받은 후 자살예방센터에 의뢰하는 수동적인 개입과정을 자살시도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응급의학과와 자살예방센터를 모두 응급 호출하는 적극적 개입방식으로 수정하였다. 이후 자살시도자 의뢰 및 사례관리 건수가 급증하였으며 2013년부터는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연계시스템을 인천시 관내 모든 응급의료기관으로 확대 시행하기 위하여 시 행정부처-관내 응급의료기관-자살예방센터 간의 협약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큰 시스템이 실제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국가와 지역의 관련기관이 필요한 인력과 재정, 행정력 등을 뒷받침해주는 효율적인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상을 요약하면 의료적 관점에서 효과적인 자살예방정책을 시행하기 위하여 자살시도 전 예방관리와 자살시도 후 사후관리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연계하여 반복적인 자살시도를 막고 자살의 위험요인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포괄적인 보건의료관리시스템을 확립 하는 것이 중요하다(Figure 1). 이를 위하여 정신건강 및 자살시도자에 대한 기초조사자료와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이 시급하며 이를 토대로 적절한 중재 및 치료자원의 효율적인 배치와 연계시스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의료적 관점에서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한 중재전략은 개인이나 가정의 역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이나 전문의료서비스 기관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시스템 위주의 접근방식을 필요로 한다. 특히 청소년 자살 예방프로그램은 학교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므로 효과적인 예방전략을 수립하기 위하며 청소년과 가족을 중심으로 학교, 관계기관, 정부부처 등이 기능적으로 연결되고 적절히 제 역할을 수행할 때에 효율적인 예방활동이 이루어질 것이다(Figure 2). 더불어 자살사고에서 자살시도로 이어지는 자살행동의 각 단계를 차단하고 보호하는 다층적인 예방활동을 통해서 포괄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11].

심리상담 측면에서 청소년 자살 중재현황, 전략 및 연계방안

청소년대상 상담방법으로는 직접 찾아와서 상담을 하게 되는 대면상담과 매체를 활용한 사이버상담 및 전화상담이 있다. 청소년의 위기 호소는 상담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상담접근이 용이하며 익명성이 제공되는 인터넷을 활용한 사이버상담과 전화상담을 통해 위기호소가 많이 나타난다. 한국청소년상담원 2011년 상담사례 실적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위기상담 현황을 살펴보면 자해 및 자살의 경우 위기상담 전체실적의 13.0%로 나타났으며 실제로 호소문제 중복체크가 가능하다면 학교폭력 등의 문제를 통한 자살 관련 호소가 보다 많을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이러한 위기문제들은 앞에서 언급한대로 대면보다 사이버와 전화 상담에서 높은 호소율을 보였다[12] (Table 1).
청소년 자살문제의 경우 2007년 '청소년자살예방종합대책'을 통해 자살예방시스템 모형을 구축하여 단계별 위기개입 전략을 구체화하였다[13].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2008년 전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개발된 ‘자살예방프로그램’은 학급단위의 단기교육프로그램으로 동영상 및 토론 등을 활용하여 청소년 자살에 대한 이해, 자살위험에 처할 때 합리적으로 판단하며 외부의 도움을 구하는 법을 학습하는 심리교육프로그램이다[14]. 이후 2009년에 개발된 ‘자살위기 청소년 위기개입 프로그램’은 자살위험 청소년에게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구조화된 프로그램으로 자살위험의 긴급성, 위급성을 고려하여 평가와 개입을 동시에 시행하며 체계적으로 자살위험성을 관리한다. 또한 자살위기 청소년이 호소하는 정서적 고통과 스트레스 상황에 우선적으로 개입하여 개인상담과 심리교육을 구분하여 진행하며 자살위기 청소년 개인과 환경에 대한 포괄적인 개입을 통해 상담이 종결된 후에도 자살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돕는 것이 특징이다[15]. 2010년에는 자살 사망에 따른 사후개입 시 고려해야 할 개입 내용을 개발한 '청소년 자살 사후개입 프로그램'이 개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자살 사후개입이 익숙하지 않는 상황에서 학교를 기반으로 청소년 자살사망 이후 신속한 개입을 통해 자살의 전염성을 최소화하면서 자살생존자들을 지지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었다[16].
청소년상담 영역에서 자살문제 개입은 전국 약 170여 개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사회청소년통합지원체계(Community Youth Safety-Net, CYS-Net)를 통해 지원이 이루어지며 '헬프콜 청소년전화 1388'과 '사이버상담 1388'을 통해 24시간 상담과 위기개입이 이루어진다. 자살을 포함한 위기상담의 경우 위기수준에 따라 정보제공이나 긴급구조, 관계기관의 협조를 통해 연계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한다(Figure 3).

정신보건간호 측면에서 청소년 자살 중재현황 및 연계방안

1995년 정신보건법 시행 이후 보건복지부는 전국 160개 지역에 정신보건센터를 설립하여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중 126개 센터가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증진사업을 실시하며,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건강 및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하여 추후관리 할 수 있는 자살예방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17].
정신보건센터에서는 학교와 지역사회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의뢰하는 아동청소년을 심층사정 평가 후, 개별화된 서비스 계획을 수립하고, 개별상담, 집단프로그램, 전화관리, 가정방문, 학교방문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지역사회 중심의 아동청소년 정신보건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교육지원청 및 Wee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지역아동센터 등 유관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학부모 및 교사를 대상으로 일차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자살예방 및 중재활동을 위하여 사례관리 과정에서 발굴한 자살위기 고위험 대상자를 정신의료기관으로 연계하여 전문적인 치료를 받도록 지원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자살 등 위기상담을 위한 전국공통전화(1577-0199)' 및 병원의 응급의료시스템과 연계된 자살위기 통합관리시스템을 운영하여 자살시도 청소년에 대한 신속한 정신보건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신보건센터의 주요 표적사업 대상이 만성정신질환자 관리이므로, 훈련된 인적자원의 부족으로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증진사업은 고위험군 발견 및 치료 연계 정도의 제한적인 서비스에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정신보건센터가 그 역할을 충분히 담당할 수 있도록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전문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양성과 표준화된 자살중재 지침의 개발과 보급을 통한 역량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아동청소년의 자살예방정책에서 학교를 기반으로 학생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상담과 고위험군에 대한 조기발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보건교사가 자살예방 활동 및 학교-지역사회 연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보건교사는 학생과 교직원 건강문제 발생 시 적절한 간호를 제공하고, 신체적인 건강문제뿐 아니라 성교육, 약물남용, 스트레스 관리 등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보건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학생 정서행동 선별검사를 통하여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 발견하고 지역사회 서비스기관에 연계해 주는 게이트키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보건교사에 대한 정신건강 위기개입의 역량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자살시도 청소년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지역 내 전 응급의료시스템과 정신보건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연계하여 자살시도로 응급실을 방문한 청소년에 대한 재발방지프로그램 운영과 자살위기대응시스템을 확립하고 응급실 간호사가 자살시도 청소년을 조기발견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교육도 필수적이다. 또한 고위험군으로 규명된 부모의 상실이나 자살 등을 경험한 청소년들에게 의료기관 차원에서 먼저 접근하여 적절한 시기에 위기개입을 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Kim 등[20]은 우리나라 자살예방사업은 자살예방을 위한 인적, 물적 인프라가 아직 취약하고, 자살 단계별 예방대책에 대한 관계 부처 사업의 종합 조정기능 및 자살위기 단계별 위기대응 수단 상호간 연계가 미흡하며, 아직까지 자살예방사업의 근거 및 효과성에 대한 평가 또한 부재하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정부는 교육기관, 공공기관, 민간단체, 언론 등 청소년 정신건강에 책임 있는 유관기관 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청소년 자살현황 분석 결과를 근거로 자살예방사업의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기관 및 부서간 의견조정, 사업추진상황에 대한 점검과 평가 등 핵심적 기능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수행되고 있는 아동청소년 자살예방사업과 중재에 대한 효과를 평가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사회복지 측면에서 청소년 자살 중재현황, 전략 및 연계방안

자살을 바라보는 주요 관점으로는 정신병리학적 관점, 실존주의적 관점과 더불어 사회학적 관점을 들 수 있다. 자살이 개인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 요인과 관련성이 있다는 것은 국가별 자살수단의 차이, 자살현상에 대한 미디어의 영향, 경제위기 및 인구변화와 자살의 추이변동 등을 통해 관찰할 수 있다. 일찍이 Durkheim [21]은 자살은 사회의 특정 상태를 반영한다고 보고 과도한 개인주의와 사회적 고립에 의한 이기적 자살, 부족한 개별화와 편협한 기준에 따른 이타적 자살, 그리고 막연한 규범과 목표에 도달할 수 없는 사회상황에 따른 아노미적 자살을 구분한 바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청소년의 자살도 개인적 차원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을 함께 고려하고 접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사회복지 영역에서는 이러한 입장의 기반 위에서 심리사회적 접근을 시도해 오고 있다.
우선,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소외된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그것이다. 사회복지서비스의 대표적인 기관으로써 지역사회복지관의 예방적 기능을 들 수 있는데 각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지역사회복지관은 취약한 가족기능을 보완하는 가족기능강화사업, 소외된 아동청소년을 위한 지역아동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또한 학교사회복지사업에서는 저소득층 요보호 청소년 사례관리나 따돌림 가해·피해 학생을 위한 개입을 통해 예방적 접근 시행해 왔다. 그러나 학교사회복지사업은 교육부 방침에 따라 시범사업이나 지원사업으로 수행되어 오다가 현재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인력만 투입되는 등 체계적이거나 지속적인 제도로 정착하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위기청소년을 위한 사회복지사업들은 앞에서도 보고된 청소년 자살의 주 원인인 가정형편, 가정불화, 교우관계 등의 문제를 직접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사회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는 지지체계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살예방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렇듯 현재까지 사회복지 분야에서 청소년 자살중재 활동은 자살위기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위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폭넓은 예방활동에 주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정신보건 분야에서 활동 중인 정신보건사회복지사들은 자살중재 현장에 직접 투입되고 있는 인력이다. 정신보건사회복지사들은 주로 지역사회정신보건기관에 근무하면서 최근 활성화 되고 있는 자살예방사업 전달체계에 투입되어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에서도 자살예방분과학회를 두어 이들 실무인력의 교육 및 훈련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각 분야에서 사회복지사들의 활동이 직간접적으로 청소년 자살예방과 관련이 있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복지시스템에서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한 독자적인 복지체계가 체계적인 구축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보다는 각 관련 기관에서 사회복지인력들이 상담 및 복지 인력으로 자살예방 및 중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설명이 될 것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사회복지분야에서 청소년 자살중재를 위한 새로운 전달체계나 사업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우선 사회복지, 정신보건 및 상담영역에 투입되고 있는 사회복지인력에 대한 자살중재 역량을 강화하고 기존의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 자살예방 및 중재서비스를 도입 및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복지관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복지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은 지역주민과 일상을 함께 하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 인력으로서 그 수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사회문화경제적으로 취약한 대상을 주로 만난다는 점에서 이들이 자살위기의 게이트키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면 자살예방을 위해 실효성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복지사들에게 의무적으로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기회를 제공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와 같은 사회복지인력 차원의 대책과 더불어, 보다 사회적인 자살예방 가이드라인으로서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핀란드의 심리학적 부검에 의거하여 도출된 7가지 자살예방 대책 중 하나인 청소년의 소외예방정책이다[22]. 청소년은 사회경제정치적 측면에서 성인에 비해 상대적인 약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러 가지 기회나 권력에서 소외되기 쉬우며 이 시기에 맛보는 좌절과 무기력의 경험은 이후 삶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핀란드에서는 국가적 자살예방정책 중 하나로서 청(소)년 시기에 생활에 대처하고 보상과 성취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과 선택권을 창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방침은 어느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실현되기 어려우며, 가정, 교육현장, 대인서비스 기관, 지역사회에서 방향성을 갖고 동참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 측면에서 각 지역 별로 청소년 관련 기관들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청소년 자살예방뿐 아니라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협력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 요구된다. 현재 각종 사회복지 기관들의 지역별 협의체가 구성되어 있으나 자살문제를 중심으로 논하거나 대안을 마련한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명목상의 협의체가 아니라 실무자 위주의 구성체로서, 각 지역별 교육, 의료(정신의료), 사회복지, 상담 영역 등이 그 지역의 자살예방과 대처를 위해 상호협력하고 연계하면서 지역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성취의 경험을 제공하는 구체적 방법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회복지 분야의 청소년 자살에 대응하는 활동은 주로 취약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예방적 접근이 주를 이뤄왔으나 독자적인 체계를 구축하기보다는 사회복지전문인력들이 사회복지뿐 아니라 정신보건과 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살예방 사업에 투입되는 경로로 사업을 수행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이 인력들의 자살예방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사회협의체 구성을 통해 지역사회에 맞는 청소년 자살예방정책을 개발하고 협력하는 노력이 요구되며, 사회복지영역은 다른 영역들과 더불어 통합적 접근을 수행함에 있어서 자살예방 및 중재사업이 보다 거시적이고 사회환경적인 관점에서 균형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그 소임을 다 해야 할 것이다.

교육관련 측면에서 청소년 자살 중재현황, 전략 및 연계방안

학교는 또래괴롭힘이나 폭력 등 자살생각과 행동으로 이끌 수 있는 부정적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주요 맥락일 뿐 아니라[23], 위험군 학생들에게 적절한 지원과 보호를 제공하기 위해 부모, 교사, 정신건강전문가, 지역사회의 여러 서비스기관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24]. 그러나 국내에서 학교는 자살예방활동의 무대로서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하였다. 학교에서의 자살예방활동은 공중보건모델에 따라 학생과 교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접근, 자살행동을 할 위험이 높은 일부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춘 선택적 접근, 이미 자살행동을 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지시적 접근을 포함한다[25]. 이 중 보편적 접근은 자살로 이끄는 여러 조건들을 사전에 약화시키는 다양한 전략들로 구성되며, 다음의 네 가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26].
먼저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자살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고, 자살의 위험요소, 경고신호,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에 대해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기반 프로그램이 있다. 수업기반 자살예방교육은 자살을 극단적 스트레스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정의함으로써 자살의 모방위험을 높인다는 점에서 비판 받았으며[27], 실제로 청소년 남자, 이전 자살시도자의 자살행동이 증가하였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하였다[28]. 최근에는 자살생각은 정상이 아니며 정신질환이나 다른 심리사회적 위기의 결과로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응급상황임을 강조하며, 자살에 대한 인식 증진이 아니라 도움을 청하는 것에 대한 장벽을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29].
둘째, 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자살위험이 있는 학생을 탐지하는 능력을 향상시켜 적절한 서비스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27]. 이러한 게이트키퍼 훈련을 받은 집단에서 자살위기를 다루는 자기효능감과 개입기술에서 유의한 향상이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27].
셋째, 자살 위험이 있는 학생들을 사전에 식별하여 적절한 도움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스크리닝 도구를 사용하는 스크리닝 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크리닝 도구들이 높은 위양성률(high false positives), 즉, 자살위험이 있는 것으로 식별되는 학생 수가 너무 많고 이들에게 제공해야 할 치료 및 개입 자원은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23]. 또한 자살생각은 시간에 따라 계속 변동하기 때문에 스크리닝 후에 자살위험이 있게 되는 학생들은 식별할 수 없다[2729].
마지막으로, 문제해결, 대처기술, 개인적 통제력 등을 향상시키는 보호요인증진 프로그램이 자살생각이나 위협, 시도, 우울이나 절망감 등을 줄이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었다[29]. 자살의 보호요인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위험요인을 다루는 프로그램보다 더 효과적이었다는 종단연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26].
이러한 보편적 예방활동은 네 가지 접근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패키지로서 시행될 필요가 있으며, 학생을 안전하게 돌볼 책임이 있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먼저 시행되어야 한다[30]. 즉, 자살예방활동을 위한 정책, 절차를 확립하는 행정적 자문이 사전에 제공되고, 모든 교사와 직원을 대상으로 한 게이트키퍼 훈련, 부모 훈련이 제공된 후, 비로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기반 자살예방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만 한다[22].
학교장면에서의 자살예방활동 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처럼 자살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행해지는 일차예방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학교장면에서의 자살예방활동은 현재 진행 중인 자살생각이나 성공하지 못한 자살시도를 효과적으로 다루어 자살위험도를 낮추는 이차예방, 학생이나 교사가 자살로 사망한 후에 주변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애도과정을 돕고 자살의 전염을 줄이기 위해 사후개입을 제공하는 삼차예방도 포함한다[3031]. 자살위험도를 평가하여 그에 따라 적절한 개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고위험군일 때 외부 정신건강 전문기관으로 의뢰하여 추후 관리하는 것은 학교 정신건강 전문가의 중요한 업무이다. 또한 학교에서 발생하는 학생이나 교사의 자살이 대부분의 청소년이 처음 경험하는 자기파괴적 형태의 죽음으로 상당한 고통과 혼란을 야기하며, 이러한 개인적 위기가 학교사회 전체로 파급된다는 점[32]에서 사후개입은 자살예방활동의 핵심요소가 되어야 한다.
학교장면에서 자살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위기 시 행동절차와 역할에 대해 구체적인 지침이 수립되어 있어야만 하며, 특히 위기대응팀의 구성은 매우 중요하다. 학교별 위기대응팀은 교장, 교감 등 학교행정가, 학교심리학자, 상담자, 간호사, 사회복지사, 기타 서비스제공 인력으로 구성되며, 자살을 포함한 다양한 학교 내 위기상황에 체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훈련을 받는다[811]. 위기대응팀은 자살 사후개입에 주로 관여하지만, 자살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과 예방활동에도 참여한다[30].
그러나 현재 학교에서 행해지는 국내 청소년 자살예방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학년 전체 또는 학급별로 실시되는 일회성 교육프로그램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자살에 대한 인식 전환이나 실질적인 대처능력 향상을 가져오기에는 미흡하며, 직접적으로 자살문제를 다루는 대신 생명존중 강조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33]. 또한 상담자나 Wee 센터 종사자 등 학교 내 정신건강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자살예방교육이 실시되고 있지만, 학부모나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게이트키퍼 훈련은 충분치 않으며, 특히 교육행정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또는 자문활동은 매우 드물다. 자살예방활동에 대한 교육행정가의 전폭적 지원과 지도력 없이는 예방활동이 시작되거나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2729].
최근 학교 내에서 자살위험성 여부를 선별하여 중간 또는 고위험군인 경우 Wee 센터나 지역 정신보건센터를 거쳐 병원으로 의뢰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치료 연계여부나 치료결과를 확인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학생이 자살로 사망하였을 때 일부 학교에서 자살 사후개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외부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미흡하지만 일부 학급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자살 사후개입이 진행되고 있다. 2010년 한국청소년상담원은 자살 사후개입의 효과적 시행을 위해 표준화된 매뉴얼을 개발하고 이를 관련 전문가와 학교현장에 보급하고 있다[34].
아직까지 한국의 학교 자살예방활동은 일차, 이차, 삼차예방을 포괄한 체계적인 틀을 갖추지 못하였으며, 자살위기를 다루기 위한 학교 자체의 능력을 키우는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 청소년 자살과 자살예방활동에 대한 학교행정가의 인식전환과 적극적 지도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자살위기 개입을 위한 위기대응팀의 구성과 훈련, 자살위기를 다루기 위한 학교 내 또는 학교-교육청 간의 효율적 행정시스템 구축과 자원확보가 필수적이다.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보편적 개입프로그램을 체계적,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자살 위험군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살위험도 평가와 그에 따른 효과적 개입을 제공하는 것, 자살사망 발생 시 즉각적으로 사후개입을 제공하여 자살의 전염을 막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학교심리학자 및 상담자 등 잘 훈련된 정신건강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고위험군 학생의 의뢰 및 자문협력을 위해 다양한 지역사회 정신건강 전문기관과 치료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연구결과[35]에 따라, 청소년 자살문제와 또래괴롭힘 이슈를 함께 다룰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결론

청소년 자살예방 및 중재를 위하여 기존의 의료, 상담, 정신간호, 사회복지, 교육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주요 활동과 문제점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각 분야에서 많은 예방활동과 중재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미흡한 부분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첫째로 사업수행을 위한 기초자료와 조사연구의 부족이다. 이는 중재활동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사업인력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필수적임에도 현재 모든 분야에서 청소년 자살현황에 대한 정밀한 분석 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다. 둘째로 중재활동을 수행하는 인력의 교육 및 전문성 확보의 문제이다. 현재 자살예방활동이 각 영역의 위기 중재활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자살위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서비스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각 중재활동 영역간의 효율적인 연계와 역할분담의 문제이다. 이는 서비스의 중복을 막고 사례별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중재활동을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위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선결과제이다. 위에서 살펴본 다양한 자살중재 활동 주체들 간의 효과적인 연계와 협력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관련 정부부처와 지역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이 요구된다.

Peer Reviewers' Commentary

이 논문은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서 국가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자살에 대해서 여러 직능에 속한 필자들이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와 우리나라의 현실을 요약하여 잘 기술하였다. 자살 시도자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 국가, 학교, 정신보건기관이 서로 연계해야 하며, 학교기반 자살 예방에서는 교육 행정가 인식이 중요하다는 점, 교사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게이트 키퍼 교육이 아이들에 대한 교육보다 먼저 실시되어야 한다는 점, 교육현장에서 생명 존중이라는 말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자살을 다루어야 한다는 점, 학교에서 자살 사건 발생 시 사후 개입이 3차 예방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점, 핀란드의 청소년 소외예방 정책을 언급한 점 등에서 이 논문의 우수성이 보인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자살과 같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서 관련 정책과 지원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발휘했는지에 대해 평가하고 연구하는 풍토가 성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자 한다.
[정리: 편집위원회]

Figures and Tables

Figure 1
Suicide crisis intervention and postvention for suicide attempters in health care system. D, Disorder; CMHC, community mental health center.
jkma-56-100-g001
Figure 2
Systematic stakeholder model of school-based suicide prevention.
jkma-56-100-g002
Figure 3
Diagram of Community Youth Safety-Net (CYS-Net) support for crisis counseling.
jkma-56-100-g003
Table 1
Number of crisis counseling cases at Korea Youth Counseling and Welfare Institute in 2011
jkma-56-100-i001

Values are presented as number of peop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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