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제 소득의 증가, 생활 여건의 개선, 주 5일 근무제 도입 등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여가 시간이 많아졌다. 이로 인해 삶의 질적 향상을 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으며, 이중 많은 사람들이 수중 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스쿠버(self-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 다이빙을 취미로 선택하고 있다. 스쿠버 다이빙은 원래 군사, 상업, 과학적 목적으로 개발되었다가 최근 레크리에이션 활동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레저스포츠로서, 특히 삼면이 바다이고 한대와 아열대 바다가 공존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스쿠버 다이빙 성장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신기술의 적용 및 장비의 발달로 비교적 안전성마저 높아져 국내에서도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해양산업의 발달 및 천연 자원의 고갈 등으로 해양 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산업 잠수사들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현재 전세계적으로 700만 명 이상이 잠수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1],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쿠버 다이빙 교육기관인 Professional Association of Diving Instructors (PADI)에서는 매년 50만 명 이상에게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3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잠수를 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해마다 20,000명 정도씩 증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런 증가 추세에 비하면, 체계적인 이론교육 및 실기시간은 부족한 편으로 잠수교육의 질은 낮은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잠수관련 사고 및 질환의 증가로 이어지며, 의사들도 잠수 관련 환자와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버 지원 단체인 Divers Alert Network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잠수의학 관련 문의는 약 8,000건 정도였으며, 이중 실제로 발생한 사건 관련 문의는 2,500건 이상이었다. 또한 2,500건 중 1,600건 이상이 잠수관련 질환으로 진단되었다[2].
잠수는 자체로 많은 위험을 동반하는 활동이며, 잠수 시에는 모든 신체 부분들이 수중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된다. 물 속에서는 체온이 떨어지기 쉬우며, 우리가 평소에 신경조차 쓰지 않던 간단한 행동들에도 심한 제약이 생긴다. 따라서 사소한 일도 생명과 직결될 수 있으며, 공황 상태 같은 정신과적 문제도 발생하기 쉬워진다. 또한 수중에서는 물의 무게로 인해 몇 미터만 수직으로 이동하여도 급격한 압력의 변화가 발생하여 신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러한 잠수 관련 사고 및 문제에 대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3]. 따라서 본 글에서는 국내 의사들에게는 낯선 영역인 잠수의학에 대해 알아보고, 감압병(decompression sickness)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잠수의학이란?
잠수의학은 영어로 diving medicine, undersea and hyperbaric medicine, subaquatic medicine, marine medicine 등으로 불리며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인간이 수중 환경으로 들어감으로써 발생하는 질환에 대해 진단, 치료, 예방을 하는 학문으로, 호흡기체 및 수중 생물에 의한 질환도 여기에 속한다. 또한 잠수를 할 때 다이버의 건강상태가 다이버의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한 내용도 포함한다. 이러한 정의에 따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압환경에 노출 후 규정 속도 이상의 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감압병, 갑작스런 주변 압력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압력손상, 호흡기체 독성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 해양생물이나 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 잠수의 만성적 영향으로 발생하는 질환, 잠수관련 정신적 질환 등 많은 질환들이 잠수의학의 영역에 속한다[4]. 이렇듯 잠수의학의 범위는 넓은 편이지만 역사적으로 잠수의학의 발전은 감압병의 발견 및 치료를 하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 의학강좌에서는 감압병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며, 참고로 고압의학(hyperbaric medicine)과 잠수함의학(submarine medicine)도 잠수의학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는 학문이지만 여기서는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감압병
1. 역사
잠수의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최소한 5,000년 이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의 잠수는 맨몸 잠수였으며 30미터 이내에서 겨우 수 분 동안 숨을 참는 정도였다. 이러한 잠수 활동은 많은 발전을 거듭하여 현대에 이르렀지만, 감압병이 최초로 알려진 것은 불과 270여 년 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초기의 감압병은 다이버가 아닌, 압축공기를 흡입하는 노동자들에게서 먼저 발견되었다. 감압병의 원인에 대한 최초의 힌트는 1670년 Robert Boyle의 동물실험을 통해 제시되었다. 그는 뱀을 고압환경에 노출시킨 뒤, 진공 챔버를 이용하여 감압 후 눈에서 공기방울이 발생한 것을 관찰하였다. 이후 18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고압환경에서 장시간 작업이 가능해지자 감압병에 이환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사람에게서 감압병이 발생한 최초의 기록은 1841년, 케이슨(caisson, 프랑스어로 큰 상자를 의미)이라는 방수구조물을 최초로 실제 적용한 Triger에 의해 기술되었다. 케이슨은 수중작업을 위해 밀폐된 구조물로서, 압축공기를 불어넣고 기압을 높여 물과 진흙을 밖으로 배출시키는 구조물이다. 기록에 따르면 2명의 노동자가 7시간의 고압노출 후 심각한 통증이 발생하였는데, 이들은 당시 석탄채취를 위해 케이슨에서 일하였었다. 이후 1854년 Pol과 Watelle는 이러한 증상이 고압 환경을 떠나야 발현되며, 다시 고압 환경으로 돌아오면 증상이 호전됨을 기술했다. 1873년에는 Brooklyn Bridge 건설작업자들의 담당의사였던 Andrew Smith가, 이러한 증상을 최초로 케이슨병(caisson disease)이라고 기술하였으며, 현재까지도 감압병의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1878년에는 프랑스 생리학자인 Paul Bert가 감압병의 실제 원인이 질소 때문임을 최초로 밝혀냈으며, 1894년에는 감압병 환자들이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구부리는 자세(방어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당시 여성들 사이에 유행하던 '곡선미 표현이 두드러진 옷을 입고 굽 높은 구두를 신고 멋을 부리며 걷는 모습'과 비슷하여 벤즈(bends)라고 불렀으며, 현재까지도 감압병을 의미하는 또 다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1896년 영국의 공학자 Moir는 감압병 증상자들에게 재가압 치료를 하여, 당시 25%이던 치명률을 2% 미만 수준으로 낮추었으며, 1908년 영국의 생리학자인 Haldane 등은 현대 감압표의 모태가 된 수학적인 감압표를 발표하여, 이를 통한 감압병의 체계적 예방이 가능해졌다[567]. 이후 스쿠버 장비가 널리 보급됨에 따라 다이버에게도 감압병이 많이 발생하게 되었다.
2. 기전
감압병의 원인 물질은 주로 비활성 기체이다. 대부분의 다이버들은 대기의 구성성분과 동일한 압축공기를 사용하므로 질소가 주된 원인이 되지만, 심해 잠수를 하는 잠수사들은 질소 대신 헬륨이나 수소를 사용하므로 이들이 감압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기압 중의 인간은 이미 몸에 어느 정도 질소가 용해되어 있으며, 대기 중의 질소 분압과 조직의 질소 분압이 평형을 이루고 있어 더 이상의 흡수나 배출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 압력이 증가하게 되면 질소 분압도 함께 증가하여, 기체 분압 차이에 의해 몸에 질소가 더 많이 용해되게 된다(Henry's law) [8]. 즉 깊이 잠수할수록 더 높은 분압의 질소를 마시게 되며, 한 번 숨을 쉴 때마다 질소가 폐를 통해 조직에까지 흡수되어 체내 질소량은 점점 증가하게 된다. 이런 질소는 불활성 기체이므로, 잠수활동 중에도 몸에서 사용되지 않고 계속 인체에 존재하게 된다. 상승할 때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는데, 주변 압력은 낮아지고 들이쉬는 질소 분압도 감소하여 질소가 몸 밖으로 배출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이버가 정상적인 상승속도를 초과하여 상승을 하게 되면 질소가 폐에 도달하기도 전에 조직이나 혈관 내에서 과포화 상태가 되어 질소 기포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러한 기포로 인해 여러 가지 증상이 일어나는 것을 감압병이라 한다[89]. 형성된 질소 기포는 혈관이나 림프관, 신경 등에 물리적, 생화학적으로 손상을 줄 수 있으며, 심하면 사망에 까지도 이를 수 있다. 이런 직접적인 1차 증상 이후엔 내피세포 손상에 의한 2차 증상도 뒤늦게 발현 가능하다. 참고로 이런 감압병 발생 기전에 의하면, 지상에서 공중으로 급격히 올라가도 드물게 감압병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상에서 여압장치가 없거나 고장난 비행기를 타고 상승하는 경우가 그러한데, 이런 경우는 일반 감압병과 구분하여 고도 감압병(altitude decompression sickness) 또는 저압 감압병(hypobaric decompression sickness)이라 부른다[1011].
3. 역학
과거에는 감압병 발생률이 높았지만 체계적인 감압표가 정착되어감에 따라 점점 감소되어 왔으며,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체로 0.01-0.03%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12]. 하지만 국내 채취업에 종사하는 다이버들은 경미한 감압병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별다른 의학적 조치 없이 자연히 증상이 없어지길 기다리며, 증상이 심한 경우는 다시 잠수를 하여 수중 재가압을 시도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해결이 어려우면, 마지막 수단으로 잠수의학적 자문을 구하고 챔버 재가압 치료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13]. 이러한 패턴은 레크리에이션 다이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며[14], 따라서 국내에서의 실제 감압병 발생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감압병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잠수깊이, 체류시간, 상승속도이다. 당연히 깊은 곳에서 오래 머무르면서 빨리 상승할수록, 그리고 반복 잠수일수록 감압병이 생길 가능성은 커진다. 특히 수심 25 m를 초과하여 잠수를 할 경우는 감압병 발생률이 현저히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15]. 또한 특별한 감압절차가 필요 없는 비감압한계 이내의 잠수를 하였거나, 또는 감압표에 따라 체계적으로 감압을 하였어도 감압병은 발생 가능하다. 국내에서 채취업에 종사하는 다이버들은 생업을 위해 비감압한계 이상의 반복 잠수를 하는 경향이 있어, 빈번히 감압병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인다[13]. 감압병 발생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운동, 수온, 체온이 있다. 잠수 활동 중에 운동을 하거나 수온이 높으면 비활성 기체의 흡수가 증가하여 감압병 발생 가능성이 커지지만, 감압 중에는 오히려 기체의 배출을 촉진시켜 발생위험이 감소한다. 반대로 잠수활동 중에 덜 움직이거나 수온이 낮으면 비활성 기체의 흡수는 감소하여 감압병 발생위험이 줄어들지만, 감압 중에는 오히려 기체의 배출이 줄어들면서 발생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다이버의 체온이 낮으면 비활성 기체 흡수 및 방출 능력이 떨어지게 되지만, 높은 경우에는 반대로 기체 흡수 및 방출 능력이 증가한다. 즉, 잠수를 막 시작했을 때는 다이버의 체온이 정상상태이므로 비활성 기체가 많이 흡수되지만, 계속 물 속에서 체류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체온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잠수를 마칠 때쯤엔 기체 배출 속도가 느린 상태가 되어 감압병에 이환되기 쉬워진다[16]. 이외에 다이버들 개개인이 가지는 속성들도 감압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초보 다이버나 과거에 감압병을 경험한 사람은 발생 가능성이 더욱 올라가며, 나이와 체지방도 증가할수록 감압병에 이환될 가능성이 증가한다. 하지만 성별의 경우, 감압병과의 관련성에 관해서는 아직 확실치 않으며 더욱 연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다이버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탈수, 피로 등)에도 감압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4. 분류 및 증상
감압병은 일반적으로 1형과 2형으로 구분하며, 두 가지 형태가 복합될 수도 있다. 제1형 감압병은 근골격계 통증, 피부 증상, 림프 증상이 이에 속하며 대체로 경미한 편이다. 근골격계 통증은 감압병의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이며, 주로 어깨, 팔꿈치, 손목, 무릎처럼 관절 부위에 호발한다. 이러한 통증은 조금씩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며 관절을 움직여도 완화되진 않는다. 또한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소위 방어 자세를 취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 피부 가려움증 또한 감압병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그 외에 반점이나 피부색 변화, 부종 등도 나타날 수 있다. 한편, 제2형 감압병은 1형보다 더욱 심각한 형태로 신경계 증상, 내이 증상, 심폐 증상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신경계의 경우 영향을 받는 신경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마비, 근력약화, 시각 장애, 배뇨이상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어지럼증, 이명, 구토 등과 같은 내이 증상도 여기에 속하며, 비활성 기체 기포가 폐나 심장에 영향을 주어 발생하는 흉통이나 호흡곤란, 기침 등의 증상도 2형에 속한다. 따라서 2형 감압병의 경우는 영구적인 장애나 죽음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더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감압병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여 그것만으론 진단이 어려우며, 잠수나 비행 직후 증상 발현 여부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미국해군 자료에 따르면 잠수 종료 후 42%에서 증상이 1시간 이내 발생했으며, 60%가 3시간 이내, 83%가 8시간 이내, 98%가 24시간 이내 발생했다[17]. 미국해군 다이버들은 일반 인구집단보다 건강상태가 더 양호한 점을 고려하면, 거의 대부분의 감압병 첫 증상은 하루 이내에 발생한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잠수 후 비행기를 타는 경우는 며칠 뒤라도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11]. 그리고 일반적으로 감압병의 첫 증상 발현이 빠르면 빠를수록 중한 경우가 많으며 증상 진행도 빨라진다[18].
5. 치료
감압병은 증상이 경미해 보여도 시간이 지날수록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경시해선 안되며, 가능하면 모든 환자는 재가압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17]. 또한 재가압치료를 빨리 받으면 받을수록 예후도 좋아진다. 따라서 감압병 증상이 의심이 되면 우선 응급치료로서 100% 산소를 투여하며, 신속하게 재가압치료가 가능한 챔버와 전문 치료진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킨다. 100% 산소 흡입은 비활성 기체의 배출을 촉진시키며 허혈 조직의 혈액순환을 돕고 부종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같은 재가압치료를 받더라도 이동 중 산소흡입을 한 경우가 예후가 더 좋다[19]. 그리고 산소를 투여하면서 이동 중에 감압병 증상이 소실될 수 있지만, 산소 투여를 멈추지 않는 것이 좋다. 환자 이송 시는, 과거에는 머리를 낮추는 자세가 뇌색전증 예방 가능성이 있어 권장되었으나 현재는 뇌부종의 위험이 있어 수평 자세가 권장된다. 수액공급 또한 도움이 되는데 환자의 의식상태가 양호하고 안정되어 있으면 직접 물을 마시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는 정맥을 통해 등장성 수액을 직접 주입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진통제는 감압병 정밀진단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감압병의 근본적인 치료는 챔버를 이용한 재가압이다. 우선 재가압을 통해 기포의 크기를 줄이며 비활성 기체의 재분배 및 재용해를 통해 더 이상의 증상 진행을 막는다. 동시에 100% 고압산소를 흡입함으로써 염증 반응을 줄이며 몸 안의 질소 배출속도를 증가시킨다[20]. 이런 재가압치료는 부작용이 거의 없으므로, 특별한 원인을 모르면서 잠수 직후 감압병이 의심되는 증상 발생 시는 보통 응급으로 재가압치료를 실시할 수 있다[17]. 만약 재가압 챔버 시설로 이송이 어렵고 환자의 증상이 경미하다면, 재가압치료 없이 100% 산소 흡입만 하는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증상이 소실된 경우라도, 2주 이내라면 재가압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20]. 참고로, 수중 재가압은 가장 마지막에 고려되는 위험한 수단이며, 증상이 중하지만 챔버 시설로 신속한 이송이 어려울 경우 고려할 수 있다.
챔버를 이용한 재가압은 상황에 맞는 치료표를 이용해야 하며, 가압·감압 속도, 깊이 및 시간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 치료표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미국해군 치료표를 국내에서도 표준으로 이용하고 있다. 미국해군 치료표의 경우도 각 상황에 맞게 여러 가지가 존재하지만, 이 중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미국해군 치료표 6에 대해서만 설명하겠다(Figure 1) [17]. 우선 환자를 챔버에 넣은 뒤, 60 feet (약 18 m) 수심까지 분당 20 feet 속력으로 3분 동안 가압을 실시한다. 이후 100% 산소 투여를 20분간 3회 실시하고, 분당 1 feet 속력으로 30분 동안 감압하여 30 feet (약 9 m) 수심까지 상승한다. 다시 100% 산소 투여를 60분간 2회 실시한 뒤 분당 1 feet 속력으로 30분 동안 감압하여 대기압 상태로 복귀한다. 감압 중에도 계속해서 100% 산소를 투여하며, 산소 투여와 산소 투여 사이에는 산소 독성 예방을 위해 5분 또는 15분간 산소 공급을 중단한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선 담당의사의 판단으로 60 feet와 30 feet에서 산소 투여를 각각 2회까지 추가가 가능하다.
결론
물 속에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의학적 도움을 받기 어려우며, 육지에서도 잠수관련 의학적 지식을 가진 의사는 만나기 어렵다. 따라서 의사뿐만이 아니라 취미나 생업을 위해 반복적인 잠수를 하는 사람들도, 필히 어느 정도의 잠수의학적 지식을 갖추어 응급상황 발생 시 스스로 적절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잠수활동 인구 및 해양 개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정도에 비하면 국내에서 잠수의학의 입지는 매우 좁다. 또한 잠수의학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기회의 부재 및 의사들의 무관심, 다이버들 사이의 잘못된 지식전파 또는 믿음으로 인해 잠수관련 사고 및 질환에 대한 피해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14].
최근 잠수의학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2010년 천안함사건 직후이다. 당시 다이버들의 감압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챔버의 부족으로 인하여, 잠수 투입 가능 인원에 제한이 발생해 수색작업에 차질이 있었다. 게다가 해군 잠수요원들이 수중에서 작업 중, 2명이 의식을 잃고 그 중 1명이 사망함으로써 전국적으로 감압병 및 챔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었다. 물론 이런 사건이 재발해서는 안되겠지만, 이런 계기를 통해서라도 잠수의학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던 점은 다행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잠수의학은 실용적이고 유망한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교육, 연구하거나 챔버 작동 및 치료를 가르치는 곳은 매우 제한적이다. 국내에서는 해군 해양의료원에서만 의사들을 대상으로 잠수의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실제 감압병 환자를 치료하는 챔버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병원도 해양의료원을 비롯한 극소수이다[3]. 따라서 필자는 의사, 다이버 및 관련 민관단체들이 잠수의학 및 감압병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적극 지원하여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Peer Reviewers' Commentary
우리나라에서 해양개발과 이를 위한 상업적 목적의 수중활동의 중요성은 매우 크며, 또한 스킨스쿠바와 같은 수중활동도 증가하는 추세인 바, 이와 관련하여 잠수의학에 대한 지식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의과대학 과정 중 이 분야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본 논문에서는 특히 장시간 수중작업 및 부적절한 수면으로의 복귀로 인해 발생하는 감압병(잠수병)에 대하여 역사적 배경 및 발병기전과 더불어 그 증상과 치료에 대해서도 핵심적인 내용을 잘 정리하였다. 감압병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아니더라도 감압병에 관하여 알고 있음으로써 응급으로 발생하는 이 질환에 대한 긴급 조치 및 후송 등의 좋은 지침이 되며,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리: 편집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