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례: 80세 여자가 3일 전부터 시작된 전신 쇠약감 및 발열로 응급실에 왔다. 당뇨병으로 약물 복용 중이고 말기 신부전으로 혈액투석 중이었으며 악성 암 관련 가족력은 없었다. 환자는 급성 병색을 보였고, 신체검진에서 우상복부 압통이 있었으나 반발통은 없었다. 혈압 130/80 mmHg, 맥박수 90회/분, 호흡수 20회/분, 체온 38.9℃로 측정되었다. 말초혈액검사에서백혈구 18,400/mm³ 혈색소 10.7 g/dL 혈소판 83,000/mm³로 측정되었고 AST 272 U/L, ALT 152 U/L, ALP 250 U/L, GGT 126 U/L, 포합 빌리루빈 1.01 mg/dL였으며 C-반응단백질 17.34 mg/L로 상승된 상태였다. 아울러 HBsAg (-), anti-HBs (+), anti-HBc (+), anti-HCV (-) 확인되었으며, 혈중 HBV DNA는 검출되지 않았다. 흉부와 복부단순촬영에서는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았다. 복부 CT에서는 간 표면의 경도의 미만성 결절 변화와 간 꼬리엽의 비대가 관찰되어 간경변증으로 진단하였으며, 간우엽상부에 약 4.5 cm의 액체저류를 동반하는 저음영 종괴가 관찰되었고, 우측 신장에도 약 2.3 cm 크기의 저음영종괴가관찰되어 신농양이 동반된 간농양으로 진단하였다(Fig. 1). 간농양이 돔(dome)에 위치하여 경피배액술을 시행하지 못하였고 경험적 항생제 cefotaxime을 투여하던 중 혈액배양검사에서 Streptococcus parasanguis가 배양되어 vancomycin을 추가로 투여 이후 3일 간격으로 추적한 2회의 혈액배양검사에서 음전 소견을 보였다. 이후 경구 항생제(cefexime 및 clindamycin)를 투약하였으며, 한 달 후 추적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간농양은 큰 변화가 없었으나, 신농양은 호전된 소견이 관찰되었다(Fig. 2). 항생제 치료를 지속하던 중, 치료 3개월 후 시행한 복부 CT에서 약 4.5 cm 크기의 동맥기 조영증강, 지연기 조영감소를 보이는 종괴가 관찰되었으며(Fig. 3), 측정한 혈중 AFP는 5,997.47 ng/mL로 확인되어 간세포암종으로 확진되었으며 항생제 치료는 종료하였다. 이후 환자는 경동맥화학색전술을 통해 간세포암종에 대한 치료를 시행하였으며(Fig. 4), 간세포암종 치료 한 달 이후 추적 검사에서 재발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간농양을 동반한 환자는 발열, 오한, 무기력증, 오심 및 구토와 같은 증상과 함께 우상복부 통증을 주로 호소하며,¹ 가장 흔한 혈액 검사 소견으로는 백혈구 증가, ALP의 2-3배 증가가 잘 알려져 있다.² 간농양은 성숙 정도와 내부의 내용물에 따라 다양한 영상 소견을 나타낼 수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CT 또는 MRI로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다. CT에서 간농양은 테두리 조영증강과 함께 격벽에 의해 분리된 중심부 저음영을 보이며 농양 주변 간실질의 조영증강(hyperemic change) 소견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3,4 간농양 발생의 위험인자로는 당뇨병 및 기저 악성종양이 알려져 있으며, 간내 악성종양으로 인한 간농양 발생의 기전으로는 혈행성 전파, 상행성 담관염, 괴사 조직에 동반된 중복감염 등이 있다.^5,6 간농양으로 나타나는 간세포암종은 드물게 보고되고 있으며, 본 증례와 같이 신농양을 동반한 간농양에서 간세포암종이 진단된 적은 없다. 간세포암종으로 인한 간농양 발생 원인은 종양 내부의 자연적인 액화 괴사 또는 종양 파편으로 인한 담관 폐쇄로 제시된 바가 있다.^7,8 Huang 등⁷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간세포암종으로 진단된 906명의 환자 중 9명(0.99%)에서 간농양이 동반되었으며, 모든 9명의 환자에서 발열이 있었고 이 중 8명의 환자에서는 초기 입원 치료 당시 간세포암종이 진단되었다. Yeh 등⁸의 발표에 따르면 486명의 간세포암종 환자 중 10명(2%)에서 간농양이 동반되었으며, 마찬가지로 모든 환자에서 발열과 오한을 동반하였으며, 9명의 환자에서는 우측 상복부 통증을 보고하였다. 양측의 연구 각각 3-13 cm (평균 5 cm), 0.8-12 cm (평균 7.5 cm)로 다양한 종양의 크기를 보고하였다.

간세포암종은 원발성 간종양의 80-9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악성 간종양이다.⁹ 간세포암종은 복통 및 복부 불편감, 식욕부진, 체중감소를 흔히 동반하나 발열 및 백혈구 증가증과 연관성은 높지 않다.¹⁰ 간세포암은 대부분 간동맥으로 혈류를 공급받으며 간문맥으로 혈류를 적게 받아 전산화단층촬영에서 동맥기에 조영되어 고음영을 보인다. 반면 문맥기와 지연기에는 상대적으로 주위 간실질의 조영 정도가 증가하여 저음영의 결절로 보인다. 이는 간세포암의 전형적인 영상 소견이나 작은 간세포암의 경우나 농양과 같은 감염증이 동반된 상황에선 특징적으로 관찰되지 않을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¹¹

본 증례는 발열로 내원하여 간농양으로 진단된 여자 환자에서 추적 관찰 과정에서 간세포암종이 진단된 증례이다. 일반적으로 간농양에서 흔하게 동반하는 발열을 주소로 내원하였으며 간농양에 동반하여 신농양도 확인되었고, 초기의 CT만으로는 간세포암종을 의심하기 어려운 소견이었다. 이처럼 간세포암종은 간농양을 모방하거나 간농양을 동반할 수 있으며 초기의 영상 검사에서는 간세포암종의 전형적인 영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어 간농양에 대한 충분한 치료에도호전이 보이지 않거나 치료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면 기저의병발된 악성종양 가능성을 염두할 필요가 있으며, 영상 추적관찰을 통한 감별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