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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의 질환단계에 따른 자살경향성과 정신병리의 관계

Abstract

Objectives

This study aimed to investigate suicidal behaviors and the related psychopathology across the different stages of schizophrenia.

Methods

We recruited 131 patients with schizophrenia and categorized them into two groups, according to the duration of illness (DI) as follows: ≤10 years (n=39) and >10 years (n=92). Psychopathology and suicidality were assessed using the 18-item Brief Psychiatric Rating Scale (BPRS-18) and the suicidality module from the Mini-International Neuropsychiatric Interview, respectively.

Results

One-quarter of the patients with a DI ≤10 years and nearly one-sixth of the patients with a DI >10 years experienced suicidal behaviors in the previous month. Suicidality scores were significantly associated with the “affect” factor scores of the BPRS-18 in patients with a DI ≤10 years (β=0.55, p=0.003) and with the “resistance” factor scores in patients with a DI of >10 years (β=0.29, p=0.006).

Conclusion

The present study demonstrated that psychopathological factors were differentially associated with suicidality in patients with schizophrenia according to the illness stage. Our findings suggest that for effective suicide prevention, different approaches are required for the management of each stage of schizophrenia.

서 론

조현병 환자들은 연령에 관계없이 일반 인구보다 높은 사망률을 나타내며, 조기 사망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1]. 특히, 자살은 조현병 환자의 조기 사망에 기여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며, 전체 조현병 환자 중 약 5%가 자살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3]. 더불어, 상당수의 조현병 환자들은 일생 동안 자살사고나 자살시도와 같은 자살행동을 겪게 되는데, 이러한 자살행동은 이후 실제 자살완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면밀한 주의가 요구된다[4,5]. 더 나아가 조현병 환자에게서 자살은 초기 단계뿐만 아니라 만성 단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에[3,6], 조현병 전 경과에 걸쳐 자살위험에 대한 평가와 개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임상가는 조현병 질환의 단계에 따른 자살경향성과 관련된 요인들에 대한 이해를 넓힐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 어린 연령 등의 인구학적 특징들이 조현병의 자살위험과 관련된 고정 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며[7], 환자가 나타내는 정신병리 또한 역동적 요인으로서 자살을 결심하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 조현병의 자살위험 요인을 조사한 연구들에서 다양한 정신병리가 자살위험과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먼저, 다수의 경험 및 메타분석 연구에서 조현병과 동반된 우울 증상이 환자들의 자살위험을 높이는 중요한 정신병리임을 밝힌 바 있다[2,8]. 그리고 망상이나 환청 등 정신병적 증상들 또한 자살에 대한 비합리적 믿음과 충동을 유발시키는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9]. 반면, 음성 증상은 자살위험과의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10].
그러나 대부분의 기존 연구는 조현병의 질환 경과에 대한 고려 없이 조현병 환자의 정신병리와 자살위험의 관계를 살펴보거나, 질환 초기 단계에 주로 초점을 두었다는 한계가 있다[11,12]. 조현병 질환의 진행은 발병 후 5년에서 10년까지 지속되다가, 이후 안정기에 이르러 음성 증상이 두드러지는 만성 단계로 고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3]. 따라서, 만성 조현병 환자에서 자살위험 양상 및 이와 관련된 요인들은 초기 단계의 조현병 환자와 다를 수 있다. 조현병의 초기 단계는 자살위험이 높은 시기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자살의 많은 경우가 발병 후 1~3년 이내에 발생한다[3]. 이때 질병 초기 단계에서 겪게 되는 망상과 환청 같은 정신병적 증상들은 이에 대한 대처 전략이 부족한 초발 환자들에게 자살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9,14]. 또한 조현병 증상으로 인해 겪게 되는 극심한 스트레스 사건과 부적정서에 대해 질환 초기의 환자가 더 취약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자살행동이 초래될 수도 있다[15]. 질환 초기 단계에서 두드러졌던 자살위험은 음성 증상과 인지적 및 사회적 기능 저하가 두드러지는 만성화 단계에 이르면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3]. 그러나 실제 자살은 조현병의 경과 중 어느 때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일반표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조현병 환자의 자살위험은 전 생애에 걸쳐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6]. 그럼에도 대부분의 자살위험 연구는 주로 조현병 초기 단계에서의 자살위험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11,12], 장애의 경과에 따른 위험요인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조현병 환자에서 질병 단계에 따른 자살행동 양상을 조사하고, 자살경향성과 관련된 정신병리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조현병 환자 집단을 질환이 진행하는 단계인 발병 10년 이내와, 만성적인 단계에 도달한 발병 10년 초과 집단으로 나누어 분석을 수행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실제 임상과 지역사회 환경에서 조현병의 단계에 따른 자살 예방 전략을 수립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방 법

연구 대상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정신보건연구과에서 오프라인 공고를 게재하여 2017년 7월~2018년 12월까지 연구 대상자를 모집하였다. 선정된 연구 대상자는 정신질환진단통계편람-IV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IV, DSM-IV)의 조현병 진단기준을 만족하며, 연구의 내용을 이해하고 신뢰할만한 응답을 할 수 있는 만 20세 이상 50세 미만의 성인 환자 131명이었다. 다른 정신질환이나 신경과적 질환이 공존하는 경우에는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연구의 모든 과정은 국립정신건강센터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았으며(IRB No: 116271-2017-26), 대상자들은 서면 동의를 거친 후 연구에 참여하였다.

평가 도구

간이 국제 신경정신학적 면담(Mini International Neuropsychiatric Interview, MINI)

조현병 진단기준의 충족 여부와 자살경향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간이 국제 신경학적 면담을 이용하여 심리학자가 연구 대상자를 면담하였다. MINI는 DSM-IV와 국제질병사인분류-10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10th Revision)을 바탕으로 정신과 질환에 대해 평가하는 간단하고 구조화된 면담 도구로, 본 연구에서는 2010년 10월에 개정된 MINI 6.0.0을 사용하였다[17]. MINI 내에서 총 14문항으로 구성된 ‘자살경향성’ 모듈은 자살위험 유무를 ‘예’ 또는 ‘아니오’로 평가하며, 최근 1개월 내 자살사고, 계획, 시도 등과 평생 자살시도 등의 항목을 포함한다. 본 연구에서는 환자들의 구체적 자살행동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14문항 중 최근의 1달간의 자살사고, 자살방법, 자살계획, 자해, 그리고 자살시도 문항을 평생의 자살시도 경험 문항과 함께 개별적으로 분석하였다. 그리고 정신병리가 현재의 자살경향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평생의 자살시도 경험 문항을 제외한 총 13문항에 가중치를 부여한 뒤 합산하여 자살경향성 총점을 산출하였다.

간편정신상태평정척도(18-item Brief Psychiatric Rating Scale, BPRS-18)

정신과 전문의가 평정한 BPRS-18을 사용하여 연구대상자의 정신병리 심각도를 평가하였다[18]. BPRS-18은 1-7 라이커트 척도로 평정하는 18문항의 척도로, 높은 점수는 보다 심각한 정신병리 증상을 경험 중임을 나타낸다. 본 연구에서는 Shafer (2005)가 제안하는 5 요인 모델을 통해 BPRS 하위요인을 구분하였으며[19], 여기에는 ‘양성 증상(positive symptoms)’, ‘음성 증상(negative symptoms)’, ‘정동(affect)’, ‘저항성(resistance)’, 그리고 ‘활성화(activation)’ 요인이 포함된다. 이 중 선행연구에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확인된 활성화 요인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요인만이 본 연구에서 사용되었다.

분 석

본 연구에서는 총 131명의 연구대상자를 유병기간 10년 이하 집단(n=39)과 유병기간 10년 초과 집단(n=92)으로 구분하였다. 두 군간 세부적인 자살행동 양상과 자살경향성 총점을 비교하기 위하여 각각 Fisher의 정확검정과 독립표본 t 검정을 이용하였다. 이후 집단별로 자살경향성을 설명하는 정신병리 요인을 탐색하기 위하여 위계적 회귀분석을 수행하였다. 이때, 성별, 어린 연령, 긴 교육 기간, 그리고 결혼 여부가 조현병 환자들의 높은 자살위험성과 관계된다는 선행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을 1단계에서 공변수로 투입하여 그 효과를 통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p<0.05를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으로 판단하였으며, 모든 분석 과정은 SPSS version 21.0 (IBM Corp., Armonk, USA)을 사용하여 진행하였다.

결 과

인구학적 및 임상적 특징

본 연구대상자의 인구학적 및 임상적 특징을 표 1에 제시하였다. 유병기간 10년초과 집단이 10년 이하 집단보다 평균 연령이 유의하게 높았으나(t=8.33, p<0.001), 이 외의 인구학적 특징들에 대해서는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그리고 평가 당시 복용 중인 항정신병약물의 용량은 유병기간 10년 초과 집단이 이하 집단보다 유의하게 높았다(t=2.16, p=0.033). 전체 환자들의 평균 BPRS-18 총점은 38.62±9.16으로, 평균적으로 중등도 수준의 정신병리를 나타내는 환자들이 연구에 포함되었다. BPRS-18 요인에 대해서는, 유병기간 10년 이하 환자군이 10년 초과 환자군에 비해 ‘음성 증상’ 요인(t=2.26, p=0.026)과 ‘저항성’ 요인(t=2.20, p=0.030) 점수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유병기간에 따른 자살행동과 자살경향성

유병기간에 따른 집단 간 구체적인 자살행동과 자살경향성의 차이에 대하여 표 2에 제시하였다. 생애 전체의 자살시도 경험은 유병기간 10년 이하 집단에서 13명(33.3%), 10년 초과 집단에서 41명(44.6%)이었으며, 두 군 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Fisher의 정확검정 p=0.251). 최근 1달 이내에 자살사고, 계획, 방법, 시도, 그리고 자해 등의 자살행동을 경험한 환자는 유병기간 10년 이하 집단에서 10명(25.6%), 그리고 10년 초과 집단에서 13명(14.1%)이었으며, 두 군 간에 통계적인 차이는 없었다(Fisher의 정확검정 p=0.134). 자살경향성 점수는 유병기간 10년 이하 집단은 평균 3.72±7.13, 10년 초과 집단은 평균 2.58±5.45으로 두 집단 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t=1.00, p=0.321).

유병기간 10년 이하 집단에서의 자살경향성 예측 요인

유병기간 10년 이하의 조현병 환자들에게서 자살경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병리 요인을 확인하기 위한 위계적 회귀분석 결과는 표 3과 같다. 우선, 공변수로 1단계에서 분석된 인구학적 요인들 가운데 결혼 여부(기혼)의 효과가 유의하였다(β=0.33, p=0.037). 정신병리 요인들이 투입된 2단계 모형에서는 자살경향성의 31%가 추가로 설명되었으며(F4,30=2.74, p=0.022), ‘정동’ 요인의 점수가 높을수록 자살경향성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β=0.55, p=0.003). 나머지 정신병리 요인들은 자살경향성과 유의한 관련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유병기간 10년 초과 집단에서의 자살경향성 예측 요인

유병기간 10년 초과 경과한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위계적 회귀분석 결과는 표 3과 같다. 1단계에서 분석된 인구학적 요인들 가운데 성별(여성) (β=0.21, p=0.044)과 연령(어린 연령) (β=-0.29, p=0.003)의 효과가 유의하였다. 정신병리 요인들을 투입한 2단계 모형은 자살경향성의 13%를 추가로 설명하였으며(F4,83=3.68, p=0.001), ‘저항성’ 요인 점수가 높을수록 자살경향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β=0.29, p=0.006). 나머지 정신병리 요인과 자살경향성과의 관련성은 유의하지 않았다.

고 찰

본 연구는 질환 단계에 따른 조현병 환자의 자살행동을 비교 분석하였으며, 자살경향성과 관련된 정신병리를 확인하였다. 자살행동 경험 비율과 자살경향성은 유병기간 10년 초과의 조현병 환자들이 유병기간 10년 이내의 환자들에 비해 낮은 편이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또한 자살 경향성과 관련된 정신병리로는 유병기간 10년 이내의 환자들에서는 정동 증상이, 10년 초과의 환자들에서는 저항성으로 확인되었다.
본 연구에서 조현병 환자의 41.2%가 일생 중 한 번 자살을 시도했으며, 17.6%의 환자들이 지난 1달 내에 자살행동을 경험하였다. 이는 한국인 일반 인구에서 조사된 자살행동의 유병률과 비교하였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이며, 조현병 환자의 자살행동에 대한 기존 연구에서 확인된 수치와 비교할만한 수준이다[14,20,21]. 또한, 본 연구에서 유병기간 10년 초과의 만성 단계 환자들 중 14.1%가 최근 한 달 사이에 자살행동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이는 10년 이하 집단에서의 자살행동 경험 비율(25.6%)보다 낮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는 수준이었다. 자살경향성 점수 또한 유병기간에 따른 두 군간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조현병 환자의 자살행동은 장애가 만성화되어도 질환의 초반 단계에 비해 극적으로 감소하지는 않음을 나타내며, 만성 단계에서도 자살위험이 상당 부분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자살위험은 조현병 초기 단계에 가장 높으며, 상태가 만성화되면서 그 위험이 점차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3].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는 조현병의 경과 전체에 걸쳐서 환자의 자살위험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며, 질환의 단계에 따라 자살위험에 기여하는 변인들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다.
본 연구는 조현병의 유병기간에 따라 환자가 현재 겪고 있는 정신병리가 자살위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았다. BPRS-18을 이용하여 평가된 정신병리 요인들은 유병기간 10년 이하 환자군에서 자살경향성의 31%를 설명했으나, 유병기간 10년 초과 환자군에서는 자살경향성의 13%만을 설명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정신질환에서 정신병리 요인이 자살시도에 미치는 효과가 환자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와 부분적으로 일치한다[22]. 조현병의 만성 단계에서 정신병리로 설명되는 자살경향성이 감소한다는 사실은, 조현병 유병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신증상보다는 지지체계의 부족, 신체 질환, 그리고 경제적 문제 등 질환 외적인 요인들이 자살위험에 기여하는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울 증상 또한 조현병 환자의 자살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신병리로, 자살로 사망한 조현병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우울 증상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23]. 또한, 최근의 메타 연구에서도 우울 증상이 조현병 환자의 자살위험과 유의하게 관련된 것으로 확인되었다[24]. 본 연구는 기존의 연구에서 더 나아가 조현병 환자에게서 우울이나 불안 등의 기분 증상과 자살위험의 관련성이 환자의 유병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 유병기간 10년 이하 환자군에서 ‘정동’ 요인과 자살경향성 사이에서 유의한 정적 관계가 관찰되었으나, 유병기간 10년 초과 환자군에서는 오직 경향성만이 관찰되었다(p=0.057). 이러한 결과는 기분 증상이 조현병의 만성화 단계보다는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의 자살행동에 더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조현병의 초반 단계에서 환자들은 재발, 입원, 치료와 그에 따른 부작용 등의 스트레스적 사건을 겪게 되며, 초기에는 이로 인한 부적정서가 해당 시기의 자살행동에 기여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8,15]. 반면에,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만성 단계에서는 자살경향성에 대한 기분증상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것 같다.
한편, 조현병 환자의 자살위험에 망상과 환청 등의 양성 증상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선행 연구에 따라 그 결과가 혼재되어 있다. 한 리뷰 연구에서는 양성 증상을 조현병 환자의 자살위험을 예측하는 요인으로 제시하였으나[2], 최근 메타 연구에 따르면 양성 및 음상증후군 척도(Positive and Negative Syndrome Scale, PANSS)의 양성 증상 척도 점수와 자살위험 사이의 상관관계는 경향성 수준이었다[24]. 본 연구는 양성 증상을 세분화하기 위해, BPRS-18의 요인 구조를 참고하여 양성 증상을 망상과 환청으로 구성된 ‘양성 증상’ 요인과 편집 증상을 포함하는 ‘저항성’ 요인으로 구분하여 분석을 수행하였다[19]. 그 결과 ‘저항성’ 요인은 유병기간 10년 초과 환자군에서 자살경향성과 유의하게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항성’ 요인을 구성하는 편집 증상은 환자로 하여금 대인관계 및 주변 환경에 대해 위협적으로 인식하게 한다[25]. 발병 후 오랜 시간이 지나 기능이 저하되고 사회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환자들에게 있어서 편집 증상은 가족이나 사회 등의 지지 체계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수 있으며, 이는 자살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26]. 반대로, 본 연구에서 망상과 환청으로 구성된 ‘양성 증상’ 요인은 유병기간과 관계없이 조현병에서의 자살위험과 유의한 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시하는 환청이 자살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선행연구를 고려할 때[9], 미래 연구에서는 정신병적 증상을 보다 세부적으로 나눠 특정 정신병적 증상이 자살경향성에 기여하는 영향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공변량으로 분석된 인구학적 특징들 중 유병기간 10년 이하의 환자군에 대해서는 기혼 상태가, 10년 초과의 환자군에서는 여성이 높은 자살위험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혼이나 남성이 자살위험과 관련되어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결과이며[27], 본 연구의 결과는 상기 인구학적 요인들의 효과가 유병기간에 따라 달라짐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기혼 상태가 자살의 보호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자살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높은 기능 수준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28]. 그러나 본 연구에서 10년 이하 집단 중 기혼자 표본의 수(3명, 7.7%)가 작기에 이러한 결과의 해석에 신중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본 연구 결과와 일치하게 여성 조현병 환자들에게서 자살로 인한 사망률과 평균 자살 연령이 높다는 결과를 얻은 바 있다[29,30].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제한점을 가진다. 첫째, 본 연구는 기관 내 공고를 통해 연구 대상자를 모집하여, 모집 과정에서 편향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연구가 수행된 기관 특성상, 본 연구에는 중등도 수준 이상의 증상 심각도를 갖는 만성 환자나 치료저항성 환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둘째, 환자가 면담자에게 자살 관련 행동에 대해 과소 보고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추후 연구에서는 진단적 면담이나 임상가 평정 척도와 더불어 자기보고 척도를 함께 사용해 자살위험을 측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모든 자료를 횡단적으로 측정하여, 변인 간의 선후 관계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본 연구는 독립변인과 종속 변인을 함께 측정하여 현재 정신병리가 최근 자살경향성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종단적인 평가는 경과 중 악화되는 망상이나 환청 등에 의한 일시적인 자살위험의 증가를 충분히 포착하기 어려울 수 있다[31].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조현병의 임상적 경과가 안정기에 이르는 10년을 기준으로 유병기간을 구분해 만성 집단과 상대적으로 이른 경과에 있는 집단을 나눴으나[13], 이러한 구분의 효용성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검증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미래 연구에서는 조현병 환자 중 만성 집단을 구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유병기간 절단점에 대해서 검증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 결과는 발병 후 상당 기간이 지난 만성 조현병 환자들에게서도 자살위험의 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조현병에서 자살위험과 관련된 정신병리 양상이 유병기간에 따라 달라진다는 본 연구의 결과는 자살위험 요인들을 기반으로 조현병 환자의 자살경향성에 대한 평가와 개입 시 환자의 만성 정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미래 연구에서는 지지체계, 신체적 건강, 사회경제적 문제 등 질환 특성 이외의 요인들이 만성 조현병 환자의 자살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결 론

본 연구는 질환 단계에 따른 조현병 환자의 자살행동을 비교 분석하였으며, 자살경향성과 관련된 정신병리를 확인하였다. 조현병 환자의 자살행동과 자살경향성은 장애가 만성화된 이후에도 유의하게 낮아지지는 않는 것 같으며, 이에 조현병의 전 경과 동안 자살위험에 대한 면밀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조현병의 질환 단계에 따라 자살경향성에 미치는 정신 병리 양상 또한 달라진다는 점에서, 임상에서 조현병 환자의 자살위험 평가 시 환자의 유병기간을 고려에 넣을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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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1.
Demographic and clinical characteristics
Total (n=131) Patients with DI≤10 (n=39) Patients with DI>10 (n=92) χ2 or t p
Age, yr 36.93±8.14 29.6±6.8 40.1±6.5 8.33 <0.001
Sex (male/female), n 69 (52.7)/62 (47.3) 22 (56.4)/17 (43.6) 47 (51.1)/45 (48.9) 0.55 0.580
Marital status (unmarried/married), n 123 (93.9)/8 (6.1) 36 (92.3)/3 (7.7) 87 (94.6)/5 (5.4) 0.49 0.625
Education, yr 12.65±2.47 12.62±1.98 12.66±2.65 0.10 0.920
Inpatient/outpatient, n 12 (9.2)/119 (90.8) 4 (10.3)/35 (89.7) 8 (8.7)/84 (91.3) 0.28 0.779
Chlorpromazine equivalent dose, mg 830.4±497.2 705.8±376.6 883.2±533.4 2.16 0.033
Mood stabilizer, n 41 (31.3) 12 (30.8) 29 (31.5) 0.01 0.932
Antidepressant, n 28 (21.4) 7 (17.9) 21 (22.8) 0.15 0.697
BPRS-18 total score 38.62±9.16 39.82±9.04 38.11±9.21 0.98 0.330
BPRS-18 factors
 Positive symptoms 9.98±3.52 9.82±3.42 10.05±3.57 0.35 0.730
 Negative symptoms 9.79±3.02 10.69±2.70 9.41±3.07 2.26 0.026
 Affect 7.93±3.15 7.67±3.42 8.04±3.04 0.63 0.533
 Resistance 5.45±2.16 6.08±2.37 5.18±2.02 2.20 0.030

Data are shown as mean±SD or n (%). DI: duration of illness, BPRS-18: 18-item Brief Psychiatric Rating Scale

Table 2.
Suicidal behaviors and suicidality scores in patients with schizophrenia
Total (n=131) Patients with DI≤10 (n=39) Patients with DI>10 (n=92) χ2 or t p
Suicidal behaviors in the previous month
 Suicidal ideation 23 (17.6) 10 (25.6) 13 (14.1) 2.51 0.134*
 Suicide method 12 (9.2) 4 (10.3) 8 (8.7) 0.08 0.750*
 Suicide planning 2 (1.5) 2 (5.1) 0 (0) 4.79 0.087*
 Self-harming behavior 1 (0.8) 0 (0) 1 (1.1) 0.43 1.000*
 Suicide attempt 0 (0) 0 (0) 0 (0) - -
Suicidality score 2.92±6.00 3.72±7.13 2.58±5.45 1.00 0.321

Data are shown as mean±SD or n (%), Suicidality score: sum of weighted scores from Mini International Neuropsychiatric Interview suicidality module items 1 through 13.

* : Fisher’s exact test. DI: duration of illness

Table 3.
Psychopathological factors related to suicidality in patients during different stages of schizophrenia*
Step Variables b β p R2 ∆R2
Group with a DI≤10
Step 1 Male -1.70 -0.12 0.470 0.11 -
Age, yr 0.07 0.06 0.687
Education, yr -0.63 -0.18 0.274
Unmarried 8.67 0.33 0.037
Step 2 Affect 1.14 0.55 0.003 0.42 0.31
Resistance 0.35 0.12 0.586
Positive symptoms 0.08 0.04 0.842
Negative symptoms -0.07 -0.03 0.881
Group with a DI>10
Step 1 Male 2.23 0.21 0.044 0.13 -
Age, yr -0.24 -0.29 0.004
Education, yr 0.07 -0.04 0.718
Unmarried -1.40 -0.06 0.557
Step 2 Affect 0.36 0.20 0.057 0.26 0.13
Resistance 0.78 0.29 0.006
Positive symptoms -0.18 -0.12 0.351
Negative symptoms -0.08 -0.04 0.720

* : Estimates of the final models in hierarchical regression analyses are presented,

: step 1 model controlling for demographic factors.

DI: duration of ill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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